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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와 저장장치를 잇는 다리, RAM의 발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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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세대별 메모리, 세월이 흘렀지만 모습은 거의 그대로다 

 

PC에서는 어떤 부품이건 다 중요하지만 그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는 물건을 꼽는다면 아마도 램(RAM)이 아닐까 싶다. PC 성능이 향상되고 다른 부분의 성능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런 부분은 더 가속화 되는 분위기다. 마치, 이거 없으면 PC가 작동하지 않으니 구색을 맞춘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PC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높은 사용자라면 램에 대한 중요도를 인지하지 않는 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PC에서 메모리의 역할은 아직도 유효한 편이다.

   

무작위로 데이터를 읽고 쓰고 지운다는 의미인 램(Random Access Memory)은 우리가 흔히 쓰는 메모리 카드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와 달리 전력이 차단되면 저장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다. 이에 저장장치로 활용하지 못하고(시도한 제품은 있다) 주 기억장치로 일시적 저장에 한정해 쓰이지만 빠른 속도로 읽고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목적이 분명한 램이지만 다른 장치들 못지 않게 기술 발전을 이루며 속도를 높여 왔다. 최근에는 DDR4 규격 램이 DDR3를 점차 대체하고 있으며, 특정 환경에 특화된 램까지 존재할 정도다. 꾸준히 진화 중인 램, 왜 있고 그 동안 어떤 것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갔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램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자 한다.

 

 

CPU와 저장장치 사이의 징검다리 – 램(RAM)

 
PC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저장장치가 핵심이다. 3D 효과를 가속하는 그래픽카드는 잠시 예외로 두자. 램(RAM)은 이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속도가 느린 저장장치의 데이터를 미리 램에 담아 두었다가 CPU가 즉시 불러 처리하는 형태인 것이다.

 

▲ 방열판이 부착된 DDR3 메모리를 메인보드에 장착한 모습  

 

본래 CPU의 처리속도는 오래 전부터 저장장치 속도를 뛰어 넘었다. 요즘에야 속도가 빠른 SSD의 등장으로 한계를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지만 과거 하드디스크 시절에는 병목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사실 램도 CPU의 처리 속도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저장장치보다는 압도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두 장치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대안으로 램을 사용하는 것이다.

 

참고로 가장 빠르다는 저장장치인 SSD의 속도를 보자. 일반적인 SATA 6Gbps 대역을 쓰는 장치들이 1초에 500~600MB 가량을 전송하고, 빠르면 700MB 가량의 속도를 자랑한다. 최대 대역인 초당 750MB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램은 PC3-12800(DDR3) 기준으로 초당 12.8GB, DDR4 기본 규격인 PC4-17000은 초당 17GB의 전송속도를 자랑한다. PCI-Express 대역을 쓰는 NVMe(Non-Volatile Memory express) 기반 SSD가 이제 단일로 초당 2~3GB 정도를 전송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램과 저장장치간 성능차를 알 수 있을 듯 하다.

 

램의 속도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이제는 용량에 대해 언급할 차례. 소비자들은 램을 선택할 때 속도와 용량을 확인한다. 여기서 용량은 데이터를 담아두는 공간을 의미한다. 당연히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한다. 이것이 많으면 빨라진다 믿는 소비자들도 일부 존재할지 모르겠다. 아쉽게도 램 용량은 PC 성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 종류도 참 다양한 메모리의 세계  

 

램 용량은 PC로 구동되는 운영체제나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존재한다. 운영체제도 결국 소프트웨어이기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데이터를 수시로 주고 받아야 한다. 우리가 주로 하는 작업이나 게임도 이에 해당한다. 이런 작업을 여럿 진행할 때, 램 용량이 많으면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다.

 

과거에는 속도도 그렇지만 용량도 크지 않았던 터다. 또한 일부 램 용량이 적은 PC에서는 많은 부하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때 처리 속도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는 램에서 데이터를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해 발생하는 일종의 병목 현상이다. 이 때, CPU는 저장장치에서 직접 데이터를 읽고 쓴다. 흔히 옛 PC에서 페이징(Paging) 공간을 설정하는 것이 이런 상황의 보험이라 보면 되겠다.

 

 

초기의 램은 어떤 모습?


첫 램(RAM)은 1947년에 등장했다. 프레디 윌리엄스 교스와 톰 킬번이 개발한 윌리엄스 튜브가 그 주인공인데, 음극선관(CRT)을 사용해 512~1024비트를 저장할 수 있었다. CRT 단면에 전기 신호로 채운 점으로 데이터를 기록했다. 이 신호는 관 위의 점을 순서에 상관 없이 읽고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데이터의 접근이 자유로웠다. 하지만 정확도가 낮아 오류가 자주 발생했다.

▲ 동적 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자기 코어 메모리.

