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바다의 해적들
배를
이용한 해적질은 인류가 배를 건조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발생했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해적의 황금시대'라고 불리는 시기는 1690년부터 1730년의 기간을 말한다. 불평등한
사회 환경과 불안한 정치, 경제적 상황은 많은 이들을 자유와 모험, 부를 추구하는
해적으로 변하게 했고, 이들은 자신들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하며 바다를 무대로 활동을
벌였다.
카리브해는 해적의 바다로 변했고 바하마 섬은 해적의 제국이 되었다. 지구의 반대편 마다카스카르도 해적선의 천국이었다. 잔인함으로 악명 높았던 블랙비어드, 해골과 뼈를 교차시킨 해적 깃발을 처음 사용한 엠마뉴엘 와인, 가장 성공한 해적이라고 불리우는 바돌로뮤 로버츠, 그리고 보물을 섬에 숨긴 것으로 유명한 윌리엄 키드 등이 황금시대에 악명을 떨쳤던 대표적인 해적들이다.
▶ 최근 개봉작인 「캐리비안의 해적」 |
‘로빈슨 크루소’를 쓴 다니엘 대포는 ‘가장 악명 높은 해적들의 약탈과 살인’이라는 책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해적의 전형을 완성해냈다. 이를 바탕으로 1718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외다리 요리사 롱 존 실버를 등장시킨 어드벤처 소설의 걸작 ‘보물섬’을 완성,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카리브해의 모험을 극적인 구조로 이끌어냈다. 낭만적이면서도 위험한 모험이 넘치는 이러한 이야기들은 당연히 무수한 영화로 제작되어 왔으나 게이머들에겐 ‘파이어릿’이나 ‘대항해시대’와 같은 게임으로 더욱 익숙한 편이다.
수많은 해적이 들끓던 그 시대에서 부강한 식민지를 거느린 스페인과 무적함대를 자랑하는 영국, 막강한 위력의 함선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던 프랑스의 세력다툼이 온라인게임으로 펼쳐진다면 정말 꿈만 같은 일이 아니겠는가. 국내에서는 이미 ‘스퀄엣지’라는 대양기반의 게임이 이미 실패를 맛 본 상태이고 대항해시대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코에이에서조차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발표한 마당이지만 미국의 한 이름 모를 개발사가 개발 중인 해양온라인게임은 왠지 만만하게 볼만한 상대가 아닌 듯 싶다. 화려했던 대항해시대의 진정한 꿈을 실현시켜줄 그 주인공은 바로 ‘파이어릿 오브 더 버닝 시’다. 말 그대로 ‘불타는 바다의 해적들’의 시대를 다룬 이 작품이 카리브해를 향한 꿈의 무대를 펼쳐줄 수 있을지 어디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
카리브해의 패권을 두고 싸우는 세
국가
14세기 범선의 개발과 함께 유럽지역에서는 이른바 ‘대항해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후 서기 1540년대와 1550년대 스페인(에스파니아, 스페인은 영어식
명칭이다)은 남아메리카에서 은광을 개발, 이를 유럽으로 들여오게 되면서 세계 최고의
부강함을 누리기 시작한다.
이곳을 왕래하는 화물선이 많아지면서 해적선이 들끓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 스페인은 이와 같은 막강한 부를 바탕으로 식민지의 숫자를 늘려 카리브해 연안을 잠식해나가기 시작했고 뒤이어 영국과 프랑스가 황금노다지의 바다로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게임은 본격적인 서막을 연다.
‘파이어릿 오브 더 버닝 시’에서 게이머는 자신의 경력을 스스로 개척해나갈 수 있다. 일반적인 온라인게임에서 볼 수 있는 정형화된 직업의 구분이 아닌, 게이머의 행동에 따라 ‘명성(Fame)'이 쌓이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창조해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적국의 침략으로부터 항구를 방어하고 해적선을 무찌르는 해군의 선장이 될 수도, 전문적인 사략선(자국 정부로부터 상대국 화물선을 약탈할 수 있는 허가를 공식적으로 받아 활동하는 침략선)의 항해사가 될 수도, 무역으로 부를 축적해 카리브해 최고의 무역조직을 설립하는 상인이 될 수도, 해적이 되어 바다를 호령하는 공포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이 게임은 게이머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주겠다는 것이 핵심적인 개발 컨셉이다.
서인도제도의 푸에르토리코에 실제 존재했던 거대한 규모의 상인조직인 윈드워드/리워드 아일랜드 체인을 비롯 산후안에 세워진 스페인의 철벽요새, 프랑스 식민지국가였던 마리아 갈란테, 영국의 유명 선술집인 제임스타운에서 제공되던 에일맥주까지 카리브해의 역사가 게임 속에 살아 숨쉬며 제작진이 약속한 ‘철저한 역사의 고증’을 증명하고 있다.
무엇이 되고 싶은가?
