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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직접 그림자 만들어 VR 퍼즐 푸는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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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 트래킹 (사진출처: 메타 공식 홈페이지)
▲ 핸드 트래킹 (사진출처: 메타 공식 홈페이지)

VR에서 별도의 조이스틱 없이 그냥 실제 손과 발을 인식해서 가상세계에서 그대로 보이고 움직인다면 얼마나 간편하고 좋을까요? 실제로 이를 구현하기 위한 많은 기능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메타 퀘스트가 지원하는 ‘핸드 트래킹’입니다. 

핸드 트래킹이란 컨트롤러 대신 실제 손을 사용할 수 있는 메타 퀘스트의 헤드셋 기능으로, 퀘스트 기기 외부에 부착된 렌즈들이 손의 위치와 방향, 손가락의 배열을 감지하여 기기 내의 가상세계에 그대로 출력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가상세계에서의 현실감을 더욱 올리는 기능으로, 최근 메타 프로에서는 얼굴 추적 기능까지 지원하기 시작했고 앞으로는 발 추적 기능도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호응하듯, 핸드 트래킹 기술을 이용한 게임도 다수 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게임 역시 메타의 핸드 트래킹을 사용한 것으로, 게임 속에서 손으로 직접 그림자를 만들어 퍼즐 속에 갇힌 그림자 생명체를 구해내는 '실루엣(Silhouette)'입니다. 

그림자 생명체들을 목적지로 인도하라

올해 1월에 공개된 실루엣은 한국어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직접 손 그림자를 만들어서 각 퍼즐을 푼다는 독특한 아이디어의 게임입니다. 각 퍼즐마다 ‘섀도위(Shadowies)’라는 그림자 생명체들이 존재하며, 섀도위가 처음 서있는 시작 지점과 최종적으로 도착해야 하는 도착 지점이 존재합니다. 섀도위들은 그림자로 만들어진 길로만 움직일 수 있는데, 중간 지점이 끊어져 있습니다. 이를 플레이어가 직접 손을 움직여 만든 그림자로 연결해 주는 것이 게임의 목적입니다. 퍼즐게임 답게 스테이지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고난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양손을 이용해야 쉽게 퍼즐을 풀 수 있습니다
▲ 양손을 이용해야 쉽게 퍼즐을 풀 수 있습니다

퍼즐 판도 넘어야 할 고난 중 하나입니다
▲ 퍼즐 판도 넘어야 할 고난 중 하나입니다

게임 내에는 총 28가지의 퍼즐이 존재하며, 아늑한 사운드트랙과 숲속, 신전 등 평온한 풍경 속에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각 스테이지마다 전등이 놓여 있으며, 그 전등으로 벽면에 빛을 비추면 각기 다른 퍼즐 속의 섀도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이 전등 앞에 서서 손으로 그림자를 만드는데, 마치 실제처럼 전등에서 멀어지면 그림자가 작아지고 가까워지면 그림자가 커집니다. 참고로 섀도위는 마치 눈처럼 생긴 얼굴과 작은 손발을 갖춘 생명체입니다. 초기엔 눈을 감싸고 있는 형태가 작은 포도송이 같은데 스테이지를 진행하다 보면 약간씩 다른 형태를 가진 섀도위도 등장합니다.

다양한 풍경 속에서 퍼즐을 풀 수 있습니다
▲ 다양한 풍경 속에서 퍼즐을 풀 수 있습니다

다양한 풍경 중 신전 내부 입니다
▲ 다양한 풍경 중 신전 내부 입니다

핸드 트래킹, 어렵지 않아요

메타에서 핸드 트래킹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기 내 옵션에서 핸드 트래킹 기능을 켜야 합니다. 핸드 트래킹을 설정하는 방법은 옵션에서 ‘기기’를 선택하여 ‘손 및 컨트롤러’ 메뉴의 핸드 트래킹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됩니다. 핸드 트래킹 기능은 이 설정을 거치기 전까지 자동으로 비활성화되어 있으니 꼭 확인해 주셔야 합니다. 

