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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크래쉬 우승팀 리저렉션이 말하는 철권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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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e-스포츠 최초의 대전격투게임, ‘철권6: BR’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MBC게임에서 주최하는 ‘철권크래쉬’는 전 시즌 4강 이상 입상자에 한해 준프로게이머 자격을 부여, 이번 시즌에서의 입상 결과에 따라 프로게이머 자격을 수여한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깊다. (최종적으로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8월에 있는 프로게이머 소양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지난 22일 개최된 철권크래쉬 4기 결승전에서는 ‘Resurrection(이하 리저렉션)’팀이 지난 시즌 우승팀인 스페셜리스트 팀을 누르고 우승의 영광을 차지하였다. ‘만년 2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한번에 날려버릴 만큼 위력적인 활약을 보여 준 통발러브(장종혁), 지난번에 이은 2연속 우승을 통해 철권 프로게이머 자격을 취득한 홀맨(김정우), 그리고 군 제대 후 화려하게 부활한 무릎(배재민) 선수를 만나 ‘철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철권크래쉬 4기 우승을 차지한 리저렉션, 왼쪽부터 무릎(배재민), 홀맨(김정우), 통발러브(장종혁) 선수

우승 축하드립니다. 리저렉션 팀은 어떻게 결성하신 건가요?

무릎(배재민): 전 사실 군대에서 철권을 끊으려고 했어요. 군대를 늦게 간 데다, 더 이상 철권을 계속하면 장래에 도움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군대에 있으려니 철권크래쉬가 생기고 굉장한 인기를 얻는데,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한창 철권을 할 땐 그런 거 없었는데, 이제 와서 끊으려고 하니까 왠지 억울하더라구요. TV로 경기를 보고 있자면 왠지 나가고 싶어졌구요. 그래서 결국 제대하기 전 홀맨 형에게 “제대하면 열심히 할 거니까 팀 짜자.” 라고 했죠. 그래서 철권크래쉬 시즌3 당시에는 떨어져버린 감을 끌어올리느라 출전하지 못했고, 이번 시즌에 겨우 세 명이 팀을 짜서 출전하게 됐어요.

홀맨(김정우): 사실 예전부터 무릎이랑 저랑 지금 해설자로 나선 NIN(박현규) 셋이서 팀을 해왔어요. 그런데 무릎이 군대를 갔고, 그 동안 광견진, 세르, 나락호프, 미스티, 레인 등의 선수들과 팀을 짜며 방랑했죠. 그러다 무릎이 제대하며 다시 팀을 이루게 된 거에요. 그런데 NIN이 해설자로 빠져나가면서 팀에 공석이 생겼어요. 그래서 마무리 한 명을 어떻게 채울까 참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마침 통발이도 정처없이 계속 떠돌고 있더라구요, 정착도 못 하고. 그런데 실력은 무지 좋죠.  옛날부터 친했던 사이였는데 아쉽잖아요. 그래서 통발이를 데려 왔죠.

통발러브(장종혁): 팀 명인 리저렉션의 경우엔 저와 무릎이 둘이 고민 많이 하다 지은 이름이에요. 처음에는 ‘과거의 영광’ 같은 팀명도 생각했는데 결국 리저렉션이 가장 나은 것 같더라구요. 무릎이도 저도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입장이었구요.

▲ 군 제대 후 전성기의 기량을 되찾아가는 무릎(배재민) 선수

그러고 보면 팀 명과 홀맨님은 그리 어울리시는 것 같지 않은데요? 이 리저렉션 팀을 앞으로도 계속 만나볼 수 있는 건가요?

홀맨(김정우): 전 대회 신청이 완료될 때까지도 팀명이 뭔지 몰랐어요. 어쨌든, 저희는 이대로 쭉 이 멤버를 유지할 생각이에요. 통발이가 군대 갈 때 까지는요.

무릎(배재민): 가게 되면 대체할 사람을 구해야죠

홀맨(김정우): 저희가 고민할 것도 없이 그때쯤 되면 오라는 사람은 다 올 것 같아요. (웃음)

그렇다면 홀맨님의 지난 시즌 우승들은 방황하시다가 이뤄내신건가요?

홀맨(김정우): 그렇죠(웃음) 그냥 무릎 기다리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닌 거라고 보시면 정확해요. 이제서야 제 집으로 돌아온 셈이죠.

