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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질병코드 공청회, 좁혀지지 않는 찬반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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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열린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 (사진: 게임메카 촬영)
▲ 12일 열린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이하 ICD-11)에 등재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에 진행된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에서도 평행선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4개 의원실(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강유정 의원, 기획재정위원회 임광현 의원,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전진숙 의원)은 12일,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를 전경련 FKI 타워에서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등재 여부를 두고 관계부처와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균형 잡힌 시선에서 문제를 바라보려는 목적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등재 찬반 논쟁은 통계청이 ICD-11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10차 개정판(이하 KCD-10)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게임이용장애가 KCD-10에 질병코드로 분류될 경우 게임이용장애는 치료 대상으로 분류된다.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을 포함한 네 명의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을 포함한 네 명의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우선 게임코드 등재 찬성 측의 핵심 의견은 국민들의 정신건강 보호다. 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공중보건 지원이 가능해져, 게임을 과도하게 이용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대상을 치료하기가 원활해진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 측은 확실한 연구 없는 섣부른 도입이 가져올 사회적 낙인효과와 산업적 인식을 고려해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통해 발생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도 첨언했다.

최소한의 보호체계가 목적, 게임질병코드 도입은 필요하다

게임질병코드 등재 찬성 측 발언자인 이상규 한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다양한 연구 동향을 제시했다. 이상규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17개국 53개 연구 결과를 메타분석한 결과 일반인구 내 게임이용장애 유병률은 3.0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표집 방법이 적용한 연구만 분석했을 때는 1.96%를 기록했다. 

이상규 교수는 “게임이용장애는 학업 스트레스가 제일 높은 한국, 대만, 일본 등에서만 보고되는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서구권에서도 적극 개입 중”이라 강조하며, “게임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장시간 몰두하더라도 증상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더 즐겁고 재미 있는 게임 문화를 만들려면 진짜 문제를 가진 사람에 대해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오히려 게임 문화와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상규 교수는 게임이용장애의 과학적 근거는 충분한 수준이라며 다양한 자료를 제시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상규 교수는 게임이용장애의 과학적 근거는 충분한 수준이라며 다양한 자료를 제시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 다른 찬성 측 발언자 이해국 카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균형 잡힌 논의를 지속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해국 교수는 “게임산업 매출은 연 22조까지 늘었다. 이 중 마케팅비가 15~20%를 차지한다. 이 이해관계에 얽매인 집단군이 등재를 반대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현재의 교육 및 예방 시스템은 부족하다. 생산적이고 균형 잡힌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관리과장은 "보건복지부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와는 별개로, 일상생활 등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게임산업문화 활성화와 함께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함께 강화하기 위해 협력과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해국 교수는 공공과 시민사회 개입을 주장하며 게임이 약간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품이라 주장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이해국 교수는 공공과 시민사회 개입을 주장하며 게임이 약간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품이라 주장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사회적 인식과 오남용 우려, 게임질병코드 도입에 반대한다

반면, 게임질병코드 등재 반대 측의 박건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은 건강한 게임 이용자들이 부당하게 평가받는 상황을 초래할 부정적 인식에 초점을 맞췄다. 게임 질병코드 일반화로 인한 인이 게임 이용자 및 산업 종사자들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어 박건우 센터장은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단 분류는 미국 중심 DSM 체계와 WHO 중심 ICD 체계가 있다. 두 체계는 협력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게임 이용장애는 DSM-5에서 정식 장애로 분류되고 있지 않다”며 고려해야 할 여러 요소를 언급했다. 연구의 불충분성, 행동 중독의 모호성, 임상적 합의 부족 등이 그 사유다. 이어 “가장 걱정되는 것은 사회적, 의학적으로 게임이용장애를 오남용하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신중한 도입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건우 센터장은 낙인효과를 우려하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박건우 센터장은 낙인효과를 우려하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등재 반대 측에서 발언한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또한 “게임이용장애 코드가 KCD에 등재되었을 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를 봐야 한다. 사회, 경제, 교육,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아동 청소년 계층은 80%가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회적 낙인과 오남용의 위험성을 우려했다. 

이어 “ICD 자체도 권고 사항이지, 실제로는 각국의 상황에 맞게 도입하고 있다. ICD-11을 KCD-10에 등재하는 일의 책임은 개별 국가가 지는 것”이라며, “4대 중독법이 발의되며 같이 발의됐던 예방과 치료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 이 법률안의 내용을 보면 굉장히 많은 사회적 비용과 정부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충분한 연구와 논의, 합의 과정을 거쳐 절차와 제도를 개선하고 사회가 충분히 시간을 갖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문석 교수는 셧다운제 추진 후 폐지를 예시로 들며 섣부른 도입 시 발생할 추가적 재정지출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조문석 교수는 셧다운제 추진 후 폐지를 예시로 들며 섣부른 도입 시 발생할 추가적 재정지출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영민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민간협의체에서 진행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에 따르면 2년간 게임산업에 8.8조원 피해 발생, 총 생산 감소효과 12조 3,623억 원, 취업 기회 8만 명 이상이 감소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질병코드 분류는 금융 환경과 사회 여건을 반영해 현실에 맞춰 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박현정 통계청 통계기준과장은 "9차 개정인 내년 7월 개정은 기존 ICD-10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게임이용장애는 9차 개정 대상이 아니라 차차기 개정인 KCD 10차 개정 대상"이라며 도입까지 시간이 남았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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