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층으로 구성된 코스와 곳곳에 있는 적을 점프로 밟으며 목적지까지 향하는 2D 플랫포머는 게임산업 초창기 시절부터 명맥을 이어온 뼈대 있는 장르다. 그 대표주자가 닌텐도를 세계 대표 게임사 반열에 올려놓은 슈퍼 마리오 시리즈다. 1985년에 출시된 슈퍼 마리오브라더스를 시작으로 닌텐도 역시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아낸 수많은 게임을 만들어냈고, 2019년에 출시된 슈퍼 마리오 메이커 2에 도달해서는 더 이상 혁신할 여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것이 발굴됐다는 이야기도 나오곤 했다.
이를 토대로 2D 플랫포머는 친숙하지만 색다름을 느끼기는 어려운 뻔한 장르로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일 출시된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는 2D 플랫포머는 새로움이 없다는 편견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간단한 액션으로 코스를 주파한다는 기본틀은 유지하되, 장르 자체를 바꿔버릴 정도의 변화를 일으키는 원더플라워를 더해 과하게 낯설지 않으면서도 매 순간 예측할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번 타이틀을 통해 소위 ‘2D 마리오’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던 새로운 단계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
런게임, 리듬, 잠입, 퀴즈까지, 장르를 뒤흔드는 원더플라워
앞서 밝혔듯이 이번 타이틀 핵심은 코스를 완전히 뒤바꿔버리는 ‘원더플라워’다. 원더플라워는 게임 속 가상의 왕국 플라워 왕국이 있는 신비한 꽃으로, 이 꽃에 닿으면 코스 자체가 돌변한다. 달라지는 정도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거대한 굼바가 쫓아오기도 하고, 반대로 주인공이 거대한 굼바가 되어 모든 적을 삼켜버리기도 한다. 가만히 있던 토관이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며 움직이기도 하고, 어마어마한 돌진뿌리(들소처럼 생긴 몬스터) 떼가 몰려오는 경우도 있다.
장르 자체가 달라지는 구간도 존재한다. 앞서 이야기한 추격을 중심으로 한 부분은 런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작고 약한 굼바가 되어 적의 눈에 띄지 않게 나무 뒤에 몸을 숨기며 지나가야 하는 잠입액션을 떠오르게 하는 구간도 존재한다. 이 외에도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공중으로 끝없이 올라가거나 수직으로 떨어지는 종스크롤로 진행하는 구간도 등장하며, 특정 구간에서는 텅 빈 배경이 갑자기 바닥이 되며 탑뷰 액션으로 달라지기도 한다.
이 외에도 게임 세계관이나 플레이어 본인의 플레이 기록 등을 맞추는 퀴즈, 박자에 맞춰 점프해야만 작동하는 발판을 타고 오르는 리듬게임과 같은 지점까지 온갖 요소가 각 코스에 녹여냈다. 정리하자면 코스를 뒤섞는 원더플라워를 중심으로 각종 미니게임을 응집력 있게 묶어냈다. 이를 토대로 자칫 단조롭다고 느껴질 수 있는 코스 구간에서 매번 새로운 플레이를 발견해내는 재미를 더해 ‘이번에는 뭐가 나올까?’라는 기대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시켜준다.
특히 일정한 패턴을 정해둔 것이 아니라 코스 대부분에 새로운 패턴을 더했다. 가령 돌진뿌리 떼가 몰려오는 구간이라도 한 번은 도망가는 것으로, 또 한 번은 소떼를 타고 코스를 주파하는 방향으로 풀어내어 같은 패턴이 반복되며 식상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구성했다. 원더플라워를 찾는 과정 역시 천차만별이다. 특정 적을 쓰러뜨리면 등장하기도 하고, 파이프나 덩굴을 타고 숨겨진 장소에 가거나, 블록을 부수고 들어가면 그 안에 원더플라워가 있기도 하다. 일정한 규칙이 없기에 모든 원더플라워를 발견하고 싶다면 코스 자체를 던전을 공략하듯 시간을 두고 샅샅이 수색해야 한다. 상상하지 못한 곳에 별이나 큰 동전 등을 숨겨두던 닌텐도 특기가 이번에는 원더플라워에 반영된 셈이다.
