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다른 것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네요. 하지만 게임 시스템도 기술도, 언제나 도전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늘 봐오던 것만 계속 만들면 언젠가는 온라인 게임이라는 미디어 자체가 시시한 것이 되어버릴 겁니다. …개발자 노트 中 ‘마비노기 영웅전’의 개발팀 데브캣은 지난해 7월 오픈 일정이 미뤄진 것에 대해 개발자 노트에 이같이 밝혔다. 문제의 발단은 자이언트서버와 새도우채널 이었다. 애초 기획 당시 이 두 시스템은 ‘마비노기 영웅전’을 정상에 끌어 올리기 위해 데브캣이 만든 핵심 시스템이었다. 분명 새로운 시도였고 남들이 하지 않은 길이었다. 이들이 말했던 도전과 혁신에 어울리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오픈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 두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제는 애물단지로 변해 게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앞도 보이지 않는데 돌아가기에도 너무 멀리 와버린 상황.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게임메카는 이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얽히고 설킨 문제의 실타래를 찾아보았다. 정상적인 캐시 시스템, 비정상적인 판매방식
*PC방 사전 오픈! *집에서 하려면 프리미어팩 구입 *커스터마이징
80% 캐시 *문신, 속옷, 창고 등 대부분이 기간제 아이템 *아이템 거래소
등록도 캐시 사실 넥슨이 이같이 무리수를 두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긴 하다. 몇 주전 `2010 세계 게임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배포된 자료에 의하면 부분유료화 게임들의 매출분포도는 평균적으로 상위 10% 유저들이 전체매출의 70%이상을 차지한다고 나와 있다. 아예 돈 한푼 쓰지 않는 유저들도 50%이상에 달한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국내 이와 별반 다르지 않는다고 본다. 세미나에서도 오베족이라 불리는 `로커스트`유저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F4키를 누르면 동료들에게 수고 하셨습니다는 인사를 보낼 수 있습니다.` F4를 누르면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출력된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커뮤니티 시스템은 이 한 줄 텍스트로 대변된다. 게임 내에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상대인 유저는 F4키 하나로 마무리 하는 반면 NPC는 과도할 정도로 말을 많이 한다. 패키지게임의 향수를 자극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 같은데 과거 RPG 전성시대에서 우리가 즐겼던 PC게임은 경쟁 없이 플레이 할 수 있기에 게임상에서 출력되는 지문을 하나씩 꼼꼼히 읽으며 다음 콘텐츠를 진행하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에서 텍스트는 레벨업을 방해하는 하나의 허들일 뿐이며 게임의 목적 역시 레벨업 위주로 흘러가게 되었다. 그럴 의도 아니었다고 해도 그런 상황이 된 것이다. 때문에 NPC가 읊는 대사 하나 하나가 재미와 추억으로 다가오기 보다는 짜증스럽고 귀찮은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개발진도 이를 모르진 않을 것이고 그렇기에 `역발상` 의도에서 이런 시스템을 채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문을 꼼꼼히 읽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며 플레이 방식 역시 퀘스트를 받은 후 미션을 클리어 하고 보상을 받는 일반적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요컨대 지문을 읽어도 얻는 것도 없고 읽는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미스터리 한 부분이 있어 생각 좀 하려고 치면 미스터리 하게도 게임시스템이 궁금증을 풀어줘 버린다.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별표가 생기면 누르고 느낌표가 뜨면 들어가면 된다. 더욱이 캐시아이템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개인간 거래를 막고 아이템 거래는 오로지 거래소를 통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거래 커뮤니티가 실종되어 버렸다. F4로 대변되는 `마비노기 영웅전`의 커뮤니티 시스템은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보다 이익에 대변되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묻혀 버렸다. 끝장나는 액션, 살벌한 퍼포먼스, 역시 데브캣 좀더 편하게 갈 수 있는 부분인데 데브캣이 좀 어렵게 가긴 했다. 하지만, 액션 하나는 확실하다. 레벨과 스킬로 커버할 수 있는 액션이 아니라 정확한 컨트롤과 실력이 요구되는 게임을 만들었다. 몬스터의 퍼포먼스도 매우 훌륭해 본격 수렵 액션게임으로 대변되는 `몬스터헌터`와 확실한 차이점을 만들어 놓았다. 이는 MORPG계의 빅3(`C9`, `드래곤네스트`, `마비노기영웅전`) 중 단연 우월하며 국내 게임계의 역사를 되돌아 가더라도 이만큼 퀄리티를 뽑아낸 게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마디로 잘 만들었다. 다만, 클래스 별로 쓸 수 있는 무기가 한정되어 있고 보조무기의 선택 폭도 좁아 후반 갈수록 패턴이 단조롭게 변하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기초가 잘 닦인 까닭에 후에 어떤 무기를 추가하던 어떤 클래스가 추가되던 짜임새 있게 만들어질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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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또 점검, 또 또 점검... 랙, 또 랙, 또 또 랙... 자이언트서버와 새도우채널 시스템 때문에 불거진 점검 문제는 사실 아이디어가 나빴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도가 좋았다. 어차피 ‘오베족’이 있기 때문에 빠질 인원은 빠진다. 밀물처럼 들어오는 인원을 처리하기 위해 서버확충은 하지만 상용화가 되면 어차피 썰물처럼 빠져나갈 인원이다. 이후 서버통합 이야기가 나돌면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가라앉으며 부가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마비노기 영웅전은 이런 불필요한 리소스를 최소화하고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MORPG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분명 남들과 다른 시도였고 늘 해오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그리고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정식 오픈을 강행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는 무리수였다. 고질적인 랙 현상은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겠지만 일단 `마비노기 영웅전`이 듀얼코어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키웠다. 권장사양에는 분명 듀얼코어급 이상으로 표기되어 있어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일단 상황는 그렇다. 게임의 특성상 주위 오브젝트를 파괴해 활용하는 플레이를 강조하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오브젝트를 부술 때면 CPU의 연산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느려지는 것이다. 대부분 PC방에 보급되어 있는 컴퓨터는 듀얼코어 혹은 쿼드코어인데 게임 자체에서 멀티코어를 지원하지 않으니 유저들이 체감하는 랙은 상당한 수준이다. 개발진에서는 지난달 7일 공지를 통해 그랜드 오픈 이후 적용될 예정이라고 했지만,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유저 불만의 8할이 점검과 캐시정책... 흥미로우면서 슬픈 사실이지만 유저들도 `마비노기 영웅전`의 게임성에 대해서는 좋고 나쁨을 논하지 않는다. 개선점은 남아 있지만 게임은 여전히 재미있으며 잘 만들어졌다. 또,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항상 유저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빠르게 피드백을 반영하는 속도도 빠른 편이다. 하지만 오픈은 분명 성급했고 캐시정책은 지나쳤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신규 콘텐츠나 클래스간 밸런스 피드백이 거론되어야 게시판에 서버점검과 랙, 캐시에 대한 불만이 8할을 차지한다. 아니나 다를까 금일(5일)자 공지사항을 보면 점검으로 인한 기간제 캐시아이템을 300% 보상하겠다는 공지까지 떴다. 숫자로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다. ‘조삼모사’와 같은 운영이 과연 얼마 동안 유저들을 붙잡아 둘 수 있을지 알 순 없지만, 시장경제의 논리대로 라면 멀쩡하지 않은 물건을 가지고 ‘장사’를 시작했으니 당분간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듯 보인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것은 좋은 의도지만 유저들도 똑같이 그 길을 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한발자국이라도 좀더 신중하게 내딛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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