▲ 드디어 정착, 프로게이머 자격을 취득중인 홀맨(김정우) 선수

그렇다면 만약 지금 통발러브 님에게 영장이 왔다고 가정했을 때, 대체할 인물 1순위는?

홀맨(김정우): 글쎄요? 누가 있을까요…

무릎(배재민): 막상 생각해 보면 괜찮은 사람은 많죠.. 아니면 저희가 더 열심히 연습해서 이기던가요

홀맨(김정우): 아무나 한 명 끼워넣고 저희가 이겨버려도 되고.. 팀전이니까요

통발러브(장종혁): 울고 싶네요

무릎(배재민): 그러니까 내가 갈 때 같이 갔었어야지.

통발러브님은 ‘콩라인(만년 2위를 뜻하는 신조어)’ 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리저렉션 팀에서 날려버리셨는데

통발러브(장종혁): 그렇죠, 사실 이전에는 결승전에서 운이 너무 안 따라주었던 것 같아요. 못 해서 졌다기보다는 운이 없었던 거죠. 긴장한 탓도 있긴 한데, 상대팀도 긴장은 다 하는 거니까요. 이번에는 저번의 악운들이 액땜으로 작용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상대편도 때리는 대로 다 맞아주더라구요.

홀맨(김정우): 상대팀도 방심을 좀 하고 있었을 거에요.

통발러브(장종혁): 제가 선발로 나온다는 것도 예상하지 못 했을 거에요.

홀맨(김정우): 제가 볼 땐 저희팀의 파격적인 엔트리를 상대팀에선 오히려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실제로 레인 선수는 통발러브의 주캐릭터인 데빌진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이거든요.

통발러브(장종혁): 하지만 저도 레인 선수의 주캐릭터인 스티브는 쉽게 상대할 자신이 있었죠. 그래서 내심 레인 선수가 선봉으로 나서길 기대하고 있었는데 레인 선수가 선봉으로 나선 거에요. 시작하기 전 명단을 봤는데 저와 레인이 서로 선봉이길래 “시작하자 마자 바로 나락(풍신류의 대표적 하단 기술) 쓸거야.” 라고 했더니 “그럼 시작하면 바로 앉을게요.” 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까 안 앉더라구요? 그래서 마지막에 나락 연속 3번 썼더니 못 막더군요. (웃음)

▲ 만년 2위라는 징크스를 떨쳐버린 우승의 주역, 통발러브(장종혁) 선수

철권을 처음 접한 시기는 언제이고, 그 때의 시리즈는 뭐였나요?

통발러브(장종혁): 초등학생 때 친한 친구네 집이 오락실을 했어요. 그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접하게 되었는데, 아마 철권1이나 2였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철권보다는 다른 격투게임, 킹오파라던가 버파 같은게 인기가 많았지만, 저는 철권이 재밌었어요. 그래도 당시엔 어린 나이 탓에 라이트 유저였습니다.

무릎(배재민): 저도 비슷한데, 어릴 때 학교에서 집에 오는 길에 오락실이 있어서 자주 오락실에 갔어요. 그땐 어려서 철권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하는 게 신기해서 옆에서 구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죠.

홀맨(김정우): 천 철권1 부터 시작했어요. 그리고 철권2 부터 친구가 가지고 있던 가정용 PS로 본격적으로 철권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죠.

철권1이 94년에 출시된 지 벌써 16년이 지났는데요, 당시엔 캐릭터 별 기술 수도 적고 좀더 쉽게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 최근엔 기술 수도 많고 콤보도 늘어났죠. 과거와 현재 어느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무릎(배재민): 전 철권1, 2를 시절엔 10단 콤보를 많이 사용했어요. 그 당시엔 10단 콤보만 알더라도 동네에선 어느 정도의 실력자였거든요.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없었기에 10단 콤보는 친한 친구들 사이에 전승되어오는 비기 같은 거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이 보급되고 온갖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기술 수가 적어서는 아무래도 즐기는 데 한계가 있죠. 때문에 기술 수가 늘어난 지금이 훨씬 깊이있는 게임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통발러브(장종혁): 기술 수가 많아진 것이 지금처럼 철권 리그가 인기를 끌게 된 원동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예전엔 고수와 하수가 붙게 되면 이변이나 역전이 일어나기 힘들었거든요. 그러나 ‘철권6’에 들어서서는 레이지, 바운드 시스템 등이 도입되어 고수와 붙더라도 한방 역전이 가능하게 되었어요. 실제로 고수와 초보 사이의 벽은 예전보다 좁아진 것 같아요. 게임 그래픽이나 리얼리티도 좋아져서 단순히 게임을 구경하다가 ‘와 이거 신기하다’ 하고 입문하는 경우도 있고, 방송을 보며 흥미를 갖는 분들도 있구요. 최근 들어 신규 유저의 유입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늘어난 것 같아요.

