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현장 (사진출처: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업계 우려가 현실이 됐다. 아직 WHO 인준이 남아 있고 국내 도입까지는 더욱 더 많은 시간이 남은 ‘게임 질병화’를 국정감사 현장에서 이슈화시키며 굳히기에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관련 질의를 진행한 최도자 의원은 “게임 자체는 중독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질의를 시작했으나 게임을 도박, 담배, 술과 같은 사회적 또는 의학적 피해가 검증된 물질과 함께 묶으며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은 10월 11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현장에서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협회장을 상대로 ‘게임 중독’은 실존하는 문제이며 업계 역시 기금을 마련해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게임 자체는 중독이 아니다. 게임을 비방하는 자리가 아니라 게임산업의 올바른 발전 방향을 고민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도자 의원이 게임과 함께 언급한 것은 도박, 술, 담배다. 최 의원은 “게임업체의 사회공헌은 일반 기업보다 기준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카지노, 경마, 경륜, 복권 등을 규율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는 사행산업 사업자에게 전년 순 매출 0.35%를 도박중독예방치유부담금으로 부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담배 역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담하고 있다. 게임업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게임업체에게 게임중독예방치유부담금을 부여해서 중독 예방 및 치유에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최도자 의원은 “건전한 음주문화는 순기능을 하지만 알코올 중독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라고 언급했다.
WHO 인준 전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게임 장애’ 대책 요구
최 의원이 언급한 도박, 술, 담배는 의학적 혹은 사회적인 폐해가 입증된 물질이다. 하지만 게임 자체는 중독을 일으킨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한 강남직업전문학교 심리학계열 김동현 교수 역시 “의학적, 과학적 증거를 차치해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서울시 아이윌센터를 비롯해 수많은 게임 중독 기관이 있고 많은 분들이 치료와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중독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해준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게임이 질병이다’를 증명할 객관적인 연구와 증거는 부족하다. 하지만 최도자 의원은 보건복지부에서 선제적으로 ‘게임 중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원인이 없는데 결론부터 내놓으라는 식이다.
최 의원은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에게 “국내에서 질병분류기준 주체는 통계청장이지만 질병 주무부처는 보건복지부다. KDC(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개정은 관계기관장과 협의해야 하는데 먼저 의견을 개진해서 하루빨리 개정을 앞당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질병분류 개정을 앞당기라고 주문한 최도자 의원 (사진출처: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갈무리)
한국에서 사용하는 KCD는 WHO가 발표하는 ‘국제질병분류’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를 담당하는 기관은 통계청이다. 통계청은 KCD를 5년에 한 번 개정하고 있으며 가장 빠른 시기인 2020년에는 ‘게임 장애’가 포함될 ‘국제질병분류 제 11차 개정판’을 반영하지 않을 계획이다. 여기에 국제질병분류 개정판 역시 내년 5월에 열리는 WHO 총회를 통해 인준된 이후에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게임 장애’를 공식적인 질병으로 간주하기 위해서는 추가 절차가 필요함에도 최도자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게임 장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게임 장애’ 인준에 앞서 국내에서 먼저 굳히기에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국정감사 현장에서 포착된 셈이다.
최 의원은 “영국에서는 게임 장애를 치료하는 인터넷 중독 센터를 설치했다. 여기에 다른 중독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 게임 중독이나 장애는 질병분류가 안 되서 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는다. 그래서 주의력 결핍이나 ADHD와 같은 다른 질병으로 진단하는 일이 많다고 전해진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능후 장관은 “기본적으로 동감한다. WHO에서 확정적으로 개임 장애 질병 코드가 정해지만 바로 받아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게임업체 기금으로 이미 ‘과몰입힐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최도자 의원이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협회장에게 질의 중이다 (사진출처: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갈무리)
그런데 앞서 김동현 교수가 언급한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게임업계가 기금을 마련한 게임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강신철 협회장 역시 이 점을 언급했다.
강 협회장은 “언급하신 게임과몰입힐링센터는 게임업계에서 기금을 조성해 운영하는 게임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센터다”라며 “기금은 2013년 국회에서도 논의가 있었는데 형평성 등 여러 문제로 자동 소멸된 것으로 알고 있다. 부담금이나 기금 문제가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사회공헌활동을 넓히며 사용자를 케어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또한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작년 연 매출을 합치면 6조 4,000억 원 이상이다’라고 설명한 최도자 의원의 설명에 대해 강 협회장은 “게임사 매출 중 5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한류 콘텐츠 수출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강신철 협회장은 사행산업과 분명한 선을 그었다. 강 협회장은 “게임에 사행성이 있다는 측면도 인정하지만 사행성에 대한 지적이 있다고 해서 사행산업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자율규제기구를 설립해 (사행성 이슈 해결에) 더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강 협회장은 “과거에 사회적 소통이 너무 부족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는 것을 방관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는데 이 부분을 많이 반성하고 있다. 오늘 말씀주신 부분에 대해 시민단체, 학부모단체와 자주 교류하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며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과몰입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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