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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입력장치-키보드, 마우스, 터치…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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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나 전시회장에 가면 으레 ‘손대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아름다운 것, 기발한 것, 특이한 것을 보면 손을 뻗는 본능 탓일까, 사람들은 손으로 만지려 하는 습성이 있다. 손은 전해지는 촉감을 시각이나 청각, 후각이 전달하는 것과 전혀 다른 정보를 뇌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거의 대부분이 ‘터치’를 이용해 작동한다. 터치를 사용하면 별도의 키보드나 마우스가 없더라도 프로그램을 실행시킬 수 있다. 게다가 멀티터치가 가능한 기기에서는 터치 방식에 따라 다양한 입력이 가능하기도 하다. 이제 디스플레이는 (영상) 출력장치이자 (명령어) 입력장치를 겸하기 시작했다.

 

 

가장 기본적인 입력장치-키보드와 마우스

 

▲ 100개가 넘는 키를 보유한 키보드는 타이핑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부피가
크고 글씨 외 다른 것들을 표현하기 어려워 보조 입력 도구를 필요로 한다.

 

그럼 터치 기술 이전에는 어떤 입력장치가 있었을까? 우선 키보드와 마우스를 들 수 있다. 초기 PC의 입력장치는 타자기처럼 자판을 두드려 입력하는 키보드가 유일했다. 최초의 PC용 키보드는 83개의 키를 갖췄고 1984년 IBM에서 개발한 ‘모델 M’은 101개였다. 다양한 표현을 입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의 키가 필요했다. 영어권과 달리 한자 키와 한/영 변환 키가 추가된 우리나라 키보드들은 대략 106개의 키를 갖췄다.

 

키보드에 이어 가장 중요한 입력장치인 마우스는 키보드의 보조입력장치였지만 직관적인 조작으로 화면 상의 커서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어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최초의 마우스는 1960년대 스탠퍼드 대학 연구원이었던 더글러스 엔젤바드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 역사가 무려 반세기나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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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마우스가 2개의 휠과 볼을 이용해 위치를
인식했다면 요즘엔 광 센서를 이용해 위치를 인식한다.

 

키보드와 마우스의 상용화 뒤 노트북이 등장하면서 실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컴퓨팅 환경이 크게 변화하였다. 마우스는 공간 문제로 인해 마우스 패드, 트랙볼 마우스 등으로 그 형태가 바뀌며 노트북 한쪽을 차지했고 키보드 또한 83~89개 정도로 줄어들었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휴대성과 무게 등을 중요시 하는 노트북의 적이자 동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었기에 기업들은 제품을 보다 콤팩트하게 만들기 위해 몰두하기 시작했다.

 

 

터치 UI의 등장

 

▲ 터치 입력은 별도의 입력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입력 형태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주된 입력 방식으로 채택되었다.

 

키보드와 마우스처럼 편리한 입력장치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사용이 보다 쉬워야 했고 크기가 작아야 했다. 그런데 애플은 1993년, 세계 최초로 터치스크린을 장착한 메신저 패드 ‘뉴튼’을 선보이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필기가 가능한 애플의 터치 기술은 제품의 소형화에 크게 이바지했고 마니아 층의 환호와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대중적으로 큰 반향을 얻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렇지만 뉴튼이 터치스크린의 가능성을 입증했고 이것이 PDA라는 제품의 등장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터치 기술이 도입된 것은 그로부터 시간이 한참 지난 2000년대부터다. 사실 애플의 아이팟 터치는 그 터치의 완성도 면에서 이견이 없을 만큼 최고였고 터치스크린은 필요에 따라 입력 화면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어 어떠한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2001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태블릿PC 터치 기술이 조악한 터치감과 엄청난 가격, 그리고 휴대하기 어려운 크기와 무게로 인해 일찌감치 사장됐다면 애플은 꾸준히 터치 관련 기술을 개선하며 아이팟 터치와 아이폰, 그리고 아이패드로 발전시켰다. 터치는 사용자와 기기가 가장 쉽게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게다가 특별히 사용법을 익히지 않아도 간단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 PC에 대해 문외한인 사람조차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기기를 만질 수 있다.

 

언뜻 보면 터치스크린은 완벽한 듯 보이지만 단점이 없지만은 않다. 과거의 감압식이 아닌 정전식은 장갑 등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정전식 펜을 필요로 하며 키보드만큼 다양한 입력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한다. 터치스크린은 놀라운 기술이지만 PC를 키보드/마우스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기에는 무언가 모자란 듯하다.

 

 

더욱 빠른 명령 실행 가능, ‘음성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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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자의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한 후 이를 인식, 가장 적합한
콘텐츠와 답변을 연결해 주는 애플의 '시리(Siri)'. 음성 인식 정확도만
개선된다면 매우 획기적인 입력장치가 될 것이다.

 

한편, 터치스크린에 이어 애플이 선보인 입력장치가 바로 ‘시리(Siri)’다. 시리는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 문장의 단어, 구문, 문맥, 의미를 이해하고 처리하거나 문장을 합성해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의 결과물을 만든다. 때로는 인간에게 친숙한 사람의 목소리로, 때로는 자동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이메일을 열거나 원하는 가게로 가는 길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직 그 기능의 장점에 비해 활용도가 낮지만 시리 같은 음성인식 기술은 PC의 새로운 입력장치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같은 경쟁업체들도 음성 인식 기술을 현재 상용화해 서비스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음성인식 기능은 대부분 태깅(Tagging)된 단어들을 검색해 결과물을 보여주는 데 그치고 있다. 입만 열면 사용이 가능한 편리한 입력방법이지만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지 않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는 무용지물인 점이 단점이다. 애플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주변 소음이 일정 수준이 되면 음성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기술을 특허로 보유했으며 사용자의 음성 명령에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기기가 찾아 제공하는 ‘상황인지 음성 명령’에 관한 특허도 2010년에 등록했다.