특히 원더플라워 구간을 클리어하면 얻을 수 있는 원더시드는 일정 수를 모아야 코스가 개방되기에 진행에 필수인 아이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리즈 전통의 규칙이었던 ‘시간제한’을 없앤 것은 적절한 결정이라 생각된다. 원더플라워를 아무리 기발하고 참신하게 만들었더라도, 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면 그 재미를 온전히 맛보기 힘들다. 특히 시간이 모자라서 게임이 끝나는 경우가 반복된다면 원더플라워를 찾는 과정이 답답하게 느껴졌으리라 예상된다. 그러나 전 코스에 시간제한이 없기 때문에 수상해 보이는 곳을 마음껏 훑어볼 수 있다.
새로운 변신과 적도 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이번 타이틀에서 또 하나 살펴볼 부분은 새로운 변신과 적들의 등장이다. 우선 변신은 코끼리, 거품, 드릴이 추가됐고 각기 지닌 특징이 다르다. 우선 코끼리는 거대한 몸집에 어울리는 괴력을 지니고 있으며 코로 물을 뿜을 수도 있다. 이어서 거품마리오는 비누방울을 뿜고, 드릴마리오는 땅이나 천장을 파고 들 수 있다.
이러한 변신을 코스 공략에 녹여내어 유용하면서도 기존에 불가능했던 경험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예상보다 괜찮다고 생각한 것은 드릴이다. 상하가 거대한 벽으로 막힌 공간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으며, 천장을 파고 들면 전투를 피하고 넘어가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점프에 의존해 코스를 주파한다는 공식을 뒤틀어 색다른 진행의 묘를 더했다.
이번에 새로 등장한 적도 다양한데, 이 역시 단순한 몬스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코스 클리어에 열쇠가 된다. 마리오 일행을 보면 돌진하는 ‘돌진뿌리’를 유인해서 막힌 벽을 뚫거나, 몸집보다 어마어마하게 큰 입을 벌리며 다가오는 와앙그리 입을 점프대로 삼아 높은 지점에 오르는 식이다. 원더플라워 중에는 적으로 변신하는 종류도 있는데 활성화 전 일반 구간을 진행하며 적들의 움직임에서 공략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이다. 단순히 듣기 좋은 음악을 넘어서 점프, 적 밟기, 토관이 들어가고 나오는 효과음과 배경음악 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며 플레이어의 흥을 돋운다. 특히 음악과 춤을 테마로 한 코스에서는 박자에 맞춰 점프하며 발판을 움직이거나,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는 킹부끄를 피해 도망가는 구간 등에서 플레이와 음악이 콤비를 이루며 작은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며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 코스 구성은 짧지만 매우 짜임새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반영한 각 요소를 하나로 꽉 뭉친 퍼즐을 풀어가는 듯하다. 여기에 일반 코스 외에도 숨겨진 원더피스를 모조리 찾아야 하는 모두의 광장이나 시간 내에 특정 적을 모두 물리쳐야 하는 콜로세움처럼 다소 난도가 높은 코스부터 통상보다 짧고 쉬운 한숨 돌리기 등이 고르게 배치되어 완급 조절 역시 준수하다.
은근히 어려웠던 마리오가 한결 친절해졌다
2D 플랫포머는 보기에는 간단하지만 부담스러워하는 유저가 적지 않을 정도로 생각보다 어려운 장르다. 점프 실수 한 번에 수습할 틈도 없이 게임이 끝나기도 하며, 액션은 단순하지만 타이밍을 재는 것이 까다롭다.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에는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여러 장치가 동원됐다.
