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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상상초월! 중국 베이징 오락실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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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는 항상 성지순례를 진행하는 Ryunan 대신 제가 인사드립니다. 왜냐면 이번 목적지가 무려 중국 대륙의 수도, 베이징(북경: 北京)이거든요. 그 동안 성지순례를 통해 일본의 게임센터는 몇 번 탐방한 적이 있지만 중국은 아직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었습니다. 사실 몇몇 분들은 ‘중국에도 게임센터가 있어?’ 라고 질문도 하시더라구요.

중국과 아케이드 게임.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예상 외로 시장 자체는 큽니다. 아케이드의 천국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한국보다는 훨~씬 큽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워낙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인지라 대도시의 사람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에서나 간혹 찾아볼 수 있는 정도지만, 워낙 인구가 많고 땅이 넓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수요가 발생합니다. 덕분에 국내에 비교해서 아케이드게임 수입이나 현지화, 자체 개발 등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2013년, 중국의 수도 베이징의 아케이드게임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저도 아케이드게임을 참 좋아하는데요. 참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제가 직접 먹어보겠… 탐방해보겠습니다.

(이번 성지순례 사진은 핸드폰으로 급하게 찍은 터라 화질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찾아가는 길


▲ 베이징의 명동 '왕푸징' 전경

서울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그렇죠. 명동입니다. 그렇다면 베이징의 명동은 어디인지 아시나요? 바로 ‘왕푸징(왕부정: 王府井)’ 거리입니다. 무려 7백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유명한 상점가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백화점과 쇼핑 센터, 전통 있는 고점(高點)들, 그리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을 한 눈에 사로잡는 각종 먹거리들이 가득한 곳이죠.

이번에 찾아간 베이징 게임센터는 이 왕푸징 거리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일명 ‘꼬치골목’ 이라고 불리우는 명물 거리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죠. 아마도 인터넷을 통해 한두 번씩은 보셨을 겁니다. 전갈이나 불가사리, 메뚜기, 지네, 심지어 커다란 거미 등을 꼬치로 만들어 파는 사진들 말이죠. 네. 바로 그 골목입니다. 괴악한 꼬치 외에도 수많은 노점상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베이징의 명물 거리 말이에요! 오늘 찾아갈 베이징 게임센터 ‘혹촌대유예세계(酷吋代游艺世界)’ 역시 이 골목 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뭔가 이름이 거창하다 싶지만, 대부분의 중국 상점(혹은 게임) 이름이 다 이렇습니다.


▲ 베이징의 명동 '왕푸징' 보행자도로에 위치한 명물 '꼬치거리'

위 사진에 보이는 거대한 문이 바로 꼬치골목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수많은 곤충꼬치를 비롯해 다양한 먹거리들을 구경하며 가다 보면 몇 개의 골목이 나오는데요, 그 중 두 번째로 나오는 오른쪽 갈림길로 걸어가면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확한 위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워낙 복잡하고 복작복작한 곳이라서요. 다행히 꼬치골목 자체가 그리 길지 않으니, 조금만 돌아다니다 보면 금방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도 아무 정보 없이 돌아다니다 10분만에 발견했거든요.


▲ 꼬치골목을 지나다 오른쪽으로 빠지면 양쪽으로 보이는 '혹촌대유예세계'

‘혹촌대유예세계’ 는 조그마한 골목을 사이에 두고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참고로 저 골목 양 끝에는 수많은 기념품샵들이 위치하고 있는데요, 전체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이니 참고하세요. 전 이 곳에서 파는 중국 전통공예 머리빗과 같은 물건을 자금성 내 기념품센터에서 반값에 구매했습니다. 자금성의 기념품센터 역시 물가가 싼 편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곳에서의 쇼핑은 아이쇼핑 정도에서 그치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흥정에 자신이 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요.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과거 이 곳은 일본의 유명한 게임센터 체인인 ‘타이토 스테이션’ 의 왕푸징 지점이었다고 합니다. 어른들의 속사정으로 인해 ‘타이토 스테이션’ 간판을 버리고 ‘혹촌대유예세계’ 라는 무시무시한(?) 간판을 내걸었다고 하네요. 다만, 간판은 바뀌었어도 내부의 게임 자체는 당시와 별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분명한 점은 일본이나 국내의 ‘타이토 스테이션’ 과는 꽤나 다른 모습이라는 것!

