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즈캐스트는 블리자드가 개발하거나 개발중인 게임들에 대한 개발자들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동영상(Podcast)입니다. 이번 회에는 '디아블로3'의 수석 디자이너 제이 윌슨이 초대 손님으로 등장했습니다. 제이 윌슨은 이 자리에서 '디아블로3'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게임메카는 '디아블로3'와 관련된 내용을 중심으로 블리즈캐스트를 재구성했습니다.
방송 참여자 제이 윌슨 (디아블로 3 수석 디자이너), 바시오크 (디아블로 3 커뮤니티 관리자) |
'디아블로3' 싱글플레이 구성은 '디아블로2'와 비슷하게
바시오크: WWI 특집 블리즈캐스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디아블로 커뮤니티 관리자인 바시오크입니다. 오늘은 ‘디아블로3’의 수석 디자이너이신 제이 윌슨 씨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제이!
제이 윌슨: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바시오크: 네, 반갑습니다. WWI에서 팀 동료 분들과 함께 계신 걸 본 것 같은데요.
제이 윌슨: 네.
바시오크: WWI를 마치고 돌아온 지도 시간이 좀 흘렀는데요, ‘디아블로3’ 개발팀에서는 현재 어떤 부분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계신가요?
제이 윌슨: 사실, 개발팀이 규모가 상당히 큰 편이기 때문에 다양한 업무를 나누어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많은 팀들이 생산에 주력하는 상황이라 아트 팀은 대부분 액트 2(Act 2) 작업을 하고 있고, 저희는 기술 및 기반 엔진의 대부분에 사용될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요.
아직 발표되지 않은 큰 게임 시스템 중 일부와 퀘스트, 게임의 흐름 등을 좀 더 구체화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하느라 디자인 팀은 대부분 아직 액트1(Act1)을 작업 중입니다. 빠른 시간 내에 다시 콘텐츠 제작 작업을 할 예정이고요.
바시오크: 아트 팀은 액트 2를 시작했고, 디자인 팀은 아직 액트1을 작업 중이거나 기타 여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하셨는데요, 새로운 액트를 개발하는 데 실제로 소요되는 시간, 그리고 기존 액트를 수정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요?
제이 윌슨: 시간이 얼마나 들었냐 하면... 저희는 순차적으로 일을 진행합니다. 게임의 맨 첫 부분부터 시작해서 끝 부분으로 진행되죠.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스템의 많은 부분이 순차 진행 방식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 쉽습니다.
바시오크: 그렇군요.
제이 윌슨: 하지만 최근 프로젝트의 경향에 따르면 많은 분들이 게임 시작 부분에서 아주 멋진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에 저희는 초반부에 더욱 주력하고 있습니다. 액트1은 게임의 핵심 부분이기 때문에 게임을 신나게 즐길 수 있고 몬스터들의 멋진 모습도 보여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면 액트2로 넘어가겠지만, 나중에 모든 액트를 보완하는 작업을 할 겁니다. 액트1은 더더욱 그렇고요. 개발 기간 후반부에 아마 대대적으로 이러한 액트 수정 작업이 있을 겁니다. 블리자드는 대부분의 작업을 이런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기존에 작업한 모든 부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죠. 이 때문에 한 번 만든 후에 나중에 다시 반복해서 구성하곤 합니다. 다섯 번 이상 다시 만들지 않으면 시장에 내놓지 않습니다. 그것이 바로 블리자드 방식이지요.
바시오크: 액트에 관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디아블로2’와 비교했을 때 액트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이번에 등장하는 액트는 몇 개인가요?
제이 윌슨: 원래는 액트 구조와 전혀 다른 방향을 생각했지만, 액트 구성이 좀 더 몰입하기 쉽기 때문에 ‘디아블로2’와 비슷한 구성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적절하기도 하죠. 지금은 같은 수의 액트를 비슷한 길이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어떻게 될는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디아블로2’와 동일한 분량으로 구성하려고 합니다.
