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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2` 정~말 어렵게 평가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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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스타랑 뭐가 달라요?"

 

사무실에서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를 플레이하고 있으면 주변으로 모인 동료들이 꼭 한번씩 묻는다. 왠지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가 완전히 옛날 게임이 돼 버린 듯한 기분에 어딘가 아리까리했지만, 확실히 가장 궁금한 질문인 건 사실이다. 화려하게 뿜어지는 비주얼덕분에 일단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하나, 막상 하는 것을 보면 전작과 플레이 방식이 크게 달라진 거 같지 않은 느낌 때문이다. 그래픽도 바뀌고 새로운 유닛도 많이 생겼다고 주절주절 거려봤자 직접 해보지 않으면 절대 느낄 수 없는 ‘스타2’만의 독특한 맛이란, 정말로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 리뷰는 기존 ‘스타’와 비교해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에 중점을 두어 작성해 보았다. 물론 100번 기사를 읽는 것보다 1번 플레이 해보는 것이 훨씬 낫겠으나 어쩌랴, 테스터는 한계가 있으니. 본 리뷰가 게임을 애타게 기다리는 분들, 혹은 테스터 탈락의 아쉬움을 방송 등으로 달래고 있는 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멀티 플레이 키워드는 '상성'과 '정찰', 그리고 '전술'

 

"나의 광전사(질럿) 부대는 유난히 멋져 보였다. 인구수 150을 채웠고 공격력 업그레이드도 했다. 고위 기사단(하이 템플러)까지 뒤를 받쳐주고 있었으니, 이대로 밀고 들어가면 저그 벌레들 쯤이야 순식간에 녹일 수 있을 터였다. '지지'를 받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거침없는 광전사의 돌격에 저그의 멀티 기지가 순식간에 파괴됐다. 수비를 한답시고 온 것은 울트라리스크 7마리와 히드라리스크 1부대 정도. 푸훗, 순식간에 죽여주지. 슥슥슥...  잉? 뭐야? 내 광전사 다 어디 갔어?"

 

그렇다. 금빛 위용을 자랑하던 광전사 부대가 고작 6~7마리뿐인 울트라리스크의 공격에 순식간에 썰려버리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진 것이다. 아무리 컨트롤에 차이가 있다고 해도 기존 '스타'와 비교해보면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 바로 '상성'이다.

 

 ▲ 질럿이 그냥 깨부술 것 같았으나... 

 ▲ 헉! 어떻게 이런 상황이!!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겠지만, '스타2'에 등장하는 모든 유닛은 서로 상성관계에 얽혀있다. 프로토스의 광전사는 테란의 불곰이나 저그의 히드라리스크에 강력한 면모를 보이지만, 테란의 무법차나 저그의 바퀴, 울트라리스크 같은 유닛에 취약하다. 테란의 고급 유닛인 토르의 경우 프로토스의 추적자나 저그의 바퀴같은 유닛을 상대하기 좋지만, 프로토스의 광전사나 저그의 저글링에는 맥을 못 춘다. 때문에 몇 번 플레이를 하면서 유닛의 상성관계를 익히는 것이 멀티 플레이에서 승리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가 된다.

 

유닛의 상성관계는 '스타2'의 핵심이자, 전작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와우'의 레이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특정 보스를 때려잡기 위해서는 탱커와 딜러는 기본, 뒤에서 서포트 해줄 수 있는 클래스도 있어야한다. '스타2'도 마찬가지. 상대가 꺼낸 유닛을 때려잡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유닛이 필요하다. 전작처럼 물량으로 커버하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선택이 매우 중요해진 셈이다. 손으로 컨트롤 하면서 머리를 써야 했기에 좀 피곤하긴 했지만, 쓸모없는 유닛이 하나도 없고 항상 긴장을 해야 했기에 꽤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실제로 많은 테스터들이 이 상성관계 때문에 혼란스러워 했다. 전작의 느낌대로라면 충분히 뚫고/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 나온 유닛들도 많고, 전작의 유닛들도 대부분 리메이크되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혼란, 혼란, 대혼란이었다. 기존 '스타'의 스타일 그대로 가는 것이 아닌, 대체 뭘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다 순식간에 본진이 털려버리는 상황을 겪었다면, 난 당신에게 미소를 지으며 한 마디 해주고 싶다. "스타2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 망~했~어요~! 공허폭격기를 막을 게 없어요~~!