위 사진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수많은 체감형 리듬게임과 슈팅게임, 스틱게임 등이 모여 있는 전연령 대상 게임센터, 그리고 왼쪽은 왠지 ‘빠찡코’ 를 연상시키는 사행성 게임이 몰려 있습니다. 사실 가장 인상깊었던 곳이 바로 이 사행성 게임 구역이었습니다.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터라 자세한 시스템을 직접 체험해보진 못했지만요, 보기만 해도 충분히 재밌습니다. 편의상 사행성 게임이 있는 왼쪽 구역을 ‘성인 구역’, 아케이드 게임이 몰려 있는 오른쪽을 ‘일반 구역’ 이라고 통칭하겠습니다만, 사실 성인 구역에도 일반 게임이 섞여 있고, 일반 구역에는 ‘Adult Only’ 안내문이 붙어 있는 등 전반적으로 혼란스럽습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중국틱한 것이 마음에 드는군요.

중국 게임센터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게임은 ‘바다이야기’?


▲ 성인 구역의 전경, 아저씨들이 모여 있는 것이 심상치 않다

그럼 성인 구역 먼저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인 구역이라고 해서 일명 ‘야겜’ 들이 늘어서 있는 것은 아니고요,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아저씨들이 동전을 짤랑짤랑대며 서 있습니다. 뭐, 한켠에서 어린아이들이나 학생들이 스틱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딱히 미성년자 통제구역도 아닌 것 같습니다.




▲ 성인 구역 왼쪽 벽을 장식하고 있는 레이싱게임과 슈팅게임들

왼쪽 벽면에는 수많은 레이싱게임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이니셜 D’ Ver 5와 Ver4가 보이고, 저 끝에는 ‘람보(RAMBO)’ 라는 이름의 슈팅게임이 위치하고 있군요. 참고로 이 곳 게임들의 플레이 요금은 대부분 1~4코인으로, 중국에서 사용되는 위안화(元) 동전이 아닌 게임센터 전용 동전을 사용한다는 점이 조금 특이합니다. 참고로 중국의 많은 게임센터에서는 이러한 코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조금 후에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성인 구역의 최고 인기게임 '중국 바다이야기(가칭)'

그리고 가게 중앙에는 성인 구역의 최고 인기상품인 낚시 게임기가 있습니다. 사실상 이 곳을 성인 구역이라고 통칭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저 화면을 보고 있자니 왠지 과거 국내 아케이드 게임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사회적 문제로까지 불거진 ‘바다이야기’ 가 생각났는데요, 실제로 그래픽이나 고기 디자인 등이 상당히 흡사합니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중국 바다이야기’ 라고 통칭하겠습니다.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요.

매장 내 총 3대가 존재하는 ‘중국 바다이야기’ 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최대 6명이서 같이 앉아 즐길 수 있는 이 게임은 중앙에 있는 거대 화면에 각종 해산물이 떠다니고, 어떠한 원리로(직접 해 보지 않아서 모릅니다) 저 물고기들을 잡으면 그만큼의 보상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렇게 딴 점수를 코인으로 환산해 즉석에서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구조인데요, 가만히 지켜보다 보면 ‘촤르르륵’ 하며 동전이 쏟아져 나오는 소리가 들려오곤 합니다.

이러한 보상 시스템 덕분에 이 곳에는 수많은 코인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놓고 앉아서 오랫동안 게임을 즐기는 중년 게이머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사진에 있는 연두색 바구니 보이시죠? 저기에 코인을 담아 오기도 하고 게임기에서 쏟아져나오는 코인을 받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가 이 곳을 구경하는 동안 게임센터 고객의 절반 이상이 ‘중국 바다이야기’ 앞에 머물러 있었고, 매장 내의 중년 이상 고객은 거의 100%라고 해도 될 만큼 이 게임기로 향하더군요.




▲ '중국 바다이야기' 와 함께 성인 구역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코인 밀어내기 게임

‘중국 바다이야기’ 의 바로 옆, 성인 구역의 정가운데를 보면 이러한 1인용 게임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 역시 구조는 단순합니다. 저 위쪽 공간이 계속해서 앞뒤로 움직이며 코인을 끝으로 밀어내고, 타이밍에 맞춰 코인을 올리면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던 코인들이 밀려나며 아래로 떨어지는 원리죠. 국내에서는 동전 대신 사탕을 사용하곤 하는데요, 여기서는 번쩍이는 황금색 동전들이 눈 앞에 보이니 뭔가 끓어오르는 기분이 느껴지더군요.

