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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게임으로 진출할 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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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 2019에서 본격적인 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한 넷플릭스 (사진: 영상 갈무리)
▲ E3 2019에서 본격적인 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한 넷플릭스 (사진출처: 공식 영상 갈무리)

넷플릭스는 지난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 가토스에서 비디오, DVD 대여 업체로 시작했다. 창립 초기에는 당시 업계 1위였던 블록버스터로부터 인수거부를 당할 만큼 미약했다. 그러나 월 정액 스트리밍 서비스 도입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으며, 외부 콘텐츠 공급에 그치지 않고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가입자를 끌어 모았다. 한때 시가총액 부문에서 디즈니를 넘어서며,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넷플릭스가 최근 E3 2019에서 게임업계 진출을 선언했다. MS, 소니 등 쟁쟁한 강호들이 파이를 나눠 갖고 있어 무주공산은 아니다. 구글이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스태디아’로 도전장을 내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했지만, 전통의 강호들 역시 비슷한 무기를 꺼내 들면서 관심이 분산된 상황이다. 레드오션에 가까운 게임업계에 넷플릭스가 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계산 하에 발을 내밀었을까?

▲ 7월 출시를 앞둔 '기묘한 이야기 3: 더 게임' 트레일러 영상 (영상출처: 닌텐도 공식 유튜브 채널)

기존 주력사업에 한계가 오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월 정액 스트리밍 서비스는 지난 2007년, DVD 구독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처음 제공됐다. 그리고 12년이 흐른 지난 4월, 2019년 1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가입자 수 1억 5,000만 명, 미국 내 가입자만 6,000만 명을 상회하며 2019년 1분기 매출만 45억 달러(한화 약 5조 2,000억 원)를 기록했다. 작은 동네 장사에서 12년이 지난 현재 글로벌 서비스로 발돋움한 것이다. 신규 가입자 수도 96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분기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처럼 대단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넷플릭스의 앞길은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디즈니,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설이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며 콘텐츠 공급 중단을 선언했다. 애플 역시 ‘애플 TV 플러스’를 올해 안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특히 디즈니는 올해 11월 출시 예정인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넷플릭스보다 훨씬 저렴한 월 6.99달러(한화 약 8,000원)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해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가격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넷플릭스보다 저렴한 가격의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사진출처: 디즈니플러스 공식 홈페이지)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경쟁이 기대된다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넷플릭스 전체 시청시간 중 40%, 시청률 상위 10개 콘텐츠 중 7개가 3사 콘텐츠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3사 콘텐츠에 라인업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최대한 추가 활로 확보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놓은 카드가 게임업계 진출인 것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다소 무게감은 떨어진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다소 무게감은 떨어진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인터랙티브 미디어 콘텐츠로 경험을 쌓다

넷플릭스는 오래 전부터 게임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지난 2017년 10월, 인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2’ 방영에 앞서 이 IP를 활용한 닌텐도 스위치 게임 ‘기묘한 이야기’를 출시했다. 이후 ‘장화신은 고양이’, ‘마인크래프트: 스토리 모드’ 등을 시작으로 올해 초 ‘밴더스내치: 블랙미러’와 베어그릴스 주연의 ‘당신과 자연의 대결’까지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 진행이 달라지는 게임형 인터랙티브 무비를 선보였다.

시청자 또는 플레이어가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인터랙티브 무비는 본래 영화계에서 실험적으로 시작됐지만, 기술적 한계와 만족스럽지 못한 서사 등으로 실험적인 장르로 남았다. 반면 비주얼 노벨을 시작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보여준 게임 분야에서는 성공적으로 안착해 이제는 게임에 더 어울리는 장르가 됐다. 넷플릭스가 선보인 인터랙티브 무비는 기존 인터랙티브 무비 영상 콘텐츠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고, 게임의 재미까지 갖췄기에 ‘영화와 게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  '당신과 자연의 대결(위)'와 '밴더스내치: 블랙 미러(아래)' (사진: 게임메카 촬영)

‘밴더스내치: 블랙 미러’나 ‘당신과 자연의 대결’은 넷플릭스의 게임업계 진출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이렇게 내실을 다진 넷플릭스는 올해 처음으로 세계 최대 게임쇼 E3 2019에 참가해 신작 게임을 선보였다. 이미 출시를 예고한 바 있는 ‘기묘한 이야기 3: 더 게임’에 대한 상세정보를 공개했으며, 이와 별개로 위치기반 모바일 RPG ‘기묘한 이야기’와 전략 RPG ‘다크 크리스탈: 에이지 오브 레지스탕스 택틱스’를 공개했다. 특히 위치기반 모바일 RPG ‘기묘한 이야기’는 플레이어가 ‘기묘한 이야기’ 스토리를 자신이 서 있는 바로 그 장소에서 직접 경험하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인터랙티브 무비를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넷플릭스가 꺼내든 무기는 신작 게임만이 아니다. 에픽게임즈를 비롯한 게임사와의 협업 강화도 언급했다. 실제로 에픽게임즈가 만든 ‘포트나이트’에는 ‘기묘한 이야기’ 속 아이스크림 가게가 점포를 열었다. 또한 가까운 시일 내에 비밀스런 이벤트가 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매직 더 개더링’, ‘위쳐’, ‘더 디비전’ 등 넷플릭스 입성을 앞둔 게임 원작 영상 콘텐츠도 많다.

E3 2019에서 공개된 '기묘한 이야기' 위치기반 모바일 게임 (사진출처: 넥스트게임즈 공식 홈페이지)
▲ E3 2019에서 공개된 '기묘한 이야기' 위치기반 모바일 게임 (사진출처: 넥스트게임즈 공식 홈페이지)

넷플릭스의 자신감: 이용자와 오리지널 콘텐츠

게임 분야 입성을 통해 다시 한번 도약을 꿈꾸고 있는 넷플릭스의 시도가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수 많은 가입자와 방대한 오리지널 콘텐츠다. 이미 넷플릭스는 게임이나 인터랙티브 무비로 만들어진 ‘기묘한 이야기’, ‘블랙 미러’ 외에도 ‘하우스 오브 카드’, ‘나르코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 다양한 인기 영상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를 시청한 1억 5,000만 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는 넷플릭스가 만들 게임을 플레이 할 잠재적 게이머다.

게임 시장에 첫 발을 내민 넷플릭스가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게임사업이 넷플릭스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탄탄한 기반을 쌓아놓은 만큼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게이머 입장에서는 검증된 콘텐츠를 지닌 신작 게임이 다수 출시될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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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자연의 대결 2019년 4월 10일
플랫폼
장르
시뮬레이션
제작사
넷플릭스
게임소개
‘당신과 자연의 대결’은 베어크릴스의 오지탐험 이야기를 담은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베어그릴스의 시점으로 게임을 진행하게 되며, 주어지는 선택지와 선택에 따라 벌어지는 다채로운 사건을 경험하게 된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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