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그대 본연의 모습은 무엇인가?
지난
96년 개봉한 드래곤하트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숀 코너리가 ‘드라코’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화제를 모았던 이 영화는 기괴한 몬스터로 전락해버린 악의 상징 ‘드래곤’을
선한 모습으로 그려내 당시 영화 관람객들과 평론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사실 드래곤은 바빌로니아의 창세신 중 하나인 ‘티아매트’로 그려진 성스러운 존재였다. 남편 아프스와 함께 창세신으로 살아가던 티아매트는 에아를 비롯한 많은 신들을 낳았으나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소동을 피우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자식들이 아버지인 창세신 아프스가 자신들의 행동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판단, 살해하는 사건으로 대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이후 티아매트는 자신이 낳은 신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7쌍의 뱀 푸슈마헤, 독뱀 바슘, 전갈의 꼬리를 가진 드래곤의 무수훗쉬, 전갈인간 길타브릴 등의 여러 몬스터를 만들어 낸 다음 자신도 머리가 다섯 개 달린 드래곤으로 변신하여 전쟁을 준비한다. |
이것이 현재 여러 판타지문학에서 그려지고 있는 드래곤의 시초인 ‘다원소 드래곤(Chromatic Dragon)’이다. 티아매트는 결국 신들의 연합공격에 무릎을 꿇고 말지만 인간들에게 그녀는 온순한 성격을 지닌 일종의 수호자로 여겨졌다. 비록 자신은 악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고 해도 말이다.
▶ 아이 오브 더 드래곤 |
신화에서도 알 수 있듯 그 당시까지만 해도 드래곤은 그렇게 사악한 존재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신적인 존재로써 사람들에게 숭배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기독교가 퍼진 시기를 전후하여 드래곤은 반 기독교적 존재, 이교도의 우상, 신에게 반박하는 괴물로써 크리스찬들에게 낙인 찍혔고 그 모양도 뿔, 박쥐의 날개 등이 덧붙여져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공포의 존재로써 여겨지게 된 것이다.
나 이제 ‘용 됐다’
프라이멀소프트웨어라는
생소한 이름의 개발사가 제작 중인 액션게임 ‘아이 오브 더 드래곤’은 이처럼 악의
상징으로 그려지고 있는 드래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게임이다. 여기서 게이머는
말 그대로 드래곤이 되어 태초의 신화가 그렇듯 마을을 보호하며 인간들의 살림살이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수호자 역할을 맡게 된다. 물론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마을을 보호해주는 대가로 순결한 처녀를 제물로 원한다든가 하는 것은 없다. 주인공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인간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
3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아이 오브 드래곤’은 얼핏 보기에 Xbox용으로 출시된 액션게임인 ‘팬저드래곤: 오르타’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클릭하면 그곳으로 드래곤이 날아가고 키보드로 높낮이를 조종하는 ‘아이 오브 드래곤’의 조작방법은 상당히 간단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액션게임으로 이 작품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화려한 그래픽효과를 활용한 액션은 물론 이 게임의 재미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파퓰러스’나 ‘블랙앤화이트’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이를 새롭게 꾸며나가는 것 역시 드래곤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액션게임이라는 뼈대 아래 전략과 시뮬레이션을 적절히 혼합한 장르가 ‘아이 오브 드래곤’이 고수하는 게임의 주 컨셉이다.
드래곤이 맡은 일은 게임에서 그려진 중세세계의 여러 지방을 날아다니며 인간을 괴롭히는 몬스터들을 처치하고 그들의 소굴을 파괴하는 것인데, 이는 마을사람들이 마련해놓은 자신의 터전이 기반으로 잡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마을과 사람들을 지켜야할 드래곤의 가장 큰 이유다.
총 세 종류의 선택 가능한 드래곤은 각자 다양한 전투스킬과 능력치를 지니고 있지만 바로 ‘마법’이 전략시뮬레이션적인 특징을 부각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마법은 몬스터를 처치하기 위한 공격용으로도 사용되나 그보다는 산을 깎고 마을에 건물을 세우는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단 견고한 방어벽으로 보호받고 있는 마을은 몬스터의 접근이 쉽지 않은 만큼 드넓은 평지에 마을을 건설하거나 격렬한 전투로 파괴된 마을을 복구하는 일은 몬스터의 본거지를 찾아내서 파괴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렇게 건설된 마을은 드래곤에게 휴식의 공간과 몬스터와의 전투를 위한 지원군으로 보답의 메시지를 보낸다. 마을은 그 발전정도에 따라 중세의 기사들로 구성된 군대를 양성하기도 하며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드래곤을 호위하는 특수부대를 육성해주기도 하는 만큼 마을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역할 또한 게이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할 중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제작사는 ‘니모안 대륙’이라는 게임속 세계의 거의 모든 것을 새롭게 창조하고 파괴될 수 있는 형태로 구성했다.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니모안 대륙은 사막이나 폭설이 내려치는 지대 등 총 12종류가 넘는 색다른 환경지대로 꾸며낼 수 있다. 게이머는 이곳에 나무나 암석, 강, 호수, 언덕, 건물 등 자신이 원하는 어떠한 것이라도 배치할 수 있지만 이는 드래곤의 능력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상적인 자신의 세계를 꾸미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하늘과 땅을 누비며 몬스터를 처치하고 다니는 액션게임으로서의 재미와 자신이 창조주가 되어 신의 역할을 만끽하는 ‘아이 오브 드래곤’은 2004년 상반기에 발매될 예정이다. 무려 60종류가 넘는 다양한 마법과 40가지가 넘는 몬스터 그리고 거대한 신세계 ‘니모안 대륙’이 뿜어내는 매력은 드래곤의 브레스처럼 게이머의 온 몸을 휘감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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