바시오크: ‘디아블로3’에 대한 발표가 나간 이후로 ‘디아블로2’를 다시 즐기고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디아블로2’를 경험해보신 분이나 지금 플레이 중인 모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디아블로2’의 경제 구조가 물물 교환 방식에 기반하기 때문에 몬스터에게서 얻는 골드는 별로 가치가 없다고 느끼집니다. ‘디아블로3’의 경제 구조는 어떻게 개발되고 있습니까? 거래 시스템에 특별히 지향하는 목표가 있습니까?
제이 윌슨: 음, ‘디아블로’는 기본적으로 거래를 중요시하는 게임입니다. RPG 게임 중에 다른 방식을 찾아본다면,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최고급 아이템은 주로 공격대원들이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아블로’에서는 거래 활동이 활발한 플레이어들이 이러한 아이템을 소유하고 있죠. 이들은 다른 사람과 거래하는 데 아주 능통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디자인이나 플레이어 집단을 무너뜨릴 생각은 없습니다. 물물 교환 방식이 실제로 매우 배타적인 거래 시스템이라고 평가되는 이유는, 거래 능력이 뛰어난 소수의 플레이어들에게는 매우 유용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을 처음 접해 보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물 교환 방식을 처음 접해 보는 사람이나 다른 사람과 아이템을 거래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커다란 장벽에 부딪힙니다. 아이템의 가치, 다른 어떤 아이템이 비슷한 가치를 갖는지, 어떤 아이템이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이지요. 이런 이유 때문에 거래에 능숙한 플레이어들은 ‘옳지, 나만 이런 정보를 알고 있으니 좋은 걸'이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아이템을 사려는 사람들을 멀리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공통된 언어가 없으니까요. 화폐는 실제로 공통된 언어와 같은 역할을 하고, 그것이 바로 화폐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화폐를 더 가치 있게 쓸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합니다.
‘디아블로2’에서와 같이 쓸모 없는 화폐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플레이어들이 아이템을 거래할 때 골드가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이지요. 꼭 골드일 필요는 없으니, 다른 화폐가 될 수도 있고요. 아이템을 화폐 대신 사용할 수 없도록 물물 교환을 금지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획득 시 귀속 또는 착용 시 귀속 같은 제한을 추가하려는 의도도 없고요. 그런 제한을 둔다면 몬스터 등을 처치할 때 실제로 사용하는 아이템이 아니라 퀘스트 아이템 같은 데 적용하겠지요. 이 시스템에서 아이템을 이용한 물물교환을 제한하는 장치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일종의 통용되는 언어 같은 게 생길 수는 있을 겁니다. 두 가지 아이템이 있고 그 중 하나가 조금 더 쓸모 있다면, 더 높은 가격을 매긴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바시오크: 그렇군요.
제이 윌슨: 사실 저희는 가능한 더 많은 사람들이 거래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려고 합니다. 참여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재미도 더해지는 법이니까요.
바시오크: 그렇지요. 그럼, 이제 ‘디아블로’에서 여러분들께서이 가장 궁금해하실 만한 부분인 캐릭터의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WWI에서는 몬스터들을 물리친 영웅 직업의 능력처럼 캐릭터와 완전히 일치하는 능력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미술적인 효과와 디자인의 조합이 많이 강조되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훌륭한 효과를 통해 기술을 돋보이게 만드는 동시에, 그러한 기술이 좀 더 흥미로운 방식으로 작용하게 만들 필요도 있었을 텐데요. 기술이 보여주는 화려한 효과와는 별도로, 특정 직업이 실제로 그 능력을 사용하게끔 만드는 디자인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능력을 만드실 때,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하는 사항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제이 윌슨: 능력을 선택할 때는 굉장히 많은 요소를 고려하게 됩니다. 이러한 요소를 약간 다른 방식으로 만족시키는 능력들도 있는데,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캐릭터의 멋진 모습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사람들은 누구나 멋진 캐릭터와 멋진 기술을 원합니다. 그리고 멋진 캐릭터가 되려면 멋진 행동을 해야 하죠. 다시 말해, 멋진 행동을 하면 멋진 직업이 되는 겁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어떤 캐릭터에게서 일종의 전형적인 모습을 바란다는 점입니다.
