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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권 마스코트 헤이하치, 머리털은 언제부터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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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단, 이덕화, 설운도, 브루스 윌리스, 그리고 박명수. 다음 유명인들의 공통점은? 바로 ‘탈모’ 로 유명하다는 것이다. 이 분들은 ‘탈모’ 부위를 감추기 위해 머리를 싹 밀어버리거나, 혹은 가발이나 모발이식, 흑채 등으로 모발의 공백을 메우곤 한다. 굳이 유명인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탈모로 고생하시는 분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탈모는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다.

게임 속에서도 탈모 캐릭터는 많다. 그러나 대부분이 과학자, 현자, 대장장이 정도의 역할을 맡을 뿐, 정작 주역 캐릭터 중에서는 탈모인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 차별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의 주연급 캐릭터들은 풍성한 머릿결을 자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철권’ 시리즈의 주인공(?) 미시마 헤이하치는 18년 동안 ‘철권’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군림함으로써 탈모인의 자존심을 지켜 온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텅 빈 머리는 당당히 노출시키고,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구레나룻(?)의 당당한 모습이란! 20세기 최고의 헤어스타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권’ 은 몰라도 ‘헤이하치’ 는 알아요.” 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닌 것이다.


▲ 무한도전에서 '헤이하치컷' 을 선보여 화제를 모은 돌+I 신동훈

어쨌든 게임 속 탈모인의 대표주자 헤이하치가 얼마 전 공개된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프로모션 영상에서는 여태껏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풍성한 머릿결로 컴백했다. 이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풍성한 머릿결의 헤이하치를 본 필자의 주변인(철권 유저)은 “이건 말도 안 돼! 헤이하치는 태어날 때부터 그 헤어스타일 아니었나!” 라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실제로 ‘철권 1’ 에 나온 중년의 헤이하치도, 이후 ‘철권 5’ 의 샤오유 엔딩에 등장한 30대의 헤이하치의 모습에서도 가운데 머리털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대체 헤이하치의 머리털은 언제부터 빠진 것일까?

필자는 이 문제의 해답을 구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미시마 헤이하치의 매력은 개성 있는 헤이스타일 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헤어디자인 계의 최고봉을 차지하고 있는 미시마 헤이하치 옹의 일대기를 통해 ‘철권’ 스토리를 되짚어 보며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도록 하자.


▲ 말도 안 돼! 이건 헤이하치가 아니야!

콩가루 집안 스토리 시작

호탕한 웃음의 평소 이미지와는 달리, 헤이하치는 ‘철권’ 전체를 아우르는 콩가루 집안 스토리의 핵심 인물이자 주범격 캐릭터이다. 헤이하치는 거대 재벌이자 격투 무술가문, 그리고 대대로 데빌 유전자를 봉인해 온 미시마 가문의 후계자로 태어났다. 헤이하치의 유소년 시절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아마도 이 때는 머리털이 멀쩡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헤이하치의 아버지 진파치 미시마는 호탕하고 착한 인물로, 사업과 무술 양면에 있어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회장에 군림하던 진파치는 아들 헤이하치의 기업 군수화를 반대하다가 결국 헤이하치에 의해 미시마 재벌 소유의 깊은 산 속 옹달… 이 아니라 ‘혼마루’ 라는 절 지하에 봉인된다. 사실 인간은 가둬 놓고 물과 음식만 며칠 안 주면 죽기 마련이고, 헤이하치도 그러한 생각으로 가둬 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집안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보통 방법으로는 절대 죽지 않는다. 진파치의 생사에 대해서는 이후 ‘철권 5’ 때 다시 설명하겠다.

아무튼 헤이하치가 진파치를 잡아다 가둔 것은 그 아들 카즈야가 대략 5~7세 정도의 시기로, 이때까지만 해도 카즈야와 진파치는 나름 사이가 좋은 할아버지와 손자 관계였다. 미시마 집안을 콩가루로 만든 것은 오직 헤이하치 혼자의 노력(?)인 것이다. 진파치를 i아내고 미시마 재벌의 총수가 된 헤이하치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살벌한 독재 정치를 펼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멀쩡히 무술 수련하고 있던 어린 카즈야를 절벽에서 억지로 번지점프를 시킨 것이다. 그것도 줄 없이! 사자는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무사히 올라온 새끼만 키운다는 말을 몸소 실천한 것 같은데, 사자가 사는 사바나에는 절벽이 없다는 건 몰랐던 것 같다. 참고로 이 당시의 헤이하치의 헤어스타일을 살펴 보면 3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머리(철권5 샤오유 엔딩에서 확인)이다. 그렇다면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에 등장한 헤이하치는 적어도 30대 중반 이전이라는 소리인데, 저 얼굴로 30대 초반, 혹은 20대라니! 뭔가 상상하기 싫다.


