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자는 생존, 제작 시뮬레이션을 정말 못하고, 즐기지도 않는다. 과거 마인크래프트에서는 밤에 출몰하는 약골 스켈레톤도 제대로 상대하지 못했다. 엄청난 자유도와 제작 도구는 오히려 독이 됐는데,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 또한 건물을 짓고 파밍하는 것에 많은 노력과 마음을 쓰게 되는 장르인 만큼, 이것들이 무너지거나 초기화되면 엄청난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 7일 레고 포트나이트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릴적부터 레고를 정말 좋아해 친숙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생존게임의 세계에 돌입했다. 다행스럽게도 레고 포트나이트는 초심자들이 겁내지 않을 정도로 어렵지 않았고, 가능성도 무궁무진했다. 마인크래프트로 대표되는 해당 장르에 새 바람을 불어올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아기자기한 레고 블록으로 구성된 제작, 생존게임
레고 포트나이트는 제목처럼 레고 캐릭터와 블록들이 등장하는 포트나이트 모드 중 하나다. 건물, 캐릭터, 도구, 적들은 레고 블록과 유사한 복셀 그래픽이며, 배경과 채집물들은 기존 포트나이트 그래픽을 따른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넓은 초원에 플레이어 레고 캐릭터가 떨어지며, 게임을 설명해주는 튜토리얼 캐릭터 ‘영리한 폭탄병’이 반겨준다. 폭탄병은 기본적인 허기, 체온 등 생존요소를 설명하고, 건설 등 제작 시스템을 교육한다.
플레이어는 바닥에 떨어진 화강암과 나뭇가지를 주워 기초적인 건물을 만들고, 도구를 제작하며 게임에 적응하게 된다. 건물 만드는 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건설 설계도 프리셋을 통해 정해진 건물을 만들거나, 직접 원하는 건축물을 구상하고 만드는 방식이 있다. 건설 초보자였던 본 기자는 프리셋 설계도를 토대로 기본 건물을 건설한 뒤, 건설 부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마을을 확장했다.
제작과 생존이 결합된 게임 시스템, 레고 블록등으로 인해 언뜻 마인크래프트와 상당히 유사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상당히 다른데, 건물 짓는 부분부터 마인크래프트 보다는 원작인 포트나이트에 가깝다. 마인크래프트는 대부분의 재료들이 블록 형태로 제공되고, 이를 활용해 건물을 만든다. 레고 포트나이트는 재료를 모아 건설 부품을 제작하면서 동시에 건설하는 포트나이트 방식을 따른다. 마인크래프트보다 자유도는 떨어지지만, 더 쉽고 빠르게 건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열심히 재료를 모으고 건물을 짓다 보면, 밤이 된다. 밤에는 체온이 떨어지며, 플레이어를 습격하는 스켈레톤(해골)이 무한히 생성된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선 모닥불을 건설하거나 횃불을 활용해야 한다. 해골은 전투력이 강하지 않아 기초 장비 만으로도 처리 가능하고, 건물을 부수거나 문을 열지 못한다. 모험을 하다 밤이 되면 주변을 벽으로 막는 것 만으로도 습격을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어 야간 생존이 쉬운 축에 속했다.
직관적인 레벨 디자인을 가진 생존게임
레고 포트나이트에는 스토리가 없으며, 게임 설계는 계단식 성장형 레벨 디자인을 따른다. 플레이어가 처음 제작하게 되는 도구는 일반 등급 도끼와 곡괭이며, 게임을 진행하며 더 높은 등급 채집 도구를 획득해야 한다. 채집 도구보다 높은 등급의 재료를 수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 높은 등급의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작에 필요한 재료와 벤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지역 또한 순차적으로 난도가 올라간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지역인 초원에서는 등장하는 적의 전투력이 비교적 약하고 날씨나 지형의 어려움도 적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모래 사막에서는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체온이 올라 피해를 입으며, 적들의 체력과 공격력이 한층 강해진다. 가장 어려운 지역은 설원으로 이곳에서는 체온이 저절로 떨어져 이동속도와 체력이 떨어지고 적들도 매우 강하다.