야만용사(Barbarian)가 아주 좋은 예가 되겠군요. 저희는 야만용사가 물리적인 능력에 특화되길 원했기 때문에, 도약 공격(Lleap attack)과 같은 기술을 새롭게 변화시켰습니다. 하나의 대상이 아니라 넓은 지역에 피해를 입히주는, 보다 강력한 기술이 된 것이죠. 그러한 작업들은 이 캐릭터의 물리적인 능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각 직업이 모두 독특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만약 사람들이 직업을 20개나 30개쯤 만들어달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직업이 비슷해질 것이므로 저희가 원하는 방향과는 어긋나게 됩니다.
저희는 모든 직업을 독특하게 만들고 싶고,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게 하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직업을 온전하게 정의하는 진정한 요소는 그 역할이자 도전 과제입니다. 저희가 플레이어들이 맞이하게 될 새로운 적과 새로운 도전 과제를 만들 때, 대부분의 경우 플레이어가 그러한 도전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도구는 바로 캐릭터가 가진 능력입니다. 플레이어를 아주 능숙하게 제압하는 캐릭터나 적이 등장했는데 자신의 캐릭터, 예를 들어 야만용사의 공격 속도가 너무 느려서 속이 터질 지경이라면, 반격을 하거나 공격 속도가 떨어지지 않게 하거나 적중률을 높이는 능력이 필요할 수 있을 겁니다. ‘디아블로2’에도 집중(concentratione)과 같이, 그런 역할을 하는 능력들이 있었죠. 따라서 캐릭터의 역할은 적의 공격에 대처하는 방법이나 캐릭터의 전형화 등, 기타 요소들과 하나로 묶어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바시오크: 멋지군요. 그럼 몬스터 디자인이 능력 디자인에 작든 크든 영향을 준다는 말씀이시죠?
제이 윌슨: 큰 영향을 미치죠. 몬스터 디자인과 능력 디자인은 같이 맞물려서 갑니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몬스터가 탄생하면 캐릭터에게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종류의 능력이 요구되죠.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어떤 몬스터를 게임에 등장시킬 것인지 고민할 때 저희는 대개 플레이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각 캐릭터의 장점과 약점을 잘 이용해서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이 맞물려 있을 수 밖에 없는 거지요.
바시오크: 그럼 그런 반복되는 작업이 끝까지 계속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제이 윌슨: 네, 새로운 적을 만들고 새로운 능력에 대해 구상하는 한 말이죠.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갈수록 점점 더 비중이 큰 요소가 됩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아주 단순해요. 액트1은 게임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게 지나가고 적들도 한 방에 쓰러트릴 수 있죠. 하지만 액트2와 액트3만 가도 훨씬 더 어렵고, 도전적이며, 더욱 다양한 몬스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직업에 대해 저희가 하는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거구요.
바시오크: 알겠습니다. 그럼 소지품에 대한 내용으로 넘어가 볼까요? 소지품 관리 시스템이 일명 '테트리스' 스타일의 격자 방식에서 아이템당 슬롯 하나만 차지하는 1슬롯 시스템으로 바뀐다는 걸 아는 분들이 많은데요. 소지품 시스템이 바뀐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이 윌슨: 이유는 간단합니다. 격자 시스템을 아주 좋아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싫어했기 때문이죠. 팀 내에서도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어요. 시스템을 유지하자는 의견보다 바꾸자는 의견이 훨씬 우세했습니다. 격자 기반 시스템의 장점 중 하나는 소지품 공간에서 아이템을 봤을 때 아이템의 크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좀 더 사실적으로 느껴진다는 겁니다. 그것이 격자 시스템을 사용한 주목적이었고요.
그래서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소지품 창을 열었을 때 아이템이 진짜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아이템과 아이콘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작업한 것을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더라는 의견을 들으니 많이 우려가 되더군요. 그래서 기존에 만들었던 걸 다시 검토하고 고치게 된 겁니다. 지금은 아이콘이 좀 더 크고 사실적으로 보이는 소지품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이콘 크기나 사실성을 최대한 높이려고 노력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반응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서 결정을 내린 거죠.