핸드 트래킹 기능을 활성화한 뒤 조이스틱을 놓고 잠시 기다리면 기기가 내 손을 인식하게 됩니다. 핸드 트래킹을 사용하실 때 주의하실 점은 기기와 손이 너무 가깝거나 손이 겹친 상태, 주변이 어두운 상태일 때는 인식률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플레이 내내 이 점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핸드 트래킹 시에는 조이스틱의 버튼을 누를 수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은 손 제스처로 대체하게 됩니다. 실루엣 내 퍼즐 그림자 앞에서 손을 들면 퍼즐 화면에 마우스 포인트가 생기는데, 이때 원하는 장소를 가리키고 엄지와 검지를 붙였다가 떼면 선택이 됩니다. 이는 섀도위를 내가 설정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싶을 때 쓰는 제스처이자, 메타 자체적으로는 마우스 좌 클릭과 같은 효과를 냅니다. 참고로 이 동작은 메타 핸드 트래킹을 이용하는 모든 콘텐츠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제스처이며, 실루엣에서도 자주 쓰기에 알아 두면 유용합니다.

실루엣에서 가장 많이쓰이는 제스처입니다
▲ 실루엣에서 가장 많이쓰이는 제스처입니다

실루엣에서 화면 전환을 할 수 있는 제스처입니다
▲ 실루엣에서 화면 전환을 할 수 있는 제스처입니다

광원과 그림자-현실 간 상호작용, 실루엣만의 독특한 퍼즐

실루엣에 처음 접속하면 아무런 텍스트 없이 실루엣 내에서 사용되는 제스처 설명 그림으로 시작됩니다. 순서대로 손을 움직여보면 벽화에 그려진 제스처가 화면 전환에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루엣은 모든 제스처 설명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딘가 그려진 벽화에 그림들이 있다면 유의 깊게 보고 숙지해야 그다음에 나오는 퍼즐들을 풀 수 있습니다.

조각 나있는 퍼즐판을 돌려서 낙타 모양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 조각 나있는 퍼즐판을 돌려서 낙타 모양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각 스테이지 별 이동은 직접 해야 하는데, 핸드 트래킹 전용 게임이다 보니 이 또한 제스처로 이동하게 됩니다. 마치 수정 같은 기둥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이 기둥을 향해 손을 뻗으면 손에서 선이 나오게 됩니다. 이 선은 이동 불가 지역을 가리키면 빨간색으로, 이동 가능한 곳을 가리키면 파란색으로 바뀝니다. 이를 통해 원하는 기둥을 향하도록 선을 조절하면 이동이 가능합니다.

파란선을 수정 기둥에 조준해야 이동할 수 있습니다
▲ 파란선을 수정 기둥에 조준해야 이동할 수 있습니다

퍼즐 난이도는 튜토리얼 단계에선 매우 쉽지만, 진행하면 할수록 점점 까다로워집니다. 예를 들어 전등이 여러 개인 스테이지에서는 자리를 옮겨 가며 그림자를 만들어야 하며, 손잡이를 돌리면 빛의 방향이 바뀌기도 합니다. 또한 제시된 그림이 정면에 있어서 퍼즐 판을 손잡이로 돌리면서 그 제시된 그림과 같은 모양을 만들어야 시작되는 퍼즐도 있습니다.

실루엣의 독특한 점은 그림자가 아닌 실제 사물들을 제어해서 그림자 또는 퍼즐 판을 변경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섀도위가 지나가는 길이 벽 그림자 때문에 가로막혀 있다면,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면 손 그림자로 총으로 변하며 실제의 벽을 부수거나 쇠사슬을 떨어뜨리는 등 그림자 세계와 실제 세계 간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다른 예로 앞에서 흐르는 물로 생긴 그림자 때문에 섀도위가 지나가지 못할 경우, 직접 손으로 물을 막아서 섀도위가 지나갈 만큼의 공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손으로 총을 만들어 앞의 장애물을 부실 수 있습니다
▲ 손으로 총을 만들어 앞의 장애물을 부실 수 있습니다

총은 다양한 곳에서 사용됩니다
▲ 총은 다양한 곳에서 사용됩니다

실루엣은 힐링 게임일까?

