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고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시장 중국 (출처: 바이두 지도)
작년만 해도 모바일게임사에 중국은 철옹성과 같았다. 해외 진출에서 일본이나 북미 대륙을 선택하기는 쉬워도 중국을 염두에 두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숨겨진 가능성만큼이나 접근하기 어려웠던 중국 시장, 특히 모바일 시장은 천여 개가 넘는 유통 채널, 80여 개가 넘는 불법 마켓, 수십, 수백 종이 넘는 레퍼런스 기기, 이 모든 것들이 넓디넓은 지역만큼이나 까다로워 작은 회사가 오르기에는 너무 큰 산이었다.
이런데도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냐 득이냐고 묻는다면 지금은 다들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최근 1년 새 완전히 반전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이번에 열린 한국게임개발컨퍼런스(이하 KGC 2013)에서도 나타났다. 개발사의 관심이 모두 중국 시장에 쏠려 있음을 보여 주듯 크고 작은 중국 관련 세션이 열려,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 경험을 공유하거나 개발 노하우를 전달하는 강연과 중국 현지에서 직접 찾아온 퍼블리셔들이 중국 시장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자신의 회사를 홍보할 정도.
첫날인 25일에는 중국 현지에 개발사를 차린 네오윈 김두일 대표가 ‘중국에서 살아남는 모바일게임 만들기’를 크레타게임즈의 윤준희 대표는 ‘중국 2억 유저 SNS, 런런윙 런칭 포스트모템’, 이어서 26일에는 ‘중국 내에서 아이드림스카이가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퍼블리싱할 수 있는 노하우’와 ‘중국 모바일게임시장에서 성공하는 법’,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산업을 하기 위한 특징과 방안’ 등이 개최됐다.
네오윈, 런런왕, 91닷컴, 크레타게임즈, 라인콩 등에서 많은 중국 강연이 열렸지만, 이들이 입을 모아 내린 결론은 하나다. 빨리 중국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 그들은 머릿수가 되기 때문이다.
중국에 가야 하는 이유, 그들의 머릿수
현재 중국의 스마트 시장은 2013년을 '빅뱅'이라고 부르고 있다. 폭발적으로 스마트폰이 확산되고 있다는 이유다. 휴대폰 판매량의 85% 정도가 스마트폰이며, 상반기 약 1.5억 대가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2015년 5억 대에 가까운 수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 인구의 3배에 가까운 숫자가 팔린 것이다. 더불어 3G 사용자 수도 175% 증가했다. 지난 2Q 기준으로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일일접속자수(DAU)는 2.4억 명이며, 앞으로 안드로이드 매출 사이즈는 현재에서 수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가 스마트폰이 많이 팔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가 고가 휴대폰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나, 스마트폰 사양도 좋은 축에 속한다. 애플, 삼성, LG 등도 팔리지만, 샤오미, 화웨이 등 34만 원 이상의 기기 구매율이 51.9% 다. 메이저 브랜드 이외에도 현지 브랜드의 기기까지 따지면, 레퍼런스 폰이 상당히 많아지지만, 상위 메이저 5종만 대응하더라도 1억 이상의 유저를 확보할 수 있다.
▲ 2013년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중국 시장
▲ 네티즌 인구는 큰 반면, 아직 게이머 인구는 성장 중이라는 지표
모바일게임에 있어서 중국의 잠재력은 단순히 많이 팔린 스마트폰 개수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의 페이스북이라고 불리는 런런왕의 마틴 마 해외 투자 매니저는 분석 자료를 통해 현재 중국 시장의 인터넷 인구는 5.4억에 달하며, 이는 미국과 서유럽 네티즌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액티브 게임 유저의 수는 1.8억 정도로 나타나는데, 이는 인구 숫자 대비 한국과 일본의 게이머 수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치다.