마을 시스템 또한 레벨을 올려 순차적으로 성장하는 방식이다. 기초 건설을 습득하고 나면 플레이어는 마을을 세우게 된다. 건물이나 제작 도구를 만들다 보면 마을 경험치가 오르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레벨을 올릴 수 있다. 각종 재료를 소모해 마을 레벨을 올리면 새로운 설계도가 해금되고, 더 많은 주민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주민들은 다양한 일을 맡길 수 있고 체력이 많아 튼튼하지만, 대신 AI가 부실해 문을 열거나 점프를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전반적으로 난이도와 성장 곡선이 매우 직관적이어서 초보자 입장에선 마인크래패트 보다는 확실이 편했다. 게임을 시작하는 초원에서는 일반 등급 재료가, 초원 동굴과 사막 지역에서는 고급 재료가 등장하는 식으로 지역 난이도에 걸맞는 재료가 나온다. 고전 RPG가 떠오르는 난이도 곡선 덕분에 필요한 자원이 등장하는 지역을 유추하기 쉬웠고, 지역 진행에 앞서 준비하기도 용이했다. 구하기 어렵거나 독특한 지역에서 나오는 재료들도 획득 정보가 모두 제공되는 만큼 상당히 초보자 친화적이고 직관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마냥 쉽지만은 않다, 모래 브루트를 잡는 여정
게임은 전반적으로 직관적이고 쉬운 편이지만, 도전적인 요소도 있다. 모래 사막부터 적 체력이 상당하고, 해당 지역 동굴은 엄청 덥다는 설정 때문에 특정한 장비를 맞춰야만 진행할 수 있다. 후반 지역인 설원은 탐험 난이도 역시 상당한 편이다. 또한 보스에 해당하는 브루트가 지역마다 등장하며 긴장감을 더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적은 크게 인간형(해골, 산적 등), 소형 곤충(거미, 전갈 등), 늑대, 데굴이, 그리고 브루트로 분류된다. 브루트를 제외한 일반적인 몬스터는 적당한 체력과 공격력을 지녀 일정 수준의 장비를 갖춘다면 큰 무리 없이 상대할 수 있다. 반면 브루트는 각 지역별로 등장하는 보스급 적으로 다른 몬스터에 비해 덩치가 매우 거대하고, 용을 닮았으며, 날개가 달렸으나 이족보행을 한다.
처음 브루트를 만난 것은 모래 사막으로, 당시 멋도 모르고 화살을 날렸다가 공격 한방에 비명횡사했다. 그때 처음 플레이 목표가 생겼는데, 바로 그 모래 브루트를 처치하는 것이었다. 본 기자는 생존게임에서 거대하고 강한 적과 싸우는 로망을 한번쯤 체험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에서도 엔더 드래곤은 커녕 길가던 크리퍼에 폭사 당하는 것이 일상일 정도로 장르 적응력이 형편없었다. 그래서 비교적 쉬운 레고 포트나이트에서라도 모래 브루트와 싸워 승리를 쟁취하고 싶었다.
이후 희귀 등급 무기를 만들고 화살도 잔뜩 챙겨 브루트를 찾기 시작했다. 브루트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강적이었는데, 우선 개체수가 매우 적었다. 레고 포트나이트는 각 지역이 매우 넓었고, 브루트는 지역별로 한 두 마리만 존재하는 희귀 몬스터였다. 이동 반경도 넓어서 만약 브루트에게 당한 뒤 그 자리를 다시 찾아가도, 브루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배낭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막상 브루트를 발견하고 전투를 시작해도 엄청난 공격력과 체력, 그리고 고난도 패턴 때문에 상당히 고전했다. 일단 대미지가 굉장히 높았는데, 해당 구역 기준으로 캐릭터 방어력을 최대한 끌어올렸음에도 한 번의 공격에 절반 이상의 체력이 깎였다. 체력도 어찌나 높은지 희귀 석궁으로 50발을 맞춰도 처치하지 못하고 화살이 떨어져 역으로 당하기도 했다.