실루엣 게임 소개 글을 읽어보면, 절로 힐링이 되는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며 핸드 트래킹을 이용하여 퍼즐을 푸는 게임으로 기획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가지 간과된 것이 있는데, 그것은 현세대 핸드 트래킹의 낮은 인식률입니다. 게임 내 모든 부가적인 것들까지 제스처로 조작해야 하는데요, 퍼즐을 풀면서 퍼즐 외 제스처(화면 전환 등)를 하게 되면 전체적인 인식률이 현저하게 낮아집니다.

이는 마찬가지로 핸드 트래킹을 이용하여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게임인 ‘큐비즘’과 비교되는 부분입니다. 큐비즘에서는 별다른 이동 없이 하단에 있는 메뉴에서 원하는 옵션 및 스테이지 선택을 할 수 있으며, 허공에 떠있는 조각들 혹은 맞춰진 조각들을 다시 빼거나 끼우는 정도에만 핸드 트래킹을 적용했습니다. 반면, 실루엣은 퍼즐 외 조작 부분에서 답답함이 누적됩니다.

퍼즐을 푸는 중이나 이동 선이 나오는 모습입니다
▲ 퍼즐을 푸는 중이나 이동 선이 나오는 모습입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실루엣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자유로운 스테이지 이동입니다. 실루엣은 유저가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스테이지를 발견하고 퍼즐을 풀 수 있는 방식으로 되어있으나, 이것이 핸드 트래킹과 만나 불편함을 유발합니다. 이동 시에도 간격이 좁은 기둥 위치 선택과 이동에 꽤나 시간이 걸리며, 손을 뻗으면 나오는 선 역시 제스처 인식이 잘 안되어 여러 번 시도해야 합니다. 심지어 기둥이 눈 높이가 아닌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면 선을 맞추기가 까다롭습니다.

게다가 길치 방향치인 필자에게는 아주 쥐약인 구성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동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길을 잃었을 때 다시 되돌아가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길 찾기가 번거롭거나 어려워하는 유저를 위해서 미니맵 또는 빠른 이동 메뉴를 제공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자유도 때문에 난이도가 층계식이 아닌 뒤죽박죽으로 섞이는 문제도 있어, 갑자기 확 올라간 난이도 때문에 머리를 쥐어 짜내는 어려움을 겪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실루엣은 핸드 트래킹을 통해 독창적이며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임입니다. 어릴 적 재미있게 즐겼던 손 그림자 만들기 놀이의 추억이 떠오르며, 마치 과거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떤 장애물은 직접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 어떤 장애물은 직접 들어올릴 수 있습니다

뒤집힌 곳으로 섀도위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요
▲ 뒤집힌 곳으로 섀도위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요

핸드 트래킹 게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핸드 트래킹을 이용한 콘텐츠는 상당히 많습니다. 허공에서 에어 기타를 치기도 하고, 체스를 두거나 퍼즐을 맞추고, 실루엣을 통해 그림자 놀이까지 가능합니다. 다음에는 어떤 핸드 트래킹 콘텐츠가 나올까요? 개인적으로는 호그와트 레거시에서 직접 지팡이를 휘두르거나, 동물의 숲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채집을 하는 광경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주인공은 장갑을 이용했지만, 이를 넘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게임을 즐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기술이 발전하면 VR뿐만 아니라 영화 '그녀(Her)’에서 주인공이 게임을 할 때 손가락으로 캐릭터를 걷게 했던 것처럼 일반 게임에서도 쓰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메타 퀘스트 2, 혹은 메타 프로를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실루엣 등 핸드 트래킹 콘텐츠를 반드시 한 번쯤 체험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 실루엣 플레이 리뷰 영상 (영상제작: 흑임자X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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