 ▲ 테란의 토르, 다 깨부술 것 같지만 상대를 잘못 만나면 순식간에 털린다

 

상성관계를 이해했다면 다음은 정찰이다. 물론 '스타'에서도 정찰은 중요했지만 '스타2'에서는 더 중요해졌다. 아니, 하지 않으면 그대로 망한다. 게임 속도가 전작보다 약 1.5배 빨라짐에 따라 공격 유닛이 등장하는 시기도 상당히 앞당겨졌다. 그만큼 어떤 유닛을 선택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 시기도 짧아졌다는 의미다. 때문에 빠른 정찰은 필수이며, 계속 살펴보면서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정찰을 하고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했다면 이제 전략/전술을 선택할 타이밍이다. '스타2'에서는 개성이 뛰어난 신규 유닛과 특수 능력을 지닌 건물들이 대거 등장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전술의 폭이 넓은 편이다. 전작처럼 입구를 막고 무한 테크를 탄다거나 하는 식의 일자무식 전략은 불가능하다. 지형지물을 마음 놓고 활용할 수 있기에 사실상 '안전지대'가 없기 때문이다.

 

 ▲ 특수한 능력을 지닌 유닛들이 대거 등장해 항상 긴장을 해야 한다

 ▲ 입구를 막았다고? 옆으로 들어가지 뭐...

 

또한, 전략/전술을 구상할 때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 하나가 있는데 바로 방어 건물의 효율이 떨어졌다는 거다. 프로토스의 광자포(포토 캐논), 저그의 가시 촉수(성큰 콜로니)의 파괴력이 전작에 비해 상당히 감소했다. 이는 건물의 활용보다는, 유닛 VS 유닛의 대립 구도를 보다 직관적으로 확립하여 전투의 리듬을 깨뜨리지 않기 위함으로 보인다. 상대의 테크를 보고 상성 상 유리한 유닛을 뽑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스타2'의 멀티 플레이의 '흐름'과 그 '느낌'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서서히 몸에 배이기 시작한다.

 

이 멀티 플레이의 흐름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지만, ‘대중성’을 감안해 넓게 생각해보면 불안한 점이 몇 가지 있긴 했다. 우선 게임이 복잡해지고 약간의 ‘지식’이 필요함에 따라 기존에 ‘스타’를 해보지 못한 유저들에게 꽤 높은 난이도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 이와 같은 변화가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게임 속도가 빨라지고 전술방식이 바뀜에 따라 난이도가 높아졌다

 

사실 후속작이라는 것이 전작의 느낌을 잘 살리면서 시대의 트랜드에 맞춰 변화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여러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고, 특히 전작이 성공한 게임이라면 피가 솟구치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블리자드의 프랭크 피어스 부사장은 ‘스타2’의 멀티 플레이를 “적응은 쉽게, 마스터는 어렵게” 만들겠다고 했다. 대중성도 잡고, 마니아층도 잡겠다는 의미다. 실제 테스트를 해본 결과 아직 그의 말을 100% 신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지만, 그 ‘방법’ 자체가 나쁘지 않은 방향이었기에 더 믿고 기다릴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

 

변화와 대중성 사이에서 블리자드가 늘 강조하는 ‘재미’를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스타2’의 멀티 플레이가 평가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은 좋아졌는데, 타격감은 어때?

 

확실히 그래픽은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디테일이 뛰어나다기보다 화사해진 색감과 표현력이 뛰어난 디자인, 그리고 부드러움이 강조된 움직임 탓인지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워 보이는 첫인상을 남겨주었다. 화사해진 색감은 기존 '스타'의 어둡고 음침한 느낌을 죽이고 밝은 느낌을 연출해냈으며, 그만큼 무겁지 않고 가벼워 보이게 만들었다. 건물과 유닛의 디자인은 블리자드 특유의 묘사가 빛을 발해 고유의 느낌을 잘 살려냈고, 유닛의 모션이나 움직임은 매끈매끈 열매를 먹은 것 마냥 부드러워 심리적으로 기분을 좋게 했다.

 

 ▲ 확실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마구 칭찬을 하고 있는데, 사실 진짜로 칭찬해야 할 부분은 바로 PC 사양에 있다. 약 1년 반 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블리자드의 아트 팀은 “최근 사양의 PC에서 원활하게 동작하며, 개체 고유의 느낌을 살리면서 한 화면에 300개의 유닛을 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은 70% 이상 지켜졌다.