바시오크: 그럼 가방 시스템은 어떤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데모에서 작은 가방들을 보았다는 분들이 있던데요.
제이 윌슨: 소지품 페이지가 하나뿐인 저희 최근 게임은 정확하게는 생각나지 않지만 대략 16칸이나 12칸 정도의 가방과 4개의 빈 가방 슬롯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각각의 슬롯에 아이템을 추가해서 소지품을 늘리고, 그에 따라 아이템 페이지에 나타나는 아이템 수도 늘어나지요. 하지만 사실 이 시스템도 나중에 수정하게 될 것 중 하나입니다. 그 밖에도 여러 아이디어를 검토 중인데, 예를 들어 특정 아이템 전용 가방을 들 수 있겠군요.
이런 가방에는 정해진 종류의 아이템만 넣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저희는 주요 소지품 공간에서 보조 가방으로 아이템을 옮기든, 아니면 공간을 전체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든 간에 사람들이 개인 소지품 공간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모두 최종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아닙니다. 전체 시스템을 완전히 다시 바꾸는 작업이 아직도 진행 중이니까요.
바시오크: 그렇군요. 같은 맥락에서 ‘디아블로2’를 해보신 분이라면 많든 적든 주 캐릭터를 위한 아이템 보관용 캐릭터를 만드신 적이 있을 텐데요. 이러한 창고 캐릭터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번에도 많은 분들이 창고 캐릭터를 사용하게 될까요? 앞으로도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이런 캐릭터들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까요?
제이 윌슨: 글쎄요. 하드 드라이브에 용량 제한이 있듯이 소지품 공간에도 제한이 있으니, 아이템을 저장할 창고 캐릭터를 만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아이템을 보관하는 것도 아이템을 수집하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디아블로2’에서 사용했던 방식은 전혀 재미있지 않았어요. 따라서, 저희는 그런 창고용 캐릭터를 전혀 권장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방법을 쓰도록 만들고 싶지도 않고요. 재미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소지품 공간을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꾸려고 생각 중입니다.
첫 번째로, 저희는 플레이어에게 더 넓은 소지품 공간을 제공할 겁니다. 아마 사람들도 이러한 변화를 좋게 받아들일 거라 생각해요. 1슬롯 방식은 실제로 사용하기에 더 편한 시스템입니다. 아이템을 표시하느라 화면 공간을 엄청나게 잡아먹는 일도 없을 것이고 커다란 아이템 때문에 소지품 공간을 망가뜨릴 위험도 없으니까요. 작은 아이템들을 위한 공간은 충분히 제공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소지품 공간을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소지품 공간을 확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더 많이 제공할 겁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알게 되실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다른 사람이나 같은 계정에 있는 다른 캐릭터와 아이템을 공유하고 거래하기 더욱 쉽게 만들 계획입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사용된 우편 시스템이나 공동 창고 같은 방식도 생각 중이고요. 정확하게 어떤 방식을 채택할지 못박을 수는 없지만 그런 것들과 비슷하게 만들 생각입니다. 만약 의술사(Witch Doctor)와 야만용사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데 의술사가 사용하기에 굉장히 좋은 아이템을 얻는 것이 된다면 이런 방식을 통해 굉장히 쉽게 아이템을 공유할 수 있겠죠.
바시오크: 그러니까 이제 아이템을 버려두고 게임을 닫을 걱정이 없겠군요.
