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국내
태블릿PC 시장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해 말 애플과 삼성전자가 태블릿PC 신제품을 선보인
가운데 글로벌 PC 제조사들도 가세해 차세대 태블릿PC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힘겨루기는 안드로이드로 점차 기우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용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의 물밑 경쟁도 뜨겁다. 퀄컴의 강력한 영향력이 지속되고 있는 이 시장에 인텔이 적극 뛰어들며 윈도 기반 태블릿PC의 부흥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엔비디아의 ‘테그라 4’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들도 ‘게이밍 태블릿’을 표방하며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테그라 4는 기존 12개 GPU 코어보다 무려 6배 많은 72개 GPU 코어를 탑재해 그래픽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현재 국내에 정식 출시된 테그라 4 태블릿PC로는 기가바이트의 ‘테그라 노트 7’과 HP의 ‘슬레이트 7 익스트림’이 있다. 두 제품 모두 모델명이 말해주듯 7인치 모델이다. 이외에도 아직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알려진 바 없으나 도시바, 에이수스, 에이서 등의 PC 제조사들도 테그라 4 태블릿PC를 선보인 바 있다.
▲기가바이트 테그라 노트 7(사진= 기가바이트).
테그라 4는 ARM의 코어텍스-A15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쿼드코어 프로세서로 4개의 기본 코어와 1개의 절전 코어를 통합한 ‘4 플러스 1’ 기술이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평소 4개의 코어로 작업을 수행하지만, 별다른 작업이 없을 경우 절전 코어만으로 동작해 배터리를 절약하도록 해준다.
그러나 모바일 프로세서에 있어 이제 저전력은 필수로 여겨지는 만큼, 이것만으로는 테그라 4 태블릿 PC의 차별성을 얘기하긴 이르다. 오히려 테그라 4 태블릿은 그래픽 성능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시청각적인 즐거움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제품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다이렉트 스타일러스’ 기술이다. 다이렉트 스타일러스는 엔비디아의 다이렉트 터치 2.0 기술을 응용해 초당 300번까지 터치 반응을 스캔함으로써 어떤 물체가 터치에 사용되고 있는지를 감지해낸다.
▲HP 슬레이트 7 익스트림(사진= HP).
테그라 노트 7과 슬레이트 7 익스트림에 기본 제공되는 스타일러스는 앞뒤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형태를 띠고 있어 펜과 지우개 및 브러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다이렉트 스타일러스의 자체 압력 감지 기능은 기본 제공되는 스타일러스만으로도 자연스러운 필기 및 드로잉을 가능하게 해준다.
다만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앱을 통해서만 다이렉트 스타일러스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한편 게이밍 태블릿을 표방하는 만큼 HDMI(고화질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를 통한 대형 디스플레이와 엔비디아 테그라 블루투스 콘솔 컨트롤러를 연동시켜 큰 화면에서 콘솔 게임기를 즐기는 듯한 경험도 느껴볼 수 있다. 엔비디아 퓨어오디오 기술이 적용된 전면 스테레오 스피커도 제법 웅장한 사운드를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엔비디아 ‘테그라존’을 통해 테그라 프로세서에 최적화된 게임들을 제공한다. 테그라존은 테그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기기에만 제공되는 일종의 게임 앱스토어다.
관건은 성능 대비 가격이다. 기가바이트 테그라 노트 7과 HP 슬레이트 7 익스트림 모두 출시가는 27만9000원이다. 현재 7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시장의 기준으로 자리잡은 구글의 ‘넥서스 7’ 2세대의 16GB 모델이 약 29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 메리트가 커 보이지는 않는다. 해상도도 1280×800으로 넥서스 7 2세대의 1920×1200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별도의 고가 스타일러스를 구매하지 않고도 20만원대의 가격으로 압력 감지 기반의 필기가 가능하다는 점은 테그라 4 태블릿의 차별화 포인트로 보인다. 나아가 모바일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테그라 4를 발판으로 차세대 AP ‘테그라 K1’으로까지 승부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기가바이트 국내 총판 제이씨현의 안철중 부장은 “테그라 노트 7은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예약판매를 통해 현재까지 총 500대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며 “향후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