 

우선 테스트를 진행했던 PC 사양이 인텔 코어2 듀오 E7200급에 그래픽카드는 라데온 4850이었는데, 큰 무리 없이 풀 옵션으로 돌리는 것이 가능했다. 멀티 플레이가 2:2까지만 지원돼 그 이상은 확인해볼 수 없었으나, 많은 개체수가 격렬하게 전투를 진행하는 화면에서도 프레임 저하가 눈에 띄지 않아 컨트롤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PC방 평균 사양이 테스트용 PC보다 조금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면 충분히 권장 사양으로 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그래픽을 조절하면 매우 낮은 사양의 PC에서도 게임을 돌릴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스타2’의 최소 사양은 펜티엄4 1.3GHz 이상(동급 AMD)에 램은 512MB 이상, 그리고 그래픽 카드는 지포스2 계열(동급 라데온) 이상이다.

 

  ▲ 중급 옵션(좌)과 최하급 옵션(우)

  ▲ 이 그래픽도 나름 느낌있지 않은가?

 

실제로 품질을 최하로 놓고 돌려보니 빛 반사나 효과, 조명 같은 옵션이 사라져 밋밋하긴 했지만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래픽이 뭉개지는 것은 아니었기에 ‘게임 할맛’까지 떨어지진 않았다. 쉽게 말해 정말로 게임이 하고 싶은데 최신 PC를 마련할 여력이 없는 분들을 위해 이른바 ‘똥컴’에서도 돌아갈 수 있게 설정해둔 것이다. 이 정도면 군 PC방에서도 충분히 돌아갈 듯하니, 당신이 상병 이하라면 지금 당장 만세를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최적화가 잘 돼 있으니 모두가 만세 부를 일이지만 살짝 걸리는 부분이 있다. 바로 타격감과 개체 고유의 느낌이다. 기존 ‘스타’의 타격감은 비록 2D 기반에 현실적인 모습이 반영된 것도 아니었지만, ‘쏘고/맞추고/죽이고’라는 3박자가 잘 갖춰져 있었다. 헌데 ‘스타2’는 이 부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아 여러 팬들의 가슴에 걱정을 안겨 주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전략과 밸런스가 중요한 RTS 장르에서 굳이 타격감을 거론한다는 것이 웃긴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타격감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순전히 ‘스타’의 영향 때문이다. 우리가 ‘스타’의 질럿이 강력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격 모션은 단순히 찌르는 거 하나뿐이었지만 그 순간 발생하는 묵직한 사운드 효과, 그리고 그 단순한 공격에도 신음소리를 내며 ‘펑펑’ 터져나가는 적군 유닛들 때문이었다. ‘티익’하는 스팀팩 소리와 함께 마린 부대가 등장하면 ‘퍽퍽’ 터지는 저글링을 예상할 수 있는 것도 위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다. ‘스타’에 구현된 타격감은 전투를 흥미롭게 돋워주는 촉매제 이상을 넘어서, 유닛 고유의 느낌까지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스타크래프트는 RTS임에도 불구하고 타격감이 훌륭한 편이었다

 

‘스타2’의 타격감이 도마 위에 오른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광전사가 된 질럿은 멋스런 3D 아바타로 재탄생했다. 찌르기뿐 아니라 검을 붕붕 휘두르며 역동적인 공격도 퍼붓는다. 모션까지 부드러우니 보다 현실적이다. 액션 게임도 아니니 이펙트 효과도 과잉 없이 처리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스타’의 그 투박한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익숙함 차이다. ‘스타’를 제쳐두고 ‘스타2’만을 놓고 평가를 해보면,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딱 좋은 중간점을 찾아낸 듯한 느낌 때문이다. 당연히 권장 사양까지 고려한 경우에 말이다. 물론 플레이하는 유저들의 성향에 따라 평가 기준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한 가지는 기억하자. ‘스타’는 10년 전 게임, 이것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꼭 바꿀 필요는 있을 거라고.

 

 ▲ '스타2'만의 고유한 타격 이펙트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다음으로는 개체 고유의 느낌. 유닛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앞서 언급한대로 디자인이 좋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헌데 문제는 뒤엉켰을 때다. 3D로 구현되다 보니 수백 개의 유닛이 한 화면에 뒤엉켜 있을 때 정말로 정신이 없다. 특히 저그의 경우 인구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유닛 구분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리고 팀 전에서 필요한 팀 고유의 색깔도 전작에 비해 직관적이지 못하다. 전체적으로 색감이 너무 화사해진 탓이다.

 

실제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 봐도 그렇고, 프로 게이머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확실히 위 두 가지 부분은 어느 정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유닛 구분이 어려워지면 그만큼 어떤 유닛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을 터이고, 색깔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보는 입장에서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 3D로 구현된 '스타2'의 유닛들

음성도 한글화, 이거 죽이는군요!