제이 윌슨: 그렇죠. 이제 더는 게임을 열고 아이템을 떨어뜨리고 그 게임이 계속 열려 있기를 바라거나, 도와줄 친구를 구하거나 할 필요가 없죠. 그것을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바시오크: 멋지네요. 격자 시스템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이템이 소지품 공간에서 차지하는 크기가 어느 정도 아이템의 가치와 같다고 말합니다. 즉, 아이템이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면 아이템 능력에 대한 대가를 어느 정도 지불한다고 보는 것이죠. 예를 들어 3칸을 차지하는 대형 부적(Grand Charm)을 가지고 있다면 그 아이템으로 얻는 이익만큼 소지품 공간을 희생한다는 것인데요. 사람들이 이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이 윌슨: 그 부분, 특히 부적(Charm)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다들 부적 시스템에 대해서 '좋아. 그렇지만 부적 때문에 가방이 비좁은 건 싫은데. 소지품 공간에는 소지품만 넣고, 부적은 따로 들어가야지' 라고 할 겁니다. 그러나 다른 아이템에 대해선 "이 엄청나게 큰 방어구보다 더 비싼 값에 팔리는 반지를 가져가는 게 낫겠어."라고 할 겁니다. 여기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죠. 더 작은 아이템을 들고 다니는 게 최선이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이런 것들도 게임을 즐기는 요소 중 하나이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른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부분도 있는 거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방식 때문에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이 장점보다 더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격자 시스템을 싫어했던 것 같아요.
'디아블로2'의 직업 추가도 고려중
바시오크: 아마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실 것 같은데요. 이번 ‘디아블로3’ 발표는 매우 고무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디아블로2’를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 혹은 적어도 하드코어 플레이어라면 강령술사(Necromancer)나 여타 이전의 직업들이 이번에도 등장하길 기대하시는 것 같은데요. 야만용사 같은 경우 분명히 ‘디아블로2’에서 가져 온 직업 중 하나죠. 이전 게임에 나온 직업이 다시 등장하는 데 대해 전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이 윌슨: ‘디아블로3’를 처음 공개할 때는 ‘디아블로2’나 ‘디아블로’을 리메이크한 듯한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디아블로3’만의 개성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사람들에게 기존 ‘디아블로’와 전혀 다른 경험을 주고 싶었죠. 따라서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직업만 다시 가져오려고 고려하고 있습니다. 강령술사는 굉장한 직업이죠. 실제로 ‘디아블로2’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직업이고 현재 가장 많이 플레이하는 직업입니다. 이 직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강령술사를 정말 좋아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강령술사는 굉장히 잘 디자인된 직업이에요. 시체 폭발(corpse explosion)이라든가 해골 소환(Raise skeleton sum) 같은 능력도 있고, 돌아다니면서 적을 처치하는 소환수에도 있고 저주도 걸 수 있지요.
아주 잘 디자인된 직업이고 확실히 약간 다르게 개선할 만한 부분이 있지만 강령술사를 더 멋지게 만들려면 게임 플레이의 핵심을 바꿔야 할 겁니다. 어쨌든 저희는 그 캐릭터를 너무 강력하게 만들 생각은 없으니까요. 반면에 야만용사의 경우는 면밀히 검토한 결과 과거에도 멋지긴 했지만 좀 더 개선의 여지가 있고 그렇게 된다면 이전 게임에서보다 더욱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강령술사가 등장하지 않는 것이죠. 많은 분들께서 의술사를 보고는 그러시더군요. "의술사는 강령술사랑 굉장히 비슷하군. 이제 강령술사를 다시는 못 보겠는걸." 의술사가 강령술사와 비슷해 보이는 점은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직업이므로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의술사가 매우 공격적인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게임 시연 동영상을 다시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몬스터가 의술사의 소환수가 아닌 의술사에게 공격 당합니다.
이는 의술사와 강령술사의 큰 차이점으로, 강령술사는 대부분 소환수를 통해서 피해를 입히주지만 의술사는 소환수를 주의를 끄는 수준의 도구 정도로 소환수를 사용합니다. 따라서 이 둘은 전혀 다른 직업이 될 겁니다. 다른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디아블로3'의 핵심 부분을 완성한 뒤이거나 확장팩을 만들 때쯤 고려하게 되겠죠. 그 외에 '디아블로2'나 '디아블로'에 등장한 직업이 똑같은 모습으로 등장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다른 직업을 가져오게 된다면 아마 굉장히 많은 부분이 변해 있을 테니까요.
