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밴드 활동을 하면서 자기 악기가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누구나 취미생활을 ‘잘’ 하기 위해선 약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용돈을 들이부어가며 더 좋은 기타와 스톰박스들을 장만하면서 정작 게임할 때는 1~2만 원짜리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는 건 게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취미생활에 돈을 쓰는 건 나름대로 아깝지 않은 투자고 게이밍 기어가 그렇게 비싼 축에 속하는 것도 아니다. 기자는 술 두 번 마실 돈을 아끼면 키보드 하나가 생기는데 건강과 수집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자가당착(?)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고 있다.
지난 회에 이어 오버워치 프로게임 팀 ‘OPPA.danawa’에게 그래픽카드, 키보드, 마우스, 헤드셋 등 4개 제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래픽카드를 제외하면 모두 약 3~6만 원대로 비싸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갖춘 제품들이다. 다양한 게임으로 활동하는 프로게이머 모두의 의견은 아니지만 현재 가장 인기 높은 게임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의견이니 제품 선택에 참조해도 좋을 듯하다.
게이밍 기어, 어떻게 고를까
다른 사람들이 ‘A 제품이 좋더라’ ‘B 제품은 별로더라’라고 조언한다 하더라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자기가 사용하기 좋은 제품을 찾는 것이다. 키보드의 클릭감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에겐 기계식 키보드가 별무소용이고 FPS 게임을 주로 하는 사람에겐 레이저 마우스보다 옵티컬 마우스가 더 나을 수도 있다. 물론 거의 모든 IT 제품에는 ‘비싸면 좋은 것’이란 공식이 들어맞지만 게이밍 기어 같은 경우 가급적 비싼 제품보다는 자기가 사용하기 편하고 좋은 제품을 찾는 것이 더 낫다.
기자가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게 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10여 년 전 서비스했던 리듬 게임 ‘디제이맥스 온라인’을 1년 넘게 파고들었던 적이 있다. 당시 모니터는 평면 브라운관에서 LCD 모니터로 조금씩 넘어가던 시기였는데 LCD 패널 초창기여서 화면이 빠르게 움직이면 잔상이 심하게 남아 리듬 게임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또한 여러 개의 노트를 동시에 눌러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는 키 충돌이 나지 않는 배치를 찾아야 했다. 당시 아는 지인에게 기계식 키보드를 빌려 사용해 봤는데(브랜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격이 당시 20만 원대로 무척 비쌌던 건 기억난다) PS2 포트에 연결하니 거의 모든 키가 동시입력이 가능해 키 충돌도 없고 반응속도도 무척 빨랐다. 디제이맥스 온라인 서비스가 종료될 때까지 잘 사용한 뒤 지인에게 돌려줬던 것이 첫 경험(?)이었다. 덕분에 지금은 키 스위치의 종류 별로 서너 개의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다.
리듬 게임이나 FPS 게임처럼 반응 속도가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 장르라면 기계식 키보드가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찰나의 반응 속도까지는 필요치 않다면 플런저 방식이나 무접점 방식처럼 클릭감이 독특한 제품도 게이밍 기어로서의 성능으로는 충분하다. 마우스 역시 OPPA.danawa 선수들의 조언처럼 FPS 장르에는 가속이 붙는 레이저 마우스보다 옵티컬 마우스가 더 낫다. MMORPG나 액션 게임은 약간의 가속이 걸림돌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기능이기 때문에 스캔 방식에 관계없이 손에 잘 맞는 제품을 찾는 것이 더 적절하다. 헤드셋도 마찬가지로 가상이나 리얼 7.1채널 서라운드 기능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고 선호하는 게임 장르에 따라 2채널로 충분할 수 있다.
