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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가볍다, 모순적인 소울라이트 ‘플린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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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린트락: 더 시즈 오브 던 타이틀 화면 이미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플린트락: 더 시즈 오브 던 타이틀 화면 이미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기자는 소울라이크 장르를 매우 좋아한다. 인생 처음으로 플레이한 프롬 소프트웨어 게임은 ‘다크 소울 2: 스콜라 오브 더 퍼스트 신’이었는데, 타인에게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재미있게 플레이 했다. 이후 다크 소울 시리즈 전체와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엘든 링’ 등 프롬 소프트웨어 타이틀은 모두 즐겼다. 하지만 ‘블러드본’과 ‘데몬즈 소울’은 플레이하지 못했고, 두 타이틀에 대해선 환상에 가까운 갈망을 가지게 됐다.

그러던 지난 2022년, ‘플린트락: 더 시즈 오브 던(Flintlock: The Siege Of Dawn, 이하 플린트락)’이라는 신작이 발표됐다. 소울라이크라는 점도 매력포인트였지만, 그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주인공이 한 손에 든 총이었다. 총 패링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기이한 열망을 불러일으켰고, 장장 2년 동안 게임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화약으로 신에게 맞서는 인간의 이야기 ‘플린트락’

플린트락은 전쟁터에서 시작된다. 플레이어는 공병 ‘노르’가 되어 전쟁에 참여한 상태다. 노르는 공병 동료와 함께 죽은 자들을 처치하고 ‘던’이라는 지역을 탈환하는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 거대한 성문을 뚫기 직전, ‘문의 수호자’라는 스핑크스가 연상되는 괴물이 나타나 공병단을 습격한다. 노르를 포함한 전원이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동료 ‘하일리’의 희생과 함께 노르는 물 속 동굴에 빠진다.

동굴에서 노르는 여우와 너구리를 섞은 듯한 신 ‘엔키’와 만나 작전 때문에 신들이 풀려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특히 이 중 마지막으로 만난 신은 ‘우르’로, 세계를 파괴할 힘을 보유했다. 엔키와 노르는 우르와 신들을 처치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엔키는 적에게 죽음의 저주를 거는 마법을, 노르는 신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는 검은 화약과 도끼를 들며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스토리다. 하지만 문제는 초반부 수많은 정보들과 전투 튜토리얼에 가려져 전개가 다소 산만하다는 점이다. 게임이 전쟁 장면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사전 정보가 적고,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적들 때문에 스토리 몰입이 어렵다. 후술하겠지만 전투 시스템이 상당히 복잡한 만큼 이와 관련된 정보도 계속해서 제공되며, 이에 스토리 몰입에 방해된다. 그런 와중에 특수 이동을 얻기 전까지 캐릭터 모션이 매우 엉성해, 전반적인 품질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뜨렸다.

▲ 적에 맞서는 노르와 공병 부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봉인을 막기 위해 힘을 합치는 주인공과 엔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초반부엉성한 회피 모션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복잡하지만 가벼운, 모순적인 전투 설계

플린트락은 큰 틀에서는 ‘다크 소울’ 풍 게임들을 지칭하는 ‘소울라이크’의 가벼운 버전인 ‘소울라이트’에 액션 어드벤처를 더했다. 판타지와 화약이 난무하는 ‘스타워즈: 제다이 서바이버’라고 이해하면 편하다. 에스트(회복 물약), 화톳불(로드 스톤), 가드(저지), 패링 등 소울라이크가 표방하는 시스템에, 강력하지만 탄약수가 한정된 보조무기와 수류탄, 필살기에 가까운 ‘위축’ 등 상당히 많은 전투 관련 요소가 혼재되어 있다. 패링의 경우 여타 소울라이크와 비교해도 상당한 손맛과 모션을 자랑해 전투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다만 게임 초반부 느낀 문제점은, 너무 많은 시스템과 정보가 처음부터 주입되고 이를 어떻게든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플린트락은 여타 소울라이크와 달리 ‘총’을 주요 무장 중 하나로 사용한다. 총은 적에게 피해를 주거나, 가드가 불가능한 ‘브레이크 공격’을 방해하는 등 다방면에 활용된다. 여기에 엔키를 활용해 적에게 저주를 걸고, 이를 모두 쌓으면 크리티컬 공격을 넣는 프라임 대미지 시스템도 존재한다.