바시오크: 그럼 마지막으로 다소 논란이 있었던 ‘디아블로3’의 미술 부분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색조가 좀 더 어두워야 한다든지, 너무 밝거나 화려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계신데요, 이러한 반응에 대해 디자인 팀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제이 윌슨: 아, 미술 관련 질문이시군요. 이건 좀 복잡한 문제입니다. 일단 저희 팀 내 반응은 굉장히 긍정적이었다는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물론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미술적인 색감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분들도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난 2년 반 동안 이 부분에 대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두 가지 미술 스타일 지침을 만들었고 이것들을 다시 완전히 뒤엎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원래 계획했던 두 가지 미술 스타일은 온라인에 게시된,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에 가까운 몇몇 견본과 많이 비슷했습니다. 아주 어둡고 단조로우며, 회색과 갈색이 대부분이고 색상도 많이 사용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스러운 게임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디아블로’는 요즘 출시되는 사실적이고 잔인한 게임들, 대여섯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들과 달리 수백 시간에 걸쳐 즐기게 되는 게임입니다. 그런 회갈색조로 된 배경에서 10시간이나 20시간, 혹은 100시간씩 게임을 하다 보면 금방 지겨워지기 쉽습니다. 때문에 ‘디아블로2’에서는 이러한 배경의 변화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과감하게, 자주 변화하는 배경이 ‘디아블로2’를 매력적인 게임으로 만들었던 것이죠. 배경이 전부 회색이나 갈색조였다면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또 한 가지 이유는 회갈색조로 일관했다면 실제 게임을 진행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디아블로’에서는 많은 몬스터와 싸우게 되는데, 그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유형의 몬스터를 한꺼번에 상대하게 됩니다. 한 번에 서너 종류, 다섯 종류의 적과도 싸우게 되지요. 그러한 적의 유형을 각각 제대로 식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배경과 마찬가지로 몬스터도 마치 실물처럼 어둡고 거친 모습으로 만들었다면 몬스터와 배경이 모두 하나로 뒤섞여 보이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재미가 줄어들 겁니다. 그래서 색조 작업을 두 번이나 하고 뒤엎은 뒤에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저희는 ‘디아블로2’에서 작업한 것들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아블로2’에서 좋은 결과를 냈던 부분들을 생각하려고 애를 썼죠. 문제는 ‘디아블로2’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던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3D로 변환하기가 쉽지 않더라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 대부분이 ‘디아블로2’를 열정적으로 즐겼고 최근까지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저희가 기억하는 것과 상당히 다른 게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증오의 사원(Durance of Hate)이나 액트1의 던전 같은 곳을 떠올리고, 그런 곳의 모습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면에, 액트2의 사막과 아주 밝은 용암 지옥 같은 것들에 얼마나 다양한 색상이 사용되었는지는 잊어버렸지요. 저희는 그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와, 액트1의 들판 푸르른 것 좀 보세요. 이 부분에 굉장히 많은 색을 사용했군요.”하면서 말이죠. 심지어 몬스터까지 놀라웠어요. ‘디아블로2’에서는 몬스터들이 정말 화려하고 굉장히 밝은 색상이었거든요. 예를 들어 밝은 청색 옆에 밝은 빨간색이 있는 몬스터가 있었죠. 블러드 호크였던 것 같아요. 누군가는 제가 몬스터 이름도 잘 기억 못한다고 흉보시겠군요. 그리고 밝은 흰색의 타락한 도적이나 갈색의 덩치 큰 웬디고 등, 한 화면에서 이런 다채로운 색상을 모두 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들 배경에서 매우 도드라져 보이는 화려한 모습이었는데, 그렇게 해야 각각의 몬스터를 잘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갈색의 거인이나 흰색의 인간형 몬스터, 빨간색의 땅딸막한 인간형 몬스터, 새처럼 생긴 파란색 몬스터 등 각자 모습도 다르고 색상도 달랐기 때문에 눈에 아주 잘 띄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방식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더군요. 아주 밝고 화려한 몬스터를 3D 환경으로 가져가면 마치 만화책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되어 버렸고 동영상으로 가져가면 기본적인 색상들이 변환되지 않아 제대로 재현되지 않았어요. 그러니 이런 고해상도 환경에서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지요. 그래서 두 가지 부분에 초점을 둔 현재의 미술 스타일이 나오게 된 겁니다.
