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패션리더라 불리는 연예인들의 옛날 사진을 보면, 주변 사람들은 10년쯤 전의 약간 촌스런 패션인 데 반해 혼자서만 10년쯤 패션을 앞서간 모습을 볼 수 있다. 혼자 미래에서 왔나 싶을 정도다. 다만, 이런 패션은 당대엔 인정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제 5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 참석한 류승범 배우는 훗날 시대를 앞서간 패션리더였음이 재발굴됐지만, 당시엔 '워스트 드레서'라 불리기도 했다. 현재를 사는 대중의 시선이 미래를 보는 선지자들을 못 따라간 것이다.
게임에도 이런 사례가 종종 있다. 시대를 너무나도 앞서간 나머지 당시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나중에 보니 그 게임이 시도한 것들이 대세가 되어버린 경우다. 오늘 [순정남]은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게임, 그 중에서도 국산 게임들 위주로 선정해 보았다.
TOP 5. S4리그, 시대를 앞서간 하이퍼 TPS
펜타비전에서 개발한 S4리그는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한 TPS게임이다. 일러스트나 음악, 독특한 디자인 등 여러 차별화 요소를 갖춘 게임이었으나, 당시엔 슈팅게임 하면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가 휩쓸던 시절이라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당시 출시된 슈팅게임 대부분이 수 년을 넘기지 못하고 침몰한 데 비해, 충성도 높은 마니아 유저층 덕에 2018년까지 11년동안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2022년 시점으로 S4리그를 뜯어보면, '이게 정말 2007년 게임 맞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적을 죽이는 것 보다는 터치다운 미션을 수행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개념은 오버워치에서야 비로소 대중화됐고, 하이퍼 TPS라는 장르가 대중화된 것도 한참 나중 일이기 때문에 유럽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큰 성공을 거두지도 못했다. 지금도 S4리그 특유의 스타일리쉬 액션과 빠른 속도감 등은 따라갈 게임이 없다고 평하는 유저들이 많은 만큼, 여러모로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작품이 아닌가 싶다.
TOP 4. 포트리스 2, 무료 온라인게임의 시대를 알리다
PC온라인게임은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리니지, 미르의 전설, 어둠의 전설 등 MMORPG 위주로 흘러갔다. 해외 사례를 봐도 울티마 온라인, 에버퀘스트, 디아블로, 마제스티 등 RPG가 대세였다. 이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유료게임이었다는 것인데, 퀴즈퀴즈가 부분유료화 BM을 선보이기 전까지는 패키지 혹은 정액제로 대표되는 유료게임 모델밖에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와중 1999년 등장한 포트리스 2는 확실히 독특했다. 장르 자체도 턴제 기반 전술 액션게임으로 당대 치고 독특했지만, 가장 큰 특징은 무료게임이자 PC방 유료화 모델을 최초로 도입했다는 것이다. 전례 없던 사업 모델에 유저들은 환호했고, PC방 업주들은 집단 반발했다. 실제로 PC방 업주들이 시위를 하러 오면 당시 CCR 직원들이 사무실을 떠나 근처 PC방으로 피신해 일했다는 일화도 있다. 더불어 무료게임임에도 시대적 한계로 인해 게임 내 광고 시스템이나 유료 아이템 등 추가 BM도 활성화되지 않아 사업적 성과도 당대 인기 대비 비교적 낮았다.
TOP 3. 슈 시리즈, 플래시에서 낼 수 있는 최고의 브랜드
2000년대 유년기를 보냈던 게이머라면, 누구나 아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슈'다. 아이부라보를 필두로 야후 꾸러기와 쥬니어네이버 등에서 수많은 슈 시리즈가 플래시게임으로 서비스됐는데, 게임을 필두로 애니메이션까지 연재되며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게임만 해도 30~40개가 나오는 등 그야말로 슈 세계관을 제대로 성립했다.
다만, 슈 시리즈가 조금만 더 늦게 나왔다면 그때보다 훨씬 파급력 있는 시리즈로 성장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플래시게임 특성 상 수익 모델을 넣기가 어려웠기에, 만약 2010년 이후 모바일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지속 생산하며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었다면 게임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사업적 성과를 올림과 동시에 시리즈를 지속해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과거 히트한 가수가 지금 나왔다면 더 히트할 수 있었을까'와 같이 답이 없는 가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TOP 2. 포립,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였습니다
2000년 출시된 소프트맥스의 포립(4leaf)은 상당히 실험적인 시도였다. 단순한 게임이라기 보다는, 룬의 아이들 IP를 기반으로 채팅과 아바타, 그리고 미니게임이 포함된 하나의 플랫폼이었다. 채팅방에서 음악방송을 진행하기도 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친목을 다지기도 하고, 주사위의 잔영 게임을 즐기며 노는 등 그야말로 하나의 사회와도 같았다. 웹 이전과 게임 포털 전환 실패로 인해 몰락의 길을 맞이했지만 말이다.
지금까지도 이토록 가볍고 몰입도 높은 채팅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은 드문 실정이다. 만약 이 플랫폼이 조금 나중에 나왔다면,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바일 기반으로 접근성과 수익성을 높였거나, 아예 메타버스와 접목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포립이 계속 살아남아 발전했다면 아마 저런 식으로 진화하지 않았을까 싶다.
TOP 1. 삼국지를 품다, 10년 전에 크로스플레이를?
엔도어즈가 2012년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삼국지를 품다는 기대에 비해 좋지 못한 평가를 받긴 했지만, 2022년 현재 대세가 된 시스템을 일찍이 선보인 작품이다. 별도의 설치 없이 PC와 모바일, 태블릿 기기 등에서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했는데, 지금이야 크로스 플레이가 흔해졌지만 10년 전에 이를 선보였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였다.
당시 어지간한 회사는 시도조차 못 할 과감한 도전을 한 삼국지를 품다였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간 탓인지 넘어야 할 벽도 너무나도 많았다. 크로스 플랫폼 초기에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들을 하나하나 정면으로 돌파해 가며 게임성과 유저 반응까지 동시에 잡으려다 보니, 결국 여러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한 것. 비록 끝은 좋지 않았지만, 그 선구자적 행보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비운의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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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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