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주포 빠진 브라질, 12년만에 복수 노리는 독일과 격돌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반환점을 지나 종반으로 치닫는 가운데 드디어 세계 최정상팀 브라질과 독일이 4강에서 만났다. 브라질은 대회 개최국이라는 큰 이점이 있지만 동시에 주장과 에이스의 동반 결장이라는 최악의 악재도 껴안은 상태다. 반면, 철혈의 전차군단 독일은 8강에서 숙적 프랑스를 격파하며 거칠 것 없는 진격을 이어오고 있다. 전력의 우열을 가늠할 수 없는 두 강팀의 승부에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쌈바 축구'의 브라질 대표팀은 8강에서 난적 콜롬비아를 2:1로 격파했다. 콜롬비아 대표팀은 사상 첫 8강 진출임에도 녹록지 않은 저력을 보이며 분전했지만, 브라질의 화력을 버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경기는 전반 7분 만에 터진 티아고 실바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줄곧 브라질의 우세 속에서 진행됐다. 이대로만 잘 마무리됐다면 브라질에게는 그저 무난한 8강이었겠지만 문제는 경기 도중에 발생했다.

앞서 16강에서 허벅지와 무릎 통증을 호소한 바 있는 브라질 대표팀의 네이마르가 콜롬비아의 수비수 수니가와 충돌하면서 척추 골절이라는 중상을 입은 것. 다행히 선수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이번 월드컵에 더 이상 출장하기는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마르는 브라질 공격진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의 결장이 불러올 여파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브라질 대표팀 선수들의 득점력만 보아도 문제점이 잘 드러난다. 네이마르가 현재까지 4골을 기록해 월드컵 득점 순위 2위에 올라있는 데 반해 또 다른 최전방 공격수인 프레드는 1골이 그쳤다. 2선에 있는 헐크, 오스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네이마르의 득점력에 팀 전체가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의 공백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현재로서는 네이마르의 대체자로 내정된 윌리안의 활약을 기대해볼 수밖에 없다. 

또한, 브라질 대표팀의 주장인 티아고 실바도 경고 누적으로 이번 경기에 결장한다. 실바의 경우 단테가 어느 정도 공백을 메워줄 수 있긴 하지만 이 같은 전력 누수가 팀 분위기에 미칠 악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매 월드컵 우승 후보란 평가를 받는 브라질이지만 정작 마지막 우승으로부터 벌써 10년이 넘게 지났다. 자국 개최 월드컵이라는 절호의 기회가 온 만큼 브라질 선수들이 악재를 딛고 승리를 쟁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독일은 8강에서 '뢰블레 군단' 프랑스에게 승리를 거뒀다. 악연을 털어낸 전차군단의 다음 목표는 바로 이번 경기 상대인 브라질이다. 브라질이 마지막으로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2002년, 독일은 브라질의 장벽에 가로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는 전차군단은 반드시 12년 전의 설욕을 하겠다는 각오다. 

독일 대표팀의 주요 전술은 쟁쟁한 선수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제로톱이다. 전방에서 공격에 나선 메수트 외질, 마리오 괴체 그리고 토마스 뮐러가 능수능란하게 위치를 바꾸며 상대 수비진을 와해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필립 람을 중심으로 중원을 장악,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기를 즐긴다. 람은 이번 월드컵에서 모든 선수 중 가장 많은 패스를 성공시켰을 정도로 존재감이 엄청난 선수다. 마침 티아고 실바의 부재로 브라질의 중앙수비가 엷어진 만큼 이번 경기에서도 독일의 중원 장악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브라질이 네이마르라는 주 득점원을 잃은 채로 경기에 나서지만, 그럼에도 세계 정상급 전력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에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은 '브라질이 네이마르와 실바의 이탈 때문에 덜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네이마르는 굉장히 뛰어난 선수지만, 브라질의 다른 선수들이 책임감을 느껴 더 분발할 것이다. 네이마르의 부상으로 브라질 팬들도 더욱 응원을 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실바의 빈자리는 단테가 메울 수 있다. 단테가 실바보다 못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브라질은 네이마르와 실바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팀'이라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끝으로 뢰브 감독은 '독일 선수들에게 또 한 번 월드컵 우승의 기회가 찾아왔다. 경기가 기대된다. 운이나 당일 컨디션 등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르겠지만,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