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2월 3일 PS가 발매될 때 ‘릿지 레이서’를, 2000년 3월 4일 PS2가 발매될 때 ‘릿지 레이서 Ⅴ’를 발매하는 등 SONY가 새로운 게임기를 발매할 때마다 든든한 지원군을 제공했던 남코. 2004년 12월 12일 PSP가 발매될 때 역시 ‘릿지 레이서즈’를 발매해 변함없이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발매되는 PSP 역시 동시 발매 타이틀에 릿지 레이서즈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리뷰를 통해 정식으로 발매되는 릿지 레이서즈의 구입에 참조해보자.
▲ SONY가 게임사업에서 빠른 시일 내에 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남코의 공이 크다 |
이거 정말 휴대용 게임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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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PSP에
새로운 미디어 UMD를 넣고 게임을 시작하면 잠시 당황스러운 장면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휴대용 게임기로서 놀랄(?)만한 로딩속도인 10초 정도의 로딩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롬 카트리지를 사용하는 게임보이를 위시하는 휴대용 게임기의 빠른 로딩속도에
비하면 참으로 놀라운 첫 경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사실 이 정도의 로딩속도는
광학 매체를 사용하는 거치형 비디오 게임기에서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즉, 거치형
비디오 게임기를 플레이하는 기분으로 릿지 레이서즈의 로딩을 기다린다면 그리 불편할
것이 없다는 얘기다.
게임을 즐길 때에는 레이스 선택부터 리플레이까지 로딩 없이 계속되기 때문에 한 번 로딩으로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어 이런 불만은 더욱 사그라진다. PS로 처음 등장한 릿지 레이서와 마찬가지로 차를 고른 후 레이스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전까지 BGM을 고를 수 있는 인터페이스도 마음에 드는 부분. 또한 게임을 한 번만 시작하면 이후에는 슬립 모드를 활용해 재기동에 걸리는 로딩시간을 해결할 수 있는 점도 친절한 배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기술의 진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픽
코스로
나가 레이스를 달려 보면 휴대용 게임기답지 않은 그래픽 엔진을 탑재한 PSP답게
압도적인 그래픽 퀄리티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플레이어의 눈에 파고든다.
차량의 반들거리는 질감, 코스 노면의 미묘한 차이, 산 정상과 해안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장대한 파노라마와 그 광경이 가지는 막대한 정보량의 처리…. 보통
이런 모습들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지만, 타임
어택 모드에서 천천히 드라이브를 즐기며 이 요소들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휴대용 게임기로 이 정도의 레이싱게임을 할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
제작진의 피땀이 어려 있는 사운드
릿지
레이서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테크노 풍의 BGM을 선호한다. 릿지 레이서즈 역시 플레이어가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흥겨운 퀄리티의 테크노로 무장되어 있다. 소리 하나하나의
세심한 레코딩, 음의 위상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하이파이 사운드는 MP3, ATRAC3
플레이어로서의 기능을 가진 PSP의 또 다른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미
남코를 떠났던 릿지 시리즈의 개발자들까지 모두 다시 모여 신곡을 만들고 원곡을
리메이크하는 등 개발자들의 정성이 그 어느 부분보다 녹아든 부분이기도 하다(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릿지 레이서즈의 사운드트랙은 일본에서 4월 27일, 3,150엔에 발매될
예정이다).
빵빵한
볼륨, 역대 최다의 코스
PSP에 적합하게 개량된 코스
릿지
레이서즈에는 역대 최다인 총 24개의 코스가 등장한다. 역대 릿지 레이서 시리즈…라고
하면 좀 어폐가 있는 말이지만, 어쨌거나 릿지 레이서, 릿지 레이서 레볼루션, 레이지
레이서, R4, 릿지 레이서 Ⅴ에 등장했던 코스가 리뉴얼되어 20개, 이들 코스 못지않게
완성도 높은 새로운 코스가 2×2개 추가되어 총 24개가 등장하는 것이다.
