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초의 영웅이자 비운의 주인공으로 특히 그 드라마성이 높은 미나모토노 요시츠네를 주인공으로 삼은 게임이 최근 눈에 많이 띠고 있다. 이번 리뷰의 대상인 요시츠네 영웅전을 비롯해 소녀 요시츠네전, 겐지 이야기, 요시츠네기 등 요시츠네를 소재로 한 게임이 가히 우후죽순격으로 쏟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 왼쪽이 요시츠네기, 오른쪽이 겐지 이야기다 |
미나모토노 요시츠네가 매력적인 캐릭터긴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게임들이 이렇게 나오는 데에는 사실 다른 이유가 있다. 일본의 국영방송 NHK가 대하드라마로 ‘요시츠네’를 방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NHK의 대하드라마라면 엄청난 스케일과 막대한 제작비로 언제나 톱시청률을 보장한다는 흥행의 보증수표와도 같기 때문에 그 반사효과를 노려 이렇듯 다수의 게임이 제작되고 있는 것이다.
요시츠네 영웅전은 일본에서 지난 1월 13일 발매됐다. 공교롭게도 NHK의 대하드라마 ‘요시츠네’ 방영시작과 맞춰 발매된 셈. 요시츠네 영웅전은 타임리(timely) 작품이긴 하지만 타이업(tie-up)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작품이 그리고 있는 주인공 인물상은 드라마의 배역이 아니라 대중문학과 연극 등으로 일반인들이 넓게 인식하고 있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 사실 요시츠네는 전장에서 용맹을 떨치는 무장이 아니라 작전을 입안하고 불확정요소를 최소화시키는 군략가에 가깝다 |
화려한
액션 + 전략적 요소의 믹싱
심플한 조작법
게임은 스테이지
클리어 형식으로 플레이어는 우시와카마루(요시츠네의 아명)와 요시츠네를 직접 조작해서
전장을 헤쳐나가게 된다. 스테이지마다 최대 2명의 대장, 대장과 주인공마다 최대
4명까지의 병사와 동행할 수 있지만 대장과 병사는 플레이어가 컨트롤할 수 없으므로
실질적인 플레이어 캐릭터는 1명뿐. 주인공과 대장, 병사는 항상 한덩이가 되어 행동하며
적과 만났을 경우 대장과 병사는 자동적으로 전투를 시작한다. ‘작전’ 커맨드를
통해 미리 명령을 내려두면 ‘제사(일제사격)’와 ‘강습’ 등 플레이어의 의사를
반영한 특정 전투행동을 펼치기 때문에 국면을 유리하게 진행시킬 수 있다.
조작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왼쪽 스틱으로 이동, 오른쪽 스틱으로 시점이동, ○△□×로 방어, 점프, 대공격, 소공격, R1과 L1 버튼으로 대장과 병사들에게 내리는 명령을 변경할 수 있으므로 이런 류의 게임을 해본 적이 있다면 금방 익숙해질 수준.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른쪽 스틱에 의한 시점이동이 상당히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는 반면 자동으로 시점을 맞춰주는 오토 기능이 없어 게임 초기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부분이다. 또한 스테이지 시작 직후에는 줌인 상태로 되어 있어 아군을 포함한 주위의 전황을 파악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오른쪽 스틱을 앞으로 당겨 줌아웃 상태로 만든 후 게임을 진행했다.
▲ 처음 시작할 때의 줌인 상태. 캐릭터가 커서 전투 액션에 박진감이 넘치지만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
▲ 줌아웃으로 바꾼 상태. 화면 안쪽에서 적 궁병이 저격하고 있는 모습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실용성 면에서 유리하다 |
다양한 공격법
요시츠네 영웅전은
□ 버튼으로 약공격, △ 버튼으로 강공격이 가능한데 타이밍에 맞게 버튼을 눌러주기만
해도 화려한 연속공격이 펼쳐진다. 물론 기술 중에는 일부 기술 사이에 틈이 큰 것들이
있어 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이런 기술을 사용했다간 적들의 공격에 기술이
중간중간 끊길 위험이 많으므로 상황에 따른 기술사용이 매우 중요해진다. 활로 공격해오는
적에겐 ○ 버튼으로 방어하면서 단숨에 거리를 좁혀 처리하는 것이 기본.
이런 기본공격 외에 요시츠네 영웅전에는 특수공격 패턴으로서 ‘순살’, ‘숨통 끊기’, ‘마상공격’이라는 공격법이 존재한다. 순살은 적 캐릭터에 대해 랜덤으로 발생하는 기술인데, 이게 성공하면 적은 남은 체력에 상관없이 한방에 없앨 수 있는 효과적인 기술이다. 캐릭터 능력치 중 기량이 높으면 발생하기 쉽지만 적 무장 등 보스 캐릭터에게는 효과가 없다. 숨통 끊기는 공격 직후에 비틀거리거나 쓰러질 듯 휘청거리는 캐릭터를 확실히 끝장내는 기술로 순살과 함께 요시츠네 영웅전의 호쾌함을 대변해주는 기술이다. 마상공격 역시 말에 타서 주변의 적을 흩어버리거나 말로 상대를 날려버리는 등 호쾌함을 강조하고 있다.
