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게임업계 최대 화두는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이다. 이를 포함한 KDC(한국 표준질병∙사인분류) 개정이 2025년으로 다가오며 관계 업계 및 정부기관 측에서 대응책을 고민 중이다. 게임은 국내 최대 여가문화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지만, 최근 공중파 방송에서 살인사건 원인으로 게임이 지목되는 등 이에 대한 편견은 남아 있다. 아울러 의학계 일각에서는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문제적인 게임 플레이를 치료하자는 것’이나 ‘게임과 공존질환을 같이 치료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우며 업계에서도 새로운 방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게임에 대한 연구 역시 새로운 화두를 던질 때가 왔다. ‘게임은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를 넘어 ‘게임은 이러한 측면에서 사람과 사회에 이롭다’를 연구를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해 제시하는 것이다. 7월 2일 게임문화재단이 주최하고, 게임과학연구원이 주관한 ‘2024 게임과학포럼’ 역시 게임 연구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이번 포럼에서 주목한 점은 ‘게임을 잘하는 사람’에 대한 연구다. 디그라한국지회(DiGRA, Digital Games Research Association글로벌 게임연구단체) 윤태진 학회장은 “게임하는 사람에 대한 연구는 노인, 여성 등 비주류나 부정적인 효과에 집중한 것이 많다”라며 “학계∙업계∙정치권에서도 게이머는 소비자, 환자, 교육과 계몽의 대상, 즐거움을 추구하는 존재 정도로 바라본다. 소비자, 환자, 학생 외에 소위 ‘잘난 게이머’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보면 어떨까 한다”라고 밝혔다.
그가 이야기한 ‘잘난 게이머’는 세 가지다. 하나는 게임 실력이 좋은 프로게이머, 또 하나는 게임을 통해 다른 능력을 만들어내는 게이머, 마지막은 소위 ‘겜부심’을 부리는 잘난 척 하는 게이머다. 이를 순서대로 뇌과학, 인지과학, 사회과학적으로 연구한 결과가 이번 포럼에서 발표됐다.
뇌과학은 ‘이 사람이 얼마나 특정 게임을 잘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도구를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게임이 사람에게 미치는 신체적∙정신적인 변화를 살펴보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연구를 맡은 게임과학연구원 ‘게임과 뇌센터’ 안효연 연구원은 대학생과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3차례 과정을 거치고, 프로팀과의 검증을 거쳐 ‘청소년 게임적성평가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안효연 연구원은 “흥미로운 부분은 게임 빈도수보다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참여 시간이 심리적 혜택, 인지, 신체적 적성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자주하는 것보다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인지과학은 게임과 자존심의 연결관계를 살펴봤다. 연구는 게임과학연구원 게임과 인지 센터 문익현 연구자가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게임 자체가 자존심과 즐거움을 준다기보다는, 특정 게임을 잘 플레이하며 자신감이 상승하고 이를 토대로 즐거움이 뒤따라온다는 점이다. 아울러 게임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 중 일부는 지루함을 느끼면서도 게임을 그만두지 않고 지속하기도 한다. 게임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자신감이나 즐거움과 항상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잘난 척 하는 게이머’로는 트럭시위로 대표되는 본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게이머를 연구했다. 게임과학연구원 ‘게임과 사람’ 서도원 연구원은 이들이 등장한 배경은 온라인 커뮤니티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일부가 찾은 대안 중 하나가 트럭시위 등 직접행동이라 밝혔다. 아울러 남들과 다른 코어 게이머이면서도, 영화∙드라마 등 다른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과 동일한 존재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결합되며 직접 몸을 움직이는 게이머 집단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포럼에서 이야기된 연구는 게임기술이나 마케팅 기법 등보다는 기초연구에 가깝다. 대학생과 청소년을 연구하며 게임적성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며 게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는 과정, 게임 플레이와 자신감의 연결관계를 살펴보는 연구 등이 이번에 발표됐다.
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은 “응용과 실제 적용도 중요하지만, 기초연구를 많이 해봐야 연구인력 기량이 단단해지며 데이터가 많은 호환성을 가지고 2차∙3차 연구가 활성화된다. 재미나 흥미가 덜할 수 있지만, 이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더 좋은 역량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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