▲ 철권6의 화려한 경기장면은 신규 유저의 유입을 촉진시켰다

철권2의 경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버파’의 인기를 넘어서기 시작한 작품입니다. 보통 많은 게이머들이 철권2부터 게임에 입문했는데, 그 당시를 회상한다면?

무릎(배재민): 90년도 중후반엔 골목마다 오락실이 있던 때였고, 다양한 게임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에 굳이 철권을 하지 않아도 킹오파나 사무라이, 아랑전설 등 많은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었죠. 매년 나오는 킹오파 시리즈를 기다리는 등 즐길 거리가 많았기에 지금처럼 철권을 깊게 파고들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기껏해야 10단 콤보나 연속잡기 외워서 쓰는 정도?

통발러브(장종혁): 전 대전격투 게임은 예전부터 꾸준히 좋아했지만 어릴 땐 철권 말고 다른것도 많이 했어요. 사실, 그때 당시만 해도 철권보다는 2D 격투게임에 더 흥미가 있었거든요.

홀맨(김정우): 전 철권2를 PS로 즐겼어요. PS는 제가 가지고 있던 건 아니고 친구가 가지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철권에 빠져들게 되었죠

그렇다면 철권을 처음 본격적으로 시작하셨을 때 주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였나요?

무릎(배재민): 저는 킹 유저였습니다.(웃음) 연속 잡기 같은 걸 주로 썼죠. 철권3 당시만 해도 동네 유저였는데, 현재 제 주캐릭터인 브라이언은 그 때까지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플레이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도 했거니와, 사실 브라이언은 겉보기에 별로 좋아 보이지 않거든요. 그래서 킹 아니면 진 같은 캐릭터를 주로 플레이했죠. 태그로 넘어와서도 킹, 아머킹, 진, 카즈야 같은 캐릭터를 사용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대구 시내에 놀러 가서 어떤 사람이 브라이언을 플레이하는 걸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참 단순한 콤보였는데, 그 당시엔 그게 너무 멋져 보이는 거에요. 이전까지 느끼지 못 했던 엄청난 타격감이 느껴졌고, 다들 비슷비슷한 풍신류만 플레이하고 있는데 브라이언의 콤보는 뭔가 멋있었어요. 그 때 저도 ‘아, 나도 저 캐릭으로 해야겠다’ 라고 생각해서 브라이언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주캐릭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홀맨(김정우): 전 철권2 때는 카즈야 유저였어요. 풍신류 유저였다기 보다는 보통 게임의 주연급 캐릭터를 선택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철권3때는 주인공인 카자마 진, 태그 때도 진과 카즈야, 철권4때는 카즈야, 5때는 신캐릭터인 레이븐을 비롯해서 데빌진, 헤이하치 등 여러 캐릭터를 플레이했죠. 보통 신 캐릭터나 주인공급 캐릭터들이 성능도 좋고, 흥미를 이끌어내서 좋아합니다. 지금은 철권6: BR에 새로 등장한 주연급 캐릭터 라스를 주 캐릭터로 삼고 있죠.

통발러브(장종혁): 저는 처음엔 폴이 주 캐릭터였어요. 10단 콤보도 쓰고, 붕권 두 방만 맞혀도 이길 수 있었거든요.(웃음) 그런데 철권3때 ‘초풍신’이라는 기술이 생겼어요. 사용은 약간 어렵지만, 판정도 좋고 발동도 빠른데다 이후 공중콤보를 넣을 수 있는 아주 좋은 기술이에요. 그 기술이 생긴 후 한참 연습을 했고, 그 이후 철권 태그 때에도 ‘풍신류(풍신권을 갖춘 캐릭터들)’ 들을 여럿 다루면서 본격적으로 ‘풍신류’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철권5로 넘어오면서 타임 릴리즈로 등장한 ‘데빌진’을 다루게 되었죠. 철권 태그 때의 손맛이 살아있었거든요. 그 이후 지금까지 데빌진을 주캐릭터로 다루고 있어요. 다른 풍신류 캐릭터도 많지만 역시 데빌진이 가장 저랑 맞는 것 같아요.

