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림을 그려주고, 글을 써 주고, 음성을 읽어주는 시대가 도래했다. 일반 게이머들도 이런 AI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게임업계가 아니라 유저들 사이에서도 이를 게임에 적용하고자 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유저 모드인데, 조금 거칠긴 하지만 AI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먼저 지난달 공개된 중세 전쟁 RPG '마운트 앤 블레이드 2 배너로드' 모드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를 활용해 엑스트라 NPC들에게 세세한 설정을 부여하고 대화를 가능케 했다. 원래 이 게임은 단순한 선택지 정도의 대화만 제공했으나, 키보드로 문장을 입력해 NPC에게 말을 걸면 그에 맞는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식이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지나가던 NPC에게 말을 걸어 "넌 누구냐?"라고 타이핑 하면, NPC는 "제 이름은 가레인이고, 마을에서 대장장이 일을 하고 있습죠.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두고 있고 가족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매일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요. 저에게 필요한 게 있으십니까?"라고 대답을 한다. 여기에 "대장장이? 나한테 좋은 검 하나 만들어 줄 수 있느냐?" 라는 질문을 타이핑 하면, "네 나으리, 검 만드는 기술은 있습니다요. 나으리께 좋은 무기를 만들어드릴 수 있다면야 영광입죠. 보통 검 하나 만드는데 최소 5,000 데나르쯤 드는데, 재료나 레벨에 따라 가격은 달라집니다요. 원하는 모습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쇼. 최대한 맞춰보겠습니다요" 라고 대답하는 등이다.
해당 대사는 원래 게임엔 존재치 않으며, 설명에 의하면 챗GPT가 즉석에서 플레이어의 대사에 반응한 것이다. 물론 게임 내 전체적인 스토리나 상황 설정이 반영돼 세계관을 깨지 않는 내에서 답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NPC와 상호 작용을 하며 실제 게임 내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대사가 아니라 음성을 만들어낸 모드도 존재한다. 지난달 공개된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의 '드래곤본 보이스 오버' 모드는, 음성이 거의 존재치 않는 주인공의 대사에 음성녹음 프로그램인 ElevenLabs AI로 만든 음성을 입힌 모드다. 실제로 스카이림 주인공 '도바킨'은 기합이나 신음소리, 일부 주문 정도에만 음성이 입혀져 있으며, 게임 내 수천 개에 달하는 대사 선택지는 무음 처리돼 있다. 그러나 이 모드를 통해 각 선택지 대사를 실감 나는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다.
현재 드래곤본 보이스 오버 모드는 3명의 여성 캐릭터 음성 팩을 업데이트 했으며, 영어 음성만 출력한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실제 성우가 녹음한 것 같은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말하는 도바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드 개발자가 작업 스크립트를 디스코드로 공휴하고 있기에, 음성 AI 소스와 제작자에 따라 한국어 음성 모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환경이다.
AI가 그린 일러스트를 게임 내에 적용한 모드도 등장했다. 2월 등장한 심즈 4 드래곤 일러스트 모드는 예술 작품 느낌의 그림을 그려주는 WOMBO dream AI를 통해 생성한 다양한 용 그림을 게임 내 액자로 삽입했다. 얼핏 보면 중세 미술작품처럼 보이는 그림들이기에, 집을 멋들어지게 꾸미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심즈 4 외에도 스타듀 밸리 등 다양한 유저 모드 게임들에서 이러한 AI 일러스트를 도입하는 모드들이 차츰 등장하고 있다.
사람이 플레이 가능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슈퍼마리오 맵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인공지능도 등장했다. 지난달 깃허브를 통해 공개된 마리오GPT는 간단한 텍스트만으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기반 맵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툴이다. 파이프 수, 적의 수, 발판 블록 수, 높낮이 정도 등을 취향대로 입력하면 클리어 루트가 존재하는 맵이 뚝딱 만들어진다.
발전한 AI와 게임의 실험적 접합 사례가 유저 모드와 인디씬에서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와중, 어떤 기발한 아이디어 작품이 등장해 게임계를 풍성하게 만들 지 기대가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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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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