참고로 저 동전을 자세히 보시면 TAITO 라는 이니셜이 보입니다. 예전 이 곳이 ‘타이토 스테이션’ 일 적의 흔적 같은데요, 일반적으로 체인에서 벗어날 경우 이러한 코인도 싹 바꾸는 것이 상식이지만 여긴 중국이니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습니다.




▲ '성인 구역' 한켠에 위치한 위안->코인 환전소

사실 중국이라고 해서 사행성 게임이 허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 빠칭코 형태의 성인게임기가 합법적으로 보급되고 있지만, 중국은 오히려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게임기가 인기리에 가동될 수 있는 까닭은 실제 화페(위안화)가 아닌 전용 코인을 쓰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몇 번 설명했듯, 게임장 내 모든 게임은 이 ‘TAITO’ 가 양각된 전용 코인을 사용하거든요.

다만, 이 곳에서는 코인->위안화의 환전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뒤쪽에 있는 상품들과의 교환은 가능하다고 하는데, 현금 교환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일단은 여기까지가 공식 방침입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방침대로 돌아간다면 중국이 아니죠. 저기 아저씨들이 눈에 불을 켜고 게임에 매달리는 것도 설명할 수 없고요. 추후 중국 소식통을 통해 들은 바로는, 단골들에 한해 음지에서 코인->위안화 교환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후후, 이래야 중국답죠. 의외로 중국에서는 이쪽 분야에 대한 단속이 그리 심하지 않다는 소리도 있는데, 아마도 국내에서 2005년 일어난 ‘바다이야기 사태’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서일 듯 합니다.

뭐, 전용 코인을 사용하는 주된 이유는 단속 회피보다는 다른 측면이 더 큽니다. 중국은 동전보다 지폐의 활용률이 더 높기 때문이죠. 중국에는 1위안(한화 약 179원) 이하의 화폐는 동전과 지폐를 동시에 사용하는데, 실제로 동전보다는 지폐가 더 자주 사용됩니다. 위안(元) 의 하위 단위(1/10)인 쟈오(角) 역시 지폐가 사용될 정도니까요, 한국으로 따지면 17~18원짜리 지폐인 셈이죠. 이러한 소액지폐를(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은) 기계가 일일히 인식하게끔 만드느니, 차라리 전용 코인 환전소를 하나 두는 것이 여러 모로 이득이죠. 인건비도 비교적 저렴하니까요. 같은 이유에서 중국에는 자판기도 많지 않습니다.

코인 환전소의 환율(?)은 사진에 나와 있듯이 30위안을 35코인으로, 500위안을 1200코인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많이 바꿀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환율(?)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최소 30위안(한화 약 5,400원)을 바꿔야 하니 지나가다 게임 한 판 하고 가려는 손님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조금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베이징 지하철 요금이 2위안, 양꼬치 1개가 1~2위안, 버스 기본요금이 1위안인 것을 감안하면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지죠.






▲ '중국 바다이야기' 와 '코인 밀어내기' 를 지나가면 나오는 체감형 아케이드 게임들

‘중국 바다이야기’ 와 코인 밀어내기 게임이 있는 곳을 지나치면, 정체를 알 수 없는 DDR 버튼식 리듬게임과 ‘DJMAX 테크니카’ 기기를 거쳐 위와 같은 아케이드 게임 존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게임기들이 국내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혹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게임기들인데요, 기본은 3D 레이싱게임 혹은 인형따먹기 게임이라고 보면 무방합니다. ‘SPEEDRIVER 3’ 라는 이름의 저 레이싱게임은 3편까지 나온 것으로 봐서 꽤나 인기있는 시리즈 같은데요, 솔직히 한 번도 본 적은 없습니다. 게임 자체는 평범한 레이싱게임이더군요.