공격 패턴도 다양하지는 않지만 위협적이었다. 브루트의 근접 공격에는 파동 형태의 후폭풍이 있어 회피를 잘못하거나 점프하면 피해를 입었다. 광역 대미지를 주는 원거리 공격 때문에 도망쳐 체력을 회복하기도 녹록치 않았다. 또한 돌진 공격과 일반 공격 모두 주변 사물을 파괴하기 때문에 선인장이나 바위 뒤에 숨는 것도 어려웠다.
본 기자는 근접 전투는 포기하고 다량의 화살을 소모하는 방식으로 네 번의 죽음 끝에 간신히 브루트를 처치할 수 있었다. 장장 3시간이 걸렸고 전투 시간 보다 사망 후 재정비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었지만, 상당한 충족감을 느꼈다. 덕분에 자유도 높은 제작, 생존게임에서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적절한 난이도 곡선을 따라 진행되는 게임플레이는 장르 초심자에게 확실한 장점으로 작용하는데, 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스스로 목표를 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더해 높은 그래픽 수준과, 레고라는 친근한 외형, 포트나이트 자체가 무료면서 전세계 누적 플레이어 수 1위인 게임이다 보니 접근성 또한 높았다. 이런 부분이 레고 포트나이트의 진정한 장점으로 느껴졌다.
커스텀 샌드박스 모드와 레고 포트나이트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레고 포트나이트에는 샌드박스 모드도 제공된다. 일종의 치트 모드로 플레이어는 모든 제작 재료, 도구, 아이템을 즉석에서 획득할 수 있으며, 재료 없이도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원하는 몬스터 또한 마음대로 생성할 수 있으며, 자유 이동 모드도 지원해 공중에 뜨거나 날아다닐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모든 건물과 가구 설계도가 개방되어 게임에 존재하는 모든 건물을 지어볼 수 있다.
생존 모드에서는 지어야 하는 필수 건물, 업그레이드, 다음 지역을 위한 장비 등을 획득하는 것이 우선인 만큼 꾸미기 가구 등에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 아깝게 느껴졌다. 반면 샌드박스 모드에서는 귀한 재료가 필요한 상위 건축물, 가구, 장난감 등을 실제 제작하고 사용하면서 그것의 외형과 용도 등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커스텀 모드에서 게임을 주의 깊게 관찰한 결과, 레고 포트나이트는 많은 가능성과 빈 틈을 가진 모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장비와 재료 등급이 단 넷, 지역도 단 셋뿐이다. 가구의 경우 다양한 것들이 제공되긴 하지만, 기계 장치나 회로 부분에 대한 제작은 없었다. 기본적인 제작 시스템과 레벨 디자인이 훌륭하고 직관적인 만큼, 새로운 콘텐츠를 더하는 것이 용이할 것으로 느껴진다. 앞으로 다양한 가구와 건물들도 새롭게 추가될 것으로 보였다.
특히 ‘장난감’ 파트에서 이런 추가 콘텐츠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은 단순한 이동 판넬, 바퀴, 추진기(로켓), 풍선 만이 제공된다. 그럼에도 열기구, 슈퍼보드, 초보적인 자동차 등 여러 가지 움직이는 기계를 만들 수 있었다. 추후 이 부분이 강화된다면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거대 공성병기나 기계장치 등 무궁무진한 콘텐츠가 만들어 질 것으로 기대된다.
레고 포트나이트는 레고 블록과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생존, 제작게임이다. 레벨 디자인이 직관적이고, 생존 시스템이 초보자 친화적으로 짜여 장르 초심자에게도 권할 수 있다. 추후 다양한 요소가 추가된다면 다양한 제작과 건설 부품을 토대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레고 블록 형태 복셀 그래픽, 폭죽과 열기구 등의 장난감 요소, 타 게임과 비교할 때 쉬운 생존 난이도, 온라인 멀티플레이 가능 등의 이유로 어린아이와 함께 플레이하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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