▲ 말을 탄 채 적들을 날려버리는 호쾌함은 발군이다. 단, 대미지는 기대하지 말자 |
작전을 통해 전장을 더욱 유리하게
앞서
잠깐 언급했던 ‘작전’ 역시 요시츠네 영웅전의 특징 중 하나다. R1 버튼(제 1 대장)과
L1 버튼(제 2 대장)으로 작전을 표시시킨 채 대응하는 □, △, ○ 버튼 중 하나를
누르면 OK. 각 버튼에 대응하는 작전은 스테이지가 시작되기 전에 ‘부대표’에서
장비하는 아이템을 변경함으로써 바꿀 수 있는데, 작전 아이템은 스테이지 도중에
나무상자나 항아리를 파괴해서 얻거나 클리어 후 얻는 보너스를 통해 얻는 등 두
종류의 방법이 있다.
무장에 따라서는 전용 작전 아이템이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이용법을 염두에 두면서 스테이지를 진행하는 ‘전략적인 사고’를 필요로 한다. 플레이어에 따라서는 작전에는 신경쓰지 않고 오직 힘으로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을 법 한데, 이건 어디까지나 난이도 ‘이지’ 또는 ‘노멀’에서의 이야기. 난이도 ‘하드’의 경우 적의 종류와 출현위치를 파악해서 작전을 유효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최강장비+최고레벨 상태라도 쉽게 도륙당하는 어려운 스테이지도 있다.
일단 클리어한 스테이지는 요시츠네 이외의 무장을 조작 캐릭터로 골라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익숙해질 때까지는 기본적으로 요시츠네와 두 명의 서포트 캐릭터로 공략 패턴을 익히는 것이 좋다. 이는 작전을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가 ‘대장’에 한정되고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고 있는 캐릭터는 작전을 일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 초보자부터 마니아까지 폭넓은 플레이어 층을 상정하고 조정한 결과겠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 스테이지 시작 전에 적들의 정보를 반드시 체크하자 |
▲ 적절한 작전 하나 열 무장 안부럽다 |
육성
+ 성장 요소의 드레싱
플레이어 편의 주요 캐릭터는 주인공 요시츠네를 비롯해 무사시보 벤케이, 사토 형제, 시즈카 고젠, 수나 요이치 등 헤이지 이야기의 친숙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또한 보너스적인 요소로 프롬 소프트웨어의 다른 작품 ‘천주’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 ‘린’이 깜짝 출연한다. 좀 생경스런 상황이긴 하지만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린을 오슈의 상인 요시츠구가 거두어 키웠다는 설정이라 원래 세계관과 큰 위화감 없이 원만하게 녹아들고 있다.
▲ 제작사가 같기 때문에 이런 보너스도 가능하다 |
이들 주요 캐릭터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해서 획득한 ‘성장 포인트’를 이용해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체력의 상한선이 올라가는 ‘체력’, 명령의 수행에 영향을 미치는 ‘기세’, 한방한방의 대미지가 늘어나는 ‘공격력’, 상대에게서 입는 대미지를 줄이는 ‘방어력’, 순살이 나올 확률을 올려주는 ‘기량’, 휘하 병사들이 얼마나 강한지에 영향을 주는 ‘통솔력’을 각각 10단계까지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주요 캐릭터뿐만 아니라 휘하 병사들도 전장에서 획득한 경험치에 의해 레벨이 올라가긴 한다. 하지만 병사들은 기본적으로 소모품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한번 쓰러지면 그걸로 끝(스테이지 도중 체력이 0이 되면 부상병 처리되는 주요 캐릭터와는 대우가 틀리다). 스테이지 클리어 후 평가에 따라 새로운 병사들이 계속해서 지원해오기 때문에 병사들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모품임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이름이 있고 능력치에서도 개인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에 따라서는 이들에게까지 따뜻한 애정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스테이지를 진행하며 플레이어 캐릭터로 적들의 체력을 줄여놓은 후 병사들이 처치하게 하면 좀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 병사들에까지 애정을 기울이며 진행하느냐, 그냥 소모품으로 대우하느냐는 플레이어에게 달려 있다.
▲ 주요 무장뿐만 아니라 병사들도 나름대로 성장해간다. 애정을 나눠줄 것인지는 플레이어의 자유 |
한쪽으로
치우친 시점은 아쉽다
총 15개의 스테이지로 이루어진 요시츠네 영웅전은 그럭저럭 볼륨감도 괜찮은 편이고 각 스테이지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들이 텍스트 형식으로 정리되기 때문에 헤이지 이야기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게임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이벤트 무비를 포함해 게임 내의 연출 대부분이 요시츠네 측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이기면 충신, 지면 역적이라는 격언처럼 이긴 측의 자료는 역사에 남고 미화되기 마련이다. 한쪽이 천륜을 거스를 정도의 천인공노할 100% 악인이라면 몰라도 단순히 권력싸움에서 이긴 쪽을 영웅, 진 쪽을 악인으로 단정한다면 이는 역사를 왜곡하는 또 다른 선례가 될 것이다. 타이라 가문이 어째서 미나모토 가문과 대립했는지, 이들 사이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를 게임 내에서 제대로 그렸더라면 게임에 좀 더 몰입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부분이다.
▲ 타이라 가문의 무장들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추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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