▲ 체감 게임들을 지나면 나오는, 일명 '기기의 무덤'

레이싱게임을 지나 저 안쪽 공간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성인 구역의 가장 구석에 위치한 이 공간은 마치 게임기들의 무덤 같은 느낌인데요, 왼쪽에 보이는 터치형 게임을 제외하면 게임기 3조(6대)만이 가동되고 있는데, 그 중 전원이 켜져 있는 것은 고작 1대(1조 아님!) 뿐입니다. 심지어 유일하게 작동되고 있는 ‘길티기어 XX’ 기기에는 1989년에 출시된 ‘천지를 먹다 2’ 가 돌아가고 있더군요. 기본적으로 가게가 넓어서인지, 이런 쓸데없는(?) 공간이 꽤나 많이 있습니다.


▲ '기기의 무덤' 을 지나면 나오는 화장실(로 추정되는 공간)

가게 구석에는 이런 공간이 있는데요, 얼핏 보면 화장실 같은데 문이 잠겨서 열리지 않더군요. 국내 게임센터의 경우 이러한 구석 공간엔 어김없이 오락실 노래방(오래방) 부스가 가득 차 있어야 하지만, 중국 게임센터에는 노래의 ‘노’ 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중국에도 가라오케 노래방이 상당히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말이죠. 아마 ‘게임센터와 노래방은 별개’ 라는 사고방식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참고로 베이징의 화장실은 2008년 북경올림픽 이후 상당한 대격변을 겪었는데요, 덕분에 베이징 시내 어딜 가더라도 칸막이가 있는(그리고 간혹 휴지도 비치되어 있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중국 화장실이 악명높던 시절에는 칸막이도 없는 푸세식 화장실에서 앞 사람 엉덩이를 보며 쪼그려 앉아 눈앞에서 벌어지는 배설 행위를 꼼짝없이 바라봐야 했다고 하던데, 전 최소한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 나름 고급(?) 슈팅게임들, 플레이 가격은 3~4코인

옆으로 나가 보면 나름 최신 기기인 ‘타임 크라이시스 4’ 와 고급 총기 컨트롤러를 비치하고 있는 ‘고스트 스쿼드’ 등의 슈팅게임들이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 요금은 ‘타임 크라이시스 4’ 가 4코인, ‘고스트 스쿼드’ 가 3코인으로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보통 최신 기기일수록 플레이 요금이 3~4코인으로 비싼 편이고, 구식 기기로 갈수록 1~2코인으로 가격이 낮아집니다. 최소 환전(30위안-35코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4코인의 경우 대략 610원, 3코인은 460원 정도의 가격입니다.

이 같은 플레이 요금은 중국을 관광하는 아케이드 게이머들에게는 상당한 희소식입니다. 국내의 경우 최신형 게임의 경우 1플레이 1,000원, 일본의 경우 최신형 체감게임의 경우 200엔(한화 약 2,330원) 꼴이거든요. 국내에 비하면 거의 반값, 일본에 비하면 1/4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것이죠. 물론 국내나 일본에 비해 게임 수입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넓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편하게 게임을 즐기기에는 매우 좋은 환경이거든요.


▲ 성인 구역을 나와서...


▲ 건너편의 일반 구역으로 점프!


▲ 분명 일반 구역인데 왠지 '미성년자 출입 금지' 팻말이 붙어 있다

이쯤에서 성인 구역의 탐방을 마치고 건너편의 일반 구역으로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인 구역의 경우 ‘중국 바다이야기’ 덕에 사람이 어느 정도 차 있는 반면, 일반 구역에는 ‘메인’ 이 되는 인기 기기가 없어서 다소 휑해 보입니다. 다만,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만한 게임들은 이 곳에 몰려 있습니다. 실제로 이 쪽이 조금 더 ‘게임센터’ 다운 모습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왜 이 쪽에만 ‘Adults Only’ 간판이 달려 있는지는… 미스터리입니다.

부러웠던 점은, 보행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는 게임센터임에도 불구하고 한 구역의 크기가 국내 웬만한 게임센터 정도로 넓기 때문에 게임 환경이 정말 쾌적하다는 점입니다. 게임을 하다 옆 사람에게 방해를 받는다거나, 행인들이 툭 치고 지나가는 등의 방해를 받을 염려는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공간 낭비다 싶은 광경도 몇 개 보였는데요, 위에 언급한 ‘꺼져있는 기기 속 천지를 먹다 2’ 같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경우는 바로 밑에서도 또 볼 수 있죠.


▲ 공던지기 게임... 처럼 보이는데 기기는 고장나 있고...

