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모바일게임은 의레 수집형 RPG로 나온다. 하지만, 그 게임들이 항상 수집형 RPG와 어울렸던 것은 아니다. 부족한 캐릭터 수를 채우기 위해 각종 엑스트라를 끌어 쓴다거나, 원작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상태로 무분별하게 캐릭터에 등급을 매겨서 팬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기도 했다. 이런 복사 붙여넣기 식 애니메이션 원작 게임들은 결국 원작의 감성과 수집의 재미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치는 결말을 맞이했다.
지난 19일에 출시된 '코노스바 모바일! - 판타스틱 데이즈(이하 코노스바 모바일)'은 이런 애니메이션 원작 게임들의 문제를 전면에서 극복한 작품이다. 원작 친화적인 자세를 바탕으로 수집 그 본연의 재미를 추구했다. 원작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각자의 방식으로 스토리를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수집요소와 이를 허투루 활용하지 않은 시스템 구성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스토리와 감성은 원작처럼
코노스바 모바일은 라이트 노벨 원작 애니메이션 '이 멋진 세계에 축복을!’을 기반으로 하는 수집형 RPG다. 원작은 범람하는 이세계 배경 소설 및 애니메이션의 각종 클리셰를 비트는 것으로 유명하며, 진지하거나 멋진 장면보다 웃긴 요소가 많은 코믹물이다.
게임 내에선 원작 애니메이션 스토리와 함께 게임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도 즐길 수 있다. 각종 퀘스트와 아르바이트 및 전투 등을 진행해 캐릭터 전체 인연랭크를 높이면 원작 스토리가 개방되고,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오리지널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는 식이다. 이 밖에도 캐릭터 개별 인연 랭크에 따라서 캐릭터 스토리도 즐길 수 있다. 스토리는 비주얼 노벨 형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특정 일러스트가 출력되는 형식이 아니라 라이브 2D로 구현된 캐릭터들이 직접 대사를 읊어가며 연기하는 방식이라 몰입도가 좀 더 높다.
게임 내에는 주인공 두 명 외에도 다크니스와 메구밍 등의 주요 인물 더스트와 린같은 조연들도 등장하며, 리아와 시에로, 에리카, 멜리사, 미아, 에이미 등 오리지널 캐릭터도 나온다. 인물별로 다양한 등급과 의상, 콘셉트의 캐릭터가 존재해 같은 메구밍이라도 1성부터 4성까지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각 캐릭터는 최대 60까지 레벨을 높일 수 있으며, 이름은 같되 다른 버전의 캐릭터는 서브 캐릭터로 활용할 수 있다.
전투는 다른 수집형 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투는 실시간 전략게임 형식으로 진행되며, 전투에는 3명의 전방과 2명의 후방 캐릭터를 설정해 데려갈 수 있다. 전위 캐릭터가 쓰러지면 후위 캐릭터가 출전하는 형식이다. 전투 중엔 일반 공격과 스킬, 필살기 등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으며, 공격 기회를 누적해 한 번에 두 번의 공격을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 빠르게 진행되는 실시간 전략게임에 익숙하다면 수동전투를, 그렇지 않다면 자동전투를 활용하는 것이 편하다.
원작 팬 아니어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구성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원작 팬과 원작을 모르는 팬 모두 새로운 방식으로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원작 팬 입장에선 비주얼 노벨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기존 스토리와 오리지널 스토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좋고, 원작을 모르는 팬 입장에선 원작보다 친절하게 게임의 설정과 세계관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 특히나 이 게임의 라이브 2D 그래픽은 정말 수준급이다. 그중에서도 실시간으로 감정 하나하나가 드러나는 표정 변화는 일품이다. 여기에 유려한 일러스트와 실감 나는 성우 연기가 더해져 새로운 형식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을 준다.
더불어 수집 본연의 재미도 상당하다. 원작작에서 스쳐지나가는 캐릭터를 끌어와 억지로 수집 분량을 늘리기보다는, 캐릭터의 다양한 패션과 콘셉트 일러스트를 가지고 카드를 만들어 일견 타당한 수집 요소를 내세웠다. 여기에 오리지널 캐릭터까지 더해져 수집량은 같은 장르의 다른 게임보다 훨씬 많다. 캐릭터를 모으는 데 있어서 많은 과금을 요하지도 않는다. 메인 퀘스트를 착실히 깨고 꾸준히 스토리를 감상하면 재화가 주어지는데, 이것만으로도 높은 등급부터 낮은 등급의 캐릭터를 충분량 모을 수 있다.
물론 단순히 캐릭터가 많고 모으는 게 쉽기만 하면 게임이 지루할 수밖에 없다. 이 캐릭터들이 다 나름의 쓸모가 있기 때문에 수집하는 맛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게임은 시스템 특성상 한 단계 낮은 등급의 캐릭터라도 등급이 높은 캐릭터의 서브 캐릭터로 사용할 수 있고, 같은 캐릭터 카드는 성장에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동일한 캐릭터라도 버전에 따라서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카드를 수집해야 한다. 하다못해 몇몇 캐릭터는 원작에선 볼 수 없는 일러스트가 담겨 있기도 해 게임을 온전히 즐기고픈 사람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이 밖에도 원작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를 살려주는 수많은 요소들 또한 이 게임의 가치를 높여준다. 로딩 화면 때 마다 캐릭터 성우들이 다양한 톤과 감정으로 읊어주는 “코노스바”라는 대사부터, 라이브 2D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표정 연기, 애니메이션 OST를 적절히 어레인지한 BGM 등도 훌륭하다. 오리지널 스토리와 캐릭터들 또한 스토리 내내 정상적인 모습보다는 사고를 치거나 첫인상에 반하는 개그를 선보이는 등 원작 특유의 코믹한 분위기와 해학을 잘 표현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오리지널 요소
오리지널 요소가 생각보다 많다 보니, 원작을 깊이 있게 좋아한 사람들이라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특히 메인 스토리 모드에선 이야기의 진행보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과정이 더 길게 서술되는데, 오리지널 캐릭터에 관심이 없다면 이 부분이 조금 지루하게 다가올 것이다. 물론 원작을 모르는 유저 입장에선 차근차근 캐릭터를 익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부분이다.
사실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는 이런 굵직한 것보다는 굉장히 작은 부분들이다. 가령, 너무 작은 UI 때문에 알림을 볼 수 없다던지, 쿼츠를 얻기 위해선 불필요한 캐릭터 내역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사실상 여러모로 편의성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혹자는 오리지널 캐릭터들의 성능이 너무 좋다는 것이나 주요 캐릭터가 플레이어블이 아니라는 점을 불만의 요지로 삼기도 하지만, 이는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
군더더기 없는 애니메이션 원작 게임
코노스바는 애니메이션 원작 수집형 RPG로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에만 집중해 만들어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오롯하게 원작의 감성을 새롭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 모드,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잘 구성된 수집형 요소 등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만 딱 잘 갖추고 있는 게임이다. 몇 가지 편의성만 수정하고 유저들과 소통을 잘 이어간다면 롱런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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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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