( 이미지 출처 : 위키백과 )

 

우리가 흔히 쓰는 형태의 램의 뿌리는 자기 코어 메모리(Magnetic Core Memory)다. 자기장으로 정보를 읽고 쓰는 이 장치는 코어는 1비트를 기록할 수 있었고, 여기엔 읽기와 쓰기 케이블 한 가닥이 지난다. 두 케이블에 전류가 흐르면 자화하면서 데이터가 기록되고, 읽기 케이블의 전류 상태로 데이터 저장 유무를 확인한다. 하지만 자화된 코어는 이후 전류가 흐르지 않아도 기록 상태를 유지한다. 반면, 한 번 읽으면 코어의 비트 값은 그대로 유지되므로 읽은 후 다시 쓰기 작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 사진 속 검은 사각형으로 보이는 D-RAM이 모여 메모리 모듈을 구성한다.  

 

1970년대 반도체 산업이 뿌리내리기 시작하면서 디램(DRAM)이 등장했다. 로버트 H. 데나드 박사가 발명한 동적 램(Dynamic RAM)은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에 주기적으로 전류를 보내기만 하면 됐다. 물론 그 이전에는 IBM에서 트랜지스터와 에사키 다이오드(터널 다이오드)를 활용해 메모리 셀을 개발했고, 이후에 이를 활용해 80개의 트랜지스터로 구성된 16비트 실리콘 메모리 칩을 만들기도 했다. 물론, 데나드 박사도 IBM 왓슨 연구소에서 발명한 것이다.

SDRAM부터 DDR4 메모리까지...

 

▲ 오래된(?) 유저들은 흔히 CMOS로 이해되는 Static RAM 

( 이미지 출처 : www.ebay.com )


사용 환경이나 산업의 요구 등에 따라 램의 종류는 매우 많다. 그 중에서 휘발성 메모리는 크게 디램(DRAM)과 에스램(Static RAM)으로 분류한다. 디램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시간마다 재생(리프레시)하는 과정을 거친다. 반면, 에스램은 장치에 전원이 공급되는 한 내용이 계속 유지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데이터를 읽고 쓰는 시간이 일정하며, 대칭 구조이기에 디램보다 빠른 입출력을 지원한다. 반면, 면적대비 집적도가 낮기 때문에 빠른 입출력이 필요한 장치에 소형으로 탑재된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 32MB 168p PC100 CL3 4c 4x16 SDRAM DIMM

( 이미지 출처 : www.memoryten.com

 

에스디램(이하 SDRAM)은 이름만 봐서는 S램과 D램의 합성인 듯 하지만 디램의 일종이다. 동기식 동적 임의 접근 메모리(Synchronous Dynamic Random Access Memory)를 뜻하는 에스디램은 일반 디램과 달리 작동속도 사이클에 맞춰 한 개의 입력이나 데이터를 주고 받는 구조였다. 그러니까 시스템 내부 속도와 함께 속도를 동기화한 형태다. 속도는 100MHz와 133MHz였다.

 

▲ 좌측부터 DDR2, DDR3, DDR4 메모리. 아쉽게도 DDR1은 구하지 못했다.   

 

2000년에는 에스디램보다 대역폭을 두 배 높인 디디알 에스디램(이하 DDR SDRAM)이 모습을 드러내며, 본격적인 메모리 속도 진화가 시작됐다. 여기에서 DDR은 간단히 이중전송(Double Data Rate)을 말한다. 같은 처리 사이클에서 데이터를 두 번 전송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신제품이 등장하면서 기존 에스디램은 단일전송(Single Data Rate) 에스디램으로 개명됐다. 처음 DDR-200(PC-1600)과 266(PC-2100)이 등장했고, 이후 DDR-333(PC-2700)과 DDR-400(PC-3200)이 출시됐다. 메모리 속도는 표기 수치의 절반(100~200MHz)지만 데이터 처리 속도는 두 배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 램버스사가 개발한 RDRAM. 초창기 펜티엄4와 함께 채용됐지만 쓴 맛을 봤다.

( 이미지 출처 : wp.xin.at/archives/1014 )

 

SDRAM과 DDR SDRAM 사이에는 원래 RDRAM이라는 제품도 있었다. 개발사 램버스(Rambus) 이름의 앞 글자를 딴 이 메모리는 1999년 인텔 펜티엄4 플랫폼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기본적인 구조는 DDR SDRAM과 유사했다. 하지만 속도가 빠른 점이 특징. 초기 RDRAM은 PC-600/700/800 등으로 출시됐고 이후 1066, 1200까지 시장에 출시됐다. RIMM-3200~6400도 있지만 구매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물건이다.