 

‘스타2’의 완전 한글화는 사실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 참 말이 많던 문제였다. 블리자드는 이미 ‘와우’라는 게임을 완벽하게 한글화해 성공시킨 전례가 있지만, ‘스타2’는 기존 ‘스타’의 익숙함 때문에 굳이 완역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를테면 마린이 해병으로, 넥서스가 연결체로, 오버로드가 대군주가 된 것들 말이다.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난 이미 몇 십 판이나 멀티 플레이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유닛들의 한글 이름을 다 모른다. 아니, 신규 유닛을 빼고는 하나도 모르겠다. 더 놀라운 사실은 게임 플레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게임하는 입장에서는 마린이 해병이 됐다고 해도 이미 인식 자체는 ‘총 쏘는 기본 보병’으로 잡혀 있다. 기존 유닛들은 다 이런 식이다. 이름이 뭐든 상관없이 일단 뽑고 본다. 반대로 신규 유닛들은 그 역할과 동시에 한글화된 이름까지 동시에 머릿속에 박힌다.

 

▲ "차라리 배럭스, 아모리라고 불러주오~~"

 

결국 기존 유닛들의 어색한 한글 명칭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고, 신규 유닛들은 영어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 못할 정도로 한글 이름에 더 익숙해질 것이다. ‘스타’를 모르는 신규 유저들에게는 한글 명칭이 더 좋은 것이 당연하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그럼 됐네 뭘’이다.

 

물론 e스포츠 분야에서 경기를 해설하는 부분까지 고려해보면 조금 더 피곤해질 수 있겠으나, 어차피 유저들이 익숙해지면 해설자도 익숙해질 테고 부담도 줄 것이다. 그리고 한글화는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다. 게임 플레이에 심각할 정도로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좋은 우리말로 쓰겠다는데 굳이 머리 싸매고 반대할 필요도 없지 않겠는가? (웃음)

 

한편, 이번 베타 버전에서는 명칭뿐 아니라 유닛들의 음성까지 모두 우리말로 더빙됐다. SCV, 아니 건설로봇이 툭 하면 외치는 “와~ 야근이다”나 불곰이 말하는 “나 부드러운 남자에요” 등의 음성은 친근감마저 느껴졌다. 물론 몇몇 유닛들의 음성이 아바타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고, 지나친 농이 긴장감을 저해시킨다는 의견이 있긴 하지만 ‘문제’라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

 

확실히 한글화는 베타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높은 편이었고, 지금도 꾸준히 피드백을 받고 있으니 확실하게 믿고 기다려도 될 듯하다.

 

 

 ▲ '스타2' 몇몇 유닛의 음성 모음

 

게임은 좋은데 배틀넷은 더 다듬어져야

 

▲ 배틀넷 로그인 화면

 

이번 베타 테스트는 최초로 공개된 배틀넷을 통해 진행됐다. 맵 에디터 등 그동안 블리자드가 밝혀 왔던 핵심 기능들이 모두 적용된 것은 아니었지만, 친구 관리와 멀티 플레이에 관련된 것들은 적용돼 있어 전체적인 뼈대와 구성은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배틀넷에 접속하면 내가 사용할 닉네임과 구분명을 만들어야 한다. 닉네임은 배틀넷 안에서 다른 플레이어에게 보이는 나의 이름을 의미하며, 구분명은 내 고유의 이름을 의미한다. 헷갈릴 수 있는데 이건 예를 들면 이해하기 쉽다. 우선 닉네임은 다른 배틀넷 유저와 중복이 되도 상관없다. 즉, 내가 닉네임을 ‘블루오빠’로 만들어도 다른 유저 역시 ‘블루오빠’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를 구분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구분명이다. 구분명은 중복되지 않기 때문에 고유의 이름을 써야하며, 한글로도 등록이 가능하다.

 

이 부분은 단순히 ‘스타2’가 아니라 자사 라인업 모두를 위해 설계해둔 것으로 판단된다. ‘스타2’, ‘와우’, ‘디아블로3’까지 모두 모이면 중복되는 닉네임이 어마어마할 터, 이를 위해 일부러 <닉네임>.<구분명>으로 분류를 한 것이다. 나름 좋은 아이디어이긴 한데 구분명이라는 개념이 워낙 생소하다 보니 헷갈려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아예 까먹는 경우도 많았고. 게임을 초대하거나 친구를 등록할 때 두 가지 모두 입력해야 했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다.