오버워치 프로게임팀 OPPA.danawa
현재 국내에서 약 20여 개의 오버워치 프로게임 팀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기사에선 OPPA.danawa 선수들에게 본 기사에 소개하는 그래픽카드 외 게이밍 기어의 체험을 의뢰했다. OPPA.danawa는 ‘팀 포트리스 2’에서 활동하던 게이머들이 오버워치의 출시 후 무대를 옮겨 온 팀이다. 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기존 기사를 참조하자.
그래픽카드 - 이엠텍 HV 지포스 GTX1050 OC D5 2GB
GTX 10시리즈의 막내인 GTX1050은 VRAM 2GB, 메모리 클록 7,008MHz에 동작 속도 최대 1,400MHz 이상의 성능으로 온라인 게임을 즐기기에 충분한 그래픽카드다. 이엠텍의 GTX1050 제품 중 상위 레벨인 HV 지포스 GTX1050 OC D5 2GB는 동작 속도 1,366~1,468MHz에 소비전력도 최대 75W 정도로 성능 대비 전력 소비가 적다.
DVI-D와 HDMI, DP 포트를 하나씩 지원해 총 3대의 모니터를 동시 연결할 수 있다. 181mm의 길이로 미니 케이스에도 장착이 가능하고 알루미늄 방열판 채택으로 발열도 걱정 없다. 무엇보다 14만 원대의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것이 큰 장점이다.
OPPA.danawa 선수들이 오버워치를 할 때는 그래픽 옵션을 가장 낮음으로 설정한다. 게임 자체의 뛰어난 그래픽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선수의 목적은 오직 승리이기 때문에 옵션을 높이기보단 144Hz의 높은 프레임 레이트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엠텍 GTX1050을 사용하면서 온 캐릭터들이 난전을 벌이는 와중에도 프레임 수치는 유지가 가능했다고 한다. 게임 방송을 진행할 때는 방송 프로그램과 게임 클라이언트를 함께 실행하는 것이 약간 버거웠지만 연습 중에는 144FPS 밑으로 떨어지진 않았다고. 몇몇 선수는 연습시간 이외에 가끔 스팀 게임을 즐기는데 그럴 때는 GTX1050의 성능이 약간 아쉽다고 한다.
키보드 - ROYCHE XECRET K770L 화이트골드, 청축
지난번의 K820L에 이어 비키 타입의 씨크릿(XECRET) K770L의 사용기를 들었다. 현재 출시되는 거의 모든 키보드의 기울기는 ‘스텝스컬쳐 2’를 적용하고 있어 원래 주로 사용하는 제품과의 갭이 크지 않았다고 한다.
오테뮤 청축이 장착된 K770L은 키 압력 50gf로 경쾌한 타건감을 느낄 수 있다. 키는 최대 6mm 내려가는데 이는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키를 끝까지 눌러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익숙한 깊이다. 화려한 레인보우 LED가 적용돼 있는데 키캡이 이중사출 방식으로 인쇄 상태가 거의 영구적으로 지속되면서도 LED 컬러가 확실히 보여 디자인과 클릭감을 동시에 만족시켰다. 7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으며 블랙/실버 컬러와 화이트/골드 컬러 중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K770L은 상단 하우징이 없는 비키 타입이어서 단순해 보이는 외관이 마음에 든다는 선수가 많았고 청소도 간편해 항상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동봉된 청소용 브러시도 호평이었다. 보통의 사용자들은 손목받침대가 있으면 사용하기에 더 편하겠지만 선수들의 경우는 최대한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한다고 한다. 비키 타입으로 심플함이 더욱 돋보이는 K770L의 선호도가 높은 이유가 있었다. 역시 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인 것처럼 제품의 선택 1순위는 성능이었다.
다만 선수의 입장에선 우측의 숫자 키패드 부분이 없는 텐키레스 타입이 더 좋다는 의견이다. 같은 성능과 디자인의 제품이 텐키레스 버전으로 나온다면 자신의 장비를 교체하겠다는 선수도 있을 정도로 평이 좋았다.