일반 구역 입구 근처에 있는 위 게임기는 아마도 저 고무공을 던져 화면의 특정한 장소를 맞추는 일종의 공 슈팅 게임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렇게 추측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바로 저 화면 때문입니다. 아예 화면이 나오질 않아서 게임이 불가능하거든요. 화면이 저 모양이니 실수로라도 코인을 넣을 염려는 없겠지만, 앞뒤좌우로 꽤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이런 기기가 그대로 구동되고 있다는 점은 당황을 뛰어넘어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저 광경을 보아하니 왠지 휑해 보이는 공간을 장식하기 위해 억지로 가져다 놓은 장식품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국내 게임센터는 자리가 없어 기계를 억지로 빼는 형편인데 말이죠.


▲ 일반 구역은 대체로 이런 모습입니다

고장나서 작동되지 않는 고무공 기기를 중심으로 한 일반 게임 구역의 전경입니다. ‘중국 바다이야기’ 를 중심으로 한 성인 구역보다 체감형 게임과 스틱형 아케이드게임의 비율이 높죠. 특히, 매장 중앙에 위치한 스틱게임들에는 상당히 많은 게이머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 개조된 채 명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3DDX'
유리창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행인들이 다 쳐다본다

게임센터 밖에서 한 눈에 보이는 위 사진의 기기는 ‘D-Tech 3(통칭 3DDX)’ 입니다. 과거 ‘DDR’ 이 유행을 타던 시절, 리듬게임 붐에 힘입어 나온 댄스 게임인데요, 당시에는 발판 말고도 손을 이용하여 춤추는 게임으로 나름 각광을 받았으나 결국 묻히고 만 비운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매니아 분들은 뭔가 눈치채셨을 지도 모르겠지만, 위 기기는 상당한 개조가 가해진 흔적이 보입니다. 손 센서가 없다던지, 발판이 뭔가 다르다던지 하는 부분 말이죠.






▲ 정말 슈팅게임이 많습니다. 전체 게임의 절반은 슈팅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단 일반 구역에도 상당한 슈팅게임 라인업이 갖춰져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성인 구역의 슈팅게임과 합치면 국내 성지급 게임센터의 거의 2배에 달하는 물량입니다. 반면에 음악을 소재로 한 리듬게임은 그 폭이 꽤나 좁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게임과 더불어 유비트, 그리고 중국풍 드럼(?)게임 정도가 전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국내의 경우 90년대 후반 엄청난 리듬게임 열풍이 불었는데, 중국에서는 슈팅게임 붐이라도 분 것 같습니다. 사진에 소개된 것이 전부가 아니거든요.




▲ 국내라면 '철권 6' 과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가 채우고 있었을 대전격투게임 코너
'KOF 97, 98', '철권 5: DR', '스트리트 파이터 2' 등이 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일반 구역 중앙에 위치한 스틱형 게임들입니다. 대부분의 게임이 ‘킹 오브 파이터즈 97, 98’ 과 ‘철권 5’, 그리고 ‘스트리트 파이터 2’ 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꽤나 오래된 게임들입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91년생인 ‘스트리트 파이터 2’ 는 벌써 22살이고, ‘킹 오브 파이터즈’ 역시 15, 14살 중학생이 되었네요.

위에서 쭉 봐 왔듯이 전반적으로 최신 기기를 즉각 갖춰 놓는 편은 아니지만, 격투게임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꽤나 심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PS2 시절 출시된 ‘철권 5’ 가 8살로 가장 최신 기기죠. 최신작인 ‘철권 태그 토너먼트 2’ 나 ‘킹 오브 파이터즈 13’, ‘스트리트 파이터 4 AC’ 정도는 바라지 않았지만, 최소한 ‘철권 6’ 이나 ‘킹 오브 파이터즈 2002’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약간은 아쉽습니다.


▲ 겉과 속이 다른 게임, 그게 바로 나야

나름 ‘철권’ 팬인지라 중국 유저들의 실력을 유심히 지켜보던 와중, 뭔가 또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위의 ‘길티기어 XX’ 기기에서 가동되던 ‘천지를 먹다 2’ 처럼, ‘철권 5: DR’ 기기에서 ‘킹 오브 파이터즈 98’ 이 가동되고 있더군요. 그나마 ‘킹 오브 파이터즈’ 의 최고 전성기 시절 작품이니 망정이지 엉뚱한 게임이 구동되고 있었으면 ‘철권’ 팬으로서 분노했을 지도 모릅니다. 뭐, “북경 시민들을 화나게 해선 안돼. 소리를 지르거나 놀라게 하면 안돼.” 라는 명언을 가슴에 새긴 제가 분노한다고 해서 딱히 뭔가 행동을 취하진 않았겠지만요.