▲ 이 때만 해도 잘 돌아가고 있던 미시마 집안


▲ 어린 카즈야를 절벽에 집어던질 때도 헤이하치는 대머리였다
이 때 헤이하치의 나이는 대략 30대 중반


▲ 그렇다면 이 얼굴로 30대 초... 혹은 20대?

어쨌든 이 때부터 미시마 집안의 콩가루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카즈야는 가까스로 살아나긴 했지만 산타클로스 기다릴 나이에 아버지가 선물은커녕 절벽에서 밀었으니 그 증오심이 오죽했을까? 거기다가 라이벌을 만든답시고 중국에서 흰머리 소년 리 차오랑을 입양시켜 오기까지 한다. 열심히 안 하면 후계자 따윈 없다나? 뭐 그런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카즈야는 헤이하치에 대한 복수심을 바탕 삼아 열심히 성장한다. 여기서 약간의 특징이 있다면 미시마 가문에 흐르는 데빌 유전자가 카즈야의 몸 안에서 눈을 뜬 것 정도? 어쨌든 헤이하치는 카즈야가 성장한 후 ‘내가 세계 최고다’ 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었는지 ‘철권’ 대회를 개최한다. 여기부터 ‘철권 1’ 의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대회에는 나름 카즈야의 라이벌 격 캐릭터였던 폴 피닉스라던지, 절권도를 사용하는 마샬 로우, 미녀 암살자 니나 윌리엄스, 동물 가면의 레슬러 킹 등 여러 격투가들이 참전하며, 헤이하치의 애완 곰 쿠마나 양아들 리 차오랑 등도 참전한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카즈야는 모든 참가자들을 꺾고 대회 주최자인 헤이하치와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되고, 마침내 헤이하치마저 꺾으며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 아들의 복수를 받아라


▲ 원래 복수를 위해 이를 바득바득 가는 자가 승리하기 마련

대회에서 우승한 카즈야는 쓰러진 헤이하치를 들쳐 안고 화해의 입맞춤….이 아니라 자신이 떨어졌던 절벽보다 더 깊고 더 험난한 절벽으로 향한다. 그리고 희대의 명대사를 날린다.

“말해봐요. 왜 날 죽이려고 했어요?”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 아무튼 헤이하치는 카즈야를 던졌던 곳 보다 훨씬 더 깊은 절벽으로 데굴데굴 잘도 떨어지고, 그대로 실종처리 된다. 그리고 총수인 헤이하치가 실종된 미시마 재벌은 정식 후계자인 카즈야가 물려받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약~간의 골육상잔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권선징악의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헤이하치는 그 꼿꼿한 헤어스타일처럼 꺾이지 않는 질긴 생명줄을 보여준다. ‘네놈도 절벽에서 기어올라왔는데 나라고 못 올라오겠냐!’ 라는 눈빛으로 절벽을 기어올라온 헤이하치는 카즈야의 성장을 축하하며 감동의 화해…는 개뿔! 카즈야를 처치하기 위해 복수의 칼날을 갈기 시작한다. 자기 잘못은 금방 까먹고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은 절대 잊지 않는 치졸함! 기업 총수로서는 십 점 만점에 십 점 짜리 성격이지만, 아무래도 인간으로서는 좀 아닌 것 같다.


▲ 배운 것 그대로 돌려드립니다

우리집 가훈은 ‘절벽을 향해 스로인!’

아무튼 카즈야는 미시마 재벌을 손에 넣은 후 세계정복이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군대를 조직한다. 이 때 카즈야 나이가 28세인데, 이 나이에 세계정복을 생각한다는 게… 아마도 어린 나이에 큰 충격을 받아 이성적인 성장이 정지한 것이 아닐까 판단된다. 하긴, 헤이하치의 꿈도 세계를 뒤에서 주무르는 것이었으니 더 할 말은 없다.

아무튼 ‘삼국지’ 에서 배웠는지 카즈야는 세계정복을 위해서는 관우나 장비 같은 훌륭한 장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하긴, 이쪽 세계는 총 따윈 가볍게 피해버리는 괴수들이 꽤나 많은 세계이다. 실력 있는 무술가들을 모으기 위해 카즈야는 막대한 상금을 걸고 ‘철권 2’ 대회를 개최하고, 산 속에서 땅꾼 생활을 하던 헤이하치도 이 소식을 듣고 참가하게 된다.

‘철권 2’ 에는 성룡 닮은 홍콩경찰 레이 우롱, 태권도를 구사하는 한국인 백두산, 카즈야의 특수부대원 소속인 브루스 어빈, 그리고 카즈야 속의 데빌을 봉인시키기 위해 출전한 하얀 머리띠의 여인 카자마 준 등이 추가로 출전한다. 그러나 결국 최배달의 기운을 받아 2년 동안의 산중수련을 거듭한 헤이하치가 CEO 생활에 젖어 있던 카즈야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다.