리뉴얼된 코스는 기본적으로 원작에 등장했던 코스보다 코스의 너비가 넓어졌거나 개선된 곳이 몇 곳 있어 보다 쾌적하게 달릴 수 있게 됐다. 물론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는지의 여부는 코스에 어울리는 머신의 선택과 코스 레이아웃을 읽는 플레이어의 능력에 더욱 크게 의존하겠지만, 도로의 너비가 넓어져 릿지 레이서즈의 백미인 드리프트와 니트로 사용이 더 편해졌다는 건 분명하다.
▲ 시리즈의 팬이라면 눈에 익은 코스가 많을 것이다 |
차량을 모으는 재미
릿지
레이서즈의 차량은 클래스 1부터 클래스 6까지 여섯 단계로 나뉘며(높아질수록 고성능
차량) 각 클래스에는 기본적으로 9대씩 차량이 제공된다. 물론 클래스 카테고리 이외의
차량을 비롯해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 등장하는 차량을 포함하면 그 볼륨은 대폭
늘어난다. 시리즈의 팬들이 모두 기대하는 그 차량도 등장하므로 하나씩 차근차근
차량을 모아가는 컬렉터로서의 재미도 느껴보기 바란다.
▲ 총 몇 대가 등장하냐고? 그건 여러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
초보부터 고수까지 입맛대로 고르는 손맛
주행
차량의 핸들링(드리프트) 세팅은 스탠다드, 마일드, 다이나믹 등 3가지가 차종별로
설정되어 있다. 스탠다드는 말 그대로 표준을 의미하는데, 미끄러짐이나 카운터에
대한 반응이 적당해 처음 즐기는 사람이라면 스탠다드가 적합하다. 미끄러지기 쉬운
차량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 한 번의 스티어링 조작이 시간 단축 결과에 직결되는
본격 레이스 감각을 맛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역시 다이나믹 모드가 좋다. 반면 그립을
중시해 코너링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마일드를 추천한다.
게임 후반부의 투어에서는 다이나믹이 부족할 정도로 하이스피드 배틀이 되기 쉽다. 어려운 조작을 강요당하는 가운데 얼마나 적응이 빠른지, 라이벌 차량들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가 게임 승패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된다.
똑똑한 A.I
게임 내에서
라이벌 차량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녀석들은 코너에서 적극적으로
드리프트를 시도하며 니트로 역시 절묘한 순간에 자주 사용해 플레이어 입장에서
보면 아주 얄미운 녀석들이다. 또한 스타트 후 착실히 경쟁차량을 따라잡아 순위를
올려가다 보면 꼭 코너링을 할 중요한 순간에 이 녀석들이 등장한다. 코너링 베스트
라인에 느닷없이 끼어드는 녀석, 일부러 실수라도 하는 듯 플레이어의 차량에 부딪혀오는
녀석 등 정말 증오의 아우라가 솟구치게 만드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이런 요소들은
플레이어의 경쟁심과 승부욕을 더욱 자극하는 요소로 승화해 게임에 몰입하게 해준다.
