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조이 2017’ 현장. 소니인터렉티브엔터테인먼트(SIE) 상하이 지사가 컨퍼런스 및 설명회를 열었다. 중국 게임 개발사를 지원해 우량 콘솔 게임을 제작하는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중간 결과물, 상세 내용 등을 발표한 것이다.
기자는 컨퍼런스 및 설명회에서 발표된 자료화면을 보고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모바일게임 주도권을 쥔 중국이 이번에는 콘솔 게임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는 것인가. 하지만 소개 영상과 스크린샷만으로 어떤 게임인 지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특히 PS VR 전용으로 개발되는 VR 게임들은 직접 해 보지 않으면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 콘솔게임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마침 ‘차이나조이 2017’ 현장에는 ‘차이나 히어로’ 작품이 몇 개 전시됐다. 중국산 콘솔 VR게임 실체를 파악하기 더 없이 좋은 기회다. 개인적으로는 그 중 SIE B2C 부스에서 시연된 ‘몽키 킹 히어로 이즈 백’ VR 게임을 해 보고 싶었지만, 시연대가 둘인데 줄이 40명 정도 늘어서 있었다. 1번 시연에 넉넉잡아 5~8분 정도 걸리니, 줄이 다 빠지려면 거의 2~3시간은 걸린다는 계산.
▲ '몽키킹' 시연을 해보고 싶었지만...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결국 30분쯤 줄을 서 있다가 사람이 덜한 B2B 부스로 갔다. B2B관 입구의 SIE 부스에는 방문객들을 위한 PS VR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해 본 게임은 공포 콘셉의 VR 액션 게임 ‘더 워커(The Walker)’. 치열한 경쟁을 ‘차이나 히어로 프로젝트’ 10작품 중 하나다. 과연 중국 콘솔 VR 게임은 어떤 모습일 지, 직접 플레이 해 봤다.
중국풍 살짝 섞인 바이오하자드… 액션은 아직 미완성
▲ '더 워커 VR' 소개영상 (영상출처: 공식 홈페이지)
게임을 시작하면 아무 배경 설명 없이 텅 빈 거리에 떨어진다. 거리 곳곳은 불타오르고 있고, 주변에 사람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끄그극’ 하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리고, 저 멀리서 적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어두운 배경 속에서 슬그머니 나오는 모습이 공포라는 콘셉을 잘 대변해준다. 굳이 표현하자면 ‘바이오하자드’ 같은 느낌이다.
기자 앞에 등장한 적은 좀비와 병마용을 반반 섞어 놓은 듯한 몬스터였다. 병마용은 진시황릉을 지키는 도자기 병사로, 무채색 질감이 도시 뒷골목의 배경과 소름끼치게 잘 조화되면서 신선한 공포감을 안겨준다.
▲ 좀비와 병마용이 섞인 듯한 괴물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공포감도 잠시. ‘더 워커’는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이들과 맞서 싸울 무기가 주어진다. 이번 시연에서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무기는 권총과 칼이다. 당연하게도 중거리-근거리 공격을 담당한다. 어느정도 거리에선 적들이 기공탄을 쏘기 때문에 몸을 움직여 그것을 피하고 총을 쏴야 한다. 가까이 온 적들에게는 칼을 휘두르며 막아야 한다.
이번에 플레이 한 ‘더 워커’ 시연 버전은 아직 개발 중간 단계인 게임을 시연용으로 담아낸 느낌이다. 원래 보이지 않아야 할 대미지 표시 텍스트가 뜨는가 하면, 전투와 전투 사이는 컷신이나 이동이 아닌 순간 장면 전환으로 처리됐다. 타격감도 없다시피 해서 칼 몇 번 휘적휘적하면 어느 순간 적이 모래처럼 부서지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로딩 화면에도 이 버전은 현재 개발 중인 버전으로 최종 발매 버전과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문구가 표시됐으니, 정식 버전에서는 뭔가 다른 느낌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기왕이면 조금 더 개발된 버전을 봤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기회는 나중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 아직은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그러나 아쉬움과는 별개로 그래픽 완성도나 콘셉트, 공포감 조성 등에서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바이오하자드’다운 느낌과 중국 고유의 문화를 합쳐 전세계적으로 통할 만한 공포감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괴물 등장 사운드를 통해 VR 공간에서의 고립과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에서는 원숙함까지 느껴졌다. 몇 년쯤 호러 게임을 만들어 온 개발사의 작품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이 정도 현실감이라면 앞서 설명한 미완성 액션 파트를 잘만 구현한다면 수작 VR게임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고립감과 공포심을 유발하는 것은 뛰어나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더 워커’는 처음 접해본 중국 콘솔 VR게임이었다. 물론 이 게임 하나가 중국 VR게임의 현실을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SIE 지원을 받아 치열한 경쟁을 거쳐 개발한 게임이니만큼 나름 상징성을 띄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흡한 부분을 개발 단계이기 때문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게임은 상당한 수작이다. 여기서 액션성만 제대로 갖춘다면 북미/유럽이나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준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국내 VR 게임 개발사들이 우왕자왕하는 사이, 중국은 난잡했던 플랫폼이나 하드웨어 등에 대한 교통정리를 하고 고품질 VR게임 제작에 들어갔다. 이번 ‘차이나조이’를 통해 느낀 것이라면, 조만간 ‘더 워커’ 수준 고품질 중국산 VR 게임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다.
▲ 중국은 북미/유럽에 견줄 정도로 성장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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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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