▲ 보라색 양복 입고 거들먹대는 보스 치고 도전자 이기는 꼴 못 봤다

그러나 카즈야가 헤이하치에게 패한 그 순간, 카즈야의 몸 속에서 데빌의 기운이 샘솟는다. 사부님이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를 외치며 도망갈 법한 기운을 내뿜으며 데빌이 된 카즈야는 이마에서 레이저 광선을 뿜으며 헤이하치에게 재도전하지만… 헤이하치는 그 데빌조차 꺾어버린다! 대체 산속에서 무슨 수련을 한 것인지…

아무튼 헤이하치가 이기긴 했지만, 데빌화 된 카즈야의 힘은 두려웠나 보다. 데빌 유전자의 불가사의한 힘에 공포를 느낀 헤이하치가 선택한 길은 카즈야의 저주를 풀기 위한 입맞춤… 이 아니라 미시마 가문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절벽을 향해 스로 인!’ 스킬 시전이었다. 그것도 단순한 절벽이 아니라 펄펄 끓는 활화산 속으로! 결국 섭씨 1200도의 용암에 던져진 카즈야는 죽음을 맞이한다. 불쌍한 인생이다.



▲ 헤이하치의 '아들 두 번 버리기' 스킬 시전 모습
중간에 약간 이상한 컷이 보이는 것 같지만, 넘어가자

헤이하치가 2년 만에 미시마 재벌 총수로 복귀했고 그 후계자 카즈야는 사망했으나, 미시마 가문(데빌 유전자)의 대는 여기서 끊기지 않았다. 뭐, 헤이하치의 정력이 쇠한 것은 아니었으나(‘철권6: BR’ 을 보면 카즈야의 배 다른 이복 형제 ‘라스’ 가 등장한다), 결정적으로 하얀 머리띠의 여인 카자마 준의 뱃 속에 카즈야의 아들이 잉태되어 있었던 것이다. 거 참 진도 한 번 빠르다.

헤이하치의 머리털(구레나룻)에도 서리가 내리고…

카즈야는 죽고 ‘철권 2’ 도 종료되었다. 카자마 준은 아들 진을 낳고 모자 가정을 꾸렸으며, 카즈야의 부대에 사로잡힌 니나 윌리엄스는 냉동 인간 실험체가 되어 동면에 들어갔다. 니나의 여동생이자 원수 지간인 안나 또한 늙기 싫다는 이유로 같이 동면을 시작한다(여기서 또 하나의 콩가루 스토리가 탄생한다).

그리고 15년의 세월이 흐른다. 영원히 늙을 것 같지 않은 헤이하치의 옆머리(구레나룻인가?)에도 슬슬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헤이하치의 힘에 대한 집착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아들 카즈야의 데빌화를 목격한 이후, 헤이하치는 자신에게도 데빌 유전자가 있으리라고 믿고서 그 힘을 깨우기 위해 만고의 노력을 퍼붓는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 헤이하치의 세포에는 활성화된 데빌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헤이하치는 눈물을 머금고 데빌의 힘을 깨끗이 포기한다.


▲ 늙어버린 헤이하치

그러던 와중 이미지 관리와 정치적 로비 등 다양하고 복잡한 어른들의 이유에 의해 남미의 황폐한 유적지를 발굴하던 미시마 재벌의 특수부대 ‘철권중(중학교가 아닙니다)’ 이 누군가에 의해 전멸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원인은 우주인이 인디오 족에게 남기고 간 전투병기라고 전해지는 ‘투신(오우거)’ 의 부활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투신’ 은 매우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상대방의 능력을 흡수해 자신의 힘으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유적에 널려 있는 철권중의 사체를 보고 헤이하치는 생각한다.

‘이거다! 데빌의 힘이 안된다면 투신의 힘을 얻으면 되는 거야!’

그러나 이미 투신은 이미 유적을 나와 어디론가 사라졌고, 이후 세계 각지의 격투가들이 불가사의한 힘(투신)에 의해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평화롭게 살던 카자마 준과 진도 투신의 습격을 받는다. 진은 어머니와 함께 투신에게 대항했으나 결국 정신을 잃게 되고, 그 사이 카자마 준은 투신에게 흡수(그렇다고 배를 가르고 꺼낼 수 있는 흡수는 아니고, 힘을 빼앗긴 후 죽임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시체는 없음)당하고 만다. 이 때 겨우 15세에 불과했던 진은 어머니의 마지막 당부에 따라 자신의 할아버지인 헤이하치에게 몸을 의탁하고, 복수를 위해 미시마류 공수도를 배운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진의 인생 중 가장 큰 잘못이 된다. 어디 찾아 갈 사람이 없어서… 어쨌든 진의 이야기를 들은 헤이하치는 직감한다.