무릎(배재민): 풍신류는 사기캐릭터죠

통발러브(장종혁): 브라이언 유저가 그런 말 하면 안되지

홀맨(김정우): 둘 다 사기캐릭터 입니다.

▲ 무릎 선수의 주 캐릭터 '브라이언'

▲ 홀맨 선수의 최근 주 캐릭터인 '라스'

▲ 통발러브 선수의 주 캐릭터 '데빌진'

▲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는 철권 태그 토너먼트의 인기 요인은?

철권 태그의 경우 출시된 지 11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인기를 끄는 타이틀이죠. 그러나 밸런스 면에서는 상당히 좋지 못한데, 밸런스가 게임 흥행에 관계가 없는 걸까요?

홀맨(김정우): 밸런스도 분명 게임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죠. 하지만 철권 태그의 경우 밸런스의 불균형을 커버할 수 있는 조작감이나 다양한 콤보, 파고들어갈 여지 등이 많았기에 인기를 끌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철권 태그가 밸런스까지 좋았다면 지금보다 더 흥행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통발러브(장종혁): 철권 태그는 풍신류를 포함한 몇몇 사기 캐릭터와,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캐릭터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어요. 그런데 철권 태그가 오랫동안 흥행하면서 사람들이 점차 사기 캐릭터들의 패턴에 익숙해져 갔죠. 때문에 나중엔 일부러 일반 캐릭터를 선택해서 사기 캐릭터들을 이기는 재미도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적당한 사기캐릭터의 존재는 그 캐릭터를 이기기 위한 목표를 제시해주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철권 태그의 인기는 사기캐릭터의 존재 외에도 캐릭터 교체 시스템 등의 요소가 포함된 결과이지만, 전 아까 말한 이유가 상당히 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무릎(배재민): 솔직히 철권 태그의 밸런스를 얘기하자면 암담하죠. 밸런스를 게임 흥행에 주된 요소로 가정한다면, 철권 태그는 절대 성공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철권 태그의 인기는 시대적 상황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철권 태그가 출시될 때만 해도 PC방 요금은 상당히 비쌌어요. 최근 PC방 요금은 시간당 1000원 정도인데 당시 요금은 1500원 정도 했거든요. 하지만 철권 태그는 비싼 곳은 200원, 싼 곳은 100원에 즐길 수 있었고 캐릭터가 두 명이나 나와서 더 오래 플레이할 수 있었어요. 오락실은 점차 감소해가는 추세였지만, 그래도 꽤 많이 있었구요. 그러한 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철권 태그가 범국민적인 인기를 끈 것이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유저들이 나름대로의 규칙을 정해서 밸런스를 파괴하는 요소를 막았죠. 초반엔 트루 오우거를 고르면 비매너라고 하거나, 짠손, 짠발, 태그 이지선다 등의 기술은 사용하지 말자는 게 주류였죠. 그런 자발적 룰이 밸런스 불균형을 이겨내고 철권의 대중화를 일궈내는 힘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통발러브(장종혁): 당시엔 일명 ‘매너 플레이’를 요구했죠. 온라인 게임이 아닌 아케이드 게임에서 이런 매너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상당히 특이한 경우잖아요. 제가 아무것도 모를 때 메이저 오락실에 갔는데 사람들이 절 노려보고 눈치를 주더라구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짠손, 짠발을 사용하며 비매너 플레이를 한 거죠. 이처럼 게임 자체에서 밸런스를 파괴할 수 있는 요소들을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막으며 게임의 밸런스를 나름 맞추려고 하지 않았나 싶어요.

▲ "철권 태그의 재미 요소들은 밸런스의 부족함을 메워 줄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철권4는 저주받은 작품이라는 얘기도 나올 정도로 팬들에게 외면받았죠. 실제로 지금까지 철권4 부분 얘기는 잘 안 하셨는데, 철권4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통발러브(장종혁): 철권 태그는 좀 정적인 움직임인데, 철권4의 움직임은 부드러웠죠. 특히 횡신에 이어 횡보가 생겼고 벽이 생겨서 처음에는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론 그게 다였죠. 공중 콤보가 약해지고 난타전이 활성화된 것은 신선한 시도였지만요.

