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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렬 컴퓨팅, 인텔과 AMD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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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른 컴퓨터는 어떤 걸 말할까? 컴퓨터의 성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겠다. 게임처럼 한 가지 복잡하고 큰 일을 빠르게 해내는 것, 다른 하나는 동영상 인코딩이나 데이터 분석 등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이다.

 

전자는 현재 PC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작업들로 CPU의 작동 속도를 올리고,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늘리는 등의 노력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한계가 있고 기술의 성장 또한 어렵다. 병렬 컴퓨팅이 주목을 받게 된 이유다. 나누어서 할 수 있는 일은 나누자는 것이다.

 

 

인텔 : 슈퍼컴퓨터에 우선, 매니코어와 개발 툴 준비 완료

 

병렬 컴퓨팅 측면에서 바라보면 인텔과 AMD의 행보가 확연히 비교된다. 인텔의 프로세서는 상대적으로 클럭 당 연산 능력이 좋다. IPC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 때문에 일반적인 컴퓨터 성능이 좋은 편이다. 아직 코어 개수를 늘리는 데 적극적이지 않아도 PC에서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하이퍼 쓰레딩으로 가상 코어를 만들어 많은 쓰레드를 처리하는 방법도 유효하다.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에서는 아주 적극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인텔의 고성능 그래픽카드 프로젝트인 라라비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지만 50개 코어로 병렬 컴퓨팅을 위한 MIC 프로세서로 돌아올 계획이다.>

 

대신 인텔의 병렬 컴퓨팅은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워크스테이션이나 슈퍼컴퓨터로의 전환에서는 더 많은 코어를 넣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미 6코어로 12개 쓰레드를 처리하는 i7 익스트림 프로세서를 내놓고 있으며, 라라비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50개 이상의 코어를 집어 넣은 슈퍼컴퓨팅용 MIC(Many Integrated Core) 프로세서도 실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인텔은 패럴랠 스튜디오로 듀얼, 쿼드코어 수준 뿐 아니라 50개 이상의 매니코어 플랫폼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돕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인텔이 이를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는 것은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내놓은 패럴랠 스튜디오의 업데이트 버전은 C/C++이나 포트란, 기계어 등으로 짠 프로그램들이 간단히 병렬 프로세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컴파일러를 비롯해 분석 툴 등이 포함되어 있다. 특별히 멀티코어, 매니코어 프로그래밍에 대해 깊게 알지 않아도 간단히 슈퍼컴퓨팅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MIC와 패럴랠 스튜디오는 여러 연구 기관의 데이터 분석을 비롯해 각종 슈퍼 컴퓨터가 필요한 분야에서 실제 활용하고 있다.

 

 

AMD : 개인용 PC에 먼저, 넷북부터 데스크톱까지 헤테로지니어스

 

반면 AMD는 개인용 컴퓨팅에서 멀티 코어 프로세스를 강조한다. AMD는 페넘 시리즈를 만들면서 코어 하나하나의 성능을 높이는 데 드는 노력을 코어 개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돌렸다. 듀얼 코어, 쿼드 코어를 거치며 동영상 인코딩 같은 분야에서 효과를 냈고 한꺼번에 많은 창을 띄우는 PC 이용자들에게 더 매끄러운 컴퓨팅 환경을 제공했다.

 

단일 프로세스에서는 늘 약간 손해를 보지만 이런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코어 프로세서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 정수와 부동 소수점 연산 코어를 새로 배치한 불도저 아키텍처로 8코어의 FX 프로세서를 내놓는 등 코어 개수를 늘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일 프로세스 성능이 늘 도마에 오르지만 CPU 내 더 많은 코어를 반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개인용 컴퓨터에서도 8개 코어를 활용하도록 만든 AMD FX 프로세서. 실제 성능에 대해서는 논란 거리가 되고 있다.>

 

AMD의 또 하나의 병렬 컴퓨팅은 AMD가 개인용 슈퍼컴퓨팅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그래픽카드의 핵심이 되는 그래픽 프로세서를 이용하는 것이다. 정확히는 프로그래머블 GPU라고 부르는 이 프로세서는 복잡한 연산에는 약하지만 단순 반복되는 작업에는 CPU보다 강하다. 보통 100개에서 많게는 1천 개에 달할 만큼 많은 코어가 들어 있기 때문에 게임 외에 병렬 컴퓨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AMD 퓨전 APU를 잘 보여주는 그림. GPU가 병렬 컴퓨팅의 핵심이 된다.>

 

흔히 GPGPU (General Purpose Processing on Graphics Processing Units)라고 부르는 범용 프로세스 기술인데 AMD는 이 GPU를 CPU와 하나의 칩으로 합쳐 복잡한 작업은 CPU 코어가, 단순 반복 작업은 GPU가 맡는 이른바 ‘헤테로지니어스 컴퓨팅(Heterogeneous Computing)’을 강조하고 있다.

A 시리즈 라노 프로세서를 비롯해 퓨전이라고 부르는 AMD의 E, C 시리즈 프로세서로 넷북부터 울트라씬 노트북, 일반 PC에 걸쳐 칩 하나로 슈퍼컴퓨팅을 해내고 있다. 가장 성능이 좋은 A 시리즈 라노는 500기가플롭스(GFlops) 수준의 강력한 연산 능력을 자랑한다.

 

 

같은 도착점, 방향성 차이 지켜보는 것이 포인트

 

이는 실제 PC 환경에서 오피스 2010을 비롯해 다양한 동영상 편집, 그래픽 작업 등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의 효과를 보여준다. 또한 AMD는 헤테로지니어스 컴퓨팅을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들을 지원하는 퓨전 펀드 사업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오픈 CL의 표준화 작업에도 노력하는 등 개인용 PC에서 병렬 컴퓨팅을 활용하려는 방향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CPU 시장을 이끄는 선두 기업, 그리고 그와 경쟁하는 후발 주자 사이에 시각차는 뚜렷하다. 물론 아직 일반인들에게 병렬 컴퓨팅은 잘 와 닿지 않는 어려운 개념이다. 하지만 앞으로 더 빠른 컴퓨팅에 대한 요구를 해결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과 두 회사 모두 한 가지 목표점으로 수렴하게 될 것을 의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 시작점을 전문가로 잡는가, 개인으로 잡는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물들을 차근차근 지켜보는 것,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미디어잇 최호섭 기자 notebook@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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