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대형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시장을 이끌던 23인치가 급속도로 하락하고, 27인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올해 하반기 중으로 27인치 모니터가
점유율 1위로 올라설 기세다. 지속적인 가격 하락에 모니터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더해진 결과다.
▲ 모니터 크기별 판매량 변화(2012년 1월~9월 중순/자료 : 다나와)
크기와 더불어
‘역할’도 모니터의 변화를 이끄는 주요 요소이다. 20인치 이하의 작은 모니터가
주를 이루던 시절, 모니터는 말 그대로 PC나 노트북에 연결하는 영상출력장치, 즉
주변기기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모니터 크기가 과거 TV만큼 커지자 이를 다양하게
활용해보고자 갖가지 기능과 단자들이 결합된 모니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PC를
켜야만 비로소 쓸 수 있는 종속적 제품이 아닌 독자적인 제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아날로그 TV방송 종료 걱정 없어! '디지털TV 끌어안은 모니터'
컴퓨터로 TV를 본다는 것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다. TV수신카드가 내장된 PC라면 PC를 켜고,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보면 된다. 그런데 뭔가 대단히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작 드라마 한편을 보기 위해 PC에서 뿜어 나오는 열과 냉각팬 소음을 감당하고, 필요치 않는 전력까지 낭비하면서 봐야하는지 말이다. 그냥 모니터에 TV수신기능을 넣어버리면 될 것을...
이런 생각은 모니터가
커지면서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고, 27인치 모니터를 중심으로 디지털TV 수신 기능이
내장된 제품이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했다(물론 과거에도 TV수신 기능을 갖춘 제품이
일부 나왔으나 20인치 이하로 작고, 아날로그 수신장치를 내장해 활용도는 낮았다).
▲ TV수신 기능을 내장한 모니터
특히 원룸을
중심으로 홀로 사는 가구가 늘면서 30·40인치 이상의 커다란 TV는 작고 좁은 방에서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PC 구입시 디지털TV 수신 기능을 갖춘 모니터를 구입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PC를 켜지 않아도 모니터로 TV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모컨이 있어
편하게 앉아 채널이나 음량 조절이 가능하며, 넓은 화면을 이용 PC 작업을 하면서
화면 한구석으로는 TV를 볼 수 있도록 한 PIP 지원 제품도 나와 있어 1석2조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모니터도 PC주변기기라 전기를 많이 소모하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요즘은 LED 백라이트를 써 발열도 낮고, 소비전력도 27인치인 경우 50~60W 정도로
백열전등 하나 켜 놓는 것과 비슷해 부담이 덜하다.
▲ PC 작업을 하면서 화면 한구석으로는 TV를 볼 수 있는 제품도 있다.
일부 제품에
채택된 어느 각도에서 봐도 왜곡이 없는 광시야각 특성을 갖춘 IPS 패널도 장점이다.
방바닥에 누워서 보거나, 방안에서 왔다갔다 일을 하면서 봐도 정면에서 바라보는
것과 같이 선명하게 화면을 볼 수 있다. 또한 요즘 출시되는 제품은 모두 디지털TV수신
장치를 달았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 시행되는 아날로그방송 종료 걱정도 없다. 태생은
모니터이지만 크기만 조금 작을 뿐 TV로서 성능이나 기능이 전혀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모니터와 TV 모두 들여놓기 부담스럽다면 상당히 유용한 제품이다.
모니터에 USB? 이건 뭐지?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 탈바꿈한 모니터'
모니터는 능동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PC 등 외부에서 보내주는 대로 신호를 받아 화면에 뿌려주는 대표적인 수동 장치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옛 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모니터 뒤쪽에 USB 포트를 달아 플래시 메모리 드라이브 등 USB 저장장치에 담긴 영상과 사진, 음악 등을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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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에 USB 포트를 단 제품도 나와 있다.
이른바 ‘USB재생’ 기능을 갖춘 이 제품들은 PC를 켜지 않아도 모니터 자체만으로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기능을 해 낼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 평소 자주 듣던 음악을 USB저장장치에 담아 들을 수 있고, 추억이 담긴 사진을 슬라이드쇼로 재생해 마치 전자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다. 어제 미처 보지 못한 드라마도 담아 PC를 꺼 버린 채 볼 수 있다. 다만 모니터에 따라 재생할 수 있는 파일 포맷이나 규격이 제한되어 있으니 확인하는 편이 좋다.
▲ PC가 없어도 영상과, 사진, 음악을 척척 재생해내는 모니터
USB 대신 아이폰
도킹 시스템을 채택한 제품도 있다. 아이폰이나 아이팟을 모니터 앞쪽 도킹스테이션에
꽂으면 충전이나 동기화 뿐만 아니라 아이폰/아이팟에 저장된 음악이나 사진, 그리고
동영상을 모니터로 감상할 수 있다.
▲ 아이폰 도킹 스테이션을 탑재한 ‘알파스캔 AOC 2343 i-Monitor’
게임기, 디빅스, 블루레이
'멀티미디어 모두 모여라'
모니터의 달라진 또 하나의 역할을 들자면 더 이상 주변기기가 아닌 멀티미디어의 중심에 섰다는 것이다. D-Sub나 DVI 등 제한된 포트만 두기 보다는 다양한 AV 포트를 달아 플레이스테이션3와 엑스박스360과 같은 가정용 게임기 뿐만 아니라 블루레이/디빅스 플레이어, IPTV 셋톱박스 등 멀티미디어 기기와의 연결성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 특징이다.
▲ 다양한 입출력 포트를 가지고 있는 모니터
거실의 TV처럼 리모컨
버튼 한번만 누르면 입력모드가 바뀌어 PC로 썼다가 게임도 즐기고, 영화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모니터라고 해서 얕잡아 볼 것이 아니라는 것. 제품에 따라서는
오히려 TV보다도 해상도가 높아 선명한 화질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별도의 스피커가
필요 없을 정도로 고출력의 스피커를 내장한 제품, 그리고 3D를 지원하는 제품도
있어 영화보기에 제격이다.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변화가 더딘 모니터. 하지만 요즘 모니터는 더 이상 PC 꽁무니만 쫓는 주변기기가 아닌, 다양한 기능을 넣어 독자적 기기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 나가고 있다. 나아가 거실의 TV가 점차 디지털 디바이스의 허브 역할을 하는 것처럼 PC 모니터도 개인의 스마트 디바이스의 중심으로 꿈을 꾸고 있어 앞으로 모니터의 변화와 활약은 기대된다.
글 / 이준문 테크니컬라이터
기획 및 진행 / 미디어잇 정소라 기자 ssora7@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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