“투신이란 놈, 강한 상대를 찾아다니고 있구나. 그렇다면 강한 상대를 한 곳에 모아주지!”


▲ 잘 살고 있던 모자 가정을


▲ 투신이 박살내버린다, 사실 투신을 깨운 것도 헤이하치

직감은 곧 확신이 되었고, 진이 19살이 되었을 무렵 헤이하치는 ‘철권 3’ 대회를 개최한다. 대회의 목적은 투신의 힘을 손에 넣기 위해서이지만, 막대한 상금과 명예, 그리고 전투를 위해 다양한 파이터들이 몰려온다. 투신의 파동에 의해 눈을 뜬 니나와 안나, 진을 라이벌로 생각하는 한국의 파이터 화랑, 인조인간으로 개조된 전직 경찰 브라이언 퓨리, 미시마 재벌에 복수를 하기 위해 찾아온 카포에라 마스터 에디 골드 등…….

이 중 우리가 눈여겨 봐둘 캐릭터은 중국에서 찾아온 소녀 린 샤오유이다. 상당히 귀여운 외모의 린 샤오유는 우연한 사건으로 헤이하치와 만나게 되는데, 자신의 ‘아들’ 에게는 그토록 무자비했던 희대의 악당 헤이하치가 유독 샤오유에게는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대형 유원지를 만들어 달라는 터무니없는 협박도 호탕하게 웃어 넘기며 대회에서 우승하면 유원지를 건립해주겠다는 약속까지 한다.

70세가 넘은 헤이하치, 그리고 고교 1년생의 샤오유. 이 둘의 관계는 그렇게까지 친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철권’ 시리즈를 통틀어 유일하게 헤이하치의 인간적 면모를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들은 절벽에 던진 것도 모자라서 화산 구덩이에 빠뜨리고, 라이벌로 삼기 위해 데려 온 양아들은 대충 방목해두고, 아버지는 절 깊은 곳에 방치해놓고… 이러한 헤이하치도 사실은 여자(대상이 심히 어리긴 하지만)에게는 따뜻한 사나이였던 것이다. 만약 카즈야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이런 참상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헤이하치도 귀여운 아가씨에겐 약한 법

어쨌든 ‘철권 3’ 대회를 통해 전 세계의 파이터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치열한 다툼 끝에 자칭 천재 격투가인 폴 피닉스와 진의 결승전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투신이 나타난다. 폴 피닉스는 자신의 상대가 투신인 줄 알고서 투신과 맞서 싸우고, 특유의 무식 파워로 투신을 때려눕힌다. 사실 이 때는 폴 피닉스 인생의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자, 무한 추락의 시발점이었다.

투신을 때려눕힌 폴 피닉스는 자신이 세계 최강이라는 사실에 기뻐하며 자리를 뜨지만 투신은 헤이하치의 힘을 흡수하여 부활한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간 폴은 자신이 투신을 쓰러뜨렸다고 주장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아 결국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힌다. 이후 폴은 주요 스토리 라인에는 등장하지 않은 채 개그 캐릭터로의 길을 걷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이렇게 위엄 넘쳤던 무투가 폴이


▲ 이렇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무튼, 헤이하치의 힘을 흡수하여 부활한 투신은 입에서 불까지 뿜어 가며 더욱 강력해진 힘을 자랑하지만 이번에는 진에게 패배한다. 등장은 참으로 창대했으나, 결국 마지막엔 동네북이 되어 죽은 투신에게 잠시 애도를 보내자. 어쨌든 진에 의해 투신은 완전히 소멸했고, 세계는 평화를 맞이해야 할 텐데…

여기서 잠깐 돌발 퀴즈! 과연 헤이하치는 투신을 소멸시킨 진을 앞에 두고 어떤 행동을 했을까?

1. ‘아이구 이쁜 내 손자~♡’ 라며 미시마 재벌을 물려주고, 자신은 은퇴하여 샤오유와 함께 놀이공원을 경영하며 평화롭게 살아간다.

2. ‘저 놈이 투신을 생포하라니까 소멸시켜? 게다가 저따위로 강하다니, 저놈도 위험 인물이군. 제거해야겠어!’ 라며 진을 죽인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1번이 좋긴 한데, 헤이하치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헤이하치는 투신과의 싸움에 지친 진의 뒤통수에 대고 총을 발사한다. 자신에게 위협이 될 것 같은 인물은 친손자라고 할지라도 가차없이 제거해 버리는 비정한 모습이란! 어쨌든 헤이하치는 진을 죽이고 투신의 혈액 샘플이라도 채취해 자신의 목표를 성취하겠다는 마음에 부풀어 있었다.


