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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랑고'가 PC를 떠나 모바일로 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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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의 땅: 듀랑고' 오프닝 영상 (영상제공: 넥슨)


12월에 진행된 첫 테스트를 통해 만나본 ‘야생의 땅: 듀랑고(이하 듀랑고)’는 뭇 모바일게임과 달랐다. 야생에 던져진 유저가 척박한 땅을 개척하고,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마을을 이루어 공동생활을 이어나간다. 게임을 시작하며 유저가 알고 있는 것은 기본적인 조작과 전투 방법, 풀이나 나뭇가지를 베는 ‘돌칼’ 만들기밖에 없다. 그 다음은 유저의 몫이다. 가령 집을 만들려면 무슨 재료가 필요한지, 이 재료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이와 같은 플레이는 기종을 가리지 않는다. 모바일이 아니라도 PC나 콘솔에서 충분히 재미를 뽑아낼 수 있다. 도리어 ‘듀랑고’는 ‘어렵고 까다롭다’는 인상이 쉽고 가벼운 게임이 주류를 이룬 모바일게임 시장 안에서 ‘툭 튀어나온 돌’처럼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듀랑고’는 굳이 모바일을 고집할까? 게임메카는 이에 대한 답을 '듀랑고' 개발을 총괄하는 넥슨 이은석 디렉터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었다.


▲ '듀랑고'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넥슨 이은석 디렉터

침대에 누워서 즐기는 개척 플레이, 듀랑고와 모바일의 만남

2015 게임백서에는 게임을 즐기는 방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이에 따르면 모바일게임을 주로 이용하는 시간대는 저녁이다. 전체 응답자 중 42.1%가 야간, 그 다음은 퇴근이나 하교 시간이 21.4%를 차지했다. 다시 말해, 63%가 일을 마치고 쉬는 저녁에 게임을 즐긴다.

이은석 디렉터가 주목한 것도 이 점이다. 이 디렉터는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MMORPG를 목표로 했다. 일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30분이나 1시간 정도 하는 식이다”라며 “만약 ‘듀랑고’가 모바일이 아니라 PC로 나왔다면 이미지가 많이 달랐을 것 같다. PC는 일어나서 컴퓨터로 켜고, 앉아서 부팅을 기다리는 과정이 있다. 그러나 모바일은 누워서 옆에 있는 스마트폰을 들고 접속하면 된다. 즉, PC였다면 모바일에 비해 ‘야생의 삶이 나에게 가까이 있다’는 생생함을 주기는 어려웠으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야생을 개척하고, 그 안에서 나만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듀랑고'의 핵심이다
(사진제공: 넥슨)

여기에 이은석 디렉터 스스로가 ‘기존에 없는 MMORPG’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다. ‘마비노기 영웅전’ 후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그의 생각은 ‘뻔한 게임은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우선 기존에 많이 쓰인 중세 판타지는 배제했다. 여기에 유저에게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구조를 벗어나고 싶었다. ‘와우’가 성공한 후 다양한 콘텐츠를 패키지로 묶은 ‘테마파크 MMORPG’가 10년이 넘게 대세를 이뤘다. 이제는 그 패러다임이 저물어가는 때가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샌드박스 게임’으로 이어졌다. 퀘스트도, NPC도, 상점도 없이 유저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판을 깔아주자는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처럼 누가 하냐에 따라 다른 플레이가 펼쳐지거나 ‘마인크래프트’처럼 매번 새로운 결과물을 얻는 것이다. 






▲ 채집과 제작, 모두 유저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해당 이미지는 12월 테스트 당시 직접 찍은 것이다

이은석 디렉터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게임 도입부 중 하나가 시작하자마자 영상이 나오며 세계가 어떻고, 여신이 어떻고를 쭉 설명하는 것이다. 게임 속 세계가 어떻게 되냐는 유저에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 세계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어떠한 세상을 만들며 그 안에서 어떤 나만의 드라마를 만들 수 있냐는 것이다”라며 “듀랑고는 게임 속에서 ‘나만의 개척기’를 써 내려가는 과정을 그린 게임이다. 그리고 플레이 자체에서 끊임 없이 변화가 생겨나는 구조는 아무리 오래 해도 새로운 재미가 샘솟는다. ‘듀랑고’를 10년 이상 서비스할 모바일게임이라 말한 적 있는데, 바로 이 점이 10년 넘게 게임의 수명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모바일로 편하게 하는 방법 찾기

이은석 디렉터 말대로라면 ‘야생을 스스로 개척한다’는 ‘듀랑고’의 방향은 출시 후에도 이어진다. 그렇다면 관건은 ‘모바일’과 궁합 맞추기다.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기 불편한 점을 찾아내 고치는 것이다. 그래야 유저들이 좀 더 오래 침대에 누워서 ‘듀랑고’를 즐길 수 있지 않겠나. 

