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담은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인데 골자는 컴플리트 가챠 금지다.
컴플리트 가챠라는 단어가 낯선 이들도 있을 텐데, 한국말로는 ‘수집형 뽑기’로 풀이된다. 실제로 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법안 주요내용에도 컴플리트 가챠를 '수집형 뽑기'라 부르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유형은 확률형 아이템에서 얻은 결과를 모으면 그 보상으로 또 다른 아이템을 주는 것이다. 카드를 예로 들면 1부터 10까지 카드가 있는데, 그 10장을 모두 모으면 더 좋은 능력을 가진 카드나 아이템, 효과를 주는 식이다.
어떻게 보면 보너스 개념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그 기반이 되는 카드를 얻는 과정에 ‘유료 확률형 아이템’이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비자가 컴플리트 가챠를 구매하는 목적은 궁극적으로 카드 10개를 모으면 주는 더 좋은 카드로 압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1부터 9까지는 획득 확률이 높지만 10번째 카드는 확률이 극도로 낮다면, 마지막 카드가 나올 때까지 뽑아야 돈을 소비한 목적이 충족된다.
앞서 이야기한 모든 과정에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수집 과정에 추가 비용이 들어가지 않기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실제로 이러한 아이템 수집과 보상 개념은 90년대 게임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뽑기 과정이 유료로 진행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이미 1~9개를 모으기 위해 투입한 비용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고, 어떻게든 마지막 남은 카드 하나를 모아서 조합을 완성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많은 돈을 투입하게 된다.
정치권에서 많은 확률형 아이템 중 컴플리트 가차를 꼭 짚은 이유도 이러한 과한 결제유도에 있다. 컴플리트 가챠 금지법을 발의한 유동수 의원은 컴플리트 가챠를 “확률형 아이템 안에 또 다른 확률형 아이템을 넣어 극도의 사행성을 지닌”이라 표현했다. 이를 보면 유 의원이 생각하는 컴플리트 가챠는 뽑기 결과로 또 무언가를 뽑는 ‘이중뽑기’를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확률 공개 의무화를 포함하는 게임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한 이상헌 의원도 일본을 예로 들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컴플리트 가챠’는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사행성이 너무나도 강하다는 이유에서다”라고 밝혔다.
현재 발의된 법안 상세내용은 공개돼 있지 않지만, 유동수 의원의 제안이유를 보면 "현행법에는 확률형 아이템에 관한 정의 및 표시의무, 이에 따른 제재 등 관련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확률을 조작하거나 '컴플리트 가챠(Complete Gacha, 수집형 뽑기)'를 금지하는 조항이 없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라는 설명과 함께, "이에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와 표시의무,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확률의 조작 및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조문을 신설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의 건전한 이용을 도모하려는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위에서 말하는 '사행성'이란 기존 국내법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르다. 국내법에서 사행성이란 결과물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환금성’이 있어야 성립하며, 게임법에서 정의하는 '사행성 게임’ 역시 확률을 통해 얻은 결과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도박에 대해 사용하고 있다. 반면, 이번에 정치권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지적하며 사용하는 ‘사행성’이라는 단어는 게이머에게 사행심(요행을 바라는 마음)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법안이 발의됐으니, 이쯤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시장에 있는 컴플리트 가챠라는 것이 모두 앞서 이야기한 ‘10개 모두 모으면 아이템 하나를 주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업계 주요 수익모델로 자리잡았고, 각 게임사가 이를 발전시키며 컴플리트 가차에서 변형된 유형 다수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현재 게임에 서비스되는 수많은 유료 확률 상품 중 어디까지를 컴플리트 가챠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때다.
국내 게임 곳곳에 포함된 수많은 컴플리트 가챠 유형
앞서 이야기했듯이 컴플리트 가챠에는 ‘10개를 모으면 추가 아이템을 주는’ 기본적인 유형 외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다. 보편적인 유형 중 하나는 흔히 콜렉션, 혹은 도감이라 부르는 시스템이다. 특정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모아서 도감을 완성하면 공격력, 방어력 등 능력치가 높아지는 종류다. 모아야 하는 장비는 사냥을 통해 얻는 무료 아이템도 포함되어 있으나,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것도 함께 들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모바일 MMORPG 대다수에서 볼 수 있고, 수집형 RPG에도 특정 캐릭터를 모아 도감을 완성하면 팀 전체 능력치가 높아지는 사례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일명 빙고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1부터 25까지 숫자로 구성된 판이 있고 플레이를 통해 혹은 유료 상품을 통해 확률에 따라 빙고에 넣을 수 있는 숫자를 준다. 숫자를 모아서 빙고를 완성하면 완성한 줄에 따라 일차적으로 보상을 주고, 빙고판을 다 완성하면 추가로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숫자판을 예로 든 것일 뿐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숫자판처럼 쓰는 변형 빙고 유형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빙고판을 돌릴 수 있는 재화를 유료로 판매하는 경우도 많다.
세 번째는 앞서 언급한 것과 다소 겹치지만, 컴플리트 가챠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유료 아이템과 무료 아이템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다. 앞서 이야기한 컬렉션을 예로 들어, 구성을 완성하는 특정 아이템을 유료 뽑기로도 사냥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규제 범위를 유료 아이템으로만 구성된 컴플리트 가챠 금지로 좁힐 경우 무료로도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이 섞여 있거나 주가 되는 경우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네 번째는 다소 모호한 부분이지만 유료 세트 아이템에 대한 부분이다. 세트 아이템은 다 모으면 추가 능력이 활성화되는 종류로, 기존 월 정액제나 패키지 게임에서는 이 부분을 파밍 요소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결정적인 부가 옵션을 지닌 특정 세트 부위 한두개를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판매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 역시 앞서 이야기한 콜렉션이나 도감과 비슷한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다. 추가 옵션을 띄우기 위해 유료 뽑기를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형태가 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법안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세트 아이템도 컴플리트 가챠에 포함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공식적으로 세트 형태로 묶여 있지는 않으나, 임의로 조합 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아이템 조합까지 컴플리트 가챠로 볼 수 있는지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확률공개 의무화에 이어 컴플리트 가챠 금지법까지 발의되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만약 법으로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고자 한다면 입법기관 및 행정기관에서 어디까지를 컴플리츠 가챠로 볼 것인지 규제 범위를 명확하게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넓고 애매모호한 정의도 좋지 않지만, 범위를 너무 좁게 잡으면 소비자 보호라는 입법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즉 실효성을 높이고 싶다면 시장에 어떤 유형이 있고 이 중 어디까지를 금지할 것인지 세밀하게 설정해야 한다. 또한 향후 발생할 변칙 사례까지 포함하려면 유권해석을 폭넓게 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게 상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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