홀맨(김정우): 전 처음에 200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안 했어요(웃음), 그 이후 PS2로 발매되고 나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후 정식으로 플레이하기 시작했죠. 그 이후부터는 철권4 대회도 나가고 그랬어요.

무릎(배재민): 처음 철권4를 봤을 때 느낀 건 그래픽은 정말 좋다는 것이었어요. 솔직히 철권4가 망한건 아니에요. 최초로 국내 10만장 판매를 돌파한 역사적인 타이틀이기도 하고, 콘솔에서는 상당히 흥행했죠. 그리고 전 철권4도 계속 플레이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철권4때는 제 주캐인 브라이언이 약캐였기 때문에 오히려 오기가 발동해서 더 열심히 한 것 같아요. 저를 비롯해서 철권4 유저들은 ‘열심히 하면 재밌다’ 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주류를 이루고 있던 풍신류 유저들은 ‘철권4’에 별 재미를 못 느꼈어요.

통발러브(장종혁): 저 같은 풍신류 유저의 경우 초풍신의 판정이나 위력이 너무 약해져서 ‘이건 아니다’ 라고 생각했죠. 게다가 당시에 ‘디아블로2’에 빠져버려서 그냥 잠시 철권계를 떠나버렸어요.

무릎(배재민): 그 시절엔 철권4와 철권 태그가 한꺼번에 돌아갔고, 유저들도 거의 병행하며 플레이했어요. 철권 태그 유저가 더 많긴 했지만요. 그렇지만 사실 철권4에서 풍신류가 나쁜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대부분의 유저가 철권 태그 시절 워낙 쉽게 풍신류를 플레이하다 보니 ‘철권4’에서 살짝 약화된 것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거죠. 밸런스로 따지면 태그가 훨씬 안 좋은데 말이죠. 그 많은 풍신류 유저들이 철권4를 마음에 안 들어했으니 ‘철권4는 망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거에요. 하지만 실제로 타격감이나 대미지, 백대쉬 삭제 등의 부정적인 면도 작용하긴 했어요.

▲ "철권4를 망작이라고 하시는데, 제대로 플레이해 보면 망작은 아닙니다."

이후 철권5로 넘어오며 점차 이전 스타일로 돌아오기 시작했죠.

통발러브(장종혁): 저는 철권5 처음 나왔을 때도 ‘이것도 힘들겠구나’ 하고 생각어요. 철권4에 비하면 풍신류가 많이 강화되긴 했지만 역시 태그에 비하면 약해서 딜레이 캐치 등이 제대로 안 되었거든요. 그래서 당분간 라이트 유저로 활동했죠. 그런데 이후 밸런스가 살짝 수정된 철권 5.1 패치가 되었는데, 아는 동생이 “형, 데빌진 완전 사기캐릭터 되었어요.” 라고 하더라구요. 결국 꾀임에 넘어갔고, 그때 이후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습니다.

풍신류가 강캐 반열에 들지 않으면 안 하시는 거군요.

무릎(배재민): 맞아요 (웃음)

통발러브(장종혁): 아..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데빌진은 5.1보다 5.0때가 더 좋았어요. 저는 편견 때문에 제대로 플레이하지는 않았지만요. 사실, 캐릭터의 성능이 좋지 않으면 게임이 재미없어지는 면도 있어요. 많이 이겨야 재미있는데 계속 지기만 하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 "주 캐릭터의 성능이 갑자기 나빠지면 솔직히 게임이 재미없어지죠"

2000년대에 들어가며 PC방의 확산 등으로 수많은 동네 오락실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죠. 이것이 철권계에 미친 영향은?

홀맨(김정우): 오락실과 철권 유저가 줄어든 이유는 PC와 온라인 게임의 발전 때문인 것 같아요. 특히 철권 태그 유저들이 철권4에 적응을 못하면서 오락실에 갈 일이 사라졌죠.

무릎(배재민): 인터넷의 확산과 PC방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오락실에 잘 안 가기 시작했으니까요. 만약 오락실이 줄어들지 않았으면 지금보다 유저층도 더 넓고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어요. 플레이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같이 게임을 할 사람이 없어지잖아요. PC나 온라인 게임은 혼자서도 원거리의 유저들과 즐길 수 있는데 아케이드는 그런게 없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최근의 네트워크 대전 기능이 오락실 감소를 대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통발러브(장종혁): 사실 오락실을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상당히 도움은 되겠죠. 실제로 최근엔 오락실 한 번 가려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30분 가량 이동해야 하기도 하니까요.