▲ 손자가 너무 세다고 죽이다니!

그런데 그 순간, 쓰러져 있던 진에게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온 몸에 이상한 문신이 생기며 검은 날개와 뿔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데빌 유전자라고 하기엔 약간 다른 모습이지만, 진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20년 전 카즈야에게서 풍겼던 데빌 그 자체였다. 이는 20년 전, 카즈야의 몸에서 빠져나온 데빌 인자가 그 아들인 진에게로 옮겨가려다 어머니인 카자마 준의 노력으로 인해 절반 정도의 힘은 진의 몸에 들어가지 못한 채 흩어져서 초래된 결과이다. 그 결과 진은 데빌의 힘을 절반만 갖게 되었고, 바로 그 데빌 유전자가 지금 각성한 것이다.

반각성 상태의 데빌이 된 진은 헤이하치를 남겨둔 채 유유히 떠나가고, 이에 당황한 헤이하치는 뒤늦게나마 진의 행방을 추적하지만 결국 놓치고 만다. 남은 것은 투신의 혈액 샘플 뿐. 어쩔 수 없이 헤이하치는 진의 추적을 포기하고 투신의 힘을 얻기 위해 회사의 전력을 투입해 투신 유전자 연구에 들어간다. 아버지와 아들을 살해하고, 손자의 뒤통수에 권총을 당기고, 그 외에 다양한 범죄를 밥 먹듯이 저지르는 헤이하치. 과연 그 악마성의 끝은 어디일까?


▲ 데빌 유전자 각성 완료!

본격 삼부자 싸움 개시!

투신의 유전자를 이용해 강력한 생명체를 만드려 했던 헤이하치였지만, 연구 결과 투신의 유전자는 그 자체만으로는 융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투신의 유전자를 생명체에 삽입하기 위해서는 그 연결체가 되는 데빌 유전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카즈야가 죽은 상황에 데빌 유전자를 가진 인간은 오직 진 뿐, 헤이하치는 미시마 재벌의 총력을 기울여 진의 행방을 찾았지만 진은 어디에 숨었는지 행방이 묘연했다.

그렇게 2년이 흐르고, 슬슬 헤이하치도 여든 줄을 바라보는 와중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이 입수된다. 약 20년 전에 찍힌 것으로 보이는 사진에는 온 몸에 심한 화상과 찰과상을 입은 시체 한 구가 찍혀 있었다. 워낙 심하게 훼손된 탓에 얼굴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시체의 등에는 녹아내린 날개 비슷한 것이 달려 있었다. 바로 20년 전에 ‘분화구에 스로 인’ 했던 아들, 카즈야였다.


▲ 헤이하치가 본 사진

데빌 유전자의 단서를 잡은 헤이하치는 전력을 다해 그 유체의 행방을 i았고, 마침내 최근 생명공학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는 ‘G’ 사에 다다른다. 카즈야의 유체를 손에 넣은 ‘G’ 사는 그 유전자를 해석하여 새로운 신체를 연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헤이하치는 카즈야의 유체를 되찾기 위해 특수부대 철권중을 이끌고 ‘G’ 사의 연구실을 급습한다. ‘데빌 유전자만 손에 넣으면 세상은 내가 지배할 수 있다!’ 라는 헤이하치의 바램이 이루어지기 일보 직전, 연구실 가장 깊은 곳으로 침투하던 철권중 요원이 누군가에 의해 훨훨 날아가 나동그라진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 남자. 붉은 기계눈과 함께 철권중을 박살내는 남자의 모습은 20년 전 죽은 것으로 알려진 카즈야였다.

데빌 유전자의 힘과 ‘G’ 사의 연구시설을 통해 극적으로 소생한 카즈야는 자신의 몸을 연구소재로 제공하는 대가로 자신의 몸을 잠식한 데빌 유전자의 정체를 밝혀내 그 힘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으며, 진에게로 이분된 데빌의 힘을 하나로 통합하고 헤이하치와 미시마 재벌을 괴멸시키기 위해 힘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부활한 카즈야에 의해 철권중은 전멸하고, 헤이하치는 카즈야를 포획하기 위해 파격적인 조건의 ‘철권 4’ 대회를 개최한다. 토너먼트에서 우승하고 자신을 꺾는 자에게 미시마 재벌을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 현대 생명공학의 힘으로 살아났습니다, 드래곤볼 아닙니다


▲ 부~활

한편, 2년 전 데빌화 되어 탈출한 진은 정신을 차린 후 헤이하치와 미시마 가문,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는 데빌 유전자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며 미시마류 공수도를 버리고 정통 가라데를 수련한다. 그리고 ‘철권 4’ 대회의 개최 소식이 들려오고, 카즈야와 진, 그리고 다양한 사연을 가진 파이터들이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이 중 눈에 띄는 인물은 세계 복싱 챔피언이었던 스티브 폭스다. 복싱계의 천재로 승승장구하던 스티브는 경기 조작를 거부한 탓에 마피아들에게 i겨 다시는 복싱계에 진출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프로게이머 마 모씨와는 상당히 다른 인격의 소유자인 듯 하다. 어쨌든, 마피아 조직은 스티브를 제거하기 위해 무시무시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암살자, 니나 윌리엄스에게 암살을 의뢰하고, 니나는 행동에 나선다.

