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택이 개발하고 YNK코리아가 퍼블리싱하는 웹게임, '영웅서유기' 가 지난 3일부터 12까지 9일간 1차 CBT를 실시했다. 리얼 PvP 웹 RPG를 표방하고 있는 '영웅서유기' 는 실험적인 콘텐츠로 무장하기 보다는 기존의 웹게임들에서 재미가 검증된 시스템들을 한데 모아 놓은 느낌이다. 자원 축적, 군사 징집, 기술 개발 등 일반적인 웹게임 시스템은 물론이고, RPG적 요소인 스킬트리 시스템과 인스턴트 던전까지 구현하여 친숙하고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영웅서유기’ 의 전투는 SRPG형식으로 진행되어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었고, '삼계경기장' 이라는 PvP 모드까지 도입해 유저간 심리전도 즐길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재미요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고의 재료가 음식의 맛을 보증해 주지 않듯, 기존의 게임들에서 검증된 시스템을 하나의 게임에 구현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게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앞서 말한 다채로운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지지 않았고, 그 외에서도 어색하거나 불편한 점이 눈에 띄었다.
요괴 성주에 인간 영웅?
‘영웅서유기’ 는 선족, 요괴, 인간 3종족의 갈등이 메인 테마이다. 유저는 세 종족 중 하나를 선택해서 성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각 종족은 특징이 다르다. 선족은 자원의 생산과 방어에 뛰어나지만 공격이 부실하고, 요괴는 전투와 공격은 우수하지만 방어가 약하다. 인간은 어느 한 쪽에 특별히 치우치지 않은 평균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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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인간, 신선, 요괴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 해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종족 특성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필자는 요괴가 마음에 들어서 요괴를 선택했는데, 종족에 상관없이 술집에서 요괴를 비롯한 인간, 선족 영웅도 고용할 수 있었다. 더욱이 게임 플레이 시간이 늘어갈수록 영웅 시스템은 종족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인상까지 받았다. 왜냐하면 성지가 발전하면 고용할 수 있는 영웅의 수 역시 늘어나고, 결국 종족에 상관 없는 다양한 영웅을 보유할 수 있었다.
또 영웅을 고용했다고 해서 마음껏 부려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레벨에 따라 차등적으로 책정되는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거나 전투에서 패배했을 때는 충성도 수치가 하락하는데, 충성도가 일정 수치 이하로 하락하면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예를 들면, 충성도가 60이하로 내려가면 전투에 투입시킬 수 없고, 40이하로 내려가면 건설 및 내정에 임명할 수 없었다. 필자의 경우는 충성도 시스템의 존재를 몰라서 제일 처음 고용해서 정든 영웅을 영문도 모른 체 떠나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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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뿐 아니라 얼굴도 바꿀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
어디 한번 퀘스트와 던전을 즐겨볼까?
‘영웅서유기’ 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던전, 퀘스트, 성지발전 등의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유저는 임무를 완수해서 얻은 자원과 병력으로 던전에 도전할 수 있고, 던전에서 얻은 아이템을 성의 발전에 다시 소비하여 세력을 키울 수 있다. 이처럼 콘텐츠들이 순환고리를 형성함으로써 단기적인 목표가 생겨나고 계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했다.
성내의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각각의 건물들은 최대 20등급까지 승급할 수 있다. 건물의 등급이 5가 되면 승급하기 위한 조건으로 다소 생소한 물품을 요구하는데 이런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이 던전 클리어와 임무 수행이다.
던전은 일일 도전횟수가 정해져 있는 인스턴트 형식으로, 여러 관문을 순차적으로 돌파하는 직선적인 구조이다. 만약 던전을 클리어하기 전에 병력이 전멸해도, 즉각적인 추가파병을 통해 그 위치에서 즉시 재도전할 수 있다. 그러나 안일한 인해전술은 금물이다. 하루에 도전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고, 추가파병 또한 도전횟수를 소모하기 때문에 재도전할 심산이라면 오히려 더욱 신중하게 고심할 필요가 있다. 던전의 난이도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쉬움 난이도의 ‘혈마궁’ 던전 조차 5번째 관문은 돌파하기 어려워 일일 도전횟수 3번을 소모한 유저들이 부지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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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들이 눈에 익은 것은 기분 탓이다
영지를 발전시키다 보면 자원의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자원 생산 시설을 승급시켜도 자원은 쉽게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주변의 황무지를 약탈해서 자원을 획득할 수 있다. 약탈은 늪지, 산지, 삼림, 호수 등 지형별로 다양한 자원을 제공하지만 병력이 필요하고, 또한 던전을 클리어했을 때 얻는 칭호까지 필수로 요구한다. 성지발전, 퀘스트, 던전 등의 이기적 순환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영웅서유기’ 에서 두각을 드러내려면 성지의 발전, 영웅의 성장, 군사력 강화 세 가지를 동시에 챙길 수 있어야 한다.