먼저 생각나는 부분은 시간이다. ‘듀랑고’는 목표물 위치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1~2분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이은석 디렉터는 “게임에 등장하는 섬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안정섬’과 귀한 자원이 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불안정섬’이다. 이 ‘불안정섬’의 경우 10분을 목표로 했다. 10분 하고 쉬고, 다시 10분 하고 쉬는 리듬을 의도했다”라며 “테스트 후에는 좀 더 시간을 줄이거나, 잠깐 쉬는 유저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고려 중이다. 무엇을 할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휴식 보너스’ 같은 것도 생각해봤다”라고 말했다. ‘와우’를 예로 들면 ‘휴식 경험치’를 주는 식이다.


▲ '듀랑고'에 대해 설명 중인 이은석 디렉터

앞서 말했듯이 ‘듀랑고’는 후반으로 넘어갈수록 협력이 중요해져 채팅을 사용하는 때가 많다. 그러나 테스트에서는 자판을 이용한 채팅밖에 없어 빠르게 의사를 전달하기 어려웠다. 이은석 디렉터는 “음성인식을 넣을 예정이다. 가령 ‘7시 방향 티라노’를 손으로 치는 것이 아니라 말로 하면 게임 안에 텍스트가 그대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타자보다 즉각적으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라며 “이 외에도 작은 마을 안에서는 ‘보이스 채팅’을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맵 전체를 보기에 시야가 좁다는 지적도 있었다. 원하는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 찾고 싶은데 화면에 보이는 지역이 좁아 길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은석 디렉터는 “그래서 줌인, 줌아웃을 조정하는 범위를 더 넓히려 한다. 줌아웃을 말하면 좀 더 멀리 시야를 당겨 멀리 있는 곳도 한 번에 볼 수 있게 하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부족을 넘어 국가를 세운다, 듀랑고의 최종 목표

‘듀랑고’의 최종 목표는 ‘공동체’다. 유저들이 모여 마을을 만들고, 부족을 이루고, 나아가 국가까지 세우며 독자적인 문명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다. 이은석 디렉터는 “기존 MMORPG의 ‘길드’ 개념인 ‘부족’과 부족 연합이라 할 수 있는 ‘국가’를 넣을 예정이다”라며 “듀랑고라는 말의 뜻은 바스크어에서 비롯됐는데 ‘물의 땅’, ‘물의 마을’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게임에서도 물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초반 정착에 중요하게 사용된다. 여기에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불’이 중요한 자원으로 쓰인다. 물과 불은 개인적으로 인류문명 시작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게임 안에서 문명과 역사가 생겨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부족’이나 ‘국가’를 이루면 기존에 없던 혜택이 주어진다. 이은석 디렉터는 “부족의 경우 전용 채팅 채널과 사유지가 제공된다. 여기에 개인 사유지나 그 안에 있는 물품도 ‘부족원에게 사용 허용’과 같은 옵션을 넣을 예정이다. 쉽게 말해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과 ‘부족’을 이루고, 서로가 가진 것을 편하게 공유하는 식이다”라며 “여기에 부족원 전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공용 시설도 있다. 내부에서는 ‘토템’이라는 가칭으로 부르고 있다. ‘농업 토템’을 지으면 농사에 도움을 주는 버프가 제공되거나, ‘사냥 토템’을 지으면 사낭에서 추가 보너스를 받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 '듀랑고'에서 공동생활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진제공: 넥슨)

더 뒤에는 영토전쟁이 있다. 이은석 디렉터는 “영토전쟁은 ‘불안정섬’을 일단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불안정섬’에는 테스트 때와 달리 사유지를 세울 수 없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얻을 수 없는 진귀한 재료나 자원이 곳곳에 있다”라며 “즉, ‘불안정섬’에 있는 자원을 목표로 여러 국가가 동시에 격돌하는 대결을 구상 중이다. 따라서 섬 크기 역시 ‘섬’이 아니라 ‘대륙’ 정도의 크기를 테스트 중이다. 그래야 뭔가 땅을 차지하고, 이를 지키는 맛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관건은 스트레스다. 단체생활이 너무 강조되면 관계에 치어 도리어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 이은석 디렉터 역시 이에 공감하며 “부족도 그렇고 부족 연합인 국가도 너무 빡빡하게 잡지 않고, 적당히 느슨함을 줘서 유저들이 단체생활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단체생활을 선호하지 않는 솔로 유저도 고려해야 된다. 이은석 디렉터는 “‘듀랑고’는 10레벨 후 사냥, 제작, 재배 중 원하는 역할을 선택해 캐릭터를 키운다. 그리고 같은 ‘제작’이라도 가구, 요리 등 분야가 갈린다”라며 “이에 ‘용역 거래’를 생각하고 있다. 나는 매우 요리를 잘하는데 건설은 잘 못한다. 그런데 '고급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급 부엌’이 필요하다. 이 경우 ‘고급 부엌’ 건설을 남에게 부탁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이처럼 내가 부족한 능력을 사거나 잘하는 능력을 파는 ‘용역 거래’를 통해 솔로 플레이에서 올 수 있는 공백을 메우려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원하지 않는 PvP에 말려들지 않도록 막는 장치도 도입될 예정이다.


▲ 소규모 혹은 홀로 즐기는 단란한 생활도 가능하다 (사진제공: 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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