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항상 옷을 과장되게 입는 경향이 있다. 대충 볼 때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게임 속에 등장하는 의상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어느 하나 평범하게 옷을 입는 캐릭터가 없다. 현실이었다면 공연음란죄로 잡혀가거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도 남을 법한 그런 의상들만 게임에 등장한다.
유저들이 그런 요상한 의상들을 게임 속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같은 궁금증을 풀어줄 강연이 GDC 2019에서 진행됐다. 키트폭스 게임즈에서 현직 캐릭터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빅토리아 트란이 '왜 게임 속 의상은 다 이상하며, 우리는 왜 그것을 허용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옷과 패션의 차이
어릴 때 옷 입히기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속옷만 입고 있는 캐릭터에게 스티커 모양의 의상을 입혀주는 플래시 게임 말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엔 문구점에서 해당 놀이가 가능한 종이 스티커를 팔았으며, 인터넷이 발달한 뒤로는 플래시 게임으로 많이 접해 봤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각종 게임의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을 통해서 대리 경험하게 되는 간단한 놀이다.
그러나 이런 게임들을 우리가 '패션 게임'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애초에 '패션 게임'이란 장르가 없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옷을 입히는 행위를 따로 떼어낸 게임이 없다시피 하며, 무엇보다 '옷'과 '패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정복과 통제를 넘어설 만큼의 힘
캐릭터의 의상이 잘 꾸며졌다고 할 때는 기본적으로 세가지 조건이 조화롭게 어우러졌을 때를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세 가지 조건은 패션에 충분한 양의 정보가 담겨 있어야 하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야 하며, 미학적으로 인정할 만큼 재미가 있어야 한다. 언뜻 보면 어려워 보이지만 의외로 대다수의 게임 캐릭터들이 이를 잘 만족하고 있다. 우리가 게임 속에서 과장된 의상 대부분을 쉽게 받아들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세 가지 조건 중 정보량에 대한 조건은 충족시키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외적인 것으로 캐릭터의 객관적인 정보를 드러내는 기법은 게임 뿐만 아니라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도 자주 쓰이는 기법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여자 캐릭터가 안에는 몸에 탁 달라붙는 검은 색 드레스를 입고서 겉에는 의사 가운을 걸치고 있다면, 해당 캐릭터의 직업은 의사고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고 꾸미기를 좋아하는 신입 인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세가지 조건을 모두 어느 정도 충족하거나 사람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만큼 한 조건이 잘 구성돼 있다면 유저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캐릭터의 의상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소 과격하거나 과장된 부분이 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너무 나서버린 패션에 대해선 유저들도 거부감을 느끼는 법이다.
다시 말해 터무니 없는 패션에 대해 유저로 하여금 게임적 허용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선 생각보다 기민한 설계와 패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빅토리아 트란은 이를 '정복과 통제를 넘어선 미학과 표현의 힘'이라고 표현했다. '정복과 통제'란 표현을 쓸 만큼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당위와 의미, 멋이 모두 필요하다
이렇게 우리가 가벼이 여겼던 게임 속 패션에도 게임의 몰입과 평가를 차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냥 게임이라는 미명하에 아무 외형이나 다 허용되는 것은 아니며, 캐릭터가 입는 옷의 디자인에도 당위와 의미, 멋이 모두 필요한 법이다. 게임 개발을 꿈꾸고 있거나 캐릭터 디자인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새겨 들어야 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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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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