하지만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스티브는 20년 전 동면에 들어갔던 니나 윌리엄스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완벽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 인공 수정된 시험관 아기였다. 비록 니나 윌리엄스가 동면 덕에 나이를 먹지 않아 외형상으로는 나이 차가 거의 없지만, 일단은 모자지간인 것이다. 그러나 니나는 그 사실을 알고서도 냉정하게스티브 암살 작전을 진행한다. 메인 콩가루인 미시마 집안에 이어 또 하나의 콩가루 집안이 탄생한 것이다(그렇다고는 해도 결정적 순간에서 킬러답지 않게 망설이는 모습도 보인다). 결과적으로 스티브 암살 작전은 홍콩 경찰 레이 우롱의 개입으로 실패하게 되고, 니나와 스티브는 잠깐 스쳐가는 인연으로 마무리된다. 안타까운 일이다.


▲ 마지막 순간에 멈칫하는 니나, 그래도 이걸 보면 미시마 가문 정도는 아니다


▲ 스티브와 니나의 만남은 이것으로 끝!

다시 ‘철권 4’ 대회로 돌아와서, 진과 카즈야는 대회에서 승승장구하여 결국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드디어 결승전 당일. 카즈야는 결승 시합장에서 진을 기다리지만, 진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부전승으로 헤이하치와 겨루게 된 카즈야. 헤이하치를 때려눕히기 위해 덤벼들지만 헤이하치는 데빌 유전자 얘기를 꺼내며 카즈야를 데리고 미시마 가문 소유의 숲 속 작은 절, ‘혼마루’ 로 향한다.

‘혼마루’ 로 들어간 카즈야의 눈에 비친 것은 정신을 잃은 채 쇠사슬에 묶여 있는 진의 모습이었다. 카즈야는 자신과 진의 데빌 인자를 공명시켜 진을 깨우고, 깨어난 진과 맞붙는다. 헤이하치와 카즈야가 원한으로 첨철된 원수 관계였다면, 카즈야와 진은 첫 만남부터 데빌 인자를 놓고 전투를 벌인다. 참으로 콩가루 집안의 모범이 아닐 수 없다.


▲ 사람 가두기엔 이 절이 최고지, 아무렴

아무튼, 카즈야와 진의 승부는 결국 진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아무래도 미시마 가문의 피는 ‘드래곤볼’ 의 사이어인처럼 대를 거듭할수록 강해지는 것 같다. 게다가 진은 ‘그 힘, 내가 갖겠다!’ 라며 덤벼드는 헤이하치조차 쓰러뜨리고, 헤이하치를 죽이기 위한 마지막 일격을 준비한다. 바로 그 순간!

피용~’

환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진은 부처님의 얼굴에서 죽은 어머니 카자마 준의 모습을 본다. 터프해 보이지만 나름 마마보이였던 진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서 헤이하치를 죽이는 것을 포기하고, 데빌로 변신한 뒤 휙 하고 날아서 ‘혼마루’ 를 떠난다. 결투에 패배해 나뒹굴고 있는 헤이하치와 카즈야만 멍하니 남겨둔 채 말이다.


▲ 이제 한 방이면 헤이하치를 저 세상으로...


▲ 그 순간 엄마의 얼굴이... 저 얼굴 40세 맞나요?


▲ 그리고 2년 전처럼 또 도망가는 진

헤이하치 사망? 그럴 리가!

진이 혼마루를 떠난 후, 헤이하치와 카즈야는 겨우 제정신을 차린다. 바로 그 때, ‘G’ 사가 헤이하치와 카즈야를 죽이기 위해 사이보그 ‘잭’ 부대를 ‘혼마루’ 로 투입하고, 헤이하치와 카즈야는 난생 처음으로 적을 해치우기 위해 손을 잡는다. 역시 위험 앞에서는 콩가루 집안이라고 하더라도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싶을 때쯤! 역시나 이 둘은 서로 같은 하늘을 지고 살 수 없는 사이인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카즈야의 배신이 빛을 발한다. 전투 도중, 카즈야는 반짝반짝 빛나는 헤이하치의 머리통을 움켜쥐고 ‘잭’ 부대 가운데로 던져 버린다. 순식간에 잭 부대에게 덮쳐진(;;) 헤이하치는 자신이 한 짓은 기억도 못 하는지 ‘네 이놈! 카즈야!’ 라고 외치지만 이미 카즈야는 자리를 떴다.