우선 코스 하나당 플레이 타임이 짧고 굵게 즐길 수 있도록 적절히 조절되어 있으며, 플레이 전에 코스 난이도를 확인하고 들어갈 수 있어서 부담스러운 구간은 다음으로 넘길 수 있다. 여기에 진행에 필요한 원더시드 역시 일부 구간을 클리어하지 않아도 진행이 막히지 않을 정도로 넉넉하게 제공되며, 플레이에서 모은 플라워 코인으로 원더시드를 구매해 채우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두 가지가 온라인 협동 플레이와 배지다. 우선 이번 타이틀은 기기 하나로 여러 명이 즐기는 로컬 플레이와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멀티플레이를 모두 지원한다. 특히 온라인의 경우 별도 방을 생성해서 코스를 같이 즐기는 것도 가능하지만, 방을 만들지 않아도 다른 유저들을 반투명한 고스트 캐릭터로 볼 수 있다. 온라인 플레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유료 서비스인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에 가입해야 한다.
캐릭터 충돌과 텍스트 채팅을 넣지 않고, 비밀 위치를 알려줄 수 있는 패널과 이모티콘으로 소통하는 느슨한 멀티플레이 구성은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서로를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분위기 형성에 크게 일조한다. 아울러 유령 상태에서 다른 유저에 닿으면 플레이 횟수를 소모하지 않고 부활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실수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줄여준다. 이 외에도 방을 만들거나 로컬 플레이에서는 요시에 다른 캐릭터를 태우고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기에 특정 구간을 넘어가기 어려운 사람을 직접적으로 돕는 것도 가능하다.
이어서 배지는 코스당 하나씩만 골라서 가지고 갈 수 있는 일종의 특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기존 마리오 시리즈는 점프력이 좋은 루이지, 체공 시간이 긴 피치처럼 캐릭터별로 특징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타이틀에서는 초보자용 캐릭터인 요시, 톳텐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 능력이 동일하고, 배지를 통해 원하는 능력을 선택해 사용한다. 캐릭터 개성이 다소 줄어든 점은 이 부분을 선호하던 팬들에게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성능에 구애되지 않고 자유롭게 캐릭터를 고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배지 종류 중에는 용암 등에 떨어져도 복귀할 수 있거나 점프력을 높여주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기자가 유용하게 사용한 부분은 공중에서 쏘면 벽에 달라붙는 덩굴을 발사하는 ‘덩굴 샷’이다. 여러 조작 중에도 벽타기에 약했는데, 이 배지를 토대로 약점을 완벽히 보완할 수 있었다. 아울러 코스 진행 중 사망하면 다시 배지를 고를 수 있기에, 좀 더 체공을 늘려야 하거나 물 속에서 움직이는 구간이 많은 각 상황에 맞는 종류를 골라서 다시 도전하는 것도 가능하다.
부담은 줄이고, 놀라움만 남겼다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는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평가되기도 하는 마리오 시리즈에서도 새로운 재미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몸소 드러냈다. 짜임새 있는 코스에 ‘원더플라워’로 상식을 뒤집는 놀라움을 더하며 지루해질 틈을 주지 않았다. 여기에 입문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면서도, 고난도를 자랑하는 스페셜 스테이지와 플레이 캐릭터 모습이 보이지 않거나 박자에 맞춰서 뛰어야 하는 배지 등으로 숙련된 유저가 깊게 파고들만한 요소도 빼놓지 않았다.
이 외에도 게임 내 주 요소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도록 구성한 최종 보스전, 이름 옆에 달린 별을 모으는 코스처럼 만들어 제작진 이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한 엔딩 크레딧, 토관에 들어갈 때 공중에 뜬 모자를 손으로 잡는 등 소소한 애니메이션을 넣어 보는 재미를 더한 점까지. 큰 틀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신경 써서 제작했다는 점을 곳곳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플레이 시간이 다소 짧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손꼽히지만, 이번 타이틀을 기점으로 2D 마리오가 다음 레벨로 올라섰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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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
2023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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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작의 특징은 ‘원더’라고 불리는 콘텐츠다. 마리오가 이번에 추가된 새롭게 등장한 아이템인 원더플라워에 닿으면 코스가 크게 변화한다. 가만히 있던 토관이 움직이거나, 적이 떼를 지어 나타고,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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