 

 

▲ 중고 매물도 비교적 적은 RDRAM

 

RDRAM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성능은 분명 주목 받기에 충분했지만 초기 판매가가 역시 주목 받을 정도로 엄청나게 높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초기 펜티엄4 프로세서 세대 교체는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오래 지나지 않아 SDR SDRAM와 DDR SDRAM과 호흡을 맞추는 메인보드들이 출시되면서 순식간에 기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이후 램버스는 관련 업계에 ‘너 고소!’로 악명을 날리게 된다. 특허를 제법 보유하고 있어서다.

 

 ▲ DDR, DDR2 SDRAM을 거치며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DDR SDRAM은 이후 DDR2, DDR3, 지금의 DDR4까지 발전하기에 이른다. DDR2는 DDR SDRAM의 2배의 대역폭을 가졌다. DDR2-400의 예를 들면 PC-3200으로 출시됐는데, 이는 최고 전송속도 초당 3.2GB에 해당한다. 작동 속도는 100MHz로 DDR-200과 동일하지만 초당 1.6GB의 전송속도는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DDR2 메모리는 최고 1066(PC2-8500)까지 출시되었다. 

  

▲ DDR 단계별 데이터 전송률 차이 

 

DDR3 메모리도 동일하다. DDR2의 두 배 전송속도를 제공한다. DDR3-800은 100MHz의 작동 속도에 최대 초당 6.4GB(PC3-6400)를 전송할 수 있다. 이후 DDR3 메모리도 속도를 높여 1066(PC3-8500)부터 2133(PC3-17000)까지 출시되었다. 작동 속도는 133~266MHz다.

 

  ▲ DDR4 메모리는 속도 외에도 전력 소모에도 초점을 맞췄다.

 

DDR4 메모리는 속도와 함께 저전력에 초점을 맞췄다. 1.5~1.65V 정도였던 DDR3 메모리 전압이 1.2V 수준으로 낮아졌다. 속도는 DDR3-800의 100MHz보다 두 배 증가한 200MHz가 되었지만 전송대역은 최대 초당 12.8GB(PC4-12800)로 증가했다. 표준은 현재 DDR4-1866(PC4-14900), 2133(PC4-17000), 2400(PC4-19200) 등으로 총 4개다. 속도는 233~300MHz다.

  

 

알고 보면 심오한 메모리의 세계

 

 ▲ DDR3 메모리를 메인보드에 장착한 모습.  

 

듀얼 인라인 패키지(DIP)부터 싱글 인라인 패키지(SIPP), 싱글 인라인 메모리 모듈(SIMM), 듀얼 인라인 메모리 모듈(DIMM) 등 메모리의 종류는 다양하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PC에서 사용하는 것은 DIMM 구조의 DDR SDRAM들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확인하고 메모리를 선택한다면 PC를 구성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 XMP를 지원하는 DDR4 메모리 모듈 

 

특히 오버클러커나 성능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는 소비자를 위한 기능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DDR3 메모리부터 탑재되기 시작한 인텔 익스트림 메모리 프로파일(eXtreme Memory Profile) 같은 기능이 대표적이다. XMP는 메모리에 작동 속도와 속도 사이클 지연시간(CL) 등 주요 설정을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자가 필요에 의해 불러 오는 기술이다. 고성능 메모리라면 이 기술을 제공한다. 고사양 메인보드나 해당 제품을 지원하는 특정 메인보드는 CMOS 설정에서 이를 불러와 지정 가능하다. 이에 맞춰 오버클럭을 시도하거나 전체적인 메인보드 설정 조율도 할 수 있는 메인보드도 일부 있다.

 

  

일부에게는 생소할 ECC 램도 있다. ECC는 오류 보정 코드(Error Correcting Code)를 뜻하는 것으로 주로 워크스테이션이나 서버 등 특수 환경에서 사용한다. 단일 비트의 문제를 고치거나 탐지하는 칩을 램 모듈에 얹어 고밀도 연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보정한다. 하지만 이 기능은 CPU도 지원해 줘야 쓸 수 있는데, 일반 데스크톱 CPU는 이를 지원하지 않는다. 흔히 인텔 제온(Xeon) 또는 AMD 옵테론(Opteron) 같은 산업용 CPU와 호흡을 맞춘다.

 

▲ 노트북용 메모리는 크기가 작지만, 속도와 용량은 뒤지지 않는다.  

 

노트북이나 소형 플랫폼을 위한 모듈(SO-DIMM)도 존재한다. 이 또한 DDR3L, DDR4 등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크기가 일반 DIMM 규격 램의 절반 정도의 길이가 특징이다.

 

CPU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램. 어떤 PC 시스템을 쓰느냐에 따라 선택 가능한 제품도 다양하다. 과거에는 고성능, 고용량 램을 쓰는 것이 부의 상징이었지만(지금도 고성능 제품은 비싸다) 꾸준히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누구나 최적의 성능을 가진 제품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램에도 관심을 조금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테크니컬라이터 강형석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www.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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