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PC 시장이 활기차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 열풍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용암을 품은 것처럼 꿈틀거리는 VR은 PC 업계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게다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그래픽카드까지. GPU 제조사들의 신제품 일정이 비슷하게 잡히면서 새로운 그래픽카드가 하루에도 몇 개씩 나오고 있다.
▲ 엔비디아 기자간담회에서 지포스 10시리즈를 들고 있는 닉 스팀 테크 마케팅 디렉터.
그중에서 가장 큰 건 단연 그래픽카드. 지난 5월 말 엔비디아가 지포스 GTX 10시리즈를 발표했다. 파스칼 아키텍처 기반의 16나노 핀펫 공정을 적용해 성능을 강화하고 발열과 소음을 줄인 것이 특징. VR 성능도 강화했다. 요즘 각광받는 기술인 만큼 큰 공을 들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 AMD 기자간담회에서 토니 페르난데즈 스톨 세일즈 디렉터가 라데온 RX 400 시리즈를 들고 있다
6월 초에는 AMD가 라데온 RX400 시리즈를 발표했다. 14나노 핀펫 공정의 폴라리스 아키텍처를 적용해 게이밍과 VR 성능을 높였다. 역시 가장 강조한 건 가격. 경쟁사 대비 1/3도 안 되는 가격에 VR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내세웠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엔비디아 그래픽카드로 뻗으려던 손길을 거두고 AMD의 신제품을 기다렸다. AMD 역시 이번에야말로 처참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릴 수 있으리라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역시 뚜껑을 열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법. 막상 국내 출시된 제품을 보니 가격이 예상보다 높았다. 용산 프리미엄이네, 납득할만한 가격이네 하면서 적지 않은 논란까지 일었다. 성능도 소비자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물론 가격 부분은 엔비디아에도 해당하는 얘기긴 했지만 결국 소비자의 지갑은 엔비디아를 향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포스 GTX1070이나 1060의 경우 물량이 들어오는 족족 빠져나간다고 한다. 소비자의 관심도나 판매량을 보면 AMD의 신제품이 나오기 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 심지어 ‘AMD가 마케팅을 잘해서 엔비디아 제품이 잘 나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AMD가 홍보하는 내용만 보고 기대감만 키웠다가 실제 제품이 나온 후 실망하고 엔비디아 제품을 찾는다는 얘기다.
▲ 출처: 다나와리서치
다나와리서치의 판매 데이터에서도 이런 상황은 그대로 드러난다. 두 GPU 제조사가 신제품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의 점유율을 보면 AMD는 여전히 5% 안팎의 점유율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망이다. 엔비디아 지포스 GTX 10시리즈의 발열과 소비 전력이 적고 성능까지 좋은 데다 다음 달까지 신제품이 계속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 지금은 지난달까지 잘 나가던 지포스 GTX1070이 한풀 꺾이고 GTX1060이 한창 주가를 올리는 중이다. 특히 GTX1060 3GB 제품은 PC방에서도 많이 찾는 아이템이라고.
▲ 많은 사람들이 찾은 AMD RX400 시리즈 발표회 현장.
사실 AMD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PC 시장이나 커뮤니티를 잠깐만 둘러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지갑은 그들의 바람만으로 열리는 게 아니다. 기대에 부응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이번 기회는 놓쳤지만 서둘러 답을 찾길 바란다. 이미 충분히 기다린 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한만혁 기자 mhan@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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