▲ 방패를 파괴해야 피해가 들어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보조 무기에 수류탄까지 존재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적 중에서는 갑옷, 방패를 활용한 적이 등장하기도 하며, 상황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방패를 든 적은 방패를 파괴하는 것이 권장되고, 갑옷을 입은 적은 갑옷을 없애거나 적절한 무기로 공격해야 한다. 적 공격력은 상당히 강한 편이고 회복 방식도 제한된 소울라이크에, 각자 서로 다른 대응법을 지닌 적과 수많은 시스템이 합쳐지자 일반적인 액션게임과 소울라이크가 복합적으로 얽힌 게임이 탄생했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전반적인 게임 난이도는 적절한 편이었다. 플린트락은 여타 소울라이크와 달리 스테이터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스킬을 획득해 새로운 공격과 대응 방식을 개방할 수 있고, ‘이나야 제단’을 통해서 고정 체력을 늘릴 수 있다. 장비 강화도 존재하지만, 1렙과 만렙을 비교해도 공격력 차이가 2배 이하다. 그런 만큼 후반부로 갈수록 적 공격력과 머릿수가 증가하고 패턴도 다양해지지만, 난이도 밸런스가 무너지지는 않도록 적절하게 설계됐다.

물론 이런 가벼운 시스템 때문에 빌드가 다양하게 나오기는 힘들어 보였다. 게임 엔딩 즈음에는 최소 2개 스킬 트리를 사실상 모두 마스터할 수 있는 만큼 연구 필요성이 적다. 근접 무기는 종류가 10개도 안될뿐더러 강화에 많은 재화가 소모되어 교체가 어렵다. 방어구는 세트 효과 외에 전투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총기는 무기와 동일한 문제를 공유하는 데다가 ‘브레이크 공격’을 방해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가지기 때문에, 장탄수가 적거나 즉발 공격이 아닌 것은 사실상 버려진다. 즉 빌드가 다양하게 연구되기 어려운 셈이다.

▲ 스킬을 찍으면 다양한 대응법이 추가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스킬 시스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강화 시스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소울라이크의 꽃, 강력한 적과 보스들

이런 복잡한 시스템을 인지했는지, 개발진은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기만 해도 일반적인 적과 보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게임을 설계했다. 플린트락에서 사격은 거의 모든 공격을 방해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플레이어 캐릭터의 회피 무적 프레임이나 거리가 다소 짧은 편이며, 적들 역시 일반 공격에는 잘 경직되지 않는다. 대신 체력이 높지 않아 일반 몬스터는 공격 한 두 방에 사망하거나 대응이 쉽고, 대신 다수가 등장한다.

보스는 크게 신과 이외 보스(우두머리, 망령)로 분류할 수 있다. 우두머리는 주로 마을을 점령했고, 이들을 처치해야 구역을 해방할 수 있다. 다만 주변에 적이 많고, 간혹 보스전에 일반 몬스터가 난입하기도 한다. 또한 체력이 높은 대신 전투가 어렵지는 않았다. 이는 의도된 설계로 보이는데, 보스에게 사망하면 다시 수많은 적을 뚫어야 해 짜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 우두머리 보스, 비교적 쉬운 편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망령 보스, 유사한 모습이지만 패턴은 조금씩 다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망령은 특정 퀘스트나 일부 숨겨진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강력한 보스다. 한 개체를 제외하면 모두 동일한 생김새를 지녔고, 유사한 패턴을 보유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패턴의 숫자가 늘어나는데, 추가되는 패턴은 일반 몬스터가 사용하는 것과 유사했지만 그 자체로 위협적이었다. 한 망령은 가장 평범한 일반몹과 동일한 생김새를 지녔으나, 하늘에서 떨어지는 항아리로 피해를 주는 독특한 기믹을 선보여 신선했다.

게임의 가장 핵심이 되는 보스인 ‘신’은 매우 적은 수가 등장하며, 그만큼 모두 서로 다른 패턴과 기믹을 보유했다. 신 보스전은 소울라이크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기존 보스들과 달리 패링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위협적인 공격력을 자랑했다. 또한 패턴이 다양한 대신 공격 모션이 명확했으며, 최종 보스를 제외하곤 대처 불가능하거나 불합리한 공격도 적었다. 신은 사실상 두 단계에 걸쳐 패턴 변화를 선보이는데, 1페이즈는 전반적으로 쉽게 클리어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반면 2페이즈는 공격력도 높아지고 패턴 역시 적극적으로 원거리전을 하도록 변해, 학습과 경험이 필요했다. 

다만 일부 신은 난이도 조절이 다소 아쉬웠는데, 공격 방식을 학습하기도 전에 사망했다. 최종보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체력은 적었지만, 그만큼 높은 공력력과 까다로운 패턴으로 만회했다. 또한 일부 신은 브레이크 공격을 너무 남발해, 사격으로는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했다. 탄약은 일반적으로는 4개가 최대고 일반 공격으로 충전하는 만큼, 브레이크 공격이 연속되면 부실한 회피를 사용하다 사망하는 일이 많았다.


