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악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을 응징하는 다양한 영웅들도 존재한다. 대다수의 영웅들은 ‘법’과 ‘정의’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들의 영웅담을 써나가지만 ‘폭력’과 ‘자신만의 정의’로 악을 멸절하는 영웅들 역시 존재한다.
우리가 잘아는 스파이더맨의 코믹북에서 처음 등장한 퍼니셔는 후자에 속하는 영웅이다. 자신의 가족을 몰살하고 돈과 권력으로 법을 농락하는 악당들에게 폭력으로 자신의 정의를 관철시키는 영웅 ‘퍼니셔’.
지난 1월 17일 멀티플랫폼으로 출시된 게임 퍼니셔는 영화와는 다른 오리지널 코믹북을 설정으로 제작된 게임으로 ‘복수’를 위해 잔인무도하게 악당들을 물리치는 그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이다.
▲ 문방구 앞 오락기를 주름잡던 형님께서 돌아오셨다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사실 게임의 겉모습만을 봐서는 맥스페인과 다를게 없어보인다. 게임의 분위기며 심지어는 옆으로 점프하는 모습까지 흡사하다.
▲ 뛰는 모습이 닮았다고 같은 게임은 아니다 |
하지만 퍼니셔는 분명 맥스페인과는 다른 악당을 잔인하게 해치우는 그의 특징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이다. 이런 점은 인간방패, 재빠른 암살, 버서크, 협박 등 다양한 액션에서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종의 폭주모드인 버서크를 제외하고 게임은 기본공격, 재빠른 암살, 붙잡기로 진행된다. 기본공격의 경우 장비하고 있는 무기에 영향을 받으며 총의 경우 양손에 장착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우스 왼쪽버튼을 누르면 왼손에 든 총만 발사된다.
▲ 적을 방패로 삼아 대미지를 경감시킬 수 있다 |
▲ 양손에 무기를 들고 일거에 쓸어버리는 것도 가능 |
양손에 무기를 장비한 경우 마우스 왼쪽버튼을 누르면 왼쪽 총이, 오른쪽 버튼의 경우는 오른손에 든 무기를 발사하도록 변경돼 독특한 조작감을 선사한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잡기액션을 취할 경우 왼손에 든 무기를 버리게 된다는 점을 이용한 전략성 있는 게임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원체 무기가 흔하게 나오는데다가 총알이 떨어질 경우에는 재빠른 암살만으로도 게임진행이 가능해 콘솔을 겨냥한 조작방식이 PC버전에도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기본공격으로만 총격전을 벌인다면 블릿타임이 없는 맥스패인이지만 재빠른 암살 그리고 잡기의 파생액션인 협박으로 퍼니셔는 자신만의 독특한 액션을 선보인다.
적에게 근접하게 되면 게이머는 재빠른 암살과 붙잡기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재빠른 암살의 경우 근접전에서 총알의 낭비를 줄이며 적을 죽이는 용도로 사용되며 특별한 연출과 함께 기본공격에 비해 좀 더 많은 양의 퍼니셔 점수와 버서크 게이지가 상승한다.
잡기를 선택하게 되면 적을 인질로 잡아 인간방패로 사용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 적들에게 던져버려 피해를 입힐 수도, 혹은 협박할 수도 있다.
협박의 경우 크게 4가지 방식으로 나뉘며 특별한 장소에서만 사용가능한 협박들이 존재한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협박방법은 총으로 협박하기, 바닥에 머리찍기, 목조르기, 주먹으로 치기가 있다.
▲ 적을 질식하기 일부직전까지 목을 졸라 협박하는 방법 실제로 보면 눈돌아가는 것이 예술이다...-_-; |
▲ 협박에 성공하면 브로큰이라고 뜨며 진행에 대한 정보나 특전을 얻을 수 있다 |
각각의 협박 방법은 버튼의 조작이나 연타 등의 방식이 아닌 마우스를 상하로 움직이는 것으로 반응한다. 주먹으로 리기를 예로 들면 마우스를 아래로 움직이면 주먹을 뒤로 빼고 위로 밀면 주먹을 앞으로 내밀어 때리는 식이다.
무작정 때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적의 채력과 상하로 움직이는 힘에 따라 달라지는 협박농도를 신경써야 하는데 협박의 성공을 위한 농도를 유지못하게 되면 적의 체력이 다 될까지 패서 죽여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거나 너무 힘이 지나친 경우에는 즉사를 해버리게 돼 협박에 실패하게 된다.
협박에 실패하면 퍼니셔 점수를 잃게되며 성공하게 될 경우 많은 양의 퍼니셔 점수와 함께 일정량의 체력을 회복하게 된다.
▲ 마우스에 조금만 힘을 주면 어떻게 될지는 상상에 맡긴다...-_-; |
그래픽보다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말하는 게임
퍼니셔는 다이렉트X 8.1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만큼 최근 게임들이 앞다투어 내놓는 쉐이더빨(?)에 비교하면 초라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 반질거리는 피부보다는 만화적인 느낌이 원작에 더 부합할지도(왼쪽은 리딕) |
하지만 게임 내에서 ‘아이언맨’과 ‘데어데블’이 등장하는 것과 같이 게임은 영화보다는 만화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으므로 현실적인 그래픽보다는 만화를 연상시키는 그래픽쪽이 오히려 어울린다.
하복물리엔진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정비소에서 사슬에 매달린 엔진을 떨어뜨려 적을 죽이거나 적을 던져 공격하는 등의 연출은 자연스러운 편이었으며 상황에 따라 다른 연출을 보여줬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사운드 부분에 있어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내리기가 어려울 듯싶다. 우선 기둥 뒤에 숨은 적을 피해 너무나 쉽게 등 뒤를 공략할 수 있었으며 등 뒤에 서있어도 1~2초는 지나야 적이 알아채고 반응한다는 것은 게임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보인다.
물론 적이 많이 등장할 경우 그렇게 움직인다는 것은 어렵긴 하겠지만 적이 주인공의 움직임을 쫓는 것이 굼뜬 점은 게임의 난이도를 낮추고 인공지능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 뒤에서 의외로 쉽게 잡히는 반면 |
▲ 차 뒤에 숨어서 이동해도 기가막히게 찾아내는 독특한 인공지능을 보유하고 있다 |
또 적을 잡아던질 경우 발생하는 사운드가 각기 다른 적과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별차이가 없다는 점에서도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발견된다.
구시대적인 그래픽에 단순한 느낌이 없잖아 있지만 협박과 잡기를 이용한 독특한 액션, 그리고 다양한 연출구성은 게임의 단점을 커버한다. 외형적으로는 수수하지만 협박이라는 요소 하나로 얼마나 많은 재미를 줄 수 있는가를 보여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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