그 순간, ‘잭’ 부대의 몸 속에 내장되어 있던 고성능 폭탄이 터진다. 이 폭탄은 ‘혼마루’ 는 물론, 주변의 숲까지 날려버리는 대폭발을 일으키고,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닌자 레이븐은 ‘G’ 사에 ‘헤이하치 사망’ 이라는 통보를 날린다. 쇠심줄 같은 생명력을 자랑하던 헤이하치가 이대로 죽음을 맞다니!


▲ 깨어난 헤이하치와 카즈야


▲ 불의의 습격에 힘을 합쳐 싸우지만


▲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배신이라니!


▲ 포...폭탄?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헤이하치는 죽지 않았다. 폭탄을 뭘로 아는 것인지, 일반인이라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갈기갈기 찢겨 죽었어야 하는 폭발에서도 헤이하치는 멀쩡히 살아남는다. 정확히 말하면 폭발의 충격으로 수 십 킬로미터를 튕겨나가 외딴 곳의 공동묘지 한복판에 깊숙히 처박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이하치는 살아남는다. 여든이 다 되어 가는 영감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아무튼, 헤이하치가 폭발로 인해 사망했다고 알려진 후 리더를 잃은 미시마 그룹을 장악한 것은 카즈야도 진도 아닌 진파치였다. 50년 전 헤이하치에 의해 ‘혼마루’ 지하에 갇혀 죽은 진파치가 돌아온 것이다. 사실 진파치는 50년 전 죽음의 한 발 앞까지 갔으나 악령(미시마 집안의 데빌 유전자와는 또 다른 데빌인 듯 하다)이 몸에 스며들어 죽지도 못 한 채 계속 갇혀 있었고, ‘혼마루’ 를 날려 버린 대폭발로 인해 해방된 것이다. 50년 만의 복귀지만 진파치는 미시마 재벌의 전직 총수였고, 공식적으로는 실종 상태였기에 비교적 수월하게 미시마 재벌을 장악할 수 있었다.


▲ 엄청난 규모의 폭발에도 불구하고


▲ 헤이하치는 그냥 튕겨 나올 뿐

재단을 장악하고 난 후, 진파치는 ‘철권 5’ 대회를 개최한다. 개최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진파치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의 이성이 완전히 악령에 의해 침식당하기 전에 자신을 막아줄 격투가를 구하기 위해서인듯 하다. 다시 말하지만, 진파치는 꽤나 착하고 호탕한 인물이었다. 나쁜 건 헤이하치다. ‘철권 4’ 의 개최 발표 후 또 다시 많은 격투가들이 모여들지만, 결국 승자는 현 시대 최강자(?)인 진이었다.

‘혼마루’ 를 탈출한 진은 자신의 데빌 유전자를 제어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고, 결국 카즈야를 비롯한 여러 경쟁자들을 제치고 진파치를 해치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한을 착하디 착한 증조할아버지에게 푼 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그로 인한 피해자가 또 다시 가해자가 되는 현실. 이 모든 것의 원흉은 헤이하치는 도데체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까?


▲ 악마에 의해 자아를 잃어가는 진파치

안타깝게도 폭발에 의해 저 멀리 날아간 헤이하치가 몸을 추스리고 세상에 나왔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끝나 있는 상태였다. 대회에서 우승하고 진파치를 없앤 진은 미시마 재벌의 총수가 되었고, 카즈야는 대회에서 빠져나와 자신까지 죽이려 한 ‘G’ 사의 간부들을 모조리 처치하고 ‘G’ 사를 장악한다. 두어 달 동안의 공백기는 헤이하치의 모든 것을 앗아간 것이다.

불쌍한 헤이하치 노인

어느덧 70대도 꺾인 불우노인 헤이하치는 순식간에 갈 곳 없는 부랑자 신세가 된다. 재산도 잃고 지위도 잃었다. 물론 숨겨놓은 재산이 없을 리가 없으니 조용히 노후를 보낼 수는 있겠지만, 한 때 세계정복을 꿈꾸었던 헤이하치에게 이 상황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결국 헤이하치의 선택은 하나. ‘철권 1’ 에서 카즈야에게 패했을 때처럼 산중수련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때와 달리 세계 정세는 매우 급박하게 흘러간다. 미시마 재벌을 장악한 진은 미시마 재벌을 필두로 한 새로운 국가를 세운 후 자신들의 독립을 알리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선전 포고를 실시한다. 이는 헤이하치가 이룩해 놓은 병력으로 인해 가능했던 것으로, 압도적인 무력과 공포 정치를 앞세운 미시마 재벌은 전 세계를 장악하기 시작한다. 이에, ‘G’ 사의 수장이 된 카즈야가 세계 평화를 대의로 미시마 재단의 앞을 가로막는다. 물론 속내는 다르지만.


