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PC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여기에 최근 SSD가 급부상하면서 전통적인 HDD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이는 성급한 전망이었다. 올 한해도 HDD는 여전히 PC 저장장치의
주류 자리를 내주지 않고 건재한 위용을 과시했다.
물론 SSD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SSD의 GB당 가격이 1000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운영체제를 구동하는 주 드라이브로 SSD를, 데이터를 저장하는 보조 드라이브로 HDD를 함께 구매하는 경향이 흔치 않은 모습이 됐다. 그러나 여전히 용량 대비 가격에 있어 HDD는 소비자들이 가장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저장장치임이 분명해 보인다.
2강 체제의 HDD 시장에 비해 SSD 시장은 성장세에 맞물려 혼전 양상이다. 가장 강력한 주자인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국내외 유수의 업체들이 너도나도 경쟁에 적극 뛰어들고 있어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하반기를 넘어 내년 SSD 시장 구도가 자못 기대된다.
HDD 판매량 SSD의 3배…1TB 주력 제품으로 등극
▲2013년 HDD 및 SSD 판매량(자료= 다나와리서치).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2013년 HDD 및 SSD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HDD가 SSD보다 약 3배 많이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여전히 판매 절대량은 HDD의 비중이 높으나, SSD의 판매량도 상대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늘고 있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제품별로는 데스크톱 PC용 HDD가 전체의 92.5%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노트북용 HDD가 7.17%를 차지했다. 이러한 추세는 폼팩터별로 살펴봐도 동일함을 확인할 수 있는데, 3.5형과 2.5형 및 1.8형 HDD의 판매량 점유율도 약 93대 7을 나타냈다.
6Gb/s SATA3 인터페이스도 이미 HDD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올해 판매된 HDD 중 92.92%가 SATA3 제품이었으며 단 6.58%만이 SATA2 인터페이스 제품이었는데, 이마저도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판매량이 제로(0)로 수렴하고 있는 추세다.
HDD 시장은 씨게이트와 WD의 2강 체제로 굳어진 상태다. 상반기와 하반기 모두 씨게이트와 WD가 시장 점유율 1, 2위를 차지했는데, 두 업체의 점유율은 하반기에 이르러 90%에 이르렀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도시바와 히타치의 점유율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
상반기 |
하반기 |
||
1 |
씨게이트 |
47.20% |
씨게이트 |
50.58% |
2 |
WD |
38.41% |
WD |
40.17% |
3 |
도시바 |
8.08% |
도시바 |
6.33% |
4 |
히타치 |
5.17% |
히타치 |
2.06% |
▲2013년 제조사별 HDD 판매량 점유율(자료= 다나와리서치).
용량별로는 1TB 제품이 하반기 들어 그간 꾸준히 선두를 유지해온 500GB를 뿌리치고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조립 PC 시장에서도 보급형 사양 제품에 1TB 제품이 보편적으로 탑재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2TB 이상 제품들의 판매량 점유율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개인 구매자들의 고용량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SSD의 공세에 위기의식을 느낀 HDD 업계가 하이브리드를 표방하며 선보였던 SSHD는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SSD와 HDD 사이에서 어중간한 성능과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트북 시장에서도 mSATA SSD와 HDD의 조합이 당분간은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SSD, 치열한 중위권 경쟁 속 128GB 제품 강세 지속
|
상반기 |
하반기 |
||
1 |
삼성전자 |
52.29% |
삼성전자 |
47.66% |
2 |
플렉스터 |
14.74% |
플렉스터 |
13.84% |
3 |
인텔 |
7.86% |
인텔 |
7.57% |
4 |
샌디스크 |
3.66% |
도시바 |
6.13% |
5 |
에이데이타 |
3.58% |
샌디스크 |
5.7% |
▲2013년 제조사별 SSD 판매량 점유율(자료= 다나와리서치).
SSD 시장에서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하는 삼성전자가 공고한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군인 840 시리즈의 다양한 라인업을 필두로 2013년 약 50%의 시장 점유율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에는 10%대 점유율을 유지하며 플렉스터가 랭크됐다. 플렉스터는 상반기에도 인텔을 압도하며 2위의 입지를 장기화할 준비태세에 들어간 바 있다. 플렉스터의 경우 M5 프로 시리즈와 M5S 시리즈가 꾸준히 안정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며 2위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으로는 7%대 점유율을 기록한 인텔이 뒤를 이었다. 인텔은 상반기에는 525 시리즈, 하반기에는 330 시리즈가 일정 수요를 견인해왔으나 이마저도 연말에 접어들면서 주춤하는 모습으로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반면 도시바는 Q 시리즈가 단일 제품으로는 견조한 판매 실적을 보이며 단순에 4위로 치고 올라오며 인텔을 바짝 추격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했다. 샌디스크 역시 다소 뒤늦은 9월 출시된 x110 시리즈가 활발한 판매를 이끌어내며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하반기 SSD 시장에서 떠들썩했던 OCZ의 파산 소식은 그나마 도시바의 인수로 방향이 결정되면서 마무리되는 형국이다. 한때 잘 나가는 SSD 업체였던 OCZ는 지난 2011년 초 SSD 사업 부문을 과장함으로써 분식회계를 저지르는 등 부정행위가 발각되면서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하더니, 결국 시장 점유율이 급감하며 파산에 이르렀다.
결국 낸드플래시 제조 능력을 갖춘 도시바가 OCZ의 역량을 활용해 내년 SSD 시장 판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올해 노트북용 mSATA 시장도 본격적으로 파이를 키워가고 있어 내년 노트북용 SSD 시장의 변화 양상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