 

 

필기 인식은 여전히 유효한 미래형 기술

 

▲ 와콤의 디지타이저 펜을 기본 제공해 정교한 펜 입력이 가능한 슬레이트 PC

 

그런데 미래에도 과연 터치와 음성인식 기술이 키보드/마우스와 함께 주된 입력장치일까?

 

근 미래에는 터치기술에서 한 걸음 나아가 종이와 펜에 가까운 필기감을 제공하는 인터페이스가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은 수천 년 이상 손으로 쓰거나 그리는 등의 과정을 해왔다. 펜이 없어도 가능한 부분이지만 손가락만으로는 불편하고 정교함을 바라기 어렵다. 따라서 스타일러스 펜을 사용한 핸드라이팅 입력은 지속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갤럭시 노트나 슬레이트 PC 같은 최신 제품들이 펜 입력을 지원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들이 펜글씨를 친숙하고 가장 직관적인 입력방법으로 여기고 있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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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노트는 그림을 그리거나 텍스트 입력이 손쉽다.

 

하지만 앞으로는 단순히 현재의 펜 기능이 아닌, 공간을 인식하거나 초음파 위치 측정을 통해 꼭 터치스크린이 아닌 아무 곳에나 적어도 화면에 입력되는 방식도 그리 멀지 않아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기술은 MWC 2011에서 시연되었을 만큼 진척을 이루고 있다.

 

 

공간, 모션을 인지하는 제스처 기술

 

핸드라이팅 입력 이후에는 카메라를 통해 모션을 인식하는 방식이 대기하고 있다. 이 기술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온 기술과 유사하다. 가령 양 손을 합장했다가 좌우로 펼치면 폴더 안에 있는 것들을 펼쳐 보여준다거나 엄지와 검지의 방향을 틀어 이미지를 회전시키거나 하는 것들이다. 여기에 다양한 모션을 사용자 임의대로 추가할 수 있도록 한다면 보안에도 한층 효과적이게 된다.

 

 

 

▲ '육감'을 사용하면 공간 제약 없이 어디에서든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2009년 TED에서 프라나브 미스트리(Pranav Mistry)는 실질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도구를 보여줬다. 그는 초소형화가 가능해진 프로젝터와 카메라를 이용해 양 손의 움직임을 카메라가 인식해 관련 영상을 프로젝터로 비추는 형태의 새로운 입력 방식을 선보였다. 예를 들어 길을 걷다 사진을 찍고 싶다면 손으로 프레임 모양을 만드는 것만으로 카메라가 이를 인식, 사진을 찍는다. 시계를 보고 싶을 때는 손목에 원을 그리면 된다. 카메라가 이 모션을 인식하고 프로젝터가 손목에 시계를 투사해 준다.

 

 ‘육감(Sixth Sense)’이라 부르는 이 기술은 어떤 벽이나 옷, 심지어 종이나 신체를 디스플레이 장치로 만들어주며 원하는 모든 작업을 장소나 기기에 구애 받지 않고 실행할 수 있게 해준다. 기술을 시연한 프라나브 미스트리는 이 같은 기술을 오픈 소스로 공개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입력방식은 프라나브 마스트리와 유사한 접근법을 갖는다. 크리스 해리슨(Chris Harrison)도 인간의 몸을 전유체로 삼아 파장을 전달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소형 프로젝터가 피부 위를 비추고 사용자가 피부 위의 스크린을 터치하거나 그리면서 입력을 하는 방식은 프라나브와 매우 유사한 방법이다.

 

 

 

▲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신기한 공간인식 입력장치.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접어든 기술이다.

 

MIT의 존 언더코플러 교수 또한 마우스나 키보드가 없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보여줬다. 국내 한 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던 그는 실제 MIT 미디어랩에서 연구를 하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과학자문을 받기 위해 방문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눈에 띄어 영입된 인물이다. 그는 동작으로 기기를 제어하는 ‘제스처 인터페이스’를 PC에 구현했다. 손을 흔들거나 위아래, 전후좌우로 움직여 별도의 장비 없이 기기를 조정하는 그의 기술은 ‘G-Speak’라 명명됐다.

 

 

디지털 환경과 물리환경의 차이 좁히는 것이 지향점

 

키보드와 마우스의 발명 뒤에는 보다 직관적인 입력 방식으로 UI가 진화하고 있다. 터치 인터페이스가 그러하고 다양한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는 터치패드, 나아가 직접 말을 하거나 사람의 움직임을 인지하는 방식은 물리 세계와 디지털 세계의 간격을 이어주는 미래 기술이다.

 

이미 수많은 연구 기관들을 통해 상용화의 가능성이 높아진 제스처 기술은 여러 전시회를 통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환상적인 입력방식은 더 이상 SF 영화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들의 사무실과 방에서 사용하게 될 기술이다.  

 

미디어잇 이상훈 기자 hifidelity@it.co.kr
상품지식 전문뉴스 <미디어잇(www.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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