▲ 일본에서 보던, 밥상뒤엎기 게임도 중국판으로 정식 수입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비슷비슷한 레이싱/슈팅게임의 홍수 속, 뭔가 특이한 게임이 몇 개 보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게임은 과거 [성지순례] 10층짜리 건물이 놀이센터, 일본 '라운드 원' 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밥상뒤엎기 게임입니다. 누가 봐도 화 나는 상황에서 밥상을 힘차게 뒤엎어 그 자리를 난장판으로 만든다는 독특한 컨셉의 스트레스 해소용 게임으로, 국내에서도 나름 화제가 된 적은 있지만 정식 수입은 이루어지지 않았죠. 하지만 중국에서는 떡 하니 현지화된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 내공을 바탕으로, 펀치!

위 게임은 국내에도 한때 보급되었던 펀치 게임입니다. 얼굴 사진을 찍은 후, 펀치를 날리면 얼굴이 찌그러져 보이는 효과를 줘 재미를 유발한다는 컨셉의 게임기죠. 이제 국내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게임기지만, 베이징에서는 나름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사진에서는 중국 유저의 내공을 담은 펀치가 작렬하고 있군요. 저런 펀치에 시달려 왔으니, 샌드백 부분이 너덜너덜한 것도 이해가 갑니다.


▲ 이상, 베이징 왕푸징의 '혹촌대유예세계' 게임센터였습니다

지금까지 중국 베이징 왕푸징 거리의 게임센터 ‘혹촌대유예세계’, 전 ‘타이토 스테이션’ 이었던 곳을 살펴봤습니다. 국내 게임센터 환경을 기준으로 비교해 본 중국의 게임센터는 가격이 매우 싸고 꽤나 큰 스케일을 자랑했지만 신형 기기 입고나 기기 관리 등 서비스적인 측면은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그야말로 중국스럽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나 제 예상을 웃돌았던 게임 라인업, 적극적인 현지화 등은 확실히 국내와 비교했을 때 장점으로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일본이나 한국의 중고 게임기들이 중국으로 대량 수출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결과가 여기서 드러나더군요.

그러고 보면 게임센터 환경에서도 한-중-일의 특색이 강하게 묻어나는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신작 게임 입고와 관리는 철저하지만 그만큼 비싼 플레이요금을 내야 하고, 중국은 플레이요금이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싸지만 게임 입고와 관리가 그만큼 미흡합니다. 그 중간쯤에 서 있는 국내의 경우 아케이드 시장 침체로 과거에 비해 게임센터의 수가 많이 줄었지만, 그만큼 특성화되어 운영 중인 ‘성지’ 들이 많은 터라 입맛에 맞춰 방문하는 재미가 있지요. 여러분은 어느 게임센터가 마음에 드시나요?

베이징 왕푸징 먹거리 정보

성지순례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맛집 정보입니다.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혹촌대유예세계’ 가 위치한 왕푸징 거리는 우리나라의 명동과 같은 번화가입니다.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 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곳이죠. 그만큼 베이징 시내나 중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물가가 비싼 편이긴 하지만, 위생적이고(일부 제외) 깔끔한 음식들을 손쉽게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서태후가 즐겨 먹던, 거우부리 만두

첫 번째 맛집은 청나라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던 권력자 서태후가 즐겨 먹었다는 ‘거우부리(구부리: 狗不理)’ 만두입니다. 텐진에 본점을 두고 있는 100년 이상의 전통 명점 ‘거우부리’ 는 직역하면 ‘개도 쳐다보지 않는다’ 라는 말인데요, 만두가 하도 잘 팔려서 주인장이 만두를 만드느라 개 볼 틈도 없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가장 유명한 만두 체인 중 하나이기도 한데, 체인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이미지입니다.