 

▲ 블루오빵.블루오빵(닉네임.구분명)

 

친구 관리는 흡사 MSN 메신저를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친구를 등록하면 우측 하단에 현재 접속해있는 인원이 표시되고, 대화를 시도하면 별도의 창이 만들어진다. 다른 창을 연 상태에서 친구 창에 메시지가 들어오면 ‘딸랑 딸랑’ 알람 소리까지 들린다. 또, 파티를 하면 전용 채팅창이 만들어져 별도의 커뮤니케이션까지 가능하다.

 

확실히 이 부분은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굳이 게임을 같이 하기 위해 별도의 메신저 프로그램을 돌릴 필요 없이, 게임 내에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적용되지 않은 음성 프로그램까지 돌아가기 시작하면 이 기능은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MSN 메신저같은 프로그램이 적용돼 있다

 

마지막으로 ‘스타2’의 멀티 플레이. 기존 ‘스타’처럼 방을 만들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모드와 종족을 선택하고 ‘경기 검색’을 하면 바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멀티 플레이에서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배치 경기와 리그/래더다.

 

배치 경기는 리그로 넘어가기 위한 일종의 테스트 단계다. 총 10번의 배치 경기를 모두 마쳐야만 리그로 갈 수 있으며, 꼭 승리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식의 조건은 없다. 단 배치 경기에서 승률과 점수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넘어가는 리그의 등급이 달라진다. 리그의 등급은 플래티넘, 골드, 실버, 브론즈, 코퍼로 구분되며, 당연히 앞쪽 순서부터 높은 점수가 요구된다.

 

게다가 리그는 나 혼자 플레이했을 경우, 혹은 친구들과 파티를 하고 했을 경우까지 각각의 점수가 기록되는 방식이기에 혼자 할 때는 실버, 동생과 할 때는 플래티넘, 친구와 할 때는 브론즈에 배치될 수도 있다. 또, 래더 내에서 따로 부가 분류되는데 한 부에 최대 100명까지 배치가 돼 여기서도 경쟁을 통해 높은 순위로 올라갈 수 있다. 순위가 오르고 높은 성적을 거뒀다면 상위 리그로 승격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 자동 검색을 이용할 수도 있고, 수동으로 방을 만들어 초대할 수도 있다

 

 ▲ 실력에 맞는 리그에 배치되고, 여기서 다른 유저들과 경쟁을 할 수 있다

 

리그의 등급 분류는 확실히 유저들을 배려한 시스템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실력이 한참 모자라는 사람들이 초고수를 만난다면 소위 말해 ‘떡실신’당할 것이 분명하고, 양측 다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서로 수준이 맞는 유저들을 모이게 하고, 그 안에서 다시 한번 ‘경쟁 구도’를 심화시킨 것은 누가 봐도 참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본다.

 

전체적으로 평가해 봤을 때, 확실히 배틀넷은 블리자드가 강하게 내세우고 있는 만큼 무한한 확장 가능성에 기대를 하게 만든다는 것. 아직 생소한 것들이 많아 모두가 완전히 적응하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인터페이스 구성이 다소 난잡하긴 하지만 이번 베타 테스트를 통해 피드백을 받고 고쳐나가면 또 하나의 ‘물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배틀넷에서 진행되는 모든 전투는 자동으로 리플레이가 저장된다

 ▲ 리플레이의 기능이 대폭 개선돼 더 상세한 분석을 할 수 있다

 

 

성공 가능성을 예감하는 건 아직 일러

 

며칠 동안 ‘스타2’를 해보니 그동안 궁금했던 사항들이 얼추 다 풀렸다. 특히 전작과 비교해서 어떤 점이 다른지, 그리고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아직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에 지금 현재를 100%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뼈대는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만족할만했다.

 

본문을 통해 전반적인 내용은 대부분 평가했지만 정작 유저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한국에서 스타2가 잘 정착하여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은 다루지 못했다. 사실 내 의견을 곁들여 마구잡이로 평가할 수도 있겠으나 대한민국에 ‘스타’가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거대하고, 너무나 기대하는 분들이 많기에 무책임하게도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길까 한다.

 

허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베타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높다는 것,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지면 나아졌지, 떨어질 이유는 없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바라봐도 좋을 듯 하다는 거다.

 

그리고 이건 여담이지만, ‘스타2’를 플레이하고 있으니 PC방에서 컵라면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면발 한번 입에 후루룩 털고 일꾼 생산 버튼 누른 뒤에, 단무지 하나 씹어 먹고 정찰 보내는 그 맛. 아, 이게 정말 스타하는 맛이거든요.

 

 ▲ 베타 테스터 계정 때문에 아주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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