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년 전만 하더라도 경쟁사간의 협력 또는 공동개발은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상호간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에 대한 보안유지 뿐만 아니라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라이선스란 또 다른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NAMCO×CAPCOM(남코 크로스 캡콤)’은 신규작품이지만 이미 일반에 잘 알려진 유명캐릭터를 기반으로 하는 타이틀이다. 일찍이 SNK의 ‘킹 오브 파이터즈’, 반프레스토의 ‘수퍼로봇대전’ 시리즈, 스퀘어에닉스의 ‘FF&DQ 거리를 접수한다’ 등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캐릭터 라이선스 또는 스퀘어에닉스의 ‘킹덤하츠’ 시리즈와 같이 자사와 타사의 캐릭터 를 직, 간접적으로 차용해 신규타이틀에 적용한 예는 다수 있지만 NAMCO×CAPCOM처럼 두 회사가 개발에 대한 공동합의를 거쳐 신규타이틀을 개발하는 것은 SNK와 캡콤의 시리즈화 한 대전격투게임 ‘CAPCOM VS SNK’이후 두 번째다.
▲남코와 캡콤의 드림매치
지난 28일 남코의 긴급발표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NAMCO×CAPCOM은 남코와 캡콤이 개발한 타이틀에 등장하는 인기캐릭터를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는 시뮬레이션RPG로 오는 5월 발매될 예정이다.
등장캐릭터는 오리지널 주인공 ‘아리스 레이지’와 ‘샤오무’를 포함해 남코의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철권’, ‘원더모모’ 등과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디노크라이시스’, ‘마계촌’ 등의 타이틀에 등장하는 캐릭터까지 총 200여 명에 달한다.
▲새로운 올스타 타입의 시뮬레이션RPG가 태동하고 있다 |
남코와 캡콤의 인기캐릭터 드림매치가 될 이번 작품에 대한 관심은 이런 등장캐릭터 뿐만 아니라 이를 제작하고 있는 개발자들에게도 쏠리고 있다.
NAMCO×CAPCOM의 디렉션 및 각본에는 제노사가 시리즈로 유명한 남코 내부 스튜디오 모노리스 소프트의 모리즈미 소우이치로 씨가, 프로듀서에는 ‘제노가사 에피소드 2: 힘으로의 의지’와 ‘바텐 카이토스: 끝나지 않는 날개와 잃어버린 바다’의 프로덕션 매니저와 어시스턴스 디렉터를 담당했던 이시타니 코지 씨가, 캐릭터 일러스트레이션에는 ‘소울칼리버’ 시리즈와 ‘R:Racing REVOLUTION’ 등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던 남코의 카와노 씨가 기용되는 등 소위 일본 게임업계에서 실력파라 불리는 스탭들이 대거 NAMCO×CAPCOM의 개발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
게다가 오프닝과 엔딩 애니메이션은 ‘이노센스’, ‘인랑’, ‘공각기동대’, ‘테니스의 왕자’ 등 국내 유저들에게도 잘 알려진 프로덕션I.G가 직접 제작하고 있어 NAMCO×CAPCOM는 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캐릭터 성이 곧 게임완성도?
총 200여 명 이상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NAMCO×CAPCOM의 게임완성도는 이미 완성돼 있는 등장캐릭터의 캐릭터 성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반적인 게임시스템이 반프레스토의 ‘수퍼로봇대전’ 시리즈와 비슷한 NAMCO×CAPCOM은 기존 남코와 캡콤이 개발한 타이틀을 즐기는 팬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이들을 상대로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스토리와 밸런스를 잃지 않으면서 각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인기캐릭터의 인지도에만 의존해 개발돼 유저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한 타이틀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NAMCO×CAPCOM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크게 페어유니트와 단체(單體)유니트 등 두 가지로 나뉜다. 각각의 캐릭터가 독자적인 활동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단체유니트와 달리 같은 작품에 등장한 히어로와 히로인으로 구성된 페이유니트는 항상 스토리를 함께 진행해 나간다. 페어유니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종의 소대개념으로 전투를 진행해 나가는 시스템으로 유니트가 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페어유니트는 맵에서 이동뿐만 아니라 전투에서도 함께 실력을 발휘한다 |
현재 NAMCO×CAPCOM에 참전이 결정된 캐릭터는 다음과 같다.
KOS-MOS(제노사가 에피소드 1), 미츠루기 헤이시로(소울칼리버 2), 스탄 엘론(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루티 커틀릿(테일즈 오브 데스티니), 왈큐레(왈큐레의 전설), 베라보 맨(초절륜인 베라보 맨), 원더모모(원더모모), 카자마 진(철권), 데미트리 막시모프(뱀파이어, 모리건 앤스랜드(뱀파이어), 비룡(스트라이더 비룡), 류(스트리트 파이터), 춘리(스트리트 파이터), 아더(마계촌), 브루스(건 해저드 4), 레지나(디노크라이시스) 등.
