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D 프린터로 출력한 볼트와 너트
▲ 볼트와 너트의 아귀가 딱 들어 맞는다
3D 디지털 이미지를 손에 쥘 수 있는 실물로 뽑아내는 3D 프린터는 화제의 기술로 회자되고 있다. 총알을 발사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완성된 총이나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과자를 출력하거나, 망가진 우주선 부품을 지구에서 조달하지 않고 현장에서 뽑아서 사용하는 기술을 보급한 NASA 등, 3D 프린터에 대한 소식이 연이어 소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직접 제작한 거대 3D 프린터로 집을 짓는 사례까지 소개됐다.
이 3D 프린터가 대중화된다면 우리의 생활은 180도 달라질 것이다. 완제품이 아닌 도면을 구매해 집에서 필요한 물품을 바로 뽑아 사용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3D 프린터에 대한 이미지는 ‘그러한 제품이 있다더라’ 정도다. 즉, 이 기계가 어떻게 가상의 3D 이미지를 실물로 뽑아내는가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진 바가 없다.
이처럼 아직 거리감이 있는 이 3D 프린터의 출력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살펴볼 기회가 생겼다. 판교에 ‘3D 프린터 체험관’이 생긴 것이다. 게임인재단이 운영하는 3D 프린터 체험관은 오는 24일부터 4월 23일까지 한 달 동안 게임업계 종사자들에게 전면 개방된다. 게임메카는 오픈을 앞두고 있는 3D 프린터 체험관에 방문해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알아봤다.
▲ 3D 프린터에 대해 알아봅시다
찰흙공작을 기억하시나요? 3D 프린터의 원리
본격적인 출력에 들어가기 전 3D 프린터의 원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3D 프린터의 출력과정은 흡사 찰흙공작과 비슷하다.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찰흙이나 지점토로 컵을 만들어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컵을 만드는 방법은 길고 가늘게 반죽한 찰흙을 한 줄씩 동그랗게 말아 높이 쌓아 올리는 것이다.
3D 프린터 역시 이와 비슷하다. 즉, 3D 모델링으로 구현한 이미지의 형태를 본 따서 한 줄씩 촘촘하게 쌓아 올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체로 구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3D 프린터는 사용하는 재료의 속성과 기술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이 중, 게임인재단의 3D 프린터 체험관에 있는 기기는 ‘용융적층법’ 방식의 메이커봇-리플리케이터 5세대(이하 리플리케이터)와 ‘파우더법’의 ‘프로젯 460 플러스(이하 프로젯)이다.
우선 리플리케이터는 플라스틱이나 초콜렛과 같이 고온에서 녹는 재료를 노즐을 통해 짜내어 제품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케이크를 만들 때 사용하는 짤주머니와 같은 방식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실제로 완성된 제품을 살펴보면, 소재를 쌓아 올리며 생긴 작은 결을 확인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재료가 많이 소모되지 않고 제품의 완성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지만, 사소한 실수에도 실패작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단점이다.
▲ 리플리케이터 작업 영상
▲ 리플리케이터의 전면
▲ 후면에는 소재가 매달려 있다
▲ 이것이 제품을 만드는 소재다
▲ 바삐 움직이며 소재를 켜켜이 쌓아올리는 노즐
파우더 형태의 재료를 사용하는 ‘프로젯’은 찰흙보다는 종이를 떠올리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쉽다. 얇은 종이를 켜켜이 쌓아 올려 형태를 완성하는 것처럼 파우더를 한 층 깔고, 접착체로 재료를 고정시킨 뒤에 가장자리에 원하는 색을 칠한다. 이러한 작업을 수백 번씩 반복해 한층 씩 제품을 완성한다. 이 기기의 장점은 출력 속도가 빠르고, 컬러 출력물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프로젯 작업 영상
▲ 프린터라기보다 세탁기와 같은 외형
▲ 이렇게 가장자리를 칠하며 재료를 쌓는 식으로 컬러 출력물을 완성한다
프로젯은 리플리케이터보다는 사람 손길을 덜 타는 편이다. 일단 출력을 시작하면 완성까지 모든 것이 자동으로 돌아간다. 심지어 출력 도중 ‘웽’하는 소리를 내며 사용하지 않고 흩어진 파우더를 자동으로 모아 다시 쓰는 알뜰한 면까지 갖춘 기기다.
