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캣츠(MadCatz)’라는
브랜드를 한 번쯤 들어본 이들이라면, 먼저 메카닉 로봇을 연상케 하는 특유의 디자인이
먼저 떠오를지도 모른다. 실제로 매드캣츠가 국내에 처음 소개됐을 때 첨병 역할을
맡았던 ‘사이보그 R.A.T’ 마우스 시리즈는 마치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로봇을
연상케 하는 외관으로 큰 화제를 불러 모은 바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사용자들은 이러한 매드캣츠의 디자인이 단지 튀기 위한 것만이 아님을 이내 알아채게 된다. 강인한 디자인 속에 프로게이머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세심한 기능까지 모두 담아내고 있기 때문. 매드캣츠는 드러내고 싶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승부의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비기로 숨겨두고픈 매력을 두루 갖추고 있다.
매드캣츠의 게이밍 키보드 ‘스트라이크(S.T.R.I.K.E) 3’에서도 이런 면모를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반적인 게이밍 키보드와는 차별화되는 외관에 사용자별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튜닝 효과와 매크로 키 등 화려함과 기본기를 두루 갖춘 스트라이크 3의 진면목은 게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슬램덩크의 명대사도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게임 플레이 시 왼손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기 마련이다. 찰나의 순간에 발휘되는 순발력이 승부를 가르는 게임의 세계에서 ‘솜씨 좋은 목수’의 연장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매드캣츠 스트라이크 3를 통해 살펴보자.
1600만분의 1…나만의 컬러로 전장 투입 ‘이상 무’
매드캣츠 스트라이크 3의 전반적인 외관은 굴곡 없는 남성미 그 자체다. 각진 느낌이 자칫 딱딱해 보일수도 있으나, 키보드를 감싸고 있는 상판 베젤에 경사도를 줘 밋밋함을 탈피했다. 쓰임새가 많은 스페이스바 키에 독특한 디자인을 적용한 만큼 팜레스트가 결합되는 하단 베젤도 동일한 디자인을 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마치 텐키리스 키보드와 전용 키패드를 붙여놓은 듯한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두 부분이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주로 기능키가 배치되기 때문에 별다른 포인트가 되지 못하는 베젤 상단에도 경사와 함께 외부 키가 자리하고 있고, 마치 손잡이를 연상시키는 큼지막한 홀이 뚫려 있다. 실제로 손잡이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으나, 손이 큰 남성의 경우 권할 만한 크기는 아니다. 베젤 전체적으로는 유광 하이그로시 재질로 처리돼 있는데, 고급스러운 느낌은 나지만 지문이 잘 묻는다는 점에서는 호불호가 갈릴만하다.
케이블은 줄꼬임이나 단선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매시 처리가 돼 있으며, 이 또한 블랙과 레드 컬러를 조화한 디자인이 적용돼 있다. USB 단자는 전도율이 좋은 금도금 처리가 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키보드 레이아웃은 일반적인 키보드와 크게 다르지 않고 한글화된 각인이 완료돼 있어 이질감 없이 즉각 사용 가능하다. 외산 키보드의 경우 자칫 한/영 키의 위치가 국내 제품과 달라 혼동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그런 걱정은 없어 보인다. 윈도 키는 왼쪽에만 하나가 배치돼 있고 오른쪽 윈도 키 자리에는 기능키를 조작하기 위한 Fn 키가 대체하고 있다. 이를 통해 멀티미디어 제어는 물론 후에 설명할 LED 백라이트 밝기 조절 등이 가능하다.
왼쪽 상단에는 M1~M7까지 7개의 매크로 키가 있고 3가지 모드를 전환할 수 있는 모드 키가 위치하고 있다. 그 옆에는 윈도 키 활성화 및 비활성화할 수 있는 잠금키가 있어 별도의 소프트웨어적인 조치 없이 손쉽게 윈도 키를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다. 긴박한 순간에 실수로 윈도 키를 눌러 바탕화면으로 빠져나온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다.
오른쪽 하단 방향키 부근에도 C1~C5 5개의 외부키가 있는데, 이 역시 매크로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이 키들은 아케이드 게임과 같이 방향키를 많이 사용하는 게임에서의 조작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다른 키들보다 움푹하게 들어가 있는 점에서 매드캣츠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USB를 통해 제품을 PC에 연결하면 전체 키캡에서 붉은 색의 LED 백라이트가 켜지면서 매드캣츠 스트라이크 3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백라이트는 모드 키를 누르면 3가지로 전환되는데, 기본 설정으로 레드, 블루, 퍼플 컬러로 세팅돼 있다.
▲(왼쪽 위부터)기본 세팅돼 있는 레드, 블루, 퍼플 외에 1600만 컬러 중 임의로 그린 컬러를 지정해 적용한 모습.