무릎(배재민): 저도 온라인 대전을 꽤 하는 편인데, 유저 수는 굉장히 많아요. 오락실에 가지 않거나, 혹은 갈 시간이 없는 분들이 꽤 많이 하시더라구요.

무릎님 정도면 초보들을 많이 학살하고 다니시겠어요?

무릎(배재민): 네… 아! 아니요, 그렇진…

통발러브(장종혁): 맞죠 (웃음)

무릎(배재민): 그렇다고는 해도 온라인에 보면 대전수 5천이 넘는 사람들도 있어요. 옛날엔 철권을 집에서 한다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죠. 온라인 대전이 철권 유저 유입에는 상당한 플러스 효과가 되는 것 같아요.

통발러브(장종혁): 저도 온라인 대전을 해 봤는데, 느낌이 상당히 다른 것 같아요. 오락실에서 하던 사람이 온라인 대전을 하거나 반대의 경우엔 적응이 힘들어요. 철권은 오락실 게임이니 오락실에서 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 이제는 안방에 앉아서 다른 사람과 대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홀맨(김정우): 솔직히 저희 같은 경우엔 온라인 대전을 잘 하지 않아요. 대전액션 게임이라는 게 어느 정도 실력이 맞는 사람들끼리 플레이해야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데, 온라인 대전의 경우 누구랑 할 지 모르는 상태에서 게임을 하게 되기 때문에 연습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스타 프로게이머들도 배틀넷으로 연습하진 않으시잖아요. 그래서 저흰 주로 오프라인 대전을 즐기죠. 그렇지만 새로 시작하시는 분들이나 오락실에 갈 시간이 없는 분, 중수 이하의 유저분들께는 온라인 대전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무릎(배재민): 일단은 돈이 안 드니까요. 콘솔과 타이틀 구입비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오락실에서 쓰는 비용보다는 훨씬 저렴하거든요. 특히 대규모 오락실의 경우 고수가 너무 많아서 초보분들에게는 입문의 벽이 너무 높죠. 중하수 정도 유저들에게는 온라인 대전만큼 좋은 시스템도 없는 것 같아요.

최근들어 철권 관련 방송도 많은 추세인데, 철권 방송의 시초는 무릎님 주연의 ‘철권열전- 내일은 어디냐’죠. 처음에 어떻게 출연하시게 된 건가요?

통발러브(장종혁): 역시 ‘철권전’ 관련 질문은 빠질 수 없죠

무릎(배재민): 전 그냥 그때를 회상하면 좀 억울해요. 처음에 MBC게임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그때 제가 일반 게임은 상당히 잘 했는데 대회만 나가면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거든요.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와중에 ‘철권열전’ 제의를 받게 되었어요. 프로그램 의도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강해지는 무릎의 성장 드라마여서 적임자가 저밖에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홀맨(김정우): 원래 ‘철권열전’의 주인공은 제가 될 예정이었어요. 그런데 당시 저는 이미 고수로 분류되었거든요. 프로그램 의도와 맞지 않았던거죠. ‘성장’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제가 무릎을 추천했어요.

무릎(배재민): 주변 사람들은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못 보겠다고 하더군요.

통발러브(장종혁): 스피커 끄고 봐야 해요.

▲ 무릎 선수 주연의 본격 철권 성장드라마 '철권열전 내일은 어디냐' 는 현재 철권크래쉬의 시초다

만약, 2010년 버전의 철권열전을 다시 시작한다면? 출연하실 의향은?

무릎(배재민): 저도 좀 손발이 오그라들긴 하는데, 당시와는 달리 군대 때문에 한 동안 공백기를 가져서인지 저에 대한 관심이 ‘철권열전’ 때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최근에는 철권크래쉬 때문에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유명 유저들이 많아졌거든요. 그래서 저 말고 다른 분들이 더 적임자 같아요. 만약 제가 다시 한다면 예전의 성장스토리 말고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할 것 같아요. 제 나이에 성장이 어울리는 것도 아니니까요.(웃음)

※다음 주에는 '리저렉션 팀이 말하는 철권 리그의 미래'가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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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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