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와 파워서플라이는
시장 진입 장벽이 비교적 높지 않다는 점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과거에 수많은 업체들이 난립해 있던 시절에 비하면 최근에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입지를 굳힌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측면이다.
그러나 케이스와 파워는 부품 특성상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세대교체에 수년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만큼 어떤 규격이 한 번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면 시장의 대다수가 이를 따르는 한편, 간혹 이를 변주한 형태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때문에 CPU나 메모리 시장과 같이 한 업체가 시장을 주름잡는 경우를 이 시장에서는 보기 힘들다는 점이 오히려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미들타워 케이스·정격 500W 파워 ‘살아있네’
2013년 케이스 및 파워 시장은 미들타워 규격의 케이스와 정격 500W라는 예년의 흐름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케이스와 파워는 PC 구성에 있어 필수 제품이라는 점에서 특정 제품 출시로 인해 판매량이 급속히 변화하기보다는, 계절적 요인이나 성수기 및 비성수기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3년 케이스 크기별 제품 판매량 점유율(자료= 다나와리서치).
올 한 해 케이스 시장을 제품 크기별로 살펴보니, 가장 흔히 사용되는 미들타워 제품이 72.44%의 판매량 점유율로 독보적인 선두를 차지했다. 장착 지원 파워나 메인보드 등 제품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범용적인 ATX 방식의 파워와 메인보드를 두루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들타워 케이스의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니타워 케이스도 점유율 14.45%를 기록하며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슬림타워 제품이 5.17%의 점유율임을 고려하면 미니타워 케이스의 인기는 단연 눈에 띈다. 보통 미니타워 케이스에는 길이가 긴 고성능 그래픽카드 장착이 어렵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내장 그래픽 성능이 상향평준화된 CPU 시장 분위기가 다소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하이엔드 시스템 구성에 용이한 빅타워 케이스는 불과 2.76%의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전반적으로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판매량이 더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역시도 날로 더 작으면서도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부품의 발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는 GMC, 하반기는 앱코 천하
▲2013년 제조사별 케이스 판매량 점유율 추이(자료= 다나와리서치).
케이스 제조사별로 살펴보면, 상반기와 하반기에 GMC와 앱코가 번갈아가며 고공행진을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상반기부터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끝에 하반기에 대역전극을 펼친 앱코의 행보가 돋보인다.
반면 GMC는 상반기의 절대 강자 이미지를 하반기 들어 급격히 잃는 모습이다. 심지어 9월 이후로는 각각 3위와 4위 업체인 쓰리알시스템과 잘만에게마저 판매량에서 뒤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 결과 올 한 해 케이스 판매량 점유율에서는 앱코가 22.19%로 1위를, GMC는 하반기 저조한 실적을 상반기 실적으로 메우며 17.78%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10.46%의 점유율로 쓰리알시스템이, 4위는 6.03%의 잘만이 차지했다. 빅스와 마이크로닉스는 각각 4.95%와 4.47%로 근소하게 5, 6위에 랭크됐다.
500W 기준 고출력 제품 판매 늘고 저출력은 줄어
꾸준히 증가해오던 PC 요구전력은 미세공정으로 향상된 성능과 전력 효율로 인해 어느 수준에 이르러 지속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고용량화를 거듭하던 파워 시장도 가격 대비 합리적인 수준의 성능을 발휘하는 500W 선에 머물러 있는 추세다.
그나마 고사양 그래픽카드나 SLI 구성 등을 필요로 하는 하이엔드 사용자들을 위한 보다 고출력의 제품들이 조금씩 비중을 늘려가고 상대적으로 출력이 낮은 제품들은 판매량이 소폭이나마 감소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
용량대 |
상반기 |
|
용량대 |
하반기 |
1 |
500~549W |
52.08% |
1 |
500~549W |
54.5% |
2 |
600~999W |
28.56% |
2 |
600~999W |
30.93% |
3 |
550~599W |
7.06% |
3 |
400~449W |
6.67% |
4 |
400~449W |
5.10% |
4 |
550~599W |
2.65% |
5 |
450~499W |
2.93% |
5 |
450~499W |
2.03% |
6 |
300~349W |
2.19% |
6 |
300~349W |
1.20% |
7 |
350~399W |
1.16% |
7 |
350~399W |
0.97% |
▲2013년 상반기 및 하반기 용량대별 파워서플라이 판매량 점유율(자료= 다나와리서치).
실제로 현재 파워 시장에서 주력으로 판매되고 있는 500~549W 제품들의 시장 점유율은 상반기 52.08%에서 하반기 54.5%로 증가세를 보였다. 고사양 제품군에 속하는 600~999W 제품군도 상반기 28.56%에서 하반기 30.93%로 점유율 상승을 일궈냈다.
반면 500W 이하 제품들은 꾸준히 판매량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겨우 10% 초반대만을 유지하는데 급급한 모양새다. 특이한 점은 550~599W 제품군이 하반기 들어 2.65%에 불과한 점유율을 차지했는데, 이는 일반 소비자들이 500W 제품을 선호하는 가운데 더 높은 용량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은 600W 이상 제품으로 바로 건너뛰는 양상을 보였다는 풀이가 가능해 보인다.
제조사별로는 여전히 파워렉스가 한 해 동안 23.29%의 점유율로 선두를 수성했고, 뒤를 이어 에너지옵티머스, 잘만, 마이크로닉스, 슈퍼플라워 등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파워렉스는 자사의 베스트셀러 제품인 ‘렉스 III’의 500W 및 600W 제품이 시장 전체에서 약 15%에 이르는 점유율을 점하며 시장 선두를 지켜낸 것으로 나타났다.
파워 시장의 가장 큰 이슈인 KC 인증은 올해로 유예기간이 끝나고 내년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더 이상 정체불명의 저품질 파워가 시장에 난립하는 일은 어느 정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그런 만큼 어느 정도 입지를 갖춘 업체들의 제품 차별화를 위한 고민과 함께 불꽃 튀는 경쟁도 예고되고 있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