PvP의 핵심, ‘삼계경기장’
‘영웅서유기’ 가 전면에 내세운 ‘삼계경기장’ 은 PvP 콘텐츠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투기장 시스템이다. ‘삼계경기장’ 은 우측 하단의 경기 메뉴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 클릭 한번으로 편리하게 입장할 수 있다. 웹게임의 특성상 명령 하나를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자칫 대기 시간이 지루해지기 쉬운데, 그 자투리 시간 동안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성지가 발전하면서 건물의 건설 완료 예상 시간이 1시간을 넘곤 했는데, 이 때 요긴하게 즐긴 시스템이 ‘삼계경기장’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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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병종을 뽑을 수 있지만 원하는 만큼은 못 뽑는다
필자는 ‘삼계경기장’ 에서 체스 혹은 바둑 같은 느낌을 받았다. 왜냐하면 1 vs 1 형식으로 전투가 진행되어 제 3자가 간섭할 수 없을뿐더러, 양측 모두 임시로 제공되는 제한된 병력을 갖고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강력한 유닛은 인구수를 많이 차지하고, 약한 유닛은 한번에 많은 수가 전투에 참여할 수 있어 유저의 전략적인 병력 선택이 특히 부각된다. 또한, 인솔자로 지정한 영웅의 레벨을 제외하면 명성, 랭킹, 레벨 등 유저의 실력 외적인 부분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도 전략성을 부각시킨다.
전투는 턴제 SRPG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전투의 양상을 미리 머릿속에 그려보는 전략적 플레이가 필요하다. 실제로 필자는 18레벨의 영웅을 ‘삼계경기장’ 에 참전시켜 13레벨 상대의 유닛을 1마리도 못 죽이고 전멸당했는데, 그 이유는 아군의 피해를 급감시키는 선족의 기술 등 상대방 유닛이 사용하는 스킬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아군의 피해를 급감시키는 선족의 기술을 모른 채 달려든 결과이다. SRPG의 전략성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영웅서유기’ 의 ‘삼계경기장’ 을 비롯한 전투에서 차별화된 재미를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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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용의 결과는 보통 이런 식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전투에서 영웅이 직접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영웅은 총지휘관의 역할을 맡아 병력을 인솔하고, 패시브 스킬을 적용하는 소극적인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다. 필자는 내심 영웅의 멋진 전투를 기대했던 터라 섭섭함을 느꼈다.
그러나, ‘삼계경기장’ 도 마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유저가 성지발전에 힘쓰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인지 ‘삼계경기장’ 을 즐기는 유저가 많지 않았다.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 PvP를 즐기려고 온 ‘삼계경기장’ 에서 상대를 찾기 위해서 또다시 기다려야 하는 불상사도 자주 일어났다.또한, 패배할 경우 충성도가 하락하고 영웅의 레벨에 따라서 입장료는 상승한다. 때문에 아무런 대비 없이 그저 시간이나 때울 요량으로 ‘삼계경기장’ 에 참가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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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수 앞을 살피라는 격언이 잘 어울리는 전투
아~ 이런 건 아쉬운데?
또 다른 문제점은 게임에서 사용 중인 텍스트와 단어들이 직관적이지 않고, 통일성이 결여된 것이다. 예를 들어, 게임 자원 중 하나인 ‘식량’ 은 종종 ‘곡물’ 로 표기되어 있어 가끔 혼란을 가져온다. ‘식량’은 인구 수를 표현하는데도 자주 쓰이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식량’뿐만 아니라 ‘술집’ 과 ‘주점’, ‘암시장’ 과 ‘시장’ 등이 혼용되고 있는 것 또한 발견할 수 있었다. ‘황금’ 과 ‘금화’ 역시 마찬가지다. ‘황금’ 은 자원 중의 하나이고, ‘금화’ 는 유료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게임머니의 단위이기 때문에 ‘영웅서유기’ 를 처음 접하는 유저라면 누구라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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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과 금화는 다르고 곡물과 식량은 같고 또 인구는 다르다
‘삼계경기장’ 을 비롯한 ‘영웅서유기’ 의 전투는 확실히 재미있다. 그런데 ‘삼계경기장’ 을 즐기는 유저가 소수인 이유는 바로 접근을 유도할 장치의 부족이다.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삼계경기장’ 이 무엇이고, 왜 ‘삼계경기장’ 에 가야 하는지를 전혀 알지 못한 체 플레이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또한 퀘스트를 통해 유저들의 적응을 돕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퀘스트 내용이 성지 발전에 치우쳐 있어 플레이어간 대결인 ‘영지전’ 은 소홀히 다룬 느낌이었다. 게임의 대표적인 시스템인 ‘증오 시스템’ 은 패배한 유저를 강하게 만드는 것으로, ‘영지전’ 을 재미있게 만드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필자가 제발 ‘영지전’ 좀 해보자고 외쳐보아도 유저들은 영지 발전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이 것은 유저들이 문제가 아니라 게임의 핵심 콘텐츠가 유저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때문이다. 다음 테스트에선 유저 편의와 더불어 각종 시스템을 즐길 유도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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