네티즌 수는 거대한 반면 게임 인구수는 아직도 미온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틴 마 매니저는 이것이 중국의 잠재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중국 경제 발전 소득이 증가하면서 게임 산업이 더욱 크게 발전할텐데, 그러면 게임 인구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이한 점은 그동안 중국에서 개방되지 않았던 콘솔 시장이 개방되면서, 스마트폰게임 시장도 급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이다. 중국의 스마트TV 시장의 성장과 함께 모바일게임이 콘솔게임의 다른 형태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중국의 많은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300달러(한화 약 32만 원 선) 가격의 스마트TV를 안드로이드 OS 기반으로 출시할 예정으로, 이와 함께 3~5년 사이 모바일게임이 더불어 쌍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서 먹히는 게임, 더는 '기술'을 논하지 않는다
이렇게 '억' 단위로 움직이는 거대한 시장, 중국 시장을 대비해 국내 개발사들은 어떤 게임을 가지고 공략해야 할까. 한국의 강점인 RPG나 SNG, 액션 등이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그래픽으로 포장된 웰메이드 3D게임이 쉽게 머리에 떠오른다. PC 온라인게임으로 국내 개발사들은 이미 충분한 개발 기술과 디자인, 기획, 서버 관리 등 온라인에 특화된 노하우로 중국 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중국 출신의 모바일 기업은 모바일게임의 성공 노하우를 언급할 때 게임과 관련된 '기술'을 논하지 않았다. 분명히 웰메이드게임, 잘 만든 명품게임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멋진 3D 그래픽으로 꾸며진, 질 높은 기획과 밸런스의 게임이 아니라는 뜻이다.
▲ 중국에서 개발 기술은 장르, 플레이, 과금, 운영, 서비스 등 여러가지가 함께 어우려져야 하는 요소일뿐
얼마 전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기업인 바이두와 2조 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매각된 중국 모바일게임 기업 91닷컴의 토니 호 부사장은 KGC 강연에서 "많은 개발 업체를 보면 R&D에 주력하고 있어 기술은 뛰어난 반면, 운영이나 서비스에 대한 역량은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고객은 당신의 기술에 관심이 없다"며, "중요한 것은 완벽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매일 수십 개씩 쏟아지는 모바일게임, 그리고 천개 단위로 채워지는 모바일 시장에서 기획, 기술, 그래픽 보다 마케팅과 서비스가 게임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것.
그는 "중국 역시 지금은 모바일게임 시장이 '버블'이고, '레드오션'이다"며, "과거 500개 정도의 게임이 1년에 나왔다면, 지금은 1,500개에서 2,000개의 게임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픽이 아름다운 게임보다 사용자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게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과 서비스라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토니 호 부사장은 수많은 게임 속에서 차별화를 결정짓는 요소로 게임의 장르와 게임 플레이방법, 과금, 기술 개발, 운영, 그리고 서비스 관점을 나열했다.
중국 시장에서 게임의 완성도나 기술력보다 먼저 언급되는 것은 과금 체계다. 네오윈 김두일 대표 또한, 게임 내 BM 구조에 대한 밸런싱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김두일 대표는 "한국게임은 무료 사용자를 위한 배려가 너무 잘돼, 게임을 받아서 시간을 투자하면 문제가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지만, 중국에서는 돈이 없으면 게임을 접어야 하는 독한 BM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두일 대표는 "중국에서 '식물과좀비2'는 절대 과금없이 즐길 수 없다"며, "이와 비슷하게 한국 게임도 적어도 자신이 생각한 난이도에서 1.5배에서는 2배까지 독하게 BM을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처럼 중국에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팝캡은 '식물과 좀비' 후속작을 서비스하면서, 글로벌 버전과 중국 버전을 따로 만들었다. 국내에서 즐긴 글로벌 버전의 경우 무리한 과금없이도 즐길 만한 착한 게임이라고 평가받은 반면, 중국의 경우는 난이도가 상당히 어려웠다.
이외에도 중국의 한 웹게임 회사는 게이머가 천 위안(한화 약 17만 원)을 게임 내 지불하면, 콜센터나 고객센터에서 감사 전화를 걸어 해당 고객이 VIP 고객임을 통지하고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며, 어떤 모바일게임은 VVIP 유저를 위한 UI도 제공해, VVIP유저들에게만 메인페이지에 상점을 노출하도록 한다. 이 게임의 경우 무과금 유저는 상점에 들어가기 위해서 여러 단계를 클릭해야 한다.
▲ 게임의 성공 법칙에도 첫 번째 BM구조가 언급될 수밖에 없다
모바일게임은 부분유료화가 일반화되면서, 과금을 하지 않고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소위 말하는 '착한 과금제'가 칭찬을 받았지만,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과금 유도를 당연시 하되, 이에 대한 보상은 사용자들에게 확실하게 지급해야 한다.
