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개발사 테일즈샵이 모바일과 스팀으로 출시한 ‘여포 키우기’를 아시나요? 플레이어가 동탁이 되어 미소녀 ‘여포’를 키우는 삼국지 배경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인데요. 모바일과 스팀으로 출시돼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 ‘여포 키우기’를 보고 있자니 오랜만에 눈에 들어온 삼국지 모에화 작품이라 꽤나 관심이 생김과 동시에 옛날 미소녀게임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화제의 게임, ‘연희무쌍’이 살며시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잠시 추억을 되짚어 2007년, 삼국지 모에화로 미소녀게임 시장을 강타했던 ‘연희무쌍’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미소녀게임 업계를 강타했던 화제의 게임 '연희무쌍'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페이지)
미소녀 삼국지, 연희무쌍
‘연희무쌍’ 시리즈는 2007년 택틱스(TACTICS) 산하 미소녀게임 개발사 베이스손(BASESON)이 만든 비주얼노벨 게임입니다. 발매 전부터 삼국지 등장인물을 미소녀로 모에화했다는 점과 보는 재미가 중점인 비주얼노벨임에도 불구하고 그럴듯한 전쟁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현대에서 평범한 학생으로 살던 주인공 ‘혼고 카즈토’는 모종의 사건으로 낯선 세계에 떨어지게 됩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혼란에 빠진 카즈토는 주변을 둘러보다 황색 두건을 두른 도적에게 영문도 모른 채 공격 당합니다. 목숨이 위험한 그 순간, 카즈토는 커다란 언월도를 휘두르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도움을 받게 되죠. 이 여성의 이름은 ‘관우’, 여기서 카즈토는 이 세계는 삼국지 인물들이 여성으로 뒤바뀐 세계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아까 습격했던 황색 두건을 두른 도적은 삼국지 유명한 사건 중 하나인 ‘황건적의 란’에 의해 일어난 도적 떼였던 것이죠.
▲ 엑스트라 도적마저 개성있는 이 게임은 대체... (사진출처: 게임메카 DB)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가운데, 이번엔 ‘장비’가 등장합니다. 물론 여성이고 심지어 꼬맹이입니다. 카즈토는 관우와 장비에게 ‘세상을 구하러 하늘에서 내려온 구세주’라는 오해를 받게 됩니다. 어느 점쟁이가 전란을 잠재울 구세주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언한 탓이죠. 카즈토는 평범한 학생일 뿐, 구세주는 아니었지만 두 사람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감동했고, 그 뜻에 동참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관우와 장비가 나타났다면 당연히 함께여야 할 유비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도 유비란 인물 전혀 모르고 있고요. 이에 카즈토는 본인이 유비를 대신해 두 사람과 도원결의를 맺고 세상을 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납니다.
▲ 작중 묘사되는 '관우' 모습, 긴 수염대신 긴 머리를 가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유명한 장판파 전투를 이 꼬맹이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공명의 함정이다! 꼬맹이 책사 제갈량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후 카즈토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삼국지 지식을 활용해 빠르게 세력을 확장합니다. 관우, 장비, 마초, 조운, 황충 등 오호대장군은 물론 ‘지의 무장’ 제갈량도 동료로 끌어들이면서 착실하게 유비 포지션으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물론 맞이한 무장들은 모두 여성입니다. 세력에서 유일한 남성인 주인공은 여성 무장들과 사랑을 키워나가면서 전란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죠.
▲ 좌측부터 마초, 황충, 제갈량, 관우, 장비, 조운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페이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다수 등장
‘연희무쌍’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약 30명, 시리즈를 다 합치면 50명을 넘어갑니다. 게다가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를 모두 활용해서 이끌어 나가는 시나리오와 미소녀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작품에서 활동하는 유명 성우를 대거 채용했다는 점이 흥행을 끌어냈고, 현재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죠.
▲ '진 연희무쌍: 맹장전' 대표 이미지, 눈이 아플 정도로 많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페이지)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연희무쌍’에서 가장 주목받은 캐릭터는 주인공인 카즈토나 미소녀로 등장해 신선함을 강조했던 삼국지 맹장들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기존 삼국지 세계관 최고 미녀로 손꼽히는 그녀, 바로 ‘초선’이었죠.
‘연희무쌍’은 사실 단순히 삼국지를 모에화한 것이 아니라, 원래 여성이었던 초선을 남성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초선을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에 팬티 한 장만 걸친 무시무시한 캐릭터로 묘사하면서 많은 이들을 경악시켰습니다. 게다가 ‘드래곤볼’ 셀, ‘은혼의 ‘마츠다이라 카타쿠리코’역 등 주로 와일드한 남성 목소리를 연기 하는 것으로 유명한 와카모토 노리오가 성우를 맡으면서 플레이어 기억 속에 강렬하게 새겨진 엄청난 캐릭터가 탄생했죠.
▲ 앗.. 아아..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페이지)
애니메이션에 웹게임까지, 성공한 미소녀게임
연희무쌍의 전체적인 평가는 '호불호가 갈린다'입니다. 이유는 삼국지와 전혀 관련이 없는 ‘카즈토’라는 인물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 큰데요. 굳이 존재감 옅은 오리지널 캐릭터를 유비 포지션에 넣기보다는, 유비 자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평입니다. 반대로 플레이어 자신을 투영하기 쉬운 현대 고등학생이 적격이지 않았냐는 의견도 있었죠.
▲ 저 행복한 공간에 내가 있었더라면...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금은 역사를 모에화하거나, 엄청 많은 미소녀가 등장하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2007년 당시 ‘연희무쌍’의 이런 어필은 혁신적이었습니다. 작정하고 만든 미소녀게임이라고 해도 총 미소녀 캐릭터가 20명을 넘는 작품을 찾기 어려웠으니까요.
‘연희무쌍’ 흥행으로 자신감을 얻은 베이스손은 이후 ‘진 연희무쌍’, ‘진 연희무쌍: 맹장전’, ‘진 연희 영웅담’, ‘전국연희’, ‘진 연희몽상: 혁명’ 등 많은 후속작을 만들게 됩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도 발매하고 웹게임까지 서비스했다는 사실을 더하면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죠.
▲ '연희무쌍' 시리즈가 모이면 두 자릿수를 넘어간다 (사진출처: 게임 공식 웹페이지)
이전 페이트 시리즈를 소개하면서 “13년이 지나도 여전히 현역이다”라는 말을 한 기억이 납니다. 첫 작품 발매 후 5년 정도만 지나도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외면 받는 미소녀게임 업계에서 ‘연희무쌍’이 오랜 세월동안 현역으로 활동 중이라는 점에서 베이스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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