▲ 이미 미시마 재벌은 진의 손아귀에!

어든 세계는 ‘G’ 사와 미시마 재벌간의 전쟁에 휘말리게 되고, 악의 세력으로부터 세계를 구하려는 영웅 이미지가 된 카즈야는 진에게 막대한 현상금을 건다. 그리고 진은 이에 호응하듯 ‘철권 6’ 대회를 개최하게 된다. 힘 없는 헤이하치는? 진에게 i기고 카즈야에게 위협당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그냥 대회 열어주면 좋다고 참전할 수밖에……. 전편까지는 스토리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던 헤이하치의 초라한 말년이다.

그러나, 그 둘의 전쟁과는 상관 없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또 다른 모종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미시마 재벌의 특수부대 철권중을 이끌고 있던 총대장 라스 알렉산더슨(사실 그는 헤이하치의 숨겨진 아들이지만 헤이하치는 이 사실을 모른다)이 파괴와 테러를 일삼는 미시마 재벌의 행위에 반감을 갖고 반란을 일으켰으며, 고대 이집트의 유적에서는 카즈야와 진 두 흉성(?)의 만남으로 인해 봉인되어 있던 파괴신이 깨어난다. 지금 느끼는 건데, 데빌에 악령에 투신에 파괴신까지.. 이 세계, 정말 위태위태하다.


▲ 다음 시리즈엔 또 어떤 괴물이 나올까?

그 이후의 스토리는 안타깝게도 ‘철권 7’ 이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한때 주요 캐릭터였던 폴은 헤이하치의 애완 곰 쿠마와 잉여 라이벌 구도를 이루고 있으며, 어머니에게 살해당할 뻔 했던 스티브는 잉여로 전락한 폴과 로우와 손을 잡아 나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 엄마 니나 윌리엄스는 암살도 질렸는지 미시마 그룹에 취직했고, 이모인 안나 윌리엄스는 언니를 때려 주려고 반대파인 ‘G’ 사에 취직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이후 스토리를 쉽게 짐작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철권’ 세계는 현재 유례없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으며, 이후 스토리 전개도 기대해 볼 만 하다. 다만, 올 여름 출시 예정인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는 전체 스토리와 관계 없는 외전격 작품이며, 그 이후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캐릭터들을 홈으로 끌어들이는 크로스 오버 작품 ‘남코X캡콤’ 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니, 헤이하치 할아범의 말년 이야기는 꽤 오래 기다려야 할 듯 하다.


▲ 이제 시리즈는 헤이하치를 왕따시키는 방향으로...


▲ 헤이하치의 꿈과 소망 '진과 카즈야 없애기' 가 이뤄질 수 있을까?

여태까지 헤이하치의 연대기를 살펴보며 '철권' 스토리를 되짚어봤다. 이로써 '철권' 의 얽히고 鰕 콩가루 스토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당초 가졌던 의문점인 '헤이하치의 머리털은 언제부터 빠졌나?' 에 대해서는 전혀 해결된 바가 없다.

정리하자면, 어린 카즈야를 절벽에 던지던 30대 중반의 헤이하치에게는 분명 머리털이 없었다. 그러나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에 등장한 풍성한 머릿결의 헤이하치를 보아하면 분명 그에게도 머리털이 존재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머리털이 존재하던 시기의 헤이하치는 적어도 30대 초중반은 넘긴 것 같다. 그렇다면 헤이하치의 머리털은 불과 2~3년, 길어 봐야 5년 내에 전부 빠진 것이다. 이건 유전적이고 자연적인 탈모의 속도를 넘어섰다. 아들 카즈야의 경우도 M자형 탈모가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데, 헤이하치만 한 번에 대머리가 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그렇다면 원인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급성 탈모일 가능성이 높다. 샤오유와의 관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헤이하치는 평소엔 냉정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한 차가운 도시남자이다. 실제로 헤이하치는 아내인 카즈미(카즈야의 어머니)를 매우 사랑했으며, '철권 2' 헤이하치 도장 맵 바닥을 보면 헤이하치와 카즈미의 사랑 표시가 깊게 새겨져 있기도 하다. 아마도 헤이하치는 아내의 사망으로 인해 극도의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삐뚤어진 것은 아닐까? 덤으로 머리까지 빠지고 말이다.

어쩌면 헤이하치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강하고 멋진 남자일지도 모른다.


▲ 이런 모습도 멋있....멋있......멋있......비범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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