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지순례의 Ryunan입니다. 지난 2년, 우리를 무섭게 괴롭혔던 코로나19도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아 조금씩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는 듯한 골목에서, 이번 달 성지순례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떠나본 곳은 지하철 5, 8호선이 지나는 천호역에 위치한 게임센터입니다.
아케이드게임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는 물론, 코로나19의 직격탄으로 인해 지난 2년간 게임센터 수가 많이 줄어들었는데요, 그와 별개로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추억의 오락실’ 콘셉트로 고전 비디오게임을 중점적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업장이 심심치 않게 생기고 있습니다. 이번에 찾아가는 곳도 바로 그 콘셉트로 운영하는 게임센터입니다.
천호역에서 내려 성내동 쪽 골목으로 약간 들어가면, 이 근처에서 꽤 유명한 ‘쭈꾸미골목’이 나옵니다. 이 골목을 관통하여 주택가가와 상점가가 조금 섞여있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전게임 ‘팩맨’ 에 나오는 유령, ‘고스트 갱’ 캐릭터가 그려진 간판, 그리고 점포 크기에 딱 맞춰 설치된 스티커 사진기 한 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곳이 바로 오늘의 성지순례 장소인 레트로 게임 센터, 성내동 ‘콤콤오락실’ 입니다. 참고로 천호역에서 가깝지만 행정구역상으론 성내동에 위치해 있어요.
콤콤오락실이라는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기분이 들지요? 맞습니다. 예전에 한 번 성지순례로 방문한 적 있었던 남영동에 위치한 ‘콤콤오락실’ 과 이름이 같습니다.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만, 천호점이라는 표기를 보니 왠지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매장 입구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안내 문구가 붙어있는데, 무인으로 운영되는 매장이니만큼 방역 방식과 함께 협조를 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다만 이 글을 올리는 현재는 방역조치가 완화되어 명부 작성 등 몇 가지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상황.
매장 영업 안내문 및 사용자 준수사항에 대한 안내도 붙어있습니다. 당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적용되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영업 종료 시간이 따로 써 있네요. 아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제한 시간이 해제된 지금은 0시부터 24시까지, 그러니까 24시 풀로 운영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평소엔 따로 직원이 상주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기 고장이라든가 각종 돌발상황 등에 대처하기 위한 화이트보드 하나를 설치해놓고 있는데요, 화이트보드엔 긴급상황 발생 시 점주 연락처와 함께 게임센터 이용에 대한 각종 건의사항 등을 적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매장 출입구 쪽, 그리고 가장 안쪽에서 내려다본 전경. 규모가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아주 단촐한데요, 상가 건물 한 칸만을 사용하는 소규모 매장이라 다른 청소년 게임센터에 비해 많이 아담합니다. 보유한 기기 수도 그리 많진 않고 작은 공간 안에 오밀조밀하게 붙여놓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다만 분위기만큼은 각종 체감형 게임을 많이 가져다놓은 요즘의 청소년 게임센터가 아닌 은근히 90년대 오락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
매장 곳곳에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문구가 적혀 있어 이 문구들을 하나하나 찾아 읽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최근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지만 옛날 8~90년대 게임센터에서는 게임 플레이가 지능계발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게임센터 간판에 ‘지능계발’ 이라는 단어를 같이 사용하는 매장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지요. 어릴 적 부모님 몰래 게임센터 가서 부모님께 걸려 크게 혼났던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들, 이제는 엄마 눈치 보지 않고 맘껏 게임센터에 가도 괜찮은 나이가 되었습니다.
매장 가장 안쪽의 농구대 오른편에 재미있는 현수막 하나가 걸려있습니다. 역대 추억의 고전게임들에 나오는 각종 도트 캐릭터들이 일렬로 집합해있는 모습인데요, 우리에게 익숙한 마리오부터 동키콩까지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캐릭터들이 많네요. 여러분은 저기 있는 수많은 도트 캐릭터 중 얼마나 많은 것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슬슬 매장 내부에 어떤 게임들이 있는지 한 번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화폐교환기 왼편에 설치되어 있는 펀치 머신. 펀치 머신 위에 ‘우정파괴 대결전문’ 이라는 70년대 표어파일처럼 보이는 인쇄물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데요, 어떤 면에서 우정파괴가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구 힘이 더 센가 가볍게 대결하기 이보다 좋은 건 없겠네요.
동전교환기 오른편엔 미니 사이즈의 크레인 게임기가 총 여섯 종, 세 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매장 규모가 협소하니만큼 대형 사이즈 기기를 설치하는 것이 다소 어려운 편인데, 이렇게 작게 공간 활용을 하니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느껴져 나쁘지 않습니다. 크기는 작지만 경품의 종류는 비교적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 편.
굉장히 오래간만에 보는 메달교환기. 어릴 적 학교 다닐 때 학교 앞 문구점에 빠지지 않고 있었던 기계였는데요,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는 메달이 나와 그 메달로 문구점에서 과자라든가 학용품 등을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이 기계를 보지 못했는데 추억 속에 간직하고 있던 기계를 옛 모습 그대로 오래간만에 보니 정말 반갑네요. 메달 20개가 걸려 나름 ‘잭팟’ 을 띄워보고 싶은 게 어릴 적 소원이었는데 지금 다시 하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각종 스틱형 비디오게임 박스들. 모든 게임은 500원 동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게임센터에서 누구나 다 한 번쯤은 해 봤을 스트리트 파이터 2, 버블보블, 그리고 스노우 브라더스까지, 누구나에게 전부 익숙하고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게임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인용 플레이도 가능하긴 하지만 조금 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오른편에는 철권 태그 토너먼트 1과 함께 노래하는 두더지(두더지잡기)가 한 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두더지잡기 게임 오른편에도 ‘두더지잡아 잘 살아보세’ 라는 새마을 운동을 연상케 하는 재미난 문구가 붙어있는데 이런 식으로 곳곳에 숨겨진 문구 찾는 재미가 꽤 쏠쏠한 편입니다.
