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분야의 시리즈물 특히 세틀러와 같이 전통이 오래된 작품일수록 기존팬들과 새로운 유행에 민감한 신규팬들의 입맛을 모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후속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매우 크다.
▲ 초코보, 비공정, 소환수 등의 공통요소를 포함하고 늘 새로운 시스템으로 세대를 불문한 인기를 얻고 있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
▲ 엑스, 제로, 이그제와 같이 유행에 맞춰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인기를 구가하는 록맨 시리즈와 같이 시대와 세대에 영향을 받지 않고 사랑받는 게임을 만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
세틀러 5가 유럽 쪽에서 선행 출시되면서 많은 게이머들은 ‘세틀러’ 시리즈에 대한 많은 기대감을 갖고 접했지만 많이 변한 외모로 인해 이 게임은 더 이상 세틀러가 아니다라는 혹평을 내놓았다.
▲ 동화같은 분위기의 전편 |
▲ 최신작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 워크래프트 3 같은 느낌을 풍기고 있다 |
필자 역시 주변의 반응과 전작들의 이미지와 너무나도 다른 세틀러 5의 모습에 불안감을 갖고, 게임을 시작했을 때 마치 워크래프트 3와 같은 느낌에 거부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테이지를 점차 진행하면서 이런 생각은 성급한 것이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첫인상은 조금 바꿨지만 세틀러는 세틀러였고 특유의 재미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뭔가 다르지만 그래도 재미는 여전했다 |
색채의 변화
세틀러를 연상시키는 첫번째 단어는 아기자기함과 삼국지 시리즈 빰치는 내정을 통한 영토관리이다.
과거 2등신의 올망졸망한 정착민(세틀러)들이 게임화면을 가득 채우며 돌아다니던 것과 달리 세틀러 5편은 3등신의 허우대가 멀쩡하게 생긴 캐릭터들이 중세유럽을 연상시키는 정교한 건축물들 사이를 누빈다.
시리즈 특유의 동화 풍의 귀여운 맛이 떨어진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로우 폴리곤을 적절하게 사용한 정교한 도시의 모습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거대한 도시를 이루게 됨에 따라 하늘 위에서 중세의 대도시를 내려다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 앙증맞은 일꾼들이 돌아다니는 전편과 비교해 세틀러 5는 분주한 중세도시의 느낌이 강하다 |
게임을 처음 접하면 전작들과 다르게 상당히 일반적인 RTS의 느낌을 주는 부분이 많은 편이다. 직접 조정이 가능한 영웅과 일꾼들을 이용해 도시를 키워나가고 군사를 양성한다는 느낌은 일반적인 RTS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정착민들을 이끌어주었던 정원사, 도적, 지질학자 등은 이제 일꾼이라는 하나의 유닛으로 그 기능을 통합, 건물을 짓는 것만으로 알아서 정착민들이 이동해 작업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 일꾼하나면 만사 OK! |
▲ 모든 자원은 다이렉트로 채집&가공된다 |
광산과 같이 자원을 획득하는 건물은 전작처럼 채광을 한 뒤에 대장간이나 석공조합으로 다시 옮기는 과정없이 바로 그 자리에서 자원포인트가 올라가는 방식으로 변경돼 전작과 같이 하나의 자원을 얻기 위해 여러 단계의 건물을 거치고, 자원을 이동시키는 불편함은 사라졌다. 하지만 단순히 최근 RTS게임에서 사용하는 자원포인트의 개념으로 평가절하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쉽고 편리하게 전작의 매력을
자원채집이 다소 단순해진 경향이 있지만 대학을 이용한 건축물의 업그레이드와 기술의 발전, 광대한 맵을 장악해간다는 느낌의 진행방식은 여전히 세틀러 특유의 매력을 게이머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처음 주어진 일꾼만을 이용해 원시적으로 자원을 채집하던 것을 광산을 건설하고 공방을 제작하며 공방을 발전시켜나가면서 점차 자원의 획득속도와 문명의 발전속도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 차근차근 내정을 다듬어 거대한 왕국을 일궈나가는 전작의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 맵이 무진장 크다 |
▲ 광활한 대지를 개척하고 자신의 왕국을 완성시켜나가는 재미가 솔솔하다 |
주민의 먹거리와 휴식은 세틀러 5편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작업장 근처에 주거지와 식량을 먹을 수 있는 농장이 부족할 경우 모닥불을 피우고 실외에서 캠핑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시각적으로 쉽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광산을 통해 자원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 공방을 통해 자원을 생산한다. 공방에서 생산되는 자원의 경우 시장, 마을회관을 정착민들이 왕복하는 과정에서 이뤄지게 되고 이 과정을 간소화 할수록 빠른 속도로 자원을 획득할 수 있다.
▲ 농장과 주거지가 없으면 캠핑을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 운송이라는 부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공방에서 생산된 물품을 판매하는 시장의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 |
이로 인해 시장과 공방, 주거지, 농장의 배치에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하며 공방을 짓기 시작하면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는 대학과 공방의 기술연구가 서로 맞물려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공방의 연구결과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공방과 시장 같은 건물들은 많은 공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나무를 베어내어 건물들을 배치할 공터를 확장시켜줘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실제 정착을 위한 개간과 같은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 이것도 업그레이드하고~ 저것도 업그레이드하고~ |
▲ 초반에는 집을 지을 수 있는 곳보다 나무가 더 많다. 환경보호는 패배의 지름길! 열심히 나무를 베어내자! |
영웅의 등장과 모험, 그리고 단점
세틀러 5가 전작들과 비교해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을 꼽으라면 바로 영웅들의 등장일 것이다. 새로 등장한 영웅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게 하는 캐릭터로 장점을 꼽는다면 강력한 능력으로 인해 초반에 많은 수의 병력을 양산하기보다는 개척과 개발에 많은 부분을 투자할 수 있다는 점과 영웅을 중심으로 한 워크래프트 3를 연상시키는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 느낌표는... |
▲ 뭔가와 닮았군...-_-; |
단점을 꼽으라면 초반에 워낙 강력한 영웅의 능력으로 인해 적들이 오는 주요 길목에 영웅만 몇 명 배치해놓으면 적에 대한 걱정 없이 편안히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과 영웅이 부활하는 쿨타임이 짧아 병력의 열세가 있어도 큰 긴장감 없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긴장감은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며 가뜩이나 스테이지 진행속도가 오래 걸리는 게임에 단점으로 작용해 게임을 쉽게 지루하게 만드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부분은 정해진 길목으로만 중점적으로 공격해오는 적들의 인공지능이 미치는 영향도 있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갈림길에서
워크래프트, C&C과 같은 시대에부터 시작해온 세틀러. 특유의 기다림의 미학은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에서 코에이의 삼국지와 같은 여유를 볼 수 있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이런 기다림의 미학은 세틀러 5에서도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강력한 영웅시스템은 게임을 좀 더 스피디하게 진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최신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입맛을 맞추는 것에 성공한 것일까?
그 점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과거의 전통을 살리기 위해 준비된 너무나 광대한 맵과 다양한 업그레이드 요소는 그런 스피디한 진행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거대한 여객선에 퀘속정의 모터를 단것과 같은 부조화를 이루고 있다.
부디 세틀러가 자신이 갖은 장점을 잊지 않고 게임특유의 느림의 미학처럼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천천히 과거와 신규 게이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게임에 임하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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