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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zip] 오버워치 에임핵, '악성프로그램'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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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버워치 2 스크린샷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FPS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정확한 조준으로 순식간에 킬을 내는 상대를 만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 정확도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완벽해 "핵 아니냐?"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요. 이 때 주로 거론되는 조준을 도와주는 핵 프로그램 일명 '에임핵'이 법적으로는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아는 게이머는 많지 않습니다.

지난 2020년 10월 대법원은 오버워치에서 목표물을 자동으로 조준해주는 'AIM 도우미'라는 게임 핵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법에서 금지하는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은 "법원이 게임 핵을 합법화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인지가 왜 중요할까?

먼저, 이 사건의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에임핵은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는 단순한 법적 논쟁이 아니라 관련자에게는 처벌 수위가 현격히 차이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정보통신망법은 악성프로그램을 배포한 자에게 최대 7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중형을 규정하고 있는 반면, 핵 등 불법프로그램에 대한 처벌을 다루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위반은 최대 2년 이하 징역에 불과합니다.

이 판결은 같은 게임 핵 프로그램이라도 '어떤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가'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게임 핵 프로그램은 게임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으나,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경계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매크로, 봇, AI 기반 게임 플레이 도우미까지 다양한 보조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현재, 이 판결은 어떤 프로그램이 단순 게임법 위반인지, 아니면 더 처벌이 무거운 정보통신망법 위반인지를 구분하는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정보통신망법에서 정하는 악성프로그램일 경우 처벌이 더 무거워진다 (자료출처 : 대법원 2019도2862 판결문)

AIM 도우미, 대체 무엇이었나?

이번 사건의 핵심인 'AIM 도우미'은 당시 오버워치 게이머 사이에서 은밀히 거래되던 인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핵심 기능은 의외로 단순한데요, 게이머가 상대 캐릭터를 한 번이라도 맞추면 그 이후부터 화면에 나타나는 상대 캐릭터의 붉은 체력 바를 자동으로 인식해 마우스 커서가  끊임없이 추적하는 방식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일반 유저도 프로게이머 못지않은 정확한 조준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판매자는 단 1년 만에 3,612회에 걸쳐 이 프로그램을 판매했고, 총 1억 9,923만원이라는 거액의 수익을 올렸는데요. 판결문을 보면 당시 많은 게이머들이 자신의 뛰어난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혹은 쉽게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판결문에 나타나 있는 게임 핵 프로그램의 판매 규모 (자료출처 : 인천지방법원 2018노2183 판결문)

게임 핵은 정보통신망법의 악성프로그램인가?

이 사건의 법정 공방은 게임 핵에 어떤 법률을 적용할 것인지에 관한 판단이었습니다. 먼저 1심 재판부는 "이 프로그램이 상대방을 쉽게 저격할 수 있게 하지만, 게임 승패를 완전히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라며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고, 다만 게임법 위반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2심은 1심과 정반대 입장을 취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개발자가 의도하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게임의 중요 요소를 자동화하는 것은 게임 운용을 전반적으로 해치는 행위"라며 "다른 이용자들의 게임 경험을 망치고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든다"고 판단하며, 이 사건의 게임 핵 프로그램을 정보통신망법에서 금지하는 '악성프로그램'이라 판단하였습니다.

게임 핵이 정보통신망법 상 악성프로그램인지에 대해서는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악성프로그램 여부를 판단하는 5가지 핵심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① 프로그램 자체의 특성 ② 사용 용도와 기술적 구성 ③ 작동 방식 ④ 정보통신시스템에 미치는 영향 ⑤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이용자 동의 여부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대법원은 AIM 도우미는 정보통신망법의 '악성프로그램'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게임 데이터나 서버를 직접 변경하지 않고, 이용자 컴퓨터 내에서만 작동하며, 다른 이용자의 게임 접속에 직접적인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 근거였습니다.

▲ 대법원은 오버워치 에임핵이 정보통신망법 상 악성프로그램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자료출처 : 대법원 2019도2862 판결문)

핵 제작 및 배포는 게임법 상 불법

이 판결 직후 일부 게이머 사이에서는 "대법원이 게임 핵을 합법화했다"는 오해가 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온라인게임 핵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실제로 이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피고인은 게임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게임 사업자가 승인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행위는 여전히 게임법에 따라 처벌됩니다. 다만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으로는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으로, 그에 따른 중형은 면했을 뿐이지요.
 
이렇듯 게임 핵을 배포하는 행위는 악성프로그램에 비해 죄질이 덜 심각한 것으로 판단되어 형량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범죄 행위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로 게임 핵 사용이 갑자기 합법이 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게임사 이용약관 위반으로 계정 정지 처분을 받거나, 게임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작년에도 게임 핵 이용자에도 과태료 부과 등 법적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게임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자료: 게임메카 보도) 

오버워치 에임핵 판결 후 5년, 게임 도와주는 AI까지 등장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5년간 게임 세계는 더 복잡해졌습니다. 인공지능과 딥러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단순한 마우스 자동 조준을 넘어, 최근에는 게임을 통째로 분석하고 최적의 플레이를 대신해주는 AI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에서는 핵을 포함한 게임 내 불법 프로그램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게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는 추세 속에서, 게임 내 부정행위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핵심은 AI와 딥러닝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 보조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는 급변하는 게임 환경 속에서, 공정한 게임 플레이 생태계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느냐입니다. 게이머, 개발사, 법률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게임의 재미와 공정성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법적 제도 확립에 대한 노력을 기울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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