매장 가장 안쪽에 위치한 유일한 최신 스포츠게임(?)인 농구대. 농구대는 다른 게임들보다 좀 더 높은 스테이지에 올려져 있어 농구대 있는 기기 위에 올라서면 매장 전체를 내려다보는 각도가 가능합니다. 농구대 왼편에 의자가 비치되어 있으니 다른 사람들이 게임하는 것 앉아서 구경하려면 저 의자를 가져다 사용하면 됩니다. 농구공을 훔쳐가는 사람이 정말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농구공 훔치면 경찰서’ 라는 인쇄물이 붙어있는 게 이색적이네요.
사용 후 제자리로 의자를 정리해달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실내 의자. 문구 옆의 캐릭터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3의 너구리 마리오. 꼬리를 흔들면서 하늘로 날 수 있어 해당 게임을 어릴 적 즐겨할 때 가장 선호했던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곳곳에 추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을 심어놓아 그것들을 살펴보는 것이 즐겁네요.
규모는 타 게임센터에 비해 매우 작지만 갖출 것은 알차게 갖춰놓고 곳곳에 재미있는 문구, 그리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을 심어놓은 레트로 게임센터 성내동 ‘콤콤오락실’ 탐방은 어떠셨나요?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타임머신 같은 공간,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옛 오락실은 이랬구나…라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공간인 이 곳이 방문하는 사람들 누구에게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곳으로 오래오래 남아있길 바라며 이번 성지순례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코로나19 조심하시고 조금씩 돌아오는 일상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성내동 콤콤오락실 근처 맛집 1. 천호동 쭈꾸미골목 최강자 ‘독도쭈꾸미’
맨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천호역에서 내려 콤콤오락실을 찾아오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천호역의 유명한 ‘쭈꾸미골목’을 지나가야 합니다. 쭈꾸미골목 안엔 수많은 쭈꾸미 전문점이 있어 매콤한 냄새로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단연 제일 인기 있는 집은 바로 이 ‘독도쭈꾸미’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제일 인기 있는 메뉴인 ‘쭈삼새’ 는 쭈꾸미, 돼지고기 삼겹살, 새우를 넣고 함께 볶은 요리로 매콤한 맛, 거기에 불맛이 더해져 입이 얼얼하면서도 계속 쉬지않고 먹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쭈꾸미를 다 먹은 뒤 마무리로 볶아먹는 날치알 팍팍 볶음밥도 필수. 밥과 날치알의 비율이 거의 1:1 수준이라 할 정도로 날치알을 듬뿍 넣어주는데,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환상적인 볶음밥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대표메뉴: 쭈삼새(쭈꾸미+삼겹살+새우) 1인분 1만 3,000원 / 날치알 볶음밥 1인분 3,000원
성내동 콤콤오락실 근처 맛집 2. (구)천호족발골목에서 날렸던 ‘철원족발’
지금은 재개발로 사라지긴 했지만, 옛날 천호역 근처엔 ‘천호족발골목’ 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족발집들이 한데 모여있어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족발을 맛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요, 재개발을 통해 골목이 사라지면서 영업하던 가게들도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전한 ‘철원족발’ 은 과거 족발골목 당시의 맛과 가격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푸짐하고 맛있는 족발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동네 사람들에게도 유명합니다. 여기서 맛보는 족발은 서울의 이름난 유명한 족발집에 꿀리지 않을 정도로 야들야들하고 맛있어서 굳이 다른 유명한 집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입니다. 족발과 함께 주문하는 막국수도 빼놓기 힘든 매력 중 하나!
대표메뉴: 족발(소,중,대) 3만/3만 5,000/4만 원 / 막국수 7,000원
성내동 콤콤오락실 근처 맛집 3. 2022년에 짜장면 한 그릇이 단돈 2,000원?! 황실짜장
2002년도 아니고 2022년에 짜장면을 2,000원에 맛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 믿지 못할 가게가 천호동에 있습니다. 큰길가에 위치한 ‘황실짜장’ 이라는 가게인데요, 이 곳은 짜장면을 정말 저렴한 가격에 균일가로 판매하는 곳으로 유명한 중화요리 전문점입니다. 원래는 가격이 1,500원이었으나 그나마 최근 가격을 올려 2,000원이 된 곳이죠.
이 곳은 1,000원짜리 지폐 두 장으로 짜장 소스 푸짐하게 올라간 짜장면 한 그릇을 든든하게 먹을 수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게입니다. 짜장면 외 다른 식사들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며, 탕수육도 가격에 비해 푸짐하게 나오는 편이라 여럿이 가서 요리와 함께 식사를 즐기기에도 손색없는 곳입니다.
대표메뉴: 짜장면 2,000원 / 군만두 4,500원 / 탕수육(소/대) 1만 3,000원 /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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