LED 백라이트는 단지 멋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게임 종류나 상황에 따라 어떤 모드로 설정해두고 사용하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M1~M7과 C1~C5 총 12개의 매크로 키를 3가지 모드별로 총 36가지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 예를 들어 FPS 게임에는 모드 1, MMORPG 플레이 시에는 모드 2, 아케이드 게임은 모드 3로 플레이하는 식인데, 이를 사용자가 컬러별로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한 것.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LED 백라이트, 3가지 모드별 매크로 단축히 할당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다.
매크로 등록 및 백라이트 색상 변경도 간단하다. 매드캣츠 홈페이지에서 드라이버와 함께 제공되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설치하면 알기 쉬운 GUI로 차근차근 변경할 수 있다. 컬러는 총 1600만 가지 중에서 원하는 3가지를 선택하고 적용시키면 즉각 변경된다. 매크로 단축키 할당도 오른 쪽의 다양한 기능을 끌어다 원하는 키에 드롭하면 된다. 뿐만 아니라 매크로 키에 일반 키보드 키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어 사용자에 따라 다양한 응용법을 연구해볼 만 하다.
멤브레인은 다 똑같다? 기계식 안 부러운 ‘쫀득한’ 키감 돋보여
최근 기계식 키보드가 게이밍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으면서 게이밍 키보드 하면 으레 기계식 키보드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프로게이머들이 많이 사용하는 청축 기계식 키보드의 경우 딸깍거리는 소리가 심해 게임 외적인 사용 시에는 다소 거슬리기도 한다. 이외에 흑축, 갈축, 적축 등의 제품들도 저마다의 특성이 지나치게 뚜렷한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기도 한다.
이에 매드캣츠 스트라이크 3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멤브레인 방식이면서도 키감과 반응 속도, 내구성을 향상시킨 새로운 방식의 ‘P.U.L.S.E’라는 멤브레인 구조를 채택했다. 흔히 멤브레인은 키를 누르면 그냥 푹 꺼지는 느낌이 강한 편인데, P.U.L.S.E 멤브레인은 60g의 압력을 갖추고 있어, 기계식에서 느낄 수 있는 반발력을 실제로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굳이 기계식과 비교하자면 갈축과 유사한 정도의 키감이라고 할 수 있겠다.
▲P.U.L.S.E 멤브레인의 반발력과 키 스트로크 측정치(자료= 매드캣츠).
또한 P.U.L.S.E 멤브레인은 기존의 3.5mm였던 키 스트로크를 2.2mm에도 반응하도록 해 키 연타가 많은 게임에서 더 빠른 반응속도를 구현했다. 개별 축 교체가 가능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계식 키보드의 장점을 받아들여 멤브레인임에도 기존 대비 5배 향상된 내구성을 갖추게 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외에도 특수 키 1개를 포함해 최대 7키 동시 입력이 가능한 N-키 롤오버 기능도 물론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 일반적으로 2개까지 동시 입력이 가능한 키보드에서는 불가능했던 액션이 가능하다. USB가 아닌 PS/2 인터페이스 방식에서라면 무한 동시 입력이 가능하지만, N-키 롤오버 기능만으로도 6+1개 키를 동시에 입력해도 키가 안 먹히는 고스트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단지 멤브레인 방식이라는 점 때문에 매드캣츠 스트라이크 3를 평가절하할 이유는 없어진 셈이다. 오히려 기계식의 장점을 두루 흡수한 멤브레인이라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게임용 키보드와 일반 용도의 키보드를 따로 구비해야 직성이 풀리는 정도의 눈높이가 아니라면, 매드캣츠 스트라이크 3는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나만의 ‘스타일’로 나만의 ‘승리 공식’ 만든다
최근 시장에 활발하게 쏟아져 나오는 게이밍 기어 시장에서 아주 화려하거나, 반대로 소박하지만 실속을 추구하는 제품들을 찾아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화려함과 기본기를 함께 갖춘 제품이 얼마나 될까를 고민해보면 선택지는 확연히 줄어들기 마련이다.
결국 매드캣츠 스트라이크 3는 기계식 키보드 부럽지 않은 스펙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멤브레인만의 보편적인 특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어필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외관과 기능을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녹여내기로 유명한 매드캣츠의 철학과도 철저하게 부합하고 있음을 의미하기고 한다.
물론 멤브레인 방식이라는 점에 방점을 두면 10만원 초반대의 가격이 과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를 상회하는 기계식 키보드의 평균가를 고려하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 드러내고 싶으면서도 숨기고 싶은 나만의 비기, 당신은 갖고 있는가?
노동균 기자 yesno@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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