마음껏
즐겨라, 월드 투어 모드
월드 투어 모드는 카테고리마다 약 10 종류씩 묶여있는 투어를 클리어해 가는 모드다. 카테고리에는 BASIC, PRO, EX의 세 종류가 있으며 각 투어는 짧게는 2개의 코스, 많은 건 6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어 이들 투어를 모두 클리어하는 것이 월드 투어 모드의 목표. 긴 투어의 경우 순조롭게 랭킹을 차지해 클리어한다고 해도 클리어에 약 30분 정도 걸린다. 평균 잡아 하나의 투어를 클리어하는데 20분 정도 걸린다고 가정하면 39개의 모든 코스를 클리어하기 위해선 13시간이 필요하다. 레이싱게임의 특성상 장시간 연속 플레이가 힘들기 때문에 이 정도의 볼륨은 정말 풍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코스만을 짜깁기해 만든 투어냐, 그건 아니다. 투어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말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클래스 1의 코스에서는 무조건 달려 규정순위를 만족시키면 되는 간단한 컨셉이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리듬과 템포가 다른 코스가 교묘하게 묶여 등장한다. 역주행 코스가 초반 투어에 등장하기도 하고 특정 코스를 모은 투어와 ‘그 차량’과 대결하는 장면 등 배리에이션도 풍부해 장시간 즐겨도 질리지 않고 플레이를 계속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내게 맡겨 투어’ 모드의 탑재다. 앞서 설명에서 투어는 평균 2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휴대용 게임기의 특성상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언제나 20분 이상이라는 법이 없다. 때로는 지하철을 기다리며 5분, 때로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10분 등 플레이어의 스케쥴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이때 ‘내게 맡겨 투어’를 이용하면 플레이어의 설정에 따라 투어 내용을 자동으로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10분 정도의 투어를 즐기고 싶다면 ‘내게 맡겨 투어’ 모드를 통해 그 시간에 맞춰 끝낼 수 있는 투어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 릿지 레이서즈의 메인 모드인 월드 투어 모드 |
▲ 일종의 자동 생성 모드인 ‘내게 맡겨 투어’의 탑재는 정말 획기적이다 |
릿지
레이서즈의 백미인 니트로 시스템
레이싱게임에서 일정시간 폭발적인 가속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으로 자주 채택되어 온 ‘니트로 시스템’이 드디어 릿지 레이서즈에 도입됐다. 릿지 레이서즈기 때문에 이 니트로 시스템의 도입은 더욱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니트로는 최대 3개까지 모을 수 있는데, 니트로 게이지 중 하나의 약 절반만이 차 있는 상태로 게임은 시작된다. 이 게이지를 어떻게 하면 채울 수 있느냐, 바로 릿지 레이서의 특징인 드리프트를 통해서다. 드리프트를 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니트로 게이지는 많이 모이며 이렇게 모인 니트로 게이지를 통해 고속 드리프트가 가능해진다. 즉, 드리프트가 니트로를, 니트로가 드리프트를 낳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니트로를 사용할 때 이루어지는 드리프트로는 니트로 게이지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니트로의 사용시간이 끝나 머신의 기본 성능 이상으로 속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드리프트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얼티밋 차지). 다시 말해 직선 코스 후 코너가 기다리고 있는 장소가 얼티밋 차지를 사용하기에 적합한 포인트인 셈. 그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 니트로를 모으고 코너 입구에서 니트로의 사용시간이 정확히 끝나는지를 플레이어가 조절하느냐에 따라 랩 타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물론 투어 모드보다 0.1초를 아껴야 하는 타임 어택 모드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 니트로를 제압하는 자, 경기를 제압할 것이다 |
이 모든 준비과정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엔진이 평소엔 들은 적 없는 회전음을 뿜어내고 있을 때 니트로는 놀랄 정도로 쑥쑥 차오른다. 진입속도와 코너의 길이, 코스 공략의 각도에 따라 코너가 끝나는 시점에서 다시 니트로 게이지가 하나 모일 정도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코너가 나올 때마다 니트로를 사용해 얼티밋 차지를 활용하면 사용한만큼의 니트로 게이지를 그대로 회복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사용하는 차량마다 다른 드리프트 사용 시작 지점, 코너링 시의 그립 포인트, 코스 기복 상황의 파악, 속도마다 달라지는 코스의 경향…. 릿지 레이서즈에서 더 빠른 랩타임을 끊기 위해서는 이처럼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여기에다 니트로 개념이 더해져 릿지 레이서즈는 그 동안의 레이싱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의 짜릿함을 제공한다. 물론 모든 플레이어가 이를 맛볼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노력 끝에 한발씩 니트로 게이지의 활용을 배워간다면 그 끝에 ‘릿지 레이서즈’의 새로운 경지가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다. 니트로 시스템은 이 정도로 대단한 요소인 것이다.
▲ 무선 LAN 기능을 이용한 멀티 플레이 모습 |
▲ 멀티 플레이 모드에서 니트로를 사용해 상대를 추월하는 느낌은 정말 짜릿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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