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모니터 품절인데, 삼성 최신 모니터로 드리는
건 어떨까요?”
모니터 판매 업체들이 소비자가 주문한 물건 대신, 다른 제품을
구입하도록 권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인터넷 상에 인기
제품을 판매한다고 올려 놓고, 타사의 최신 제품으로 교체해준다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경우가 LG 모니터 대신 삼성전자의
최신 모니터로 교체해주겠다고 연락하는 사례다. 한 온라인 판매처는 인터넷 상에
LG전자의 인기
모니터를 판매한다고 올려 놓는다. 누군가 이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신청하면, 해당
고객에게 전화를 해 물건이
‘단종’ 혹은 ‘품절’되었다고 설명하고 삼성 최신 모니터로 줘도 되겠냐고 묻는다.
LG전자 모니터가 잘 나가자 이를 이용해, 삼성 모니터를 빨리 빼내려는 판매처의
꼼수다.
▲ 소비자가 구매하려고 하는 물건을 품절이라고 표시해놓고, 다른 모니터로 판매를 유도하고 있다.
모니터는 브랜드 별로 특징이 있다. 삼성과 LG전자 또한 패널을 비롯해
명암비, 응답속도 등 제품 별로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 특징을 잘 알고 있는
소비자의 경우, 제품이 바뀌고 사양이 달라지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또 사양을
잘 모르고 있는 소비자라고 하더라도, 선호하는 브랜드가 다르면 불만을 가질 수
있다.
대기업 제품이면 무조건 만족한다는 소비자에게도, 장기적으로 문제가
된다. 공정하지 못한 거래가 지속될 경우, 인터넷으로 결제하고 제대로 가격을 비교하고
구매하려는 또 다른 소비자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삼성, LG전자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7인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아치바코리아의 인기 모델도 수난을 당하고 있다. 아치바 모니터를 판매한다고
올려 놓고, 동원시스템즈 제품으로 판매를 유도하는 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이 제품 또한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아치바 모델을 '품절'이라고 표시해 놓고 동원시스템즈
모니터로 구매를 유도한다. 이에 대해 아치바 코리아 권혁주 이사는 “현재 이러한
판매처를 찾아 경고 조치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주원 다나와 모니터 카테고리
매니저(CM)는 “인기 상품은 품절시켜 버리고, 추가금을 내고 다른 제품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판매자도 많다”며 모니터 시장의 유통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현재
옥션, 지마켓 등 오픈마켓 모니터 MD를 비롯해 다나와 모니터 CM까지 이러한 신고
사례를 발견하고 해결에 나서고 있다. 오픈마켓과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 모두 공정한
거래를 하지 않고 있는 업체의 제품이 소비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처리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사례들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 온라인에서 성행하고 있는 품절 및 타사 제품 구매 유도 행위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LG전자 모니터를
삼성전자 모니터로 바꾸는 일은 인기순위의 영향이 크다. 인기가 많은 제품이 많이
팔리자, 판매처는 비인기 모델 혹은 방금 들어온 새 상품을 빠르게 빼내기 위해 인기
모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잘나가는 제품은 판매를 위해 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되지만, 비인기 모델은 어떻게든 빨리 팔아야 판매처에게 더 유리하다.
안 팔리는 제품이나 새상품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보다 ‘빨리, 많이’ 판매해야
더 득이 되기 때문이다.
리베이트 구조가 다른 것도 원인이다. 삼성은 LG와 다르게 판매처에게 유리한 리베이트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한 모니터 판매처 관계자는 "100개 혹은 200개 당 얼마의 이윤을 주는 형식으로, 많이 팔수록 리베이트의
이윤은 높아진다. 이를 고려해 판매처는 LG전자의 인기 모델을 판매한다고 사이트에
올려놓고, 삼성 모니터를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삼성 모니터는 판매 개수를 늘렸을
때 소득이 더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브랜드 구분 없이, 유통이 다른 제품도 마구잡이로 판매되고 있다.
LG전자 모델의 경우 PN(정식유통)과 PX(리테일 제외 상품)로
상품이 나뉘는데, 총판은 모니터 대리점으로 물건을 넘길 때 PX와 PN을 같이 판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PX와 PN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겉으로 봤을
때 물건에선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PX는 박스가 무지 형태로 되어 있어
정식 제품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혹, 정식 제품인 것처럼 박스가 표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PN에 비하면 초라하다.
또 다른 모니터 유통 관계자는 “유통
경로가 다른 제품이 시장에 난립되어 여기저기 팔리고 있다”며 “배송될 때 받는
박스 차이 이외에 제품 차이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모니터
판매처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이러한 문제를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통쪽에서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LG전자 또한 알지 못했던
내용이라고 밝히며, "유통 쪽에 확인을 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만
답했다.
정소라 기자 ssora7@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