마우스 - RIZUM G-FACTOR Z8 Pro Gaming Optical Mouse
지난번에 진행했던 Z4 제품과 함께 이번에 조언을 구한 ‘G-FACTOR Z8 Pro’ 마우스는 모두 옵티컬 방식을 사용한다. 오버워치라는 게임의 특성상 키보드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마우스인데 대부분의 FPS 게임 프로 선수들이 레이저 타입 특유의 가속 때문에 옵티컬 마우스를 더욱 선호한다고 한다. 게이밍 마우스라 해서 레이저 타입만 있는 것이 아닌 이유다.
3만 원대로 저렴한 게이밍 마우스 Z8은 왼쪽 측면에 앞/뒤 버튼과 하나의 버튼이 더 배치돼 있고 왼쪽 하단에 엄지를 받쳐주는 그립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옴론 스위치를 사용해 2천만 회의 내구성을 보장하고 감도는 최대 1만 4,400dpi까지 지원한다. 팩토리 세팅은 5단계로 7,200dpi까지 적용돼 있고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5단계의 설정을 모두 달리 할 수 있다.
Z8 마우스를 사용해 본 OPPA.danawa 선수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나뉜 것은 엄지 그립 부분이었다. Z8의 성능과 편의성에 대해선 모든 선수들이 인정했는데, 마우스를 쥐는 부분에서 의견이 나뉘었다. 선수들마다 마우스를 쥐는 방식이 조금씩 다른데 이 부분이 불편하다는 선수도 있었고 마음에 든다는 선수도 있었다. 기자는 마우스를 사용할 때 새끼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엄지와 약지 끝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는데 엄지 그립 부분이 있어 피로도가 감소되는 느낌이 좋았다. 더불어 측면 키는 대부분 누르기 편하다는 의견이었고 하나 더 배치된 측면 키는 사용하는 선수가 많지는 않았다.
헤드셋 - ABKO Hacker B710 SHADOW 버추얼 7.1 진동 LED 게이밍 헤드셋
다양한 게이밍 기어를 만들고 있는 앱코의 해커 시리즈는 성능과 더불어 저렴한 가격대로 인기가 높다. 오버워치를 비롯해 다양한 FPS 게임에서 멀티채널 서라운드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점에 착안해 최근에는 5.1채널, 7.1채널 등의 게이밍 헤드셋을 많이 내놓고 있다.
B710 SHADOW는 가상 7.1채널을 지원하고 진동 기능을 더한 게이밍 헤드셋이다. 이어 유닛이 커서 귀를 완전히 덮어 소음을 차단해 주고 좌우 유닛 자체에서 볼륨과 마이크를 설정할 수 있다. 마이크는 유닛 끝에 LED가 배치돼 있어 동작 상태를 한 번에 알 수 있다. 14cm 길이의 마이크는 유연해서 사용자에게 맞추기 좋고 금도금 USB 단자로 노이즈를 최소화했다. 현재 2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 B710의 사용기를 들었다. 먼저 가상 7.1채널의 음향 상태는 선수들 모두가 만족했고 이어 유닛이 커서 귀에 맞지 않는 선수는 없었다. 어떤 선수는 밀착감이 약간 낮은 것 같다고 했는데 B510보다 유닛 내부의 쿠션이 좀 더 두꺼워서 그런 듯하다. 오히려 소음을 더 잘 차단시켜준다는 장점과 상쇄되는 부분이다.
자동으로 늘어나는 헤드밴드는 호불호가 갈렸는데 밴드가 고정되지 않아 오래 착용하고 있으면 이어 유닛이 조금씩 위로 밀려 올라가 압박감이 느껴진다고. 더불어 B510과 마찬가지로 진동 기능은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며 게임할 때보다 영화를 볼 때 박진감이 더해지는 것은 좋다는 것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한만혁 (mhan@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정환용
기사 제보 및 문의 (news@danawa.com)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www.danawa.com)
- 관련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