하나는 실물 같이 보이는 세계를 만들려고 했었는데 그러지 않기로 한 것이고, 또 하나는 현실감이라는 것이 꼭 회색이나 갈색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버렸지요. 실제로 현실 세계는 수많은 다양한 색상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좀 더 현실감 있는 세계를 만들되, 실사 사진 같은 세계는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많은 게임에서 그러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블리자드에서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니지요. 독특한 미술 스타일이 살아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만화처럼 보이지 않고 말이죠.
얘기가 길어졌습니다만, 이 부분은 지금까지 ‘디아블로3’ 작업을 하면서 저희가 겪은 가장 큰 도전일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디아블로3’에 걸맞은 미술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지금 드러나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 열심히 설명을 드린 것이고요.
바시오크: 알겠습니다. 저 역시 동감입니다. 회사 안팎에서 ‘디아블로’에 대해 들었던 다양한 의견 중에 환경적인 정황에 대한 부분이 특별히 흥미로웠는데, 어떤 이야긴지 직접 청취자 분들에게께 설명 좀 해주시겠어요?
제이 윌슨: 여러분이 게시판에 남겨주신 의견 중에 멋진 의견도 많았는데요, 예를 들어 이런 의견이 있었습니다. '전투가 끝났을 때 시체가 사라지는 건 물리적인 시스템을 위해서입니다. 게임을 좀 더 빠르게 진행하려면 화면에 너무 많은 물체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대량 살상이란 게 있을 수 있습니까?' 좋은 지적입니다. 몬스터를 한 무리 정도 죽였을 뿐이지 분위기가 썩 어울리는 느낌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대량 살상을 한 듯한 느낌을 주도록 시체를 처리하는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건 게임의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지요. 전반적으로 어둡고 불길한 느낌을 주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게임을 할 때 그러한 부분을 통해서 이것이 바로 ‘디아블로’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디아블로’를 접한 분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어두운 게 어울리니까 어둡게 만들었나 보군."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게임 플레이를 만들려면 저희가 원하는 모든 걸 뒷받침해줄 수 있는 미술 스타일이 필요합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여러분이 WWI에서 목격한 것은 ‘디아블로3’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첫 번째 액트의 첫 번째 던전, 첫 번째 액트의 환경이라는 것이죠. 저희는 상황이 점점 더 나빠져 간다는 느낌을 주도록 노력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희가 이야기를 통해 전해 드리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앞으로 다가올 대재앙에 대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이런 느낌은 상황이 대조적일 때 아주 잘 느낄 수 있습니다. 액트를 하나씩 진행할수록, 이야기 진행과 마찬가지로 시각적으로도 점점 상황이 나빠진다는 모습을 통해 완전히 다른 느낌, 대조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지금껏 보아왔던 ‘디아블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장소들이 등장한다 해도 말입니다.
하지만 ‘디아블로’의 배경은 꽤 아름다울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아시다시피 지옥이 기다리고 있겠죠. 색상이 후퇴하거나 저희가 추구하는 스타일에서 후퇴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보여드린 것보다 좀 더 분위기에 잘 맞는 훨씬 더 위태로운 환경을 보게 되실 겁니다.
바시오크: 멋지군요. 청취자 여러분께서이 블리즈컨의 다음 에피소드를 더욱 기대하실 것 같네요. 어떤 내용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게 될지는 아직 저도 모르지만 더욱 알찬 새로운 소식을 가지고 돌아올 것을 약속 드리면서 오늘 시간 내주신 제이씨에게 감사 드립니다.
제이 윌슨: 별말씀을요.
바시오크: 이상, WWI 특집 블리즈캐스트의 바시오크였습니다. 청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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