▲ 신 보스, 소울라이크 보스다운 화려한 패턴과 고난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완성도가 아쉬운 탐험과 스토리, 그리고 낭만 있는 균열 이동

플린트락은 신을 처치하기 위해 각 지역 중심지로 향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첫 번째 지역인 ‘세 개의 봉우리’는 상당히 넓으며, 메인 스토리만 따르면 상당한 구역을 놓치게 된다. 또한 대부분 구역에 새롭거나 특별한 보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망령이나 우두머리 보스가 등장하거나 보조 퀘스트와 연관됐다.

게임 진행에서 특히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유기적인 숏컷과 맵 구조다. 노르는 엔키의 힘을 빌어 ‘균열’을 통해 짧은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데, 특정 위치에 있는 해골과 상호작용해 개방할 수 있다. 여타 소울라이크가 잠긴 문과 지형으로 숏컷을 만들었다면, 플린트락은 균열을 개방하고 이를 통해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 해골을 눌러 균열 이동, 화려함 가득 (사진: 게임메카 촬영)

순수 소울라이크 장르였다면 이는 개발력 낭비라고 비판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균열 이동은 숏컷 외에도 플랫포밍 퍼즐, 지역 이동, 숨겨진 지역 발견 등에도 사용된다. 특히 메인 퀘스트 ‘복종의 성체’ 구역에선 지붕에 놓인 여러 해골과 상호작용해 균열을 하나씩 개방하고, 이후 이 균열이 어우러져 긴 숏컷을 만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균열 이동 때문에 세이브 포인트 사이가 상당히 멀고, 균열을 하나씩 건너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설계 미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연출이 멋있고 낭만 있었다는 점이 아닐까.

다만 이런 유기적인 맵 구조와 대비해 전반적인 메인 스토리와 보조 퀘스트의 품질, 그리고 분량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전반적인 메인 스토리는 게임 초반부 스토리 파악이 힘들고, 뒤이어 나오는 이야기가 자세히 설명되기 보다는 던져두는 느낌이 강하다. 예를 들어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공병단 동료가 모이는데, 처음에는 이들이 누군지 전혀 몰랐다. 게임 세계관 역시 특정 수집물, 오브젝트에서 엔키와 대화를 통해 설명하지만, 매력적인 내용 대비 분량이 짧고 충분하지 않았다.

▲ 매력적인 서브 퀘스트, 분량이 짧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초반부 지역, 넓은 규모 (사진: 게임메카 촬영)

보조 퀘스트 역시 명암이 갈린다. 대부분의 보조 퀘스트는 10년간 벌어진 전쟁의 상흔과 연관된다. 전반적인 대사는 몰입을 강화하고 일부 퀘스트는 가슴에 파문을 일으킬 정도지만, 분량이 너무 짧다. 캐릭터 대사는 흥미롭지만 퀘스트 자체는 단조롭다. 더 아쉬운 것은, 퀘스트와 탐험 과정에서 들을 수 있는 엔키와 노르의 대사와 성우 연기가 상당히 훌륭하다는 점이다. 둘의 대화는 떄론 유쾌하거나, 서로를 위로하는 과정에서 관계가 깊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전반적인 대화, 대사, 퀘스트가 모두 빠르게 끝나버린다.

심지어 이런 분량 문제는 게임 전반에서도 문제가 된다. 특정 시점을 지나고 나면 스토리와 진행이 지나치게 빠르게 흘러간다. 초반 세 개의 봉우리 플레이 타임에 약 8시간이었는데, 엔딩을 보고 모든 서브 퀘스트를 완료했을 때 플레이 타임이 17시간이었다. 특히 마지막 지역에서는 보스전을 제외하면 플레이타임이 매우 짧았고 기억에 남는 구간도 없었다.

▲ 매력적인 등장 캐릭터, 단 한번 나온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완성도는 아쉽지만,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플린트락' (사진: 게임메카 촬영)

플린트락은 전반적으로 세밀함이 부족하고, 시스템이 복잡하며, 스토리 설명이 아쉬운 타이틀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맵 구성, 복잡하지만 재미 요소는 확실하게 잡은 전투, 무엇보다 맛있게 매운 보스전은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4만 2,000원은 약 20시간 분량의 게임에는 다소 비싸게 느껴지지만, 가벼운 소울라이크를 찾는 게이머에게는 추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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