그러나 보는 맛은 ‘리플리케이터’가 강하다. 파우더라는 미세한 재료를 사용하는 탓에 제품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거대한 유리가 기계 전면을 감싸고 있는 ‘프로젯’과 달리 기계 사면이 뚫려 있기 때문에 완성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노즐이 바쁘게 좌우로 움직이며 한 층씩 제품을 출력하는 과정은 의외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니터 안의 개구리가 내 손에 쏙, 리플리케이터의 출력 과정
기자는 두 종의 기기 중 ‘리플리케이터’가 개구리를 출력하는 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개구리는 30분이면 완성된다. 3D 프린터로 제품을 출력하는 시작은 당연히 3D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2D 프린터로 인쇄물을 뽑고 싶으면 워드 프로그램으로 글을 쓰는 것이 우선인 것과 마찬가지다. 오토캐드나 3D MAX, 마야 등 3D 프로그램으로 작성된 3D 이미지를 전용 프로그램에 적용시켜, 옵션을 조정하면 본격적인 출력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리플리케이터’의 경우 기기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전용 소프트웨어가 있다. 원하는 형상 이미지나 도면을 선택해 위치와 크기, 방향을 조정한 뒤에 시작을 누르면 제품이 출력되는 식이다. 특히 크기-위치-방향을 조정하는 인터페이스가 화면 우측에 나란히 모여 있으며, 마우스 클릭 및 드래그로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즉, 소프트웨어의 직관성이 뛰어난 편이다.
▲ 리플리케이터의 작업을 관장하는 소프트웨어
▲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눈에 뜨인다
직접 이미지를 만드는게 힘들다면, 웹사이트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형상 이미지나 도면을 구하면 된다. 또한 실물을 스캔할 수 있는 '스캐너'도 있다. 실제 컵을 3D 프린터로 출력한다면, 컵의 전체적인 외관을 스캐너로 스캔해 외형을 3D 이미지로 딴 다음, 이 데이터를 토대로 프린터로 뽑는 식이다.
▲ 이 제품은 실존하는 인물을 스캔한 데이터를 토대로 제작된 것이다
리플리케이터는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소재를 한 층씩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제품을 출력한다. 개구리를 예로 들면 바닥을 만들고, 그 위에 발가락을 만든 뒤에 다리를 올리고, 몸통을 완성한 뒤에 가장 상단에 있는 두 눈을 구현해 마무리하는 식이다.
▲ 바닥을 꼼꼼하게 쌓은 뒤에
▲ 몸통과 다리를 만들고
▲ 오른쪽 눈을 완성하고
▲ 왼쪽 눈도 만들면
▲ 개구리 완성!
사람의 얼굴이나 개구리처럼 굴곡이 심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는 지지대를 세워야 한다. 이 지지대 역시 재료를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높이에 딱 맞게 함께 출력된다. 쉽게 말해, 제품과 지지대가 동시에 출력되는 방식이다. 이 지지대는 제품을 완성한 뒤 손으로 톡 떼면 깔끔하게 떨어진다. 나중에 떼어내기 쉽게 일부러 헐겁게 출력되기 때문이다.
▲ 개구리 앞다리 옆에 가늘게 세워진 것이 바로 지지대다
30분이 흘러 제품이 완성되는 이를 떼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작은 출력물은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바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큰 제품은 플라스틱 망치로 제품을 가볍게 쳐서 떼어낸다. 이후, 바닥과 지지대를 떼어내면 완성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렇게 완성된 제품은 조각칼로 모양을 다듬거나, 색을 칠해 더 예쁘게 꾸밀 수 있다.
▲ 바닥에 밀착된 개구리를
▲ 플라스틱으로 떼어내고
▲ 과감하게 바닥을 뜯어내야 한다
▲ 개구리 앞발에 남은 부분은
▲ 칼로 떼어내면 된다
▲ 3D 데이터였던 개구리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출력물이 되었다
지지대를 활용하지 않고 제품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제품을 2개로 분리해서 따로 출력한 뒤, 하나로 합치면 굴곡이 심한 제품도 지지대 없이 출력할 수 있다.