이 곳의 만두는 피가 찐빵처럼 두꺼운 ‘포자(包子)’ 만두입니다. 돼지고기와 야채를 베이스로 진한 간장 양념이 되어 있는 소가 특히 맛있는데요, 한국인들이 꺼려할 만한 중국 특유의 향신료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단, 유명세와 가게 입지 탓인지 가격이 꽤나 비싼데요, 왕푸징 지점의 경우 포자만두 한 판에 4~50위안(한화 약 7,000~9,000 원)입니다. 중국은 물론 한국과 비교해 봐도 엄청난 가격이지만, 한 번쯤 먹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 중국식 돼지고기 포자만두, '거우부리' 왕푸징점

명품 차와 티 아이스크림, 우이타이 티 샵

중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념품은 다름아닌 ‘차’ 입니다. 차(車) 말고 차(茶) 요. 1887년 세워져 올해로 126년째를 맞은 ‘우이타이 티 샵(오유태차장: 吴裕泰茶庄)’ 는 그 중에서도 상당한 명성을 자랑하는 유명 차 가게입니다. 녹차 종류와 쟈스민 차 등이 유명하고, 관광객들은 물론 현지인들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여기서 소개할 것은 식후, 혹은 식전에 마시는 차가 아닌 진~한 소프트아이스크림입니다. ‘우이타이 티 샵’ 의 명물인 말차와 쟈스민차를 소프트아이스크림으로 만든 것이죠. ‘우이타이 티 샵’ 은 베이징 전역에 지점을 내고 있는데, 그 중 여기의 왕푸징점을 포함한 소수의 가게에서만 아이스크림을 판매한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항상 긴 줄을 만들고 있는 가게이기도 합니다. 가격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약 8위안(한화 약 1,400원)으로, 5위안짜리 맥도날드 소프트콘보다 약간 비싸긴 하지만 맛은 네 배입니다. 특히 쟈스민차 아이스크림은 인기가 많아 금방 품절되어 버리니 주의!




▲ 진~한 차맛을 느낄 수 있는 '우이타이' 의 소프트아이스크림

도전해 보실래요? 꼬치 노점거리

게임센터에 들어가려면 거치게 되는(옆길도 있지만) 왕푸징 꼬치거리. 각종 꼬치구이에서부터 기념품, 과자, 의류에 액세서리까지 다양한 것을 파는 장소이지만,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벌레꼬치’ 입니다. ‘중국의 흔한 길거리 음식.jpg’ 같은 제목으로 많이들 보셨을 텐데요, 불가사리나 전갈, 매미유충, 물방개, 여치, 심지어 커다란 타란튤라 거미(아마 엄밀히는 타란튤라가 아니겠지만)나 대왕지네까지 정말 별의별 것들을 꼬치에 꽂아서 튀기거나 구워 팝니다. 고기처럼 보이는 것도 알고 보면 뱀이라던지, 숫양의 은밀한 부분(알, 혹은 봉;;;)이라던지… 하는 것들인 경우가 많아요…

사실 이러한 꼬치들은 엽기적인 모습을 통해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효과가 더 큽니다. 중국인들도 이 꼬치들을 사 먹는 사람은 많지 않고요, 간혹 친구들끼리 몰려와 도전이나 벌칙으로 한두개씩 맛보는 경우가 많죠. 참고로 저는 전갈(사진에 나온 커다랗고 검은 놈 말고 조그마한 놈)꼬치에 도전해봤는데요, 새우와 번데기의 중간적인 맛이 나는 게 의외로 괜찮더군요. 하지만 그 이상은 무리입니다. 제 한계는 전갈인가 봐요. ‘인간 vs 자연’ 에서 베어 그릴스의 식사가 궁금했던 분들은 한번쯤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 꺄악


▲ 히익




▲ 히~익

아, 참고로 정상적인 양꼬치나 닭꼬치만 파는 가게들도 많습니다. 사실 벌레꼬치 파는 가게는 다 합쳐봐야 3~4곳이고요, 나머지 수십 군데의 가게들이 정상적인 음식을 팔죠. 군만두나 볶음면, 설탕옷을 입힌 과일꼬치(탕후루), 우유튀김, 아이스크림 튀김 등… 굳이 벌레꼬치에 흥미가 없더라도 저렴하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들을 많이 먹을 수 있으니, 한번쯤 들러보세요. 여기 외에도 왕푸징 보행자거리 입구쪽에도 커다란 노점거리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 왕푸징 거리 입구에 위치한 노점거리


▲ 5개 10위안 양꼬치




▲ 우유튀김과 아이스크림(?)튀김, 느끼한데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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