두 번째는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이다. 중국에서 대도시가 아닌 중소 도시에서는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않아 스마트폰이 있어도 게임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한국게임의 데이터 테스트를 해보면 쿼리 양에서 중국 게임을 작게는 2배에서 3배 이상까지 월등하게 많다. 이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중소 도시에서는 3G나 와이파이가 안되는 곳이 너무 많고, 3G 요금도 비싸 대부분의 사람이 월 500Mb를 한계선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
따라서 실시간 네트워크 게임을 개발하면, 레이턴시 문제와 접속 오류 등이 수시로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전송량을 줄이는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런 연유에서 최근에는 '캔디 크러쉬 사가'처럼 게임 자체는 비네트워크에서 플레이하고, 하트를 보내거나 구매하는 경우에만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절충안이 가장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불법마켓, 천 개의 유통채널, 개발사를 머뭇거리게 하는 장애물
▲ 중국에서 스마트폰 게임 출시 채널은 천 개 정도다
▲ 게임 해킹판, 복제판과 같은 해적판은 수도 없이 많다
중국의 시장에서 개발자로서 부딪히는 수많은 도전 과제 중 가장 첫 번째는 이중 어떤 채널로 게임을 퍼블리싱할 것이냐다. 200여 개의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50개 이상의 모바일 광고 네트워크, 3대의 국영 통신회사 마켓, 30개가 넘는 메이저 휴대폰 생산업체, 그리고 500여 개의 작은 규모의 생산 업체. 게임을 출시하기까지 유통채널만 천여 개가 존재한다.
채널이 복잡하다 보니 저작권 침해 문제도 있다. 네오윈 김두일 대표는 우스갯소리로 "이미 한국 게임은 '마재량'이 다 올렸다"고 말했다. 마재량이라는 정체모를 개인 혹은 집단이 한국의 모든 게임을 유통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네트워크 해킹을 못한 게임에는 그냥 광고를 붙여서 광고 수익을 낸다. 김두일 대표는 원래 개발사였던 네오윈이 한국게임 현지 운영 사업을 하게 된 계기도 이 '마재량'이라는 존재 때문이라고 밝히며, "한국 게임을 마재량에게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유통을 시작했다"는 에피소드를 언급했다.
이처럼 무자비할 정도로 복제판이 난무하는 시장이지만, 지금은 중국도 점점 음지에서 양지로 이동하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2년 전은 분명 마재량이었지만, 지금 한국게임은 위메이드, 게임빌, 컴투스, CJ 등 제대로 된 퍼블리셔의 이름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는 중국 역시 합법에 대한 압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저작권 침해 문제는 외산 게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본토 현지 개발 애플리케이션도 예외없이 고통받고 있는 문제기 때문이다. 현지 기업도 속속들이 해적판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1등 기업인 텐센트 그리고 취후360도 함께 동참했다.
▲ 중국이 모바일게임의 글로벌 진출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런런왕의 마틴 마 매니저는 "정품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후, 해적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를 가할 경우 광고 비용을 준다는 조건으로 해당 채널과 거래를 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면서, 최근 규모있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만큼 해적판 문제는 점점 해결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한국이 호수라면 중국은 거대한 바다
혼수모어(混水摸魚). 네오윈 김두일 대표는 중국 시장을 '혼수모어, 흐린 물에서 물고기를 잡는다'라고 표현했다. 시장이 가지고 있는 숫자가 바로 그들의 잠재력이고, 막강한 파괴력을 의미한다는 것. 전 세계 모든 제조사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앞다투어 중국에 들어가는 이유는 숫자가 말하는 의미다.
▲ 중국 상하이에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직접 몸으로 중국 시장에 부딪히고 있는 김두일 네오윈게임즈 대표
중국 현지에 직접 개발사를 차리고 시장과 몸소 부딪힌 경험자로서 김두일 대표는 "현재 중국 시장은 흐린 물이다. 그냥 흐린 물이 아니라 얼마나 큰 고기들이 많이 있는지 알 수 없는 흐린 물이다. 한국, 미국, 일본은 이미 말끔한 물이 됐고, 낚시대를 드리운 플레이어로 가득 찼다. 중국의 잠재력은 알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은 향후 지금보다 수배는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텐센트의 위챗, 바이두 91닷컴, 360의 삼국지가 열리고, 좋은 성과를 줄 수 있는 게임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중국의 국영 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은 LTE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 로비 중이고, 중국의 eBay인 타오바오를 서비스 중인 알리바바도 모바일 게임에 뛰어든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알리바바는 시가 총액으로 텐센트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글로벌 기업으로,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양강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지 모른다.
국내 모바일 개발사들이 단순히 지역 시장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훨씬 거대한 격전이 펼쳐질 중국 시장에 미리 뛰어들어 그물을 던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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