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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위헌 판결난 광고 사전심의, 게임만 하라니


▲ '왕이되는자' 모니터링 중인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 (사진제공: 게임물관리위원회)


지난 6월 28일에 업계를 긴장하게 할 게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모든 게임 광고를 공개하기 전에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먼저 심의를 받으라는 것이다. 게임을 포함해 어떠한 업종도 공공기관이 광고를 사전 심의하는 경우는 없다. 2008년에 헌법재판소가 ‘방송광고 사전심의는 위헌이다’라는 판결이 나며 관련 협회 및 단체에서 자율심의로 정책 자체가 크게 바뀌었다.

게임 광고는 여론이 좋지 않다. 게임 특징을 살린 잘 만든 광고도 있지만, 광고만 보면 대체 뭐 하는 게임인지 알 수 없는 것도 있다. 혹자는 게임에 대한 소개도 없이 연예인만 내세우는 광고가 마케팅 비용만 높이고, 그 부담이 게이머까지 넘어온다는 불만을 품기도 하다. 맥락 없이 노출이 심한 여성만 앞세우는 선정적인 게임 광고도 눈을 찌푸리게 한다. 이러한 게임 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다.

하지만 정부기관이 공개 전에 광고를 심의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시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광고는 정부기관이 사전에 심의하지 않는다. 여기에 방송이나 광고 내용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역시 방송이나 광고가 나가기 전에 심의하지 않는다. 이미 나간 것 중 심의규정에 맞지 않는 것을 잡아낸다.

정리하자면 광고는 사전심의 대상이 아니며 규제권한을 가진 방심위도 사후에 심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게임만 사후도 아닌 사전에 공공기관에 광고를 심의받으라는 법은 다른 분야와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형평성에서 큰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업종보다 ‘게임 광고’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이 많았다면 광고를 사전에 심의해야 한다는 법안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러나 관련 통계를 보면 게임 광고가 지적된 경우는 소수다. 2013년에 한국소비자원이 인터넷 신문에 올라온 선정성 광고에 대해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품목은 ‘성기능 식품용품’, ‘미용/다이어트 식품용품’, ‘성형외과’, ‘비뇨기과’ 순을 이뤘다.


▲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에 발표한 인터넷 선정성 광고 품목 (자료출처: 한국소비자원 공식 홈페이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올해 3월에 공개한 ‘2017년 방송심의 사례집’에서 소개된 주요 광고 사례도 게임은 없고, 건강보조식품, 의료, 가전기기, 화장품, 대학교 등에서 발생한 허위, 과장 광고가 소개됐다. 방송 및 인터넷 매체에서 ‘게임’ 광고가 유해하다고 적발된 것은 소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 광고를 사전 심의하라’는 법안을 낸 민경욱 의원은 문제가 있는 게임 광고 사례를 가지고 있을까? 이에 대한 질문에 민경욱 의원실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지난 3년 동안 발생한 관련 사례를 요청했고, 이에 전달받은 것이 ‘왕이되는자’와 ‘언리쉬드’ 두 건이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단 두 건으로 모든 게임 광고를 사전에 심의해야 한다는 법안이 나온 것이다.

‘왕이되는자’와 ‘언리쉬드’는 과도한 성상품화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왕이되는자’는 게임에도 없는 ‘여성을 돈을 주고 사는 것’을 마치 있는 것처럼 광고했고, ‘언리쉬드’는 어린이날 기념이라며 선정적인 옷차림을 한 아동 스킨을 공개한 바 있다. 두 광고는 여론의 지탄을 받을만했고, ‘왕이되는자’는 게임위가 문제의 광고를 삭제하라고 조치한 바 있다.

포털이나 유튜브 등을 보면 위에서 이야기한 것 외에도 선정적인 게임 광고가 더 있고, 이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민경욱 의원 법안은 앞서 이야기한 두 건을 토대로 나왔기에 ‘모든 게임광고 사전심의’라는 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법안을 낸 근거로 삼기에는 사례 조사가 다소 부족하다.

여기에 게임은 점점 자율심의로 돌아서고 있다. 2011년부터는 구글, 애플, 원스토어와 같은 모바일 오픈마켓 사업자가 자사 마켓에 출시되는 모바일게임을 자체 심의하고 있다. 2017년에는 성인 게임을 제외한 모든 게임은 게임위가 지정한 업체가 심의할 수 있다는 법이 시행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게임 광고를 게임위가 사전 심의하라는 법이 통과된다면 게임은 ‘자율심의’인데 ‘게임 광고’는 공공기관이 사전 심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광고 사전심의가 필요하다면 공공기관이 아니라 병원이나 의약품처럼 관련 협회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시류에 맞다. 업계 이익과 완전히 분리된 독립기구를 만들고 이 단체가 규정에 맞지 않는 광고를 스스로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형평성도 맞고, 상대적으로 SNS,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를 활용한 게임 광고가 많다는 업계 특성도 반영할 수 있는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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