▲ 몸과 다리를 분리해서 출력하고, 이를 붙이면 지지대 없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리플리케이터’의 재미있는 점은 ‘작은 원’을 출력할 때, 본인의 작업을 즐기기라도 한다는 듯이 특정한 음악이 흘러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2가지 색의 재료를 함께 사용하면, 2가지 색이 들어가 있는 제품을 뽑을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리플리케이터는 노즐로 소재를 쏘며 제품을 완성하기 때문에, 노즐 구멍이 이물질로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3D 프린터 체험관에는 작업 도중, 노즐이 막혀 소재가 나오지 않아 양 귀가 출력되다가 만 ‘토토로’가 있다.
▲ 2가지 재료를 동시에 사용하면
▲ 2가지 색의 출력물을 뽑을 수 있다
벌집 모양과 투명한 제품 – 재료를 아끼는 노하우
3D 프린터는 기기도 기기지만, 소재의 가격이 꽤 나가는 편이다. 이에 3D 프린터 체험관에는 재료를 아낄 수 있는 노하우가 소개되어 있다. 우선, 리플리케이터의 경우 제품 안쪽을 ‘벌집 모양’으로 채우면 상대적으로 적은 소재로 제품을 완성할 수 있다. 즉, 안을 다 채우지 않고 공백이 있는 벌집처럼 만들면 같은 모양의 제품을 만들면서도 재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 안을 벌집처럼 만들면, 상대적으로 적은 재료로 튼튼하게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벌집은 과학적으로 견고한 구조로 잘 알려져 있다. 즉, 소재를 아낌과 동시에 제품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벌집 구조는 제품을 출력하기 전, 소프트웨어에서 ‘벌집 모양’을 설정하면 되며, 입맛에 따라 벌집의 치밀도를 조정할 수 있다.
파우더를 이용하는 ‘프로젯’은 안을 텅 비게 만들면 재료를 아낄 수 있다. 3D 모델링 과정에서 속이 비도록 이미지를 만들어 이를 전송하면, 안이 비어 있는 반투명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출력 후, 제품에 뚫린 구멍으로 남은 파우더를 비워낼 수 있으며, 이 파우더는 다시 기계에 넣어 다른 제품을 만드는 소재로 활용한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 출력물은 속을 꽉 채운 것보다 가볍다.
▲ 속을 비워서 제작하면, 재료를 아낄 수 있다
▲ 그러면 이렇게 반투명한 제품이 완성된다
제품이 반밖에 출력되지 않은 이유는? 윈도우 업데이트의 습격을 주의하세요
사실 이 개구리보다 먼저 제작에 들어간 작품이 있었다. 파우더 법 방식의 ‘프로젯’이 출력하던 ‘아크스피어’의 캐릭터들이다. 그런데 현장에 가서 살펴보니 캐릭터가 절반은 완성되고, 절반은 출력되지 않은 상태로 나와 있었다.
그 원인은 바로 ‘윈도우 업데이트’. 전날 밤, ‘프로젯’에 데이터를 전송하던 PC가 사람들이 지켜보지 않은 사이에 윈도우 업데이트를 실시해, 출력 도중 데이터 전송이 중단된 것이다. 만약 장시간 동안 완성할 제품이 있다면, PC의 윈도우 업데이트를 미리 해두거나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잠시 꺼두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이미지를 한 장씩 출력하는 프로젯
▲ 따라서 PC가 도중에 종료되어 데이터 전송이 중단되면, 출력 역시 중단된다
▲ 앞은 멀쩡하지만
▲ 뒤는 완성되지 못한 출력물
이 외에도 리플리케이터로 출력하던 도중, 제품이 도중에 떨어져서 거대한 실타래와 같은 모양이 된 실패작들이 체험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지난 과오를 잊지 말고 마음속 깊이 새겨 다음에는 실수하지 말자는 의지의 표시다.
▲ 잠깐의 실수에도 대형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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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잃지 말자. 하나하나 꼼꼼하게.risell@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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