하지만 스크린샷을 통해 베가, 켄, 유니(스트리트 파이터), 크로노아(바람의 크로노아) 등의 추가캐릭터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크로노아가 사용할 무기가 어떤 것일지? 설마 큰 왕반지는 아니겠죠~ |
▲물질계와 환상계 그리고 마계? 세계관이 어째 불안하다
NAMCO×CAPCOM은 ‘유라키’라고 불리는 것으로 연결돼 있는 ‘물질계’, ‘마계’, ‘망량계’, ‘환상계’, ‘신계’ 등 5가지 세계를 무대로 주인공 레이지와 샤오무가 남코와 캡콤 캐릭터와 함께 협력해나가며 모험을 진행하는 스토리로 구성됐다.
등장하는 캐릭터의 세계관을 부드럽게 조합하기 위해 게임을 5가지 세계, 50여 개의 맵으로 구성했다고 하지만 주인공을 반 강제적으로 순회시키며 각 맵에 준비된 캐릭터와 배경시나리오를 즐기게 하는 것은 어딘가 모르게 불친절한 느낌이 든다.
▲다양한 세계에서 주인공 일행은 준비된 캐릭터들과 모험을 펼칠 수 있다 |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이겠지만 캐릭터 스토리간의 연관성이 긴밀하지 않으면 원작보다 못한 타이틀이 될 가능성도 농후해 보이는 타이틀.
NAMCO×CAPCOM의 스토리 라인은 다음과 같다.
20XX년, 갑자기 세계 각지에 시공의 유라키가 발생해 일본의 시부야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도시가 ‘폐쇄도시지정’을 받고 경계태세에 돌입한다. 정부는 이런 초자연현상에 대한 대처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한 ‘삼라’에 소속된 레이지와 샤오무를 시부야에 급파해 진상파악에 나선다. 그들이 방문한 시부야에도 이미 거대한 유라키가 생겨 시온, M.O.M.O, KOS-MOS 등이 나타난 상태. 하지만 그들 외에도 그노시스까지 현실세계에 나타나 도시를 어지럽히고 있다. |
그노시스를 소탕하기 위해 레이지와 샤오무는 전투를 시작하지만 유라키를 통해 ‘물질계’, ‘마계’, ‘망량계’, ‘환상계’, ‘신계’ 등 각각의 세계에 살고 있던 거주캐릭터와 마귀가 차례대로 출현하게 돼 레이지와 샤오무는 각각의 세계에 살고 있던 다양한 캐릭터들과 협력해 유라키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을 해결하기로 한다.
▲신규타이틀이 가진 리스크는 없다. 오소독스 그 자체
NAMCO×CAPCOM에는 다양한 캐릭터가 융합된 기획의 신선함을 제외한다면 시뮬레이션RPG로서의 신선함은 전혀 없다. 오히려 NAMCO×CAPCOM은 기존 게임의 친숙함을 통해 신규타이틀이 갖고 있는 리스크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NAMCO×CAPCOM은 이동은 3D 맵에서, 전투는 2D 배틀필드에서 진행되는 전형적인 시뮬레이션RPG의 형태로 구성됐다. 이는 3D 맵에 놓여진 싱글유니트 또는 페어유니트를 3D 맵 상에서 이동시켜 적과 조우하면 자연스럽게 2D 전투화면으로 전환되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이동 및 스토리는 3D 맵에서, 전투는 2D 배틀필드에서 벌어진다 |
스토리 진행은 기본적으로 각 캐릭터들의 회화가 기본이 되며 맵 상에 표시된 공격범위에서 적을 발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전투모드로 돌입한다. 전투는 방향키와 동그라미 버튼의 조합을 통해 액션성을 강조한 방식을 채용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전투 후 얻게 되는 경험치와 아이템을 통해 레벨업을 반복해 나가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통방식 속에서도 NAMCO×CAPCOM은 캐릭터는 올스타, 스토리는 옴니버스 적임을 강조하면서 모든 캐릭터가 원작에서 사용하던 기술을 NAMCO×CAPCOM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 차별화를 두고 있다.
류와 켄이 벌이는 숙명의 대결뿐만 아니라 류와 카자마 진이 벌이는 엽기적인 대결도 NAMCO×CAPCOM에서는 가능하다. 게다가 디렉터인 모리즈미 소우이치는 과거 수퍼로봇대전 시리즈 개발에 참여한 전력이 있는 만큼 컷 인 등 수퍼로봇대전 식의 연출도 삽입됐다.
▲이런 대결은 한 번쯤 볼만한 이벤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남코의 50주년 기념작으로 개발되고 있는 NAMCO×CAPCOM은 불황의 늪을 빠져나오려고 하는 일본 비디오게임시장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남코와 캡콤은 2002년 이후 전례 없는 불황에 빠지기 시작한 비디오게임시장의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게임업계가 선택한 합병이란 ‘몸집 줄이기’가 아닌 공동개발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NAMCO×CAPCOM이 수퍼로봇대전의 아성을 뛰어넘을 새로운 시리즈로 탄생할지 아니면 그냥 그저 그런 괴작이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기존 컨텐츠를 이용해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는 기획의도만은 높게 사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현재 70%의 개발 완성도를 보이고 있는 NAMCO×CAPCOM은 오는 5월 발매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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