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대규모 전쟁을 핵심으로 앞세운 MMORPG가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올해 시장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작년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회사 규모를 가리지 않고 MMORPG 신작 다수가 출시됐고, 7월 이후 서비스를 예정한 게임도 적지 않다. 시장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가운데 모두가 스퍼트를 내는 느낌이다.
아울러 MMORPG의 경우 기존에 이를 해봤던 유저를 유치하는 것이 최우선이기에 이들이 익숙해지기 쉽게 접근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게임마다 특징적인 콘텐츠 하나씩을 앞세우지만 전반적인 전개와 재미는 대중성을 고려해 비슷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20일에 중견 게임사인 블루포션게임즈가 출시한 에오스 블랙 역시 큰 틀에서는 기존 MMORPG가 보여줬던 게임성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대형 게임사가 즐비한 MMORPG 시장에서 중견 게임사가 차지할 수 있는 위치는 과연 어디인가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수집형 RPG와 마찬가지로 MMORPG 역시 선택지가 많기 때문에 각 게임에 적은 비용을 들여 여러 개를 동시에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게임에서 모종의 이유로 진행이 막혔다면 적정하게 관리해주는 동시에, 새로 연 다른 게임을 소소하게 즐기며 한숨 돌릴 여유를 찾는 식이다.
이러한 방향성에서 에오스 블랙이 추구하는 바는 뚜렷해 보인다. 동종 장르의 다른 게임보다 사냥을 통해 아이템을 획득하는 재미가 강조되어 있으며, 유료 상품 구성과 가격 역시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이를 토대로 게임 다수를 번갈아 플레이하거나, 주력 게임 전개가 답답해진 시점에 굳어진 머리를 풀어줄 세컨드 게임으로 자리잡는 것이다.
부담 줄인 유료 상품 구성은 사실이었다
우선 살펴볼 부분은 유료 상품 구성이다. 에오스 블랙에서 유료로 판매하는 상품은 다이아, 영혼체(변신) 확률형 아이템, 유료 액세서리로 압축된다. 우선 확률형 아이템 중 유료 결제로 구매해야 하는 다이아를 활용하는 것은 영혼체 뽑기 하나밖에 없고. 11회 뽑기 기준으로 1회당 뽑기 비용도 2,640원으로 상대적으로 비용이 낮은 편이다.
아울러 패밀리어(펫)는 다이아를 결제하면 누적되는 마일리지로만 뽑을 수 있고, 신수(탈 것)는 출시 후 미션 달성 등을 통해 모을 수 있는 ‘모험가의 증표’를 통해 획득한다. 마일리지 역시 다이아를 구매해야 얻을 수 있는 재화임을 고려하면 간접적으로 유료라 볼 수 있으나, 모험가의 증표는 현재 기준으로는 결제와 관련된 부분이 없다. 주요 유료 확률형 아이템 상품으로 대표되는 탈 것을 무료 획득으로 돌린 것이다.
여기에 MMORPG를 포함한 모바일로 서비스되는 게임에서 구매가 강제되는 느낌을 주는 패키지가 적은 편이다. 6월 24일 기준으로 에오스 블랙에서 패키지 상품은 11회 뽑기와 강화 의뢰서를 묶은 2종만 있으며, 다이아를 구매하면 누적되는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직접적으로 다이아를 쓰는 상품은 영혼체 뽑기, 몬스터의 증표, 유료 액세서리, 캐릭터 슬롯 확장, 스탯 초기화, 출석에 따라 영혼체∙패밀리어∙액세서리를 주는 배틀패스 방식 상품이 전부다.
에오스 블랙은 전반적으로 상품 구성이 복잡하지 않아서 파악하기 쉽다. 따라서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도 염두에 두면서 다이아 결제를 고려해볼 수 있다. 아울러 영혼체∙패밀리어∙신수 모두 합성으로 토대로 중간 단계라 할 수 있는 ‘희귀’가 등장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게임 내 마을 상점에서 플레이를 통해 모을 수 있는 골드로 희귀 무기와 장비를 구매할 수 있다. 즉, 적은 비용으로 초기 플레이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전투력을 갖추는 것이 가능하다.
필드 사냥에서 종종 ‘희귀’ 장비가 나온다
여기에 일반적인 필드 사냥을 통해서도 기존 MMORPG보다 희귀 장비가 좀 더 자주 드랍되는 느낌이다. 기자 역시 이틀 간 하루 5시간은 직접 플레이, 6시간은 오프라인 모드인 매니징 모드를 이용한 결과 희귀 방어구 2개를 획득할 수 있었다. 다른 MMORPG에서는 희귀보다 한 단계 아래인 고급이나 일반도 무기나 방어구를 보기 어려웠던 경험과 비교해보면 아이템을 획득해 전투력을 높이는 재미를 조기부터 맛볼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자동사냥이 주를 이뤄 지루해질 수 있는 플레이에 소소한 재미를 주고, 유저 간 거래에 활력을 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사냥을 통해 모은 몬스터 증표를 등록시켜 완성해가는 ‘몬스터 도감’도 느리지만 조금씩 게임이 전개되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에오스 블랙 역시 40레벨 초중반부터 퀘스트 진행에 어려움이 발생하며 캐릭터를 키우기 위한 장시간 사냥을 반복하는 ‘성장 구간’이 도래한다. 이 때 유저들이 추천하는 부분 중 하나가 몬스터 도감을 채워가는 부분이다. 특히 이미 획득한 증표를 합성하면 모으지 못한 새로운 증표도 얻을 수 있다. 즉, 본인 레벨에 맞는 사냥터에 머물면서 사냥해도, 모은 증표로 합성을 거쳐 도감을 채워가며 추가 능력치를 지속적으로 쌓아갈 수 있다.
종합하자면 에오스 블랙은 편안함을 강조한 서비스로 급하게 가지 않고 천천히 완주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출시 전에는 대결에서 패배한 유저를 뒤에 끌고 다니며 감옥에 가둘 수 있는 치욕을 앞세워 하드코어함을 강조했으나, 이 부분은 반드시 해야 하는 핵심이 아닌 추가적인 재미 요소에 그쳤기에 플레이적으로 체감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유저들 역시 모르는 부분을 서로 알려주며 상부상조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매운 맛일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보다 부드러웠다.
이러한 방향성은 운영에도 이어지고 있다. 에오스 블랙 제작진은 출시 다음날인 21일에 유저들이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골드 부족 해소, 재료∙장비 드랍률 상향, 강화 의뢰서 획득처 증가 등을 예고했다. 이후에도 유저 호흡에 맞춘 운영을 이어간다면 MMORPG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올해 여름에 장기 서비스를 위한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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