일단
상인무역협회에 가입하면 게이머는 돛단배를 저으며 바닥 생활에서부터 부를 쌓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게 된다. 처음 상인으로서의 발걸음을 띈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쉽게 얻을 수 없는 임무(일종의 퀘스트)를 획득하는 것인데, 이는
현상금이 걸린 인물을 쫓는 일이나 전쟁이 벌어졌을 때 보급품을 전달하는 일 등을
뜻한다. 위험이 뒤따르는 임무이지만 해결하면 상인협회에서 자신의 명성을 쌓을
수 있고 제대로 된 무역을 시작하기 위한 기초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세상을 빛내주는 영국해군의 함장이 되기 위해서는 주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을 해결하는 것이 장교의 첫걸음을 내딛기 위한 준비운동이다. 해군은 해적과 약탈행위, 적국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식민지들의 항구를 돌며 경계태세를 늦추지 말아야만 한다. 전설적인 해군장교인 ‘프랜시스 드레이크’처럼 최고의 영예를 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가별로 벌어지는 대규모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쟁에서 승리한 게이머는 수많은 명성을 얻는 것을 비롯 녹봉이 인상돼 더욱 빠르고 견고한 배를 구입할 수 있다. 악명 높은 해적으로 거듭나는 일 역시 게이머의 카타르시스를 높여주는 재미있는 요소다. 게이머는 부유한 스페인의 화물선을 공격하는 해적이 될 수도, 계속되는 식민지 공격으로 잔인한 만행을 일삼는 영국군에 대항해 가난한 중생들의 영웅이 될 수도 있다. 해적을 선택함으로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단독으로 행동하는 것보다 동료와 함께 움직이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항상 편대를 구성해 움직이는 해군정찰대의 공격으로부터 함선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전투에 승리할 때마다 얻는 전리품을 동료와 함께 나눠 갖는 미덕(?)이 필요하다. |
물론 앞서 설명한대로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자신이 행한 행동에 따라 언제든지 직업의 종류를 바꿀 수 있다. 레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이 작품의 재미있는 특징. ‘파이어릿 오브 더 버닝 시’에서는 수많은 스킬의 조합으로 캐릭터의 능력이 판가름되며 이는 단순 노가다로는 얻을 수 없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킬은 종류의 구분 없이 익히는 것이 가능하며 쉽사리 얻기 힘든 고서 등을 이용해 ‘마스터’의 꿈을 펼쳐나가게 된다.
갈레온을 몰고 바다로!
이
작품에서 ‘배’는 캐릭터의 능력치를 키우는 것 이상으로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배의 종류와 업그레이드 방식 또한 해양을 바탕으로 한 다른 게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숫자가 상당하다는 것도 이 게임만의 특징.
함선의 경우 지중해 돛대가 달린 공격용 범선인 지백(Xebec)을 비롯 무역과 전투를 겸하는 쌍돛대 범선 케치(Ketch), 코에이의 대항해시대에서도 그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갈레온(Galleons), 빠르고 유연한 움직임을 자랑하는 스쿠너선(Schooners) 등 여러 종류가 존재한다. 함선의 모델은 ‘시 독’과 ‘캐리비안의 해적’ 등 유명 영화의 CG를 제작한 아켈라의 협조를 바탕으로 제작되고 있다.
▶ 플루트(The Flute) |
▶ 지백(The Xebec) |
▶ 캐치(The Ketch) |
▶ 소형 갈레온(The Small Galleon) |
업그레이드는 게이머가 소유한 배의 종류와 그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배에 있는 방의 숫자를 늘려 여객선으로 이용하거나 적과의 전투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장을 튼튼히 하든, 속도를 늘리기 위해 더 높고 많은 돛을 달 든 게이머가 만들고 싶은 배를 모두 직접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자금이 받쳐줘야겠지만 말이다.
17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게임에서는 당시의 역사대로 함포전 위주의 전투를 벌이게 된다. 바다에서의 전투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상태 그대로 실시간 진행된다는 것이 특징. 별도의 화면전환이 없이 전투가 즉각적으로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종일관 주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난데없이 날아오는 대포에 비명횡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배에 탑재할 수 있는 함포와 탄환의 종류 역시 상당히 다양한데, 침몰을 유도하는 라운드형 대포에서부터 선원을 살상하기 위한 산탄형, 나포를 위한 별(Star)형 등 9종류가 넘는다. |
배에 탑재한 수십개의 대포는 적당한 기회를 노려 한꺼번에 발사, 원샷원킬을 노릴 수 있으며 상대함선의 손상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1문씩 발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파괴모델 역시 배 부위별로 다른 만큼 돛을 공격해 배의 움직임을 둔하게 하거나 방향타의 파괴로 컨트롤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배의 움직임 역시 실제와 상당히 근접한 형태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정확한 상황판단으로 전략을 짜야만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다.
▶ 전투대형을 익혀두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
대항해시대의 진정한 온라인 구현.
가능할 것인가?
게임개발사인 플라잉랩소프트웨어(Flying Lab Software)는
“밸브의 스팀기술을 차용, 컨텐츠와 지역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할 계획”이라며
“아무리 오랫동안 돌아다녀도 끝없이 새로울 만큼 방대한 세계를 이 작품에서 구현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서버별로 수천명의 플레이어가 노니는 ‘파이어릿 오브
더 버닝 시’의 세계는 어쩌면 누구나 꿈꿔온 대항해시대의 진정한 온라인 구현이
될 지도 모른다. 2004년 하반기나 되어야 게임을 맛볼 수 있을테지만 끓어오르는
궁금증을 해소할 길이 없다면 짧지만 임팩트한 인상을 남겼던 동영상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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