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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MMORPG '제니스'는 왜 소아온이 되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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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스: 더 라스트 시티 스크린샷 (사진출처: 스팀)
▲ 제니스: 더 라스트 시티 스크린샷 (사진출처: 스팀)

지난 1월 28일, 스팀에서 VR MMORPG 하나가 파란을 일으켰다. 다잉 라이트 2에 이어 전 세계 최고 판매 2위를 차지한 '제니스: 더 라스트 시티(이하 제니스)'다.

이 게임은 VR 기반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MMORPG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라이트노벨 속 가상현실게임인 '소드 아트 온라인'에 비견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VR MMORPG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웰메이드 게임이라 부를 만한 작품이 없었기에 제니스에 몰린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우연찮게도 원작 소설의 '소드 아트 온라인'이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2022년이기에, 게이머들은 진짜 '소드 아트 온라인'이 등장했다면서 이 게임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서비스 11일차에 접어든 제니스의 현 상황은 결코 좋지 않다. 출시 첫 날 4,600명을 넘어섰던 동시접속자 수는 일주일 만에 1,800명 선으로 60% 가까이 떨어졌으며, 7일 기준 일 최고 동시접속자 수는 1,300명을 간신히 넘었다. 대부분의 MMORPG는 출시 초기에 입소문을 통해 유저를 끌어모으는 성장기를 거친다. 아마존의 '뉴 월드'만 해도 출시 첫 날 70만 명이던 동시접속자가 1주일 후엔 91만 명을 넘긴 바 있기에, 제니스의 초기 행보는 굉장히 실망스럽다.

▲ 제니스: 더 라스트 시티 트레일러 영상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채널)

출시 초기 많은 기대를 받던 MMORPG가 곧바로 추락하는 경우는 서버 문제나 심각한 버그, 핵 등으로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할 때 흔히 벌어진다. 제니스 역시 '서버 문제로 로그인이 어렵다'라는 평이 지속해서 나올 정도로 출시 초기 서버 문제를 겪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버 문제가 안정화된 이후에도 이러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그 원인은 스팀 유저평가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게이머들은 하나같이 본질적인 게임성에 대해 혹평을 하고 있다. 컨트롤러 휘두르기 액션이 제대로 게임 내에 반영되지 않는다던지, 실시간 액션이라기 보다는 턴제 리듬게임에 가까운 단순한 플레이, 미니게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이드 콘텐츠 등이 많이 지적되고 있으며, 단조로운 맵 디자인, 반복적인 퀘스트 구성, 약한 타격감, 무미건조한 스킬 이펙트, 낮은 수준의 그래픽 등 MMORPG로서 완성도가 낮다는 평가도 잦다.

사실, 만듦새에 대한 지적은 제니스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이 게임은 2019년 킥스타터를 통해 자금을 모아 개발을 시작한 인디게임이었다. 비록 목표액의 11배가 넘는 28만 달러를 모금하고 지난해 1,000만 달러라는 거액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등 자금 규모를 키우긴 했지만, 개발사인 라멘VR의 직원 구성은 총 9명으로 알려져 있다. 오픈월드 VR MMORPG라는 장르 특성을 감안하면 굉장히 적은 인력이다. 여담으로 하프라이프: 알릭스 개발 인원은 약 80여 명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 밖에 일반적인 PC MMORPG 시스템을 큰 고민 없이 그대로 VR로 옮긴 데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의견도 상당하다. 퀘스트 구성부터 지루하고 반복적인데, 그걸 VR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수행하자니 일반적인 MMORPG보다 더욱 피로도가 높다는 것이다. VR 조작법은 아무리 쉽게 설정하더라도 마우스나 키보드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힘이 들고, HMD 화면으로 역동적인 1인칭 MMORPG를 장시간 하고 있자면 시각적 피로도도 클 수밖에 없다. VR MMORPG는 플랫폼 특성 상 키보드와 마우스, 컨트롤러 등으로 플레이하는 일반적인 PC MMORPG보다 피로도를 줄이고 액티브를 강조하는 게임 디자인이 필요함에도, 기존 게임과 같은 방향으로 접근했다는 평가다.


▲ VR MMORPG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몰입도가 달라진다는 평가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홈페이지)

다만, 이런 혹평에도 불구하고 제니스는 종합평가 '매우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혹평 가운데서도 '여태 나왔던 VR MMORPG 중에서는 가장 낫다'는 평가가 종종 보인다는 점이다. "VR이라는 참신함이 사라지면 지루한 MMORPG" 라는 설명은, 반대로 해석하면 "VR이라는 참신함은 평범한 MMORPG도 더 몰입해서 즐길 수 있게 해준다"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즉, 제니스에 대한 관심과 실망은 모두 이 게임에서 '현실의 소드 아트 온라인'을 찾는 게이머들의 기대를 대변해 준다.

VR MMORPG 시장은 현재 게임업계 최고의 블루오션이다. 신형 VR HMD 보급으로 충분한 유저풀이 마련되었고, 웰메이드 게임에 대한 유저 니즈가 높고, 마땅한 경쟁작이 없는 상황. 게이머들은 언제든 '좀 더 현실 같은 게임'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고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 그 대상이 업데이트로 태세를 가다듬은 제니스가 될 지, 새로운 주자가 될 지는 모르겠다. 누가 되었든 이러한 기대에 부합하는 게임을 선보이는 자가 VR MMORPG, 나아가 메타버스 시장을 주름잡는 선두주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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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VR
장르
MMORPG
제작사
게임소개
제니스: 더 라스트 시티는 가상현실 게임 미디어믹스인 '소드 아트 온라인'이 현실로 구현됐다는 평을 받는 VR MMORPG다. 파티와 길드에 가입해 보스와 싸우고, 던전을 공략하고, 모험을 즐기는 등 일반적인 M...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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