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급작스럽게 맥 OS X를 새로 내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무려 10.8 버전입니다. 이름도 오랫동안 써 오던 '맥 OS X'에서 '맥'을 떼어내고 'OS X'로 바꿨습니다. 브랜드 이름은 '마운틴 라이언'입니다.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그 뜻은 산 사자가 아니라 푸마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맥 OS X의 2세대인 10.1 버전이 푸마였습니다. 뭔가 다른 뉘앙스가 있겠지요?
새 OS X에 아이폰이 보인다?
이번 OS X에 들어가는 새 기술들은 새롭지만 새롭지 않습니다. 맥에는 새로 들어가는 기술이지만 이미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봐 왔던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뭐가 달라졌는지 한번 뜯어볼까요?
일단 우리나라에서 가장 반길만한 것은 글꼴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애플은 글꼴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유난히 한글 폰트만은 고집스럽게도 밋밋한 애플 고딕을 써 왔습니다. 하지만 마운틴 라이언에는 산돌 네오 고딕 글꼴이 들어갑니다. 이 글꼴, 이미 아이폰/아이패드용 iOS 5.0의 베타 7에서 잠깐 선보였다가 사라진 바로 그것 맞습니다. 요즘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인 iOS 5.1에도 들어가 있고 마운틴 라이언에도 기본 적용되어 있는 것으로 애플이 이제 한글 글꼴을 싹 바꿀 계획이라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애플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무료 문자 메시지인 아이메시지가 맥에도 들어갑니다. 이미 iOS는 5.0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아이메시지를 넣어 아이폰이든 아이패드든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맥에도 적용한 것입니다.
iOS5의 핵심 기능인 알림 센터도 있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의 화면 위에서 아래로 손가락을 내리 그으면 나오단 것으로 오늘의 일정, 해야 할 일, 메시지, 날씨 등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내용들을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미리알림은 개인 단말기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할일' 혹은 'To Do'로 불리는 앱입니다. 정해진 날짜까지 해야 하는 일들을 체크해주는 것 외에도 장소 연동 기능이 돋보입니다.
이 외에도 iOS의 메모앱, 게임센터가 포함됩니다. 또한 맥의 화면을 무선으로 애플 TV로 보내 큼직한 TV 화면으로 전송할 수 있는 에어플레이도 들어갑니다. 이것은 요즘 윈도우 노트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WiDi와 비슷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요.
데스크톱-모바일 통합 운영체제 이끄는 흐름
과연 애플의 꿍꿍이는 뭘까요? 통합입니다. 애플은 3대 컴퓨팅 환경, 그러니까 아이폰, 아이패드와 맥을 하나로 합치고 싶어합니다. 각각의 역할은 하되, 어떤 장치에서도 함께 해야 하는 일정, 메모, 메시지는 어디에서도 볼 수 있게 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지난해에는 라이언과 iOS5가 아이클라우드와 앱스토어로 기본 환경을 합쳤고 이번 마운틴 라이언으로 앱 통합까지 해치우겠다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애플도 스스로 아이패드에서 영감을 얻어 맥을 위해 다시 상상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맥 OS X는 이제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OS X는 2001년에 첫 등장한 이후 벌써 12년차에 접어든 운영체제입니다. 그 동안 겉 모습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동안 파워 PC 프로세서 대신 인텔의 코어 프로세서를 메인으로 내세웠고 앱스토어로 인터넷을 통한 소프트웨어 유통, 아이클라우드로 시작한 개인 정보 통합 관리,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통합까지의 과정을 숨차게 밟아오며 뻔할 것 같던 운영체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애플만의 특징은 아닙니다. 애플이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갖게 된 파급력이 통합을 자연스럽게 돕고 있다고 보는 쪽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애플의 쉬우면서도 화려한 제품 포장도 큰 역할을 했겠지요.
하지만 최근 운영체제나 인터넷, 모바일 서비스는 모두 이런 통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전에 다루었던 구글의 개인정보 통합 정책은 웹 브라우저와 안드로이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PC와 모바일의 통합인 셈이지요. 구글 입장에서는 브라우저와 운영체제로 내놓은 크롬이 안드로이드와 결합되는 모델을 꿈꾸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PC 시장의 절대 강자인 마이크로소프트도 팔짱만 끼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래 전부터 윈도우 라이브가 이런 역할을 해 왔지만 윈도우 모바일이 신통치 못했달까요? 다행히 윈도우 폰 7은 상당히 개선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인 스카이드라이브나 기업용 오피스 365 등을 내세운 통합은 훌륭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윈도우폰이 단숨에 모바일 시장을 사로잡기는 어렵겠지만 올해 말쯤 나올 윈도우 8이 PC와 태블릿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해준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PC와 모바일 사이의 애플리케이션, 개인정보, 업무 환경 통합이 자연스레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 이끄는 클라우드 뭐길래?
이런 중심에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있습니다. 하드웨어, 운영체제, 통신사 등 여기저기서 클라우드를 내세우고 있는데 대체 뭐길래 다들 호들갑일까요? 클라우드는 사전적인 의미로는 '구름'입니다. 우리 앞에 딱 나와 있는 서비스가 아니라 구름 뒤에 숨어 있는 서비스라는 것 때문에 이름을 이렇게 지은 것 같은데 잘 와 닿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대부분 공용 클라우드로 서비스에 가입하면 일정 크기의 저장 공간을 기본적으로 제공합니다. 애플의 아이클라우드가 5GB, KT의 유클라우드가 50GB씩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웹하드와 비슷하지요. 하지만 클라우드가 파일을 보관하는 웹하드와 다른 점은 이 안에 뭘 담고, 그걸 어떻게 쓰느냐에 차이점이 있습니다.
흔히 쓰는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윈도우폰 등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클라우드가 녹아 있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휴대폰에 친구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일정을 기록하면 동시에 내 클라우드 공간에도 저장됩니다. PC나 다른 장치에서도 내 ID로 로그인하면 어디서나 같은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새 휴대폰을 사도 일일이 전화번호부를 옮겨 담지 않아도 됩니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려도 전화번호, 메모 등 중요한 정보도 로그인만 하면 내 클라우드에서 고스란히 당겨옵니다.
저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특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음악 서비스도 통합해 내가 즐겨듣는 음악을 클라우드 공간에 올려두면 어디서나 어떤 장치에서든 인터넷만 연결되면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N드라이브의 경우에는 워드, 파워포인트, 한글 등의 문서를 편집하고 공유하고 열어보는 기능을 강조합니다.
이번주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팬택이 '베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16GB 용량을 제공하고 PC와 스마트폰 간의 콘텐츠 통합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전화번호부, 일정 등의 개인 정보를 백업하고 사진, 동영상도 클라우드에 보관하고 공유도 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클라우드 연계 서비스로 드롭박스처럼 흔히 쓰는 다른 클라우드간에 파일을 넘길 수 있는 기능입니다. 이는 클라우드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늘리고 저장 공간 확장 등 큰 이점이 있습니다.
올해에는 거의 모든 컴퓨팅 디바이스, 소프트웨어들이 클라우드를 기본으로 가져갈 전망입니다. 너무나도 많은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이 내게 맞는지 파악해 한 두 개의 서비스를 집중해서 쓰